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책을 통해 저자 유시민이 던져주었던 질문,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그 문구의 생경함만큼이나 놀라운 것이었더랬습니다. 그 책에서 유시민이 말하고자 했던 바는 결국 "삶은 준비 없이 맞았지만, 죽음만큼은 잘 준비해서 임하고 싶다"였었지요. ② 미국인 의사 아툴 가완디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서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좋은 죽음'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삶'을 사는 것"이라 말하고 있어, 자칫 유시민의 주장과 반대되는 것으로 이해될 소지가 있을 수도 있으나, 그 진짜 의미를 "인간다운 죽음"을 강조하는 데 있다라는 것으로 이해한 전, 이 역시 유시민의 주장과 일치한다라 생각합니다. 이처럼!
"자신들의 취향이 거세된 것을 인지하는 사람들이 드물" 어지고, "내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어서 보수적"이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이 언젠가부터 점차 '삶'이 아닌 '죽음'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라는 건 어쩌면 거세된 취향이 되살아났다라는, 그리하여 이제는 --- '내일을 생각할 여유'라는 것이 더 이상은 '극소수만의 사고(思考)'가 아닌 그냥인 '우리들'에게도 feasible set 속의 하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라는, 무척이나 긍정적인 하나의 신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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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스스로 밝히고 있듯, 이 책은 "외과 의사의 시도와 실패에 대한"(p9)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무미건조함의 극치로 '수필 형식의 수술 일지'라 표현될 수도 있겠을, 하지만! --- 의사라는 직업의 본분을 스스로 "내가 하는 일의 가치는 오로지 환자의 인생이 가진 가치로 측정되지 않는가"(p66)라 고백하는, 단순한 기술자(technician)로서의 의사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의사를 만나볼 수 있는 책이라 소개하는 것이 온전히 합당하다라 생각합니다. 이 때 의미되는 '인간적임' 역시,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아툴 가완디가 의사로서 제안해주었던 '인간다운 죽음'의 전형(典刑)을 그대로 따르고 있지요. 이 책의 저자 헨리 마시의 다음 말은
심폐소생의 현실은 TV에서 보여주는 것과 매우 다르다. 생명을 살리는 영웅적인 행동이라기보다 비참한 폭행에 가까울 때가 많으며, 평화롭게 죽도록 내버려두는 편이 나을 노인 환자들에게 쓸데없이 갈비뼈만 부러뜨리는 경우가 될 수 있다.(p119)
곧,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국 멈출 수 없는 상황이 올 때까지 오랜 의학적 투쟁을 벌인 끝에 죽음을 맞는다"라는 아툴 가완디의 견해와 전혀 다를 바 없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 "할 수 있는 만큼 노력을 다하지 않는 실수를 가장 두려워"라는 현대 의학은 어쩔 수 없이 "결국 죽음은 오고야 마는데도 어느 시점에 치료를 멈춰야 할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 현재의 상황을 초래하고 되었다라는 아툴 가완디의 주장에, 같은 의사인 헨리 마시는 예의 너무나도 '인간적인 의사'로서의 반성/고백을 더해주고 있지요.
내가 굳이 수술을 집도하려는 이유는 … 이제 그녀가 죽을 시간이 됐다고 말할 용기를 못 낼 것 같기 때문이다. 암 전문가들이 값비싼 최신 신약이 환자를 몇 개월만 더 살려도 큰 성공이라고 하는 마당에 의사로서 '고작 몇 개월'이라는 말로 가족들에게 수술을 하지 말자고 말할 용기가 내겐 없다.(pp192-193)
이처럼! 이 책의 저자 헨리 마시 역시, "삶이 아니라 죽음을 연장하는"(p212) 것으로서의 의학적 처치에 분명한 반대의 의사를 피력하고 있습니다. 그냥 모든 환자를 수술해 버리면, (기술자적 의미에서) 의사로서의 역할은 온전히 끝낼 수 있으나 이는 명백히! --- "환자들의 인생이 망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고개를 돌려버리는 것"(p175)이며, 그러하기에 그는 "인간의 존엄성이 사라진 삶을 살 바에는 평화롭게 죽는 게 더 나을 수 있다"(p174)는 견해를 보여주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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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어떻게 죽을 것인가」란 책과 거의 다를 바 없는 내용을 담고 있는 따뜻한 이 책은, 여기에! --- '오로지 환자의 인생이 가진 가치로 측정되는 외과 의사의 시도와 실패'에 대한 솔직한 고백을 더해놓음으로써 더더욱 온기를 발하고 있습니다.
