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사를 해고한다 - 선택의 기로에 선 직장인을 위한 커리어 성공 법칙
한준기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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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 이 책을 검색해보면, 이제껏 (최소한 현재의 기억으론) 제가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던 분야인 '성공학/자기계발'의 분야에 속해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게다가 지난 15년 간 이어져왔던 제 사회생활이란 게, '일반적'이라고는 말할 수는 없는, 제 이름 석자 뒤에 '사장님'이란 타이틀을 붙여놓은 채 시작되었었기에 더더욱, 「나는 회사를 해고한다」라는 사뭇 뭔가 강성노조스런 뉘앙스마저 풍기는 이 책을 이제와 제 의지로 찾아내 읽어볼 이유는 전혀!라 말해도 될만큼 딱히 찾아볼 수 없었었지요. 그러한 이유들에도 불구하고 --- 이 책은 '읽고싶다/읽어봐야겠다'란 생각이 들더군요.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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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를 해고한다? 】

사실, 이 책의 제목을 딱 보고 '이건 저자가 아닌 출판사 마케팅 부서에서 지어낸 제목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 현재 한 다국적 기업의 시니어 임원으로서, 저자의 직무는 '해고 전문가(Corporate Hatchet-man)'입니다. 그의 커리어 역시 대부분 이처럼 인사(人事)업무였었었지요. 이처럼 그 분야에서는 뛰어난 전문가일 수는 있겠으나, (저자 스스로의 표현처럼) 작가로서는 무명일 뿐인 저자가 쓴 책을 대중에게 어필시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자극적인 제목을 취할 수 밖엔 없는 게 보통이니까요. 헌데 이러한 저의 예상은, (최소한 책의 내용을 온전히 받아들인다면) 틀린 것이었더군요. <머리말>을 통해 저자는 '회사를 해고한다'라는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해고의 주체가 회사가 아닌 내가 될 수는 없을까? 언제 잘릴까 전전긍긍하며 회사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닌, 오히려 회사가 나라는 사람을 잃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상황을 연출할 수는 없는 걸까?(p5) …… 피고용주인 내 입장에서 보자면 회사나 직무를 내 의지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며, 고용주인 회사 입장에서는 나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나 시스템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결국 '실질적인' 고용주는 회사가 아닌 내가 되는 셈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나는 언제든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다. 도망가듯 떠나는 것이 아니라 만인의 박수를 받으며 떠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내가 꿈꾸는 '회사를 해고한다'는 개념이다.(pp8-9)

또 한 권의... '아프니까 청춘'이고 '멈추어야 비로소 보인다'류의 그렇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책일 것이라는, 그리하여 얼마전 그러했었듯 '읽기 전'과 '읽기 시작한 순간'에 가지게 된 책의 내용이 너무도 달라, 책을 보내주었던 출판사에 책값을 송금해드리고 이 책은 받지 않고 읽지 않는 것으로 하고싶다라 정중한 사과의 메일을 보내야 하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강렬하게 저를 사로잡았던 구절이었습니다. '아! 추석 연휴에 고른 책이 하필... --;;'


【 뉴욕 거리 위의 두 부류 】

​그저 '큰 조직에서, 나와 비슷한 사회화 과정을 겪은 사람들과 함께 일해보고 싶다'라는 이유만으로 대기업에 취직한 친구들을 부러워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생맥주집을 찾던 대학원생이었던 저완 달리, 선뜻 병맥주 파는 곳에서 술값을 계산하는 그들의 신용카드도 그 부러움의 커다란 이유었었죠.) 그랬던 저였기에 --- 대기업의 재무부서에서 일했던 한 친구는 상상도 못해보던 액수의 현찰을 눈으로 보는 재미와 곧바로 떠오르는 이 중 내 연봉은 고작 여기부터 요기!까지 일 뿐이라는 박탈감이 떠오르더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받던 장기신용은행에 취직했던 친구로부턴 (우스갯 소리가 아니라 진짜로!) '신장을 팔고 싶은데 얼마쯤 받을 수 있느냐'란 전화를 종종 받는다는 기막힘을, 종합상사의 조선관련부서의 친구로부터는 '아랍계' 선주들이 오면 모시고 가야할 술집에 미리 가 '아랍계 남성'과 하룻밤을 보내줄 수 있는 아가씨를 미리 섭외해놓아야 한다라는 자책감을 들었었음에도 - 물론, 이 세 명의 친구들 모두 현재는, 적어도 타인인 저의 시선에는, 당시를 발판으로 하여 성공적인 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 뉴욕 시내의 어느 빌딩에 자신의 직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바라보는 (더 이상 특별한 것이 될 수 없는) 거리의 화려한 광고판들과, 그 광고판들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객의 시선이 지니는 차이만큼이나 커다란 간극이 있었었지요. 그리고! 그 간극은 어쩔 수 없이 이 책을 읽고 써내는 이 감상문에도 들어있을 수 밖엔 없을 겁니다. (이 간극이 바로 제게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고 싶다'란 생각을 가지게 해준 결정적 이유였었었지요.)


