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선더볼트 1
아베 가즈시게.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민음사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세상에 태어나, 아주 작은 것으로나마 이 세상을 변화시켰다라면 그 인생은 성공한 것'... 이라고 어느 유명인이 말했(다고 라디오에서 들었!)다더군요 이 기준에 비추어보아 지금까지로 한정지어 본 제 인생은 성공일까, 아님 실패일까?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 '내가 만들어낸 세상의 변화'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지 않으나, 이 세상에 종원군(이라는 새로운 생명)을 태어나게는 했으니, 그 녀석이 (더 길게는 저의 손주 중 누군가가) 훗날 혹여라도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킨다라면, 그 변화의 실현을 가능케 한 '근원적인 시작'의 자격으로 '내 인생은 성공이었구나'라는 결론을, 그렇게 매우 매우 사후(事後)적으로나마 부여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아직까지는 --;;) 해볼 수는 있지 않겠느냐라는, 뭐 겸손도 아니며 그렇다고 제 삶을 '실패의 완료형'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아닌, 그런 대답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거... 늘!

그처럼 '아주 작은 변화'조차 만들어냈다라 말하지 못하는 '나'에게 어느 날 --- '나의 결심'만이 이 세상을 멸망으로부터 구해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상황이 생겨난다면? 거기에 더해, 그 결심의 실천은 현재 내가 처해 있는 각종 어려움들까지도 말끔하게 해결해줄 수 있다라는 현실적 매력까지 가지고 있다라면? 그렇다면 '나'는 과연 그 (위험한) 일에 뛰어들게 될/수 있... 을까요?

뭔가, 짬뽕국물에 간짜장을 말아놓은 듯한, 현실의 나에게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상황 속에 '나'를 주인공으로 대입시켜보는 것이, 우리가 소설을 읽으면서 얻을 수 있는 (오락의 기능이 강조된) 하나의 효용이 될 수 있다라면 --- 네! 「캡틴 선더볼트」라는 만화적 제목에서도 보여지듯 이 소설은, 등장인물들 스스로조차 믿지 못할만큼의 비현실적인 상상을 읽는 이로 하여금 한바탕 펼쳐볼 수 있게 해줍니다. 그것도... 덥고 습해 죽겠는 이 시점에 읽기 딱! 좋을만큼 재미있게 말이죠.


이건 또 무슨 전위 예술 무대란 말인가. 이노하라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중심지에서 떨어진, 한적한 주유소에서 한밤중 택시가 전복되고 운전수가 거품을 물고 쓰러진 가운데 일본도(日本刀)를 든 외국인이 스마트폰으로 말을 걸고 있다. 평범한 가장이었던 자신이 처한 현실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1권, p91) …… 하지만 믿기 힘든 일들은 어제오늘 발에 채일 만큼 발생했고, 현재도 1초가 멀다하고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카기 슌과의 감동적인 조우도 그냥 그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다.(1권,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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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병'이라는, 치사율 70%의 무시무시한 전염병을 기본 소재로 하고 있는 이 소설은, 아직 완전히 끝났다!라 말할 수 없는, 얼마 전까지만해도 온 나라를 뒤숭숭하게 했던 '메르스'라는, (이게 존재한지는 오래되었다 할지라도, 일반인들에게는 일종의 '신종 질병'으로 받아들여지는)  전염병을 겪었던 대한민국에 두 발을 딛고 사는 저(뿐만 아니라 이 소설을 읽어본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순간순간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하는 장면들을 적잖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독감으로 연간 10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뉴스에 나도 사람들은 별로 주목하지 않지만, 신종 플루로 단 한 명이 사망했다고만 해도 큰 난리가 나거든. 사람을의 관심과 공포는 기사의 분량에 영향을 받고 뉴스 기사는 새로움과 희소성에 영향을 받 …… (1권, p216)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지요. 게다가/심지어 이는 질병 뿐만이 아닌 사회의 일반현상에도 또한 그대로 적용된다라고도 생각합니다. (새로움과 희소성이라는 측면에서보자면 새롭지도 희소하지도 않은) 운전자의 단순 과실로 발생한 고속버스 추락으로 인해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교통사고보다는, 최고급 승용차 속에서 중년 남성과 미모의 젊은 여성이 벌거벗고 숨진 채 발견된 (그야말로 새롭기와 희소함에 있어 더할 나위 없을) 사건이 더 많은 후속기사들과 세간의 입방아에 훨씬 더 자주 그리고 오랫동안 오르내릴테니까 말이죠. 그렇다면... 이런 대중들이 보여주는 관심의 쏠림 현상은 정녕 욕을 먹어야만 하는 걸까요?    

