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택트 1
칼 세이건 지음, 이상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을 보는 순간, 당장 읽어봐야 겠어!란 흥분을 불러일으켜주었던 책 「외계지성체의 방문과 인류종말의 문제에 관하여」는 올해 출간되었으며, 바로 다음에 읽었던 「외계 생명체를 찾아서」는 2006년에 쓰여졌었었지요. --- 뭔가 주제를 이어가는 독서에 있어 거의 항상! 매우 운이 좋았었던 저의 경험은 이번에도 틀리지 않아, 가장 먼저인 1985년에 쓰여진 이 책 「콘택트」는,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 두 책들의 내용을 모두 담고 있는 그런 내용의 소설이었기에, 그 두 권의 책들을 미리 읽었었다라는 것이 이 책의 독서를 훨씬 더 즐거운 유희로 만들어주었으며, 결국엔 뭔가 총정리스러운 마무리를 지을 수 있게 해주더군요.


……………………………………………………………………………

인간의 기술이, 우주의 아무 행성에나 직접적 - 방문하거나 무인 우주선 등을 통한 시각적 확인 등 - 인 방법으로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확인해볼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지 못했다라면!!! --- 외계 지성체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런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 그들로부터의 (전파의 형태든 그 어떠한 것이든) 메시지 혹은 그들의 직접적 방문을 기다리는 것 밖에는 없게 됩니다. (이 소설에도 언급되고 있는) SETI1 프로젝트는 그렇게 외계로부터의 의미를 담고 있는 전파를 찾아내는 인류 노력의 일환이지요. 아직까지는 SETI를 통해서건 다른 노력을 통해서건, 외계 지성체로부터의 메시지라 여길만한 그 어떠한 의미있는 전파가 없었습니다만, 만약! 우리 지구의 인류가 외계로부터 그런 메시지를 받는다면, 그렇다면 어떠한 문제들이 발생되게 될까요? ---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이 쓴 이 소설 「콘택트」는 바로 그런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 외계 생명체는 존재하는가? 】


​"하느님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이 우주에 우연은 없다."2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밝혀내는 것이 과학자들의 몫이라면, 그들의 탐사는 철저하게 과학적인 추론을 거쳐 이루어져야 하겠죠. 이때의 '과학적 추론'에 대해 칼 세이건은  "가정(假定)은 반드시 분명한 물리적 현상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1권, p48)라 말하고 있습니다. --- 우리 은하 안에서 교신이 가능한 문명(文明)의 수 N을 구하는 공식인 <드레이크의 공식3> 역시 외계 생명체와 그들의 기술 역시 (우리 인류가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의) 자연의 법칙을 철저히 따라야 한다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칼 세이건도 참석했었던) 1971년 열렸던 외계 문명에 관한 학회에서 전파천문학자들은 이 N의 값이 100만 정도일 것이라 추정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N%3D%5Ccombi%20%5E%7B%20%5Cstar%20%20%7D%7B%20N%20%7D%5Ctimes%20%5Ccombi%20_%7B%20p%20%7D%7B%20f%20%7D%5Ctimes%20%5Ccombi%20_%7B%20h%20%7D%7B%20f%20%7D%5Ctimes%20%5Ccombi%20_%7B%20v%20%7D%7B%20f%20%7D%5Ctimes%20%5Ccombi%20_%7B%20i%20%7D%7B%20f%20%7D%5Ctimes%20%5Ccombi%20_%7B%20c%20%7D%7B%20f%20%7D%5Ctimes%20T%20

 

 

 

 

