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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다
김탁환 지음 / 북스피어 / 201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세월호
침몰에 관한 소설입니다. --- ① 세월호의 침몰에 대한 여러가지의 음모론들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지요. '침몰 이전'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고의로 침몰했다느니, 국정원이 어찌어찌 관련되어 있다느니 등 말이죠. 하지만! 이 소설은 오로지 '침몰 이후'에 대하여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작가 스스로 "조금이라도 의문스러운 점들은 모두 배제하고
썼다"라 밝혔을 만큼, '침몰 이후'의 정황들에 대한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실제들이 담겨 있는
이야기란 거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② 이 작품의 저자는 작가이고, 그러하기에 이 것은 소설이며, 기자가 작성한 기사가 아닙니다. 이 점은
세월호 사건을 이해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되기도 하며, 또한 명확한 한계를 스스로 지니고 있다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의 제목 「거짓말이다」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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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와 소문 】
세월호가 침몰된 4월 16일 이후,
4월 18일까지 선내로 진입하여 구조를 하려는 시도는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이론과 실제가 항상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의 예상
준거로서의 이론은 "정조(停潮)가 유지되는 1시간 정도는 잠수가 가능 … 72시간이면 열두 번의 정조기가 있으니, 계산상으로는 12시간 잠수하여 선내 진입을
시도할 수 있"( p20)다라 보여짐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의 시도도 없었다는 거지요.
500여 명의 잠수사가
동원된 "사상
최대의 구조 작전'(p41)이 펼쳐지고 있다는
언론의 기사는, 그 중 심해 잠수가 가능한 잠수사가 고작 8명 뿐이었다라는 사실은 말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런
언론에게 "5월 6일까지 바지선엔 의사가 없었습니다. … 바디팩은 제가
바지선에서 철수한 7월 10일까지도 잠수사들에게 제공되지 않았습니다."(pp132-133)라는 말도 안 되는
현실까지를 보도해주길 바라는 것은 허황된 기대일 뿐이었겠지요.
4월 21일, 처음으로 맹골수도에
투입된 민간 잠수사들의 임무는 당연히 구조가 아닌 수습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 "우리나라 잠수사 중에서 시신 수습에 익숙한 이는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우린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산업 잠수사니까요"(p22)에서도 알 수 있듯, 그들 역시 "들어가서 실종자들과 맞닥뜨렸을 때, 제 마음이 어떨지 가늠이 되지
않았습니다"(p49)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었거늘, 의사도 채임버도 바디팩도 없는 현장은 그러한 그들의 두려움을
보다듬어 주지 못했던 겁니다.
"포옹이란 단어가 가장 어울리지 않는 단 하나의 공간, 그곳으로 가서 여러분은 사망한 실종자를 안고
나오는 거지. … 앞으로도 가장 단순한 이 방법이 바뀔 가능성은
없다."(pp33-34) …… "포옹을 준비하고 포옹을 하고 포옹을 마친 뒤,
떠오르는 상념을 해결하는 것 역시 고스란히 잠수사의 몫입니다. 누가 이 듣도 보도 못한 포옹으로부터 받은 마음의
상처를 함께 나누겠습니까."(p34)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
그들은 '모르는 편이 낫다'는 소문들에 휩싸이게 됩니다. 수습한 시신을 물 밑에 모아두었다가 범대위의
요청이 있을 때 모시고 나온다라든가, 시신 한 구당 5백만원의 수당이 걸려있다라든가, 수당 지급이 미뤄지고 있어 잠수사들이 선내 진입을 거부하고
있다라든가, 심지어는 "돈 벌려고 간 겁니다. 간단해요"(p23)과 같은 그야말로 '간단한
재단(裁斷)'을 당하고 말지요. 작가 김탁환은 언론의 기사가, 시중의 소문들에 대해 우선 "거짓말이다"라 말해주고
있는 겁니다. 허나, 작가 김탁환이 말하고자 하는 더 큰 '거짓말'은 바로 :
【
2014년의 대한민국은 국가로서 작동하였던가 】
"누구가 애국자가 되기를 원하지만, 그렇다고 애국하기 위해서 무제한적
위험을 감수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도 잊으면 안 된다."
