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지성체의 방문과 인류종말의 문제에 관하여」가 ('외계 생명체란 게 어딘가에 있기는 할 꺼야' 수준의 독자였던 제가) 선뜻 받아들이기엔 지나치게 앞서 나간/쇼킹했던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었다라면, 이 책 「외계 생명체를 찾아서 그와는 완전히 반대로, 우주과학자에 의해 쓰여진, 그야말로 과학적 시선에서 단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은, 객관적 사실에 대한 서술들만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이는 곧 --- 그 내용이 (뭔가 너무 뻔한 그리고 딱딱한 이야기로 읽혔다라는 점에서) 그리 흥미롭지는 않았다라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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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자답게 저자 프랑수아 롤랭은 우선 '생명체란 무엇인가? 생명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라는 매우 기본적인, 하지만 우리가 쉬이 간과하고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것으로 논의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개체가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환경과 함께 물질·에너지를 교환하고 번식하며 자연 선택에 따라 그 종(種)이 진화할 때 그 개체를 두고 살아 있다고 말한다.(p57)
'생명'이라는 것에의 자연과학의 정의(定義)는 이처럼 뭔가 복잡하더군요. 하지만! 이 복잡한 설정의 정의에도 한계랄까, 문제랄까하는 것이 있습니다. 현재의 우리에게 확실한 실례(實例)로 주어져 있는 생명체라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지구 생명체밖에 없기에, 외계 생물학에서 사용가능한 '생명의 정의' 역시 어쩔 수 없이 지구 생명체를 기준으로 삼을 수 밖엔 없다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지요. 본문 속에서 보여지는 이러한 아쉬움을 보완해주려는 듯, 그 한계에 대한 --- 앞서 읽었던 「외계지성체의 방문과 인류종말의 문제에 관하여」의 감상문에서 제가 "우리가 이 광활한 우주의 수도 없이 많은 행성체들에 굳이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는 생명체'와 비슷한 생체구조를 지닌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완전히 다른 환경에 적합한, 완전히 다른 차원의 생명체가 존재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라 적었었다라는 것에 한 번쯤은 은근 우쭐!해봐도 될만한 --- 서술이 이 책의 <해제>에 등장하고 있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아는 유일한 생명체는 지구 생물이기 때문에 외계의 생명체도 지구의 생명체와 같은 생물학적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가정 아래 그들에게도 우리의 생물학을 적용해왔다. 이 가정이 옳았는지 아닌지 또한 밝혀질 것이다. 우주 어느 곳에 산소 대신 암모니아를 호흡한다거나 물대신 술을 마신다거나(꺄오!) 광물을 먹고 산다거나 하는 생물이 있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pp10-11)
이러한 보충 설명이 있긴하지만 안타깝게도(?) --- 과학자에 의해 쓰여진 이 책(의 본문)은 예의, 이러한 가능성을 일단은 배제한 채, 온전히 '확실하게 밝혀진 것'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은 채 쓰여져 있습니다. 저자 역시 이러한 질문을 던져보고는 있습니다만, 그 해답에 이르러서는 예의 현재까지 밝혀진 과학의 테두리를 정확하게 지켜내고 있다라는 거지요.
외계 생명체도 상당한 다양성을 보일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처럼 다양하더라도, 지구 생명체의 세포에 해당하는 공통된 단위는 외계 생명체에게도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분자 차원은 어떨까?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는 … 액체 상태 물에서의 탄소의 화학에 기초하고 있다. 생명체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상상해볼 수 있을까?(p101) …… 외계 생물학자들은 외계 생명체가 (지구 생명체와 동일하게) 탄소에 기초하고 액체 상태의 물을 사용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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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 다음 날, 온갖 쓰레기로 가득차 있는 드럼통에 고여 있는 약간의 물 속에 수많은 올챙이들(같이 생긴)이 헤엄치고 있는 걸 보며, 정말로 '생명'이란 신기해 죽겠는 거구나란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개구리가 낳은 것이라고 밖엔 결론지을 수 없겠지만, 공장 지대의 도로가에 놓여 있는 드럼통에 난데 없이 개구리가 나타나 그 낮지 않은 높이를 점프해 올라가 산란을 했을 것이다란 추측이 여전히 선뜻 믿기 어려운 건 사실이지요.) 이와 똑같은 구조의 논리로 --- (예의, 외계 생명체 역시 지구 생명체와 동일한 생체 구조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 아래에서) 저자 역시 외계 생명체, 그것도 지성을 갖춘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라는 것에는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습니다만,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지도/는 않습니다. (이 상호배타적인 서술은 '매우 희박'이라는 표현과 '매우 높다'라는 상반된 의미의 표현이 동시에 쓰여지고 있는 다음의 인용에서 극명하게 보여지고 있지요. 아래의 서술은 사실 '외계 생명체는 지구 생명체와 동일한 생체 구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라는 전제를 포기할 때에만 동시에 성립가능해지는게 아닐까하는 의문이 들기는 합니다. 어쨌든! 아래의 서술을 좀 더 명확하고 간단하게 표현해낸 것이 바로 "증거의 부재가 곧 부재의 증거는 아니다"라는 칼 세이건의 표현이라 생각됩니다.)
지구에 생명체가 출현하여 우리가 가장 발전된 생명체라고 (조금은 지나치게 자주) 생각하는 인간으로 진화할 때까지 일어난 일이 외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결론지어 말할 수는 없다. 지구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결과를 낳기 위해 필요한 모든 과정이 일어날 가능성은 아마도 매우 희박할 것이다. 그러나 드레이크의 공식에서처럼 우주의 광대함과 우주에 존재하는 별의 수를 적용했을 때 그 답이 제로는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우주에서 유일하게 생각을 하는 존재가 우리 인간만이 아닐 가능성은 매우 높다.(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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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은 분명 존재하며, 이미 그들와 인간 사이의 혼혈(hybrid) 뿐 아니라 인간의 외양와 비슷한 2차 혼혈종(hubrid)까지 우리 속에 침투·정착해 있을 것이다라 (과감히!) 주장했던 「외계지성체의 방문과 인류종말의 문제에 관하여」와는 달리, 이 책은 '태양계에서 기술적으로 진보한 지적 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은 지구가 유일한 것으로 보인다'(p130)라는, 사뭇 이 책을 펼치기 전 이 책에 대해 가졌었던 (뭔가 또 다른 쇼킹함을 바래었던) 저의 기대에는 부합하지 않는 실망스러운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망은 사실 '이 책은 외계 생명체에 관한 과학 연구 분야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기술한 것이다'(p20)라는 책의 목적을 제가 이해하지 못한 채 단지 '외계 생명체를 찾아서'라는 제목에 혹해 선택했던 저의 판단 미스로부터 기인된 것이기도 하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연구는 무엇보다도 우리 지구를 더 잘 이해하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바라건데 우리가 지구를 지키도록 도와줄 수도 있을 것이다."(p22)
라는 저자의 일성은 또한 --- 앞서 읽었던 「외계지성체의 방문과 인류종말의 문제에 관하여」가 보여주었던 결론과도 결국엔 일맥상통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인류보다 월등한 문명을 지닌 외계인의 침공에 의해 우리 지구가 멸망하게 될 확률보다는 확실히!!! (「캡틴 선더볼트」에서도 볼 수 있었듯!) 우리 인간들 스스로에 의해 이 지구가 멸망하게 될 확률이 훨씬 더 높은 건, 아무래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테니까 말이죠.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들 :
- 최준식 · 지영해 共著, 「외계지성체의 방문과 인류종말의 문제에 관하여」
- 피에르 불 作, 「혹성탈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