%5Ccombi%20%5E%7B%20%5Cstar%20%20%7D%7B%20N%20%7D%3A%5Cquad%20%EC%9A%B0%EB%A6%AC%5Cquad%20%EC%9D%80%ED%95%98%5Cquad%20%EC%95%88%EC%97%90%5Cquad%20%EC%9E%88%EB%8A%94%5Cquad%20%EB%B3%84%EC%9D%98%5Cquad%20%EC%88%98%5C%5C%20%5Ccombi%20_%7B%20p%20%7D%7B%20f%20%7D%5Cquad%20%3A%5Cquad%20%EA%B7%B8%5Cquad%20%EB%B3%84%EB%93%A4%EC%9D%B4%5Cquad%20%ED%96%89%EC%84%B1%EA%B3%84%EB%A5%BC%5Cquad%20%EA%B0%96%EA%B3%A0%5Cquad%20%EC%9E%88%EC%9D%84%5Cquad%20%ED%99%95%EB%A5%A0%5C%5C%20%5Ccombi%20_%7B%20h%20%7D%7B%20f%20%7D%5Cquad%20%3A%5Cquad%20%EA%B7%B8%5Cquad%20%ED%96%89%EC%84%B1%EA%B3%84%5Cquad%20%EC%95%88%EC%97%90%5Cquad%20%EC%83%9D%EB%AA%85%EC%B2%B4%EA%B0%80%5Cquad%20%EC%82%B4%5Cquad%20%EC%88%98%5Cquad%20%EC%9E%88%EB%8A%94%5Cquad%20%ED%96%89%EC%84%B1%EC%9D%B4%5Cquad%20%EC%A0%81%EC%96%B4%EB%8F%84%5Cquad%20%ED%95%98%EB%82%98%EB%8A%94%5Cquad%20%ED%8F%AC%ED%95%A8%EB%90%A0%5Cquad%20%ED%99%95%EB%A5%A0%5C%5C%20%5Ccombi%20_%7B%20n%20%7D%7B%20f%20%7D%5Cquad%20%3A%5Cquad%20%EC%83%9D%EB%AA%85%EC%B2%B4%EA%B0%80%5Cquad%20%EC%82%B4%5Cquad%20%EC%88%98%5Cquad%20%EC%9E%88%EB%8A%94%5Cquad%20%EA%B7%B8%5Cquad%20%ED%96%89%EC%84%B1%EC%97%90%EC%84%9C%5Cquad%20%EC%83%9D%EB%AA%85%EC%B2%B4%EA%B0%80%5Cquad%20%EB%B0%9C%EC%83%9D%ED%95%A0%5Cquad%20%ED%99%95%EB%A5%A0%5C%5C%20%5Ccombi%20_%7B%20i%20%7D%7B%20f%20%7D%5Cquad%20%3A%5Cquad%20%ED%96%89%EC%84%B1%EC%97%90%EC%84%9C%5Cquad%20%EB%B0%9C%EC%83%9D%ED%95%9C%5Cquad%20%EA%B7%B8%5Cquad%20%EC%83%9D%EB%AA%85%EC%B2%B4%EA%B0%80%5Cquad%20%EC%A7%80%EC%A0%81%5Cquad%20%EC%83%9D%EB%AA%85%EC%B2%B4%EB%A1%9C%5Cquad%20%EC%A7%84%ED%99%94%ED%95%A0%5Cquad%20%ED%99%95%EB%A5%A0%5C%5C%20%5Ccombi%20_%7B%20c%20%7D%7B%20f%20%7D%5Cquad%20%3A%5Cquad%20%EA%B7%B8%5Cquad%20%EC%A7%80%EC%A0%81%5Cquad%20%EC%83%9D%EB%AA%85%EC%B2%B4%EA%B0%80%5Cquad%20%EA%B8%B0%EC%88%A0%EC%A0%81%EC%9C%BC%EB%A1%9C%5Cquad%20%EC%A7%84%EB%B3%B4%ED%95%9C%5Cquad%20%EB%AC%B8%EB%AA%85%EC%97%90%5Cquad%20%EC%9D%B4%EB%A5%BC%5Cquad%20%EC%88%98%5Cquad%20%EC%9E%88%EC%9D%84%EB%A7%8C%ED%81%BC%5Cquad%20%EB%B0%9C%EC%A0%84%ED%95%A0%5Cquad%20%ED%99%95%EB%A5%A0%5C%5C%20T%5Cquad%20%3A%5Cquad%20%EA%B7%B8%5Cquad%20%EB%AC%B8%EB%AA%85%EC%9D%B4%5Cquad%20%EC%A1%B4%EC%86%8D%ED%95%A0%5Cquad%20%EC%88%98%5Cquad%20%EC%9E%88%EB%8A%94%5Cquad%20%EA%B8%B0%EA%B0%84%5Cquad%20%5Cquad%20%20

 

 

 

  

 

(지적 능력을 소유하고 있느냐의 여부를 떠나) '외계 생명체의 탐색이란 본질적으로 관찰만이 되풀이되는 판에 박힌 작업(1권, p75)'이었었기에, 관련 과학자들 중에서조차도 '외계인은 존재하지 않으며 혹시 존재한다 해도 너무 드물고 너무 멀리 있어 탐지가 불가능하다'(1권, p71)라는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 또한 분명 존재한다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의 주인공인) 전파천문학자 엘리 애로웨이 박사는 ('드레이크 방정식'이 말하고 있는 바 그대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행성들이 있었고 생물학적 진화가 일어나기에 충분할 만큼의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은하계에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인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기란 어려웠다'(1권, p65)라, 설혹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음이 확인된다 해도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지구상에 살고 있는 생명체가 얼마나 귀중하고 희귀한 것인지 확인하는 의미'(1권, p85)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외계 생명체의 존재에 대한 연구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라 주장하는 인물이었습니다. --- "존재한다는 증거의 부재가 곧 부재의 증거는 아니다!"