- 유시민 著,
「후불제 민주주의」중 pp101-102, 돌배게 刊, 2009.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로 시작되는 대한민국 헌법
제 10조는, 적어도 당시 맹골수도의 민간 잠수사들에겐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소설 속 나경수 잠수사의 "선내 진입을 민간 잠수사와 해경 잠수사가 번갈아 맡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민간 잠수사가
전담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잠수할 때마다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사실을 숙지했더라면, 민간
잠수사들이 과연 맹골수도로 모일 수 있었을까요?"(pp100-101)라는 물음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국하기 위해 무제한적 위험을 감수하는 건 아니다'란 우리의 일반적 생각은, 그것이 애국인지 아닌지 가늠해볼 겨를조차 허락되지 않는 급박한
상황 하의 그들에겐 작동되지 않았더랬습니다.
"우리 마음은 하나였습니다. 비상 상황이니 지금은 무리를 해서라도
작업하자."(p101)
물론, 위와 같은 민간 잠수사의 증언이란 것이, 흔히 보여지는
소설 속 선의(善意)의 장치일 수도 있습니다. 결과론적으로 지어내어진 과거의 미화일 여지도 얼마든지 가지고 있다란
거지요. 실제로도 그러할 수 있다라는 것까지 반박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설정이 --- 그들이 그러한 각오를 가질 수 있었던 믿음인
"혹시 몸과 마음에 문제가 생기면 나라에서 치료해
주겠지!"(p101)라는 전제 조건의 불이행을 이야기하기 위함이라면, 민간 잠수사들의 선의 여부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되지 못합니다.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라는 국가의 의무란 게 특정 전제 조건 하에서만 성립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잠수사도 인간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에요. 그들을 존중했다면, 잠수병이
얼마나 무서운지 안다면, 절대로 그딴 식으로 맹골수도에 내려가라곤 못 합니다. 우선 말리고, 금지 명령을 내리고, 그래도 말 안 들으면
바지선에서 쫒아 버리든가 가두기라도 했어야 합니다."(pp203-240)
한 개인이, 혹은 일군의 개인들이 급박한 위기 상황하에서, 무제한적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국가에 대한 의무/인간에 대한 사랑을
발현하겠노라, 심지어 그것이 이성을 잃은 행동으로 나타나려 할 때, 이를
제지하고 말려야 할 기관인 국가의 역할도 없었으며 심지어 --- "이 나라에선 2014년
12월 31일에 치료비 지원을 중단"(p206)해버리지요. (이와 관련하여,
작품 속의 공무원은 관련법이 바뀌어 일어난 일이라 해명하고 있기는
합니다.)
"급할 땐 데려다 위험한 일 다 시켜 먹고 그 와중에 병들거나
다치면 나 몰라라 하니, 어느 누가 이 나라를 위해 나서겠습니까?(pp207-208) …… "잠수사들이 마음으로 한 일을 정부는
법으로 판단한 겁니다. 이 나라는 마음이
없습니까."(pp224-225)
"장관은
장관답지 못했고 해경은 해경답지 못했고 기자는 기자답지 못했"(p281)던 대한민국, 민간 잠수사들을 "아무렇게나 쓰고 버려도 무방한 존재"(p328)로 취급했던 대한민국은
끝내 --- "이 나라를 믿고 침몰한 배에서 실종자를 수습한 것이 정말
잘못이었을까요"(p317)란 자조 섞인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민간 잠수사들을 향해 이 대한민국은
"국가를 위해 봉사한 국민을 버리지 않는다는 현 정부의 원칙은
확고합니다"(p274)라 스스럼 없이 말하고 있습니다. 작가 김탁환은 이 소설을 통해 대답하지요.
"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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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고급스런 WHY 시리즈"로 읽혀졌었던 조정래 작가의
「정글만리」는, 예의 이 소설 「거짓말이다」를 펼치는 순간 저에게 동일한 주의를 떠올려주었더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이 책은 소설이며, 오로지 소설로만 읽여햐 한다"란 작가 김훈의 '일러두기'는, 기자가 아닌 작가가 써 낸, 그러하기에 어찌되었든 '한
편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는 이 작품, 「거짓말이다」를 읽고 쓰는 감상문에는 적용해낼 수가 없었음을 털어놓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정의를 세우고 모든 종류의 위험에서 시민을 보호하며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게 행동하는 국가가 훌륭한
국가라고 생각"한다는 유시민의 국가관은, 2014년 그 시점 이후의 대한민국을
향해 "뜨겁게 읽고 차갑게
분노하라"(p389)라는 김탁환의 조언 앞에선 결국 할 말을 잃고말 뿐.