​우리는 이제 겨우 커리어 여정의 전반전을 끝냈을 뿐이다. 우리 각자의 커리어 스토리를 미완성으로 끝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 커리어의 본질을 묻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야 한다. 그 해답을 스스로 내리고 또 다른 출발선에 서야만 아직 길게 남은 후반전과 연장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다.(p62)

<40대 직장인이 자신에게 던져야할 12가지 질문>을 통해 저자가 던지고 있는 '고민의 본질'은 저에게 사뭇 '폐부를 찌를만큼'이란 표현을 쓰게되었을 만큼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보이겠지만) '감동적'이었더랬습니다. 이것이 '뉴욕의 직장인'에게는 평범하고 고리타분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면서도, 이 책을 읽는/읽어낸 '뉴욕의 관광객'인 저에게만큼은 분명 그러했었었다고, 그러하기에 --- 사실은 '뉴욕의 직장인'들을 타겟으로 쓰여진 이 책이 정작 '뉴욕의 직장인'들에게는 어떻게 읽혀질지가 사뭇 궁금하기도 한 겁니다.



 

【 현실적인, 다분히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날카로운 독설과 따뜻한 조언 】

욕을 하셔도 어쩔 수 없지만 --- 사실 전 「아프니까 청춘이다」도,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적잖은 빈도로 그 두 책들을 폄하하곤 하지요.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그 책들을 쓴 두 분이 최소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현실로부터의 고통'을 치유해주는 조언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라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이런 제 생각이 욕을 받는다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보통 능력이 아니고서야 회사를 55세 이후까지 다닌다는 것은 너무나도 풀기 힘든 과제이고, 정년퇴직은 문자 그대로 꿈같은 이야기가 아닌가.(p38)

'현실'이란 건... 이러하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저자는 '해고'라는 것에 너무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지는 말자라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그저 '갑자기 찾아든 감기처럼 전혀 준비 없는 차에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작은 해프닝 정도'1로만 받아들이자라 말해주고 있지요. 헌데! 그냥 '아프니까 청춘이고, 멈추면 보일거야'란 뜬구름만을 잡아주는 게 아닌, '심한 감기를 앓고 있는 당신에게 주는, 하룻밤 자고 나면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독한 처방전'2을, 수없이 많은 감기 환자들을 지켜보고 치료해 주었던 자신의 경험을 담아 '행여라도 갑자기 불의의 일격을 당했을 때 KO패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3란 따뜻한 바램을 담아 '뉴욕의 직장인'들에게 건네어 주고 있는 겁니다.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우리가 성공이라 여겼던 것이 성공이 아니었듯, 우리가 실패라 여겼던 것이 실패만은 아니란 점이다.


- 이건범 著, 「파산」 중 이진순 희망제작소 부소장이 쓴 추천사 중. (p6)

 

 

【 self-employed 】

진짜 커리어의 위기는 해고 통보 자체가 아니라, 온실 속의 화초처럼 살다 보니 해고라는 작은(마치 독감 정도의) 변수에 전혀 대응책도, 나아갈 방법도 모른다는 점이다.(p32) …… 우리 대부분은 머슴같이 시키는 일을 하는 데 익숙하고, 주인(?)의 따뜻한 보호막 속에서만 있었기 때문에 위기 대처능력이 전무하다.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나갔다라는 혹한에 얼어 죽기 딱 좋다.(p42) 

흔히 'self-employed'를 '자영업자'로 번역해놓다보니, 으레 치킨집 사장님만을 떠올리게 됩니다만, 꼼꼼하게 따져 ('전문 경영인'이라 불리우는 '월급 사장'을 제외하면) 그룹의 회장들도 사실은 (영어 단어의 뜻을 따로따로 본다면, employer와 employee가 동일한) 'self-employed'의 상황인 거지요. 이 책의 저자 역시, 「나는 회사를 해고한다」라는 제목에서 보여지듯, 커리어의 칼자루, 즉 최종 의사 결정권을 자신 스스로가 쥔다라는 의미로 자신 인생의 'self-employed'가 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내가 지금 어떤 모습인가'가 아니라 '내가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가'다.(p50)