 

 

 

 

【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그들은 우리 인류보다 더 높은 지능/진보된 문명을 가지고 있을 것인가? 】


'송신'이 아닌, 단지 '수신'의 단계에서만 외계 생명체를 탐색할 수 있는 지구의 인류에게 만약! 외계 문명이 전파의 형태로 어떠한 신호/메시지를 보내려 한다면?이란 의문에 대한 '과학적 추론'의 과정 --- <'바보, 멍청이와 이야기하려면 바보, 멍청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1권, p49)으로 말을 걸어올 것이다.4 → 과연 그들은 어떻게, 즉 어떤 주파수를 선택해 우리에게 말을 걸어 올까? → (그런 목적의 주파수의 선택함에 있어) 양쪽 모두가 알고 있는, 분명한 물리적 현상으로 확인된 과학적 지식은 과연 무엇인가? →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원자가 무엇인지는 양측 모두 알고 있으며, 그 해답인 중성 원자 수소가 특징적으로 흡수 또는 발산하는 전파 스펙트럼은 무엇인가?> --- 을 통해 엘리가 소장으로 있는 아르고스 연구소는 중성 원자 수소의 1420 메가 헤르츠 주파수 스펙트럼을 통해 외계 생명체와의 교신이 가능할 것이라 보게 됩니다.5 하지만 여기서!!!


제일 불안한 문제는 외계 생명체가 의사소통을 시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물론 그럴 능력은 충분하겠지요. 하지만 렇게 하지 않는 거예요.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건 마치 이 개미들6 같은 거지요. 개미들 역시 세상의 일부를 이루고 있어요. 아주 바쁘게 살아가지요. 나름대로 주위 환경에 대해서도 잘 인식하고 있고요. 하지만 우리는 개미들과 대화를 나누려 하지 않잖아요. 아마 그래서 개미들은 사람에 대해 전혀 알고 있지 못할 거예요.(1권, p60)

우리 인류가 외계 생명체의 존재와 정체에 대해 매우 궁금해하고 있기에, 그 상대방 역시 우리에 대해 궁금해할 것이다라는 추론을 기막힐만큼 멋지게 박살내어주는 논리 아닙니까? 이 부분을 읽고 나니, 저 역시 바로 이러한 이유로 우리 인류가 아직까지 (존재는 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외계 문명과의 교신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란 판단을 하게 되더군요. 암튼!!! --- 우리가 하지 못하고 있는 '송신', 그리하여 오로지 '수신'에만 의존할 뿐인 지구 문명에게, 전파의 형태로 신호/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문명이라면 그들은 분명 우리보다는 더 진화된 지능을 가지고 있다 보는 건 당연한 결론이 되는 겁니다.  



【 외계 생명체로부터의 초대 】


외계 생명체를 찾아낼 / 찾아갈 수 있는 능력이 아직까지는 우리 인류에게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외계생명체 스스로 자신의 존재와 위치까지를 우리에게 알려준다면? 게다가 자신들을 찾아올 수 있는 방법까지를 알려준다면 과연 어떤 일들이 생겨나게 될까요? --- 어느 날 갑자기, 직녀성으로부터 규칙적인 전파가 송신되어 옵니다. 이러저러한 우여곡절과 난관을 뚫고 드디어 엘리는 그 전파가 직녀성으로부터의 초대장이라는 사실을 발견해내게 되지요. 그 초대장 속에는 어떠한 수단을, 어떻게 제작해 자신들에게 와야하는지까지 담겨져 있습니다. 자! 지구는 이 초대에 응해야 하는 걸까요?


