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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한담 - 오래된 책과 헌책방 골목에서 찾은 심심하고 소소한 책 이야기
강명관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10월
평점 :
"늘어나는 책을 보면서 내 지식이 늘어나는 것인 양 착각하며 뿌듯해 한 적도 있었다"(p12)란 구절을 읽으면서는 유학 시절, 밥 대신 책 샀던 그 호기로움의 비독점성 내지는 보편성에 내심 안도감을 가져보기도 하였으며, "책을 사는 핑계도 여럿이다. … 워낙 고전으로 소문난 책이라서, 그 책을 읽지 않으면 무언가 시대에 뒤떨어질 것 같아서 산다. 가 이런 책을 사주지 않으면 누가 사주랴 하는 어쭙잖은 동정심(?)에서 사들인 책도 있고, 심지어 장정이 너무 좋아서 산 책도 있다."(p12)와 같은 부분에선, 저자가 거론하고 있는 핑계들로 인해 나의 책꽂이에 자리하게 된 책들을 다시 한 번 바라보며 뭔가 인류적 공감 같은 것도 느껴볼 수 있었던 그 시작을 지나면 이 책은 이내, 그리고 끝까지
"그냥 그저 그런 책에 관한 심심한 이야기다. 혹 이 책을 읽으시는 분이 있다면 그냥 그 심심함에 공감해주셨으면 고맙겠다."(p5)
<머리말>에서 저자 스스로 밝히고 있는 바 그대로의 내용을 거쳐, 딱 그만큼만의 느낌을 남겨주는 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이어지는 몇몇 불운이 남긴 혼란으로 인해, 앞서 읽었던 「아나키즘」의 감상문을 완성하지 못한 채 이 책을 읽어내었다라는 점이 뜻밖에도! 이 책 자체보다는 저자 강명관 교수의 가치관에 흥미를 가지게 해주었다라는 가외의 소득을 저에게 건네어 주었다는 점을 더 크게 말하고 싶네요. (이 책으로부터 인용한 문구들은 「아나키즘」의 감상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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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담(閑談) : 심심하거나 한가할 때 나누는 이야기. 또는 별로 중요하지 아니한 이야기.
책의 제목에 '한담'이란 단어를 넣어도 괜찮겠다,란 저자와 출판사의 여유로움이 부럽기만 한 이 책은, 저자가 부산의 보수동 헌 책방 골목을 다니며 마주쳤던 몇몇 에피소드들을 펼쳐낸 후, 좀 가혹한 한 마디로 말해보자면 '학자의, 약간은 꼰대스런 면도 없지 않은, 불평과 아쉬움'정도의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하고 있는 책입니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곳곳에서 빛을 내고 있는, 뭔가 아나키스트스런 저자의 가치관을 적어낸 문장들은, 「독서한담」이란 책의 제목관 어울리지 않을만큼 날카로운 면면을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만, 그저 하 시절이 '한담'이란 단어를 제목으로 삼고 있는 책을 말 그대로 한가롭게 읽을만하지 않다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을지도 모르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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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키즘」의 감상문에 인용하여 놓지 않은, 하지만 인용되어진 구절들의 내용을 짐작하게 해주는 글들을 옮겨 놓는 것으로, 「독서한담」이란 제목에 걸맞는 한가스런 감상문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독서를 업(業)으로 삼고 계신 저자가, 참 많이 부럽네요.
● "음란은 일반 민중의 것이 아니다. 음란은 음란할 만한 여유가 있는 자들의 것이었음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p74) : 과거의 역사만 증명하고 있는 게 아닌, 2016년의 대한민국 현재도 보여주고 있지요. 회장님이나 '그녀'나...
● "요즘 말끝마다 문화 콘텐츠니 콘텐츠 사업이니 하는데, 정작 그 결과물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난다. 그렇지 않은 것도 있지만, 실상 많은 사업은 그냥 돈 나눠 먹기 경연장 같다. 엉뚱한 곳에 나라 예산 퍼붓지 말고 남아 있는 고문서나 한곳에 모아 분류하고 스캔해서 인터넷에 올려주면 좋겠다. 누구라도 볼 수 있게 말이다. 그런 작업이 선행되어야 좋은 문화 콘텐츠가 개발될 것이 아닌가."(p244) : 기대할 걸 기대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