흡사 '고양 원더스의 성공 기적'이란 제목으로 도덕 교과서의 한 챕터 속에 소개될 법도 싶은 뻔한 이 구절을 '뉴욕의 직장인'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쓴 책이라, 「나는 회사를 해고한다」를 소개해도 될 듯 싶습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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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과에서 '인사관리'를 배우고 회사에 취직하니 '인사관리' 당하는 데 조금은 유용하더라,란 친구의 말이 사실은 매우 슬픈 말이었다라는 걸, 비록 경영학과 졸업생도, 대기업의 직장인도 아닌 그러하기에 예의 '뉴욕의 관광객'일 수밖에 없는 저의 마음 속에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떠나질 않았더랬습니다. 그게, 최소한 이 책을 읽고 쓰는 이 감상문에서만큼은, 한때 현실 속 모든 악의 근원으로 흔히들 말해졌던 '신자유주의의 폐해'때문이라는 하고싶지 않으며, 그렇게 말한다라는 게 어쩌면 자신/우리들의 면피를 위한 애꿎은 희생양을 찾는 무책임한 무리수였을지도 모르겠다는, 마치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것으로 자본주의 속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라 류동민 교수님 스스로 고백했던 바로 그 모순이 아닐까하는 생각마저도 하게 됩니다. 왜... 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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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노예는, 스스로 노예의 옷을 입고 목에 굴욕의 끈을 휘감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랍게도, 현대의 노예는 스스로가 노예라는 자각이 없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노예인 것을 스스로의 유일한 자랑거리로 삼기까지 한다.

- by Leloi Jones, 1968년, NY할렘.

​'뉴욕의 직장인'이건 '뉴욕의 관광객'이건... 이제껏 제가 살아온/살아가고 있는 '현실'에 대해 혹시!라도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건지, 정녕! 나는 내가 살아내고 있는 하루하루의 'self-employed'였었던 건지, 혹! '노예라는 자각'조차 없이 살아왔던 건 아니었는지 심각하게 반성해봐야겠다란 생각을 갖게 해주었던 독서였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이 책의 내용을 현재로선 그저! '뉴욕의 관광객'의 입장에서만 읽어낼 수밖에 없었었지만, 세상의 그 어떤 작용이 혹은 저 스스로의 어떤 면모가 저를 원해서건 혹은 원치않음에도 불구하고 '뉴욕의 직장인'으로서 탈바꿈 시킬지도 모르겠기에, 그런 저를 포함한 우리들의 삶이 부디 진정한 의미의 'self-employed'를 경험조차 해보지 못하고 끝내어지지 않기를 바래어(願) 본다라는 의미로, 현재 '뉴욕의 직장인'을 상대로 쓴 이 책의 일독(一讀)을 '불특정 다수'일 수밖에 없는 당신에게조차 권해본다라 쓰게 됩니다.  '인생'이란 단어 앞에 '아쉬운'이란 말을 쓰게는 될지언정 최소한... '억울한'이란 형용사는 붙지 않게 해야할테니까 말이죠.


노예가 노예로서의 삶에 너무 익숙해지면
놀랍게도 자신의 다리를 묶여있는 쇠사슬을 서로 자랑하기 시작한다.
어느 쪽의 쇠사슬이 빛나는가, 더 무거운가 등.

그리고 쇠사슬에 묶여있지 않은 자유인을 비웃기까지 한다.
하지만 노예들을 묶고 있는 것은 사실 한 줄의 쇠사슬에 불과하다.
그리고 노예는 어디까지나 노예에 지나지 않는다.

- by Leloi Jones, 1968년, NY할렘.


▶ 짧은 몇 마디 : 뻔해보이는 말이지만 꼭 기억하기! "The whole world steps aside for the man who knows where he is giong.(세상은 갈 길을 알고 전진하는 자에게 길을 비켜준다.)"4


함께 읽으면 좋을 책 :  이건범 著, ​파산

 

 

 

 

 


 

  1. 본문 p32.
  2. 본문 p27.
  3. 본문 p27.
  4. 본문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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