"사형선고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게 만드는 모양이었다."(1권, p252)


미국과 소련은 각각 내부적으론 외계의 초대에 응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만, 그들이 보내어준 설계도에 나타나있는 미지의 기계를 만들어 내기 위해선 막대한 재정과 공동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했었었지요. 결국! 양국은 당시 그들이 한창 벌이고 있었던 군비 경쟁을 멈추기로 합의하고, 드디어 그 기계의 제작에 돌입하게 됩니다. 그런데 말이죠! --- 과학자의 본성과 정치인의 본성은 분명 다른 것인가 봅니다.


외계인이 보내온 그 설계도가 만약 '트로이의 목마'라면?이라는 의문에 정치인들에게서 제기됩니다. 엄청난 노력과 막대한 비용을 들여 만들어 낸 그 기계를 작동시키는 순간 지구가 폭발한다던가 하는, 즉, '이제 막 발전해서 우주로 나오는 문명을 억압하기 위한 그들 나름의 방법'(1권, p261)이라면 어떡하느냐라는 것이죠. 이러한 추론 하에 일부 정치인들은 차라리 외계로부터의 메시지 수신 자체를 중단해버리자라는 의견까지도 주장하게 됩니다. 이에 대해 과학계는 --- 지구와 외계의 대립은 '서로 비슷한 처지였던 그리스와 트로이 사람들의 싸움이 아니다'(1권, p263), '이것이 트로이의 목마라는 생각 자체가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얼마나 먼지를 잘 보여준다'(1권, p266)라며 반론을 펼치지요. 결국엔 우리가 가지 않으면 그들이 올 것이다라는 논리의 승리로 외계가 보내온 설계도는 제작에 들어가게 되었거늘, 여기서 또!


미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던 소련은 미국이 이 기계 제작의 주도권을 쥠으로써 어떤 전략적 우위를 차지하게 되지나 않을까하는 걱정을, 미국은 소련의 과학 기술이 비약적 발전을 하지나 않을까하는 우려를 하게 됩니다. 게다가 --- 제작에 소요되는 비용의 분담은 어떻게 정할 것인가, 제작 과정의 총괄 관리는 누가 할 것인가? 제작 장소는 어디로 할 것이냐? 등으로부터, 오로지 다섯 명만이 탑승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 그 기계에 과연 어떤 구성의 인종과 성별의 조합을 하여야 하느냐, 미국은 과연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등등 여러 정치적인 문제들이 제기되게 되지요. 그 뿐만이 아닙니다.   


기계 제작이 완성되는 순간이야말로 지구 종말의 순간이라는 사이비 종교들의 주장에서부터, '과학자가 악을 행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과학의 안전장치는 무엇이요?'(2권, p62)라는 보다 심오한 의문까지, 이 미지의 기계 제작에 대한 세상의 우려와 반대는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과학'을 공격해 옵니다. 


·

·

·


소설은 이후, 그 기계의 제작이 완료되었고 결국엔 직녀성을 탐사하고 돌아오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는데 --- '외계 문명과의 만남에 대한 여러가지 가정'을 그려내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흥미진진함과 놓쳐서는 안 될 함의들을 담고 있는 1권과 달리, 기계의 발사 버튼이 눌러진 이후의 상황들을 그리고 있는 2권에서는 갑자기 뭔가 이야기의 힘이 쭉 빠져버리고 맙니다. 게다가! 원주율 π로 우주의 비밀을 풀어내는 결말은, 좁게 보자면 <믿거나 말거나>류에서나 볼 수 있을 '고대 문명 속 외계인의 흔적'으로 해석될 수도, 가장 크게 본다면 결국엔 '창조주로서의 신은 존재한다'라는, 흡사 과학이 종교에 두 손들고 항복하는 듯한 뉘앙스를 띠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지요.


우주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그 원은 말하고 있었다. 어떤 은하에 살고 있든 원의 둘레를 지름으로 나누어 충분히 계산하고나면 소수점 몇 킬로미터 아래쪽에서 또다른 원을 발견하는 기적을 만나는 것이다. …… 그건 이미 여기 있었다. 모든 것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 이 우주의 구조 속에, 물질의 본성 속에 마치 위대한 예술 작품이 그렇듯이 조그마하게 예술가의 서명이 담겨 있는 것이다.(2권, p304)

……………………………………………………………………………

​1권의 219페이지부터 시작되는 '과학의 종교에 대한 반박 그리고 종교의 과학에 대한 재반박'이 어쩌면 이 소설이 단지 외계 생명체의 존재여부를 확인하고자하는 과학의 노력을 그리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더 깊고 커다란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 대해 미리 암시해주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다 읽고나니 해보게도 되더군요. --- 고도로 발달된 외계 지성체가 존재하고 있음을 직접 확인하고 지구로 돌아온 엘리는 자신이 경험한 현실에 대해 결국 다음과 같은 종교적 해석을 내립니다.