"야구에는 역전이 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는 그런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2권, p230)

​바로 전에 읽었던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의 감상문 마지막에도 썼었던, 우리의 일상엔 그와 같은 '신기한'이란 형용사를 붙일만한 일들이 거의 생겨나지 않는다라는 걸, 이 소설은 위와 같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역전(逆轉)이 없는 (내) 삶의 중간에 마주치는 (타인의 삶에 발생된) --- 캐내고 들억봐야 별다른 역전/반전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고속버스 사고보다는, 뭔가 역전/반전에 역전/반전을 거듭하는 상황이 펼쳐질 듯한 승용차 속 두 남녀의 사건이 대중의 관심을 더 많이 받게 되는 이유는, 그리하여 이러한 관심의 쏠림을 사실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라 말하는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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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은 가볍게 읽어낼 수 있는 독서를 하고 싶다'라는 저의 바램을 기가 막히게 이루어준, 두 권으로 되어 있기는 하나, 4-5시간 정도만 계속 앉아있을 수만 있다면 다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게 전개되는, 여름이면 신문 지상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휴가지에 가지고 갈'류에 한 자리를 내어주기에 전혀 모자람 없는 소설이었습니다. 머릴 쓸 것도 없고, 복잡한 추리를 요구하지도 않는, 저처럼 노트북 펼쳐놓고 중요 문장들을 타이핑해가며 읽지 않아도 될... 걍 '악을 무찔러내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인 이 소설에는 그.런.데. 말이죠!!!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는 문장들이 간헐적으로, 헌데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등장하고 있었습니다. ​이 소설을 읽고 쓰는 감상문을, 소설의 줄거리에 대한 것으로 쓰기보다는 그 문장들을 옮겨놓는 것이 훨씬! 더 의미 있겠다란 생각을 하게 해주었을만큼 말이죠.

"일이 터졌을 때,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선택을 해야만 돼. 대책을 세우든, 아무것도 안 하고 어떻게 되나 지켜보든.(1권,p88) …… (일반적으로는) 하고 나서 욕먹느니 아무 짓 안하고 모르는 척하는 게 나아."(1권, p98) ---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서 저자 아툴 가완디는 현대의 의사들은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는 환자에게 그 어떤 치료를 하더라도 그를 되살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안했다'라는 사후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라는 증거로(남겨놓기 위해) 아무 의미없는 과잉치료를 행한다라 쓰고 있었습니다만... 우리가 현실에서 보곤하는 장면들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혹은 정말로 어찌해야할 지 모르는 것인지 파악이 되지 않는 (상징적 표현으로서의) '칼을 쥐고 있는' 자들인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그럼에도 (스스로는 억울하다라 말하는) '그들' 역시 이렇게 항변을 하곤 합니다. '썅! 우리도 칼을 휘두르긴 했다구! 근데, 휘두른 방향이 잘못되었을 수는 있어.'    