※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단상들 :
- 유시민 著 「국가란 무엇인가」
- 유시민 著 「후불제
민주주의」
- 김훈 作 「남한산성」
- 김훈 作 「칼의
노래」
- 권여선 作 「레가토」
- 한강 作 「소년이
온다」
- 류전원 作 「1942년을 돌아보다」
- 작가는
소설 속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세월호 참사에 관한 세 가지의 조사, 즉 '침몰원인, 구조 방기, 진상 은폐'(p309)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라 말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구조 방기'와 그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요.
- 2016.09.07.
일산의 서점 <미스터 버티고>에서 있었던 김탁환 작가의 강연회 중.
- 담고
있는 주제를 떼어버린다면 과연 오로지 문학작품으로서의 평가가 어떠할 것인가란 의문이 바로 그러한 한계이자, 또한 그 한계를 이겨내는 독특한
역할을 하고 있다라 생각합니다.
- "16일
배가 침몰한 뒤부터 18일까지 잠수사가 선내에 진입하여 구조 작전을 편 적은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p41)
- "선내에거
실종자를 발견한 후 함정까지 옮겨 모시는 과정을 그려 보십시오. 민간 잠수사가 실종자를 꽉 끌어안은 채 좁고 혼탁한 객실과 복도와 계단을 지나
선체 밖으로 나옵니다. … 이렇게 실종자를 품고 들고 밀며 옮기기 때문에, 이 과정에 참여한 이들은 실종자의 참혹한 모습을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 맡고 귀로 듣고 살갗을 만질 수밖에 없습니다. … 정신적 충격 또한 엄청납니다. 실종자를 수습한 날엔 민간 잠수사도 해경 잠수사도,
단정으로 시신을 올린 해경까지 모두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 바디팩만 있다면, 민간 잠수사가 선내에서 실종자를 발견하자마자 그 안에 모실 수
있습니다. … 여러 번 건의했지만 바디팩은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바디팩 삼백 개도 주지 못할 만큼 이 나라가 가난한가 그런 생각도 솔직히
했습니다."(pp133-134)
- "정말
소문들을 알고 싶습니까? 때론 모르는 편이 낫기도 합니다."(p159)
- "선내
진입을 못 하는 상황을 사실대로 전한 이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말들은 들끓고 글들은 흘러 넘쳤죠."(p61)
- "맹골수도의
조류가 빠르다는 건 잠수사의 몸이 날린다는 뜻입니다.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듯 수평으로 흔들리는 것이죠. 줄을 쥐지 않으면 그대로 조류에 쓸려
버릴 정도입니다. 안간힘을 쓰며 버티다 보면, 어깨 근육이 찢어지거나 척추를 상할 위험이 큽니다."(p103)
- "우리는
징집 대상이 아닙니다. 법 때문이 아니라 돕겠다는 마음으로 간 겁니다. 그 차가운 바닷속에서 숨진 이들을, 시신이라도 찾아 가족 품에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 그 작업을 마침 내가 할 수 있으니 돕겠다는 마음, 내 몸이 힘들더라도 조금 더 빨리 실종자를 찾겠다는
마음!"(pp224-225)
- "다른
사건들의 치료 기간과 비용을 이번 참사의 경우와 비교, 검토했습니다."(p273) … "잠수사는 특별법에서 정한 '피해자'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각종 지원을 받지 못한 겁니다. '피해자'에서 잠수사가 빠진 이유는 제 소관 업무가 아니라서 모르겠습니다."(p276) … "치료중인 환자인
것은 맞지만 과연 잠수사들이 장애인인가 하는 건 따로 검토할 문제입니다.(pp276-277) … "모든 잠수사가 완치될 때까지 정부가 치료비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는 식으로 이상론을 펴면 안 된다는 겁니다. 나쁜 선례를 만드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치료비 지원은 앞서 말씀드린
'형평성'과 '적절성'을 고려하여 결정될 겁니다."(p277) … "맹골수도에서 심신을 다쳐 가며 실종자 수색과 스습을 위해 노력한 민간
잠수사들을 저도 개인적으로 존경합니다만, 치료비 지원은 개인의 존경심과는 별도로 법에 따라 엄격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p279) -
작품 속 등장하는 관련 공무원의 발언들.
- 김훈
作, 「남한산성」의 '일러두기' 1번. 학고재 刊, 2007.
- 유시민
著, 「국가란 무엇인가」중 p9, 돌베개 刊,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