신경외과에 관한 아픈 진실 가운데 하나는, 정말로 어려운 수술을 잘하게 되는 유일한 조건이란 수술하면서 실수를 많이 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평생의 상처를 입은 환자를 내 뒤에 줄줄이 남긴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p288) …… 의사들은 일이 잘못되었을 때 깨달음은 나중에 오는 법이라고 서로를 위로하곤 한다.(pp320-321)
(그것이 자신의 욕망이건 혹은 부모의 욕망이건) 명예와 금전만을 위해 의사가 되길 원하는, 현재 대한민국의 의과대학 지망생들이 과연 이러한 고백과 깨달음을 가질 수 있을까하는 강한 의구심, "모든 외과 의사는 마음 한구석에 공동묘지를 지니고 살게 된다"(p16)란 부채(負債)의식이 과연 그들 마음 속에서 싹트여 자라나게 될 수나 있을까,하는 의문이 --- 의구심과 의문이 아닌, 엄연한 현실이라는 저의 판단은 과연 잘못된 인식인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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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인 "Do No Harm"에 어울리는 내용을 담고 있는, 다시 말해 "참 괜찮은 죽음"이란 한국어판 제목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기는 합니다... 만! --- 예의 <참 괜찮은 죽음>이란 장(章)은, 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한 저에게 유난한 감정으로 읽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죽음이란 결코 쉽지 않은 순간이다. 우리의 몸은 발버둥치지 않고 삶의 마지막을 맞이하도록 내러벼두지 않는다. 눈물을 흘리는 가족에게 몇 마디 의미 있는 마지막 말을 남긴 다음 시간 맞춰 숨을 거두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질식하거나 기침을 하면서 격렬하게 죽거나 또는 혼수상태에서 죽지 않느다면 서서히 닳아 없어지면서 죽는 게 전부다.(p272)
"눈물을 흘리는 가족에게 몇 마디 의미 있는 마지막 말을 남긴 다음 숨을 거두는" 모습으로 당신 생(生)의 마지막을 그려내셨던 아버지의 삶이었으나, 과연 그 분 스스로는 당신의 일생을 "멋진 삶이었어"(p275)라 생각하셨는지 알 수 없었기에, 하나 뿐인 아들로서 그 분에게 당신 스스로 "할 일을 다했어"(p275)란 안도를 느끼시게 하지 못했다라 생각하기에 역시나 --- 「어떻게 죽을 것인가」와 더불어 이 책, 「참 괜찮은 죽음」은 저에게 아픈 마음으로 읽혀질 수 밖엔 없었죠. 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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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 순간 자신의 인생을 기꺼이 긍정할 수 있는 죽음, 이런 것이 좋은 죽음이라고 믿는다"
- 유시민 著, 「어떻게 살 것인가」중 p33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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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신 분은 가신 분이고, 되돌릴 수 없는 건 되돌릴 수 없기에 저라도! --- '어떻게 살 것인가'를 넘어 이제, '어떻게 죽을 것인가'까지를 고민해보게도 되는, 이제부터, 이제까지의 삶을 차마 긍정할 수는 없으나 이제부터의 삶은 부디 '긍정할 수 있는 죽음'을 만들어낼 수 있는, 그리하여 끝내 타인으로부터도, 그리고 스스로에게서도 '좋은 죽음'이라 말해질 수 있는 생의 마무리를 맞이할 수 있는, 그런 (부디!) 기나긴 'new chapter로서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강렬한/애절한/진심 가득한 욕망을 가지기로 합니다. 자... 힘내자!!!
※ (당연히!) 함께 읽어보길 권하여보는 책들
- 아툴 가완디 著, 「어떻게 죽을 것인가」, 부키 刊, 2015. : 이렇게 죽을 수 있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 유시민 著, 「어떻게 살 것인가」, 아포리아 刊, 2013. : 결국엔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관하 이야기하고 있는 책.
- 구사카베 요 作, 「A 케어」, 민음사 刊, 2013. :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이러한 모습이 되어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