"사람은 자랑거리가 있으면 어떻게든 보이고자 하는 성질이 있다. …… 이 세상의 시장 원리도, 인간의 행동도 '남에게 자랑하고 싶다'라는 욕구에서 생기는 것이 아닐까."(1권,p135) ---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러하기에 이 '사회'라는 곳에서 제가 만나보게 되는 사람들의 누적숫자가 쌓여갈수록, 점점 더 확신을 가지게 되는 몇몇 생각들이 있지요. 예를 들어, 'Veblen effect'라든가, 'Snob effect', 'Bandwagon effect'등처럼 정통 경제학의 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이 바로 그러한 것들에 속해 있거늘, 이 소설은 그러한 점들을 위처럼 간단하게 정리해주고 있더군요. (마침!!! 요즘의 제가 지겹게 겪고 있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징그러울 정도로... --;;)


"인생을 살면서 즐거운 일은 불법이거나 반도덕적이거나 혹은 살찌기 쉬운 일이다."(1권, p372) --- 'If anything can go wrong, it will,' 머피의 법칙의 원문은 이처럼 간단합니다만, 이로부터의 응용은 그야말로 '발에 채일 정도로' 많지요.1 이 소설에 등장하는 버젼의 위 머피의 법칙 역시... 저 개인적으로는 부인할 수 없다라 생각합니다. 그런 점이 또한... 현실에서는 행할 수 없는/행해서는 안 된다라 스스로를 옥죄고 있는 '즐거운/불법적인/비도덕적인' 일들이 (자유롭게!) 펼쳐지고 있는 '소설'이라는 문학장르의 생명력이 절대!로 꺼질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될테구 말이죠. 


"힘을 내야지, 하는 소리와 함께 그런데 언제까지,하고 묻는 날카로운 소리가 마음속을 울렸다. 나는 언제까지 힘을 내야 하는 걸까?"(1권, pp385-386) --- 힘들어 하고 있는 이에게, '조금만 더 힘을 내봐'라는 누군가의 위로가 사실은 가장 잔인한 말이라 생각한다라 여러 번 적었었던 저로서는 ... 위의 표현을 읽는 순간 '지금 이 순간엔 소주!'라 외치고 싶었었더랬습니다. 49.195Km를 내내 뛰어야 하는 마라톤보다도, 끝이 없는 길을 걷는/걸어야 한다라는 것이 훨씬 더 고통스러운 일이잖... 아요. --;;


"오랜 세월, 온 국민이 존재하지도 않는 것에 이리저리 휘둘려 온 것이지. 그렇기 때문에 기관 관계자들은 대동단결해서 은폐 공작을 반복적으로 펴 온 거고."(2권, p141) --- 일본 작가가 쓴, 가벼운 오락 소설에 등장하는 문구, 그저 그 뿐... 인걸로 하기로 하죠.


"가이노이드 지방에 주목하라! …… 여자의 가슴과 엉덩이, 허벅지를 구성하는 가이노이드 지방은 여자들만의 것이며, 욕망에 불타는 수컷들로서는 그것에 안달할 수밖에 없다."(1권, p7) --- ​에 또, 뭐... '안달할 수밖에 없다'라 잖아요. 말 그대로 수컷들로서는 눈에 보이는 가이노이드 지방에, 그야말로 '주목하는 것'이외의 선택의 여지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니까요!!! (다만! 이 ⑥번을 ③번과 결합시키려하는 게 문제일 뿐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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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가벼운 오락 소설인 작품입니다.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던 인물들이, 일단(一團)의 '히어로들'이 된 듯 무려! 온 인류를 구해낸다는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그런 줄거리를 적어놓는 것으로 이 작품에 대한 감상문을 쓰고 싶지는 않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분명 가지고 있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그러하여!!! --- 이 <파워 레인저>스런 제목의 소설에, (너무도 흔히 쓰여지고 있으며, 저 역시 자주 쓰고있는) '공감'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준 모종의 장치, 어쩌면 이 소설을 존재하게 한 원동력이라고도 생각되는/표현될 수 있겠는 한 문장을 적어놓는 것으로, 하지만/또한 그 '공감'와 '원동력'에 대한 일언반구 역시 전혀 쓰지 않는 것으로, 줄거리에 대한 언급 없는 '소설에의 감상문'을 마무리 짓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 싶네요. (암튼 뭐... 이 문장에 여전히 순간적으로나마 마음이 찡~해졌던 걸 보면 저... 아직은 좀 젊.은.가. 봅! ^^;;)


 

   
 

"무난하게 사는 게 행복한 거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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