상황은 얼마나 종교적으로 되었나. 하늘에 사는 생명체, 방대한 지식과 권력을 보유하고 우리의 생존에 대해 염려하며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의 문제에 분명한 기대치를 가진 생명체가 여기 존재한다. 그런 역할을 부인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들에게는 지구상의 초라한 인류를 상대로 보상이나 처벌, 삶과 죽음 등을 결정한 능력이 충분하다. 도대체 이것이 과거의 종교와 다른 점은 무엇이란 말인가?(2권, pp219-220)

예의 이 질문에 대해 칼 세이건은 '증명 가능성'을 그 해답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만, 과연 책 속의 이 해답이 여전히 종교적인/종교의 테두리 안에 있는 것인가에 대해  (이 질문에 리처드 도킨스는 어떤 대답을 할까?가 궁금해졌을 뿐) 저로서는 어떤 정해진 판단을 내리지는 못하겠습니다. 다만!!! 


·

·

·


<조물주(造物主)로서의 '신'>과 <우리의 운명을 자신들의 의지대로 결정지을 수 있는 '외계 문명'>이라는, 분명! (논쟁의 여지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별개의 개념이겠으나, 피조물이며 절대 약자인 우리 인류의 입장에서 보자면 아무런 차이가 없다 말할 수도 있을 두 '권력'에 대해 :  "이러한 연구는 무엇보다도 우리 지구를 더 잘 이해하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바라건데 우리가 지구를 지키도록 도와줄 수도 있을 것이다."라는 「외계 생명체를 찾아서」의 결론이 인간의 능동적 역할을 강조하는 것으로 '신'과 '외계 문명'간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라면 --- 이 책  「콘택트」(의 1권 2부의 시작)에 인용되어 있는 다음의 구절은, 아예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차원의 영역에 '신'을 올려놓음으로써 결국엔 (과학자인 칼 세이건이 이러했으리라 섣불리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신의 존재에 대한 증명 가능성의 의문' 자체를 폐기해버리는 또 다른 방식의 해답을 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라는 수준으로(까지만) 이해하게 됩니다.  


전능한 교시는 우주 구조 속에서 과학의 원칙들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이 연구하고 흉내낼 수 있도록 했다. 그건 마치 <이 행성의 거주자들, 감히 이 행성이 자기 것이라고 떠드는 이들에게 '난 인류가 살 수 있도록 지구를 만들었고 과학과 예술을 가르치기 위해 별이 가득한 하늘을 마련했다. 이제 인류는 만족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내 자비로움으로부터 서로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점을 배울 수도 있으리라'라고 말하려는 것>과 같다. --- 토머스 페인의 「이성의 시대(1974)」 중.

​'외계인의 존재'에 대해 더 나아가는 독서를 할 생각은 없었었거늘, 이 책의 (뭔가 좀 찜찜한) 결론은 '번외편'격의 책을 다음의 독서로 꼽게 만들어 주네요. ---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 The Magic of Reality : How We Know What's Really True」이라는 책을 통해 또 다른 의미에서! '신의 존재에 대한 증명 가능성의 의문'자체를 폐기시켰던 리처드 도킨스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을까요? 그 책을 통해 제 이해의 한계가 조금이라도 더 넓어질 수 있을까... 가 은근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들 :

- 최준식 · 지영해 共著, 외계지성체의 방문과 인류종말의 문제에 관하여

 

- 프랑수아 롤랭 著, 외계 생명체를 찾아서


 


 

  1.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2. 피에르 불 作, 「혹성탈출」에서 인용.
  3. 「외계 생명체를 찾아서」p37.
  4. 영화 <어벤저스>를 보면 토니 스타크가 배너 박사를 향해 'Speak ENGLISH!'라 소리치는 부분이 종종 나오는데, 이 말의 의미가 바로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말해달라라는 것이지요.
  5. 이 결론 자체도 흥미롭지만, 바로 이 추론을 이용해 만날 지점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은 사람을 엘리가 찾아내는 과정은 그야말로 꿀잼!
  6. 「외계지성체의 방문과 인류종말의 문제에 관하여」에서 최준식 교수도 '개미'의 예시를 통해 인간의 차원과 외계인의 차원을 설명하였었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