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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진정한 가치를 찾아가는 유쾌한 로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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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책의 뒷표지에 쓰여져 있는 이 짧은 문구에, 확실히 고개를 끄덕이게는 됩니다... 만! 솔직이 말해 이 마지막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모두가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었더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끝이 좋으면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다 잊혀진다'라는 말처럼, 이 길지않은 소설의 마지막 순간은 그 과정에서 가졌었던 이런저런 불만들을 사뭇 그야말로 '깨끗이' 지워내주더군요. 저만의 느낌일지도 모르겠으나, 이 줄거리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상큼한 결말이 아닐까 싶었다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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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과 (심지어 표지색마저도) 비슷해보이는, 하지만 읽어가다보면 일견.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어렵지 않게 떠올리게도 되는 형식과 내용의, 또한 주제의 일부만 보자면 델핀 쿨랭의 「웰컴, 삼바」와도 통하는 소설입니다. 그렇게 복잡할 듯 하나! --- (그리 무겁지는 않은 내용과 주제의 책일 것같다는 짐작에 맞게) 이 이야기는 다음의 두 줄, 더 간단하게는 굵게 표시되어있는 네 개의 키워드로 거의 모든 것이 표현될 수 있기도 하지요.
파텔은 가만 생각해 보니 여행 내내 자신에게 운이 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아흐레 동안 놀라운 여행을 했다. 그에게 이 세상엔 다른 것들이 존재하며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 바뀔 수 있음을 가르쳐준 내면 여행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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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열광하는 코드인) <총알탄 사나이>류의 유머와, 거기에 더해진 때로는 자연스런, 하지만 거개는 좀 억지스런 작위들이 연결되어가는 동안, 주인공 파텔이 자신의 고국인 인도에서 출발해 '프랑스 - 영국 - 스페인 - 이탈리아 - 리비아 - 프랑스'를 (「80일간의 세계일주」의 주인공 포그 씨처럼! '여행'이 아닌) '방문'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우선! 주인공 파텔이란 작자가 어떤 인물인지 볼까요?
그는 자신을 '직업적 고행자'라 스스로 소개합니다. 하지만! 여기서의 '고행자'란 우리가 예상하는, 뭔가 종교적으로 득도(得道)의 경지에 이르른 신비스런 인물이 아닌 --- "본모습과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건 파텔의 직업이기도 했다."(p13) / "파텔은 라자스탄 전체에서 …… 갖가지 눈속임으로 꽤 유명인사였다."(p16) 등으로 표현되고 있는, 그러니까 '통증 따위 느끼지 않는 척하는'(p49)것만이 거의 유일한 직업적 능력/밑천이 되는, 그리하여 결국 '진실을 말하지 않고 거짓말을 둘러대는 것'이 두 번째 천성이나 다름없는 것이 되어 있는, 한 마디로 사기꾼이었지요. 게다가! 그런 그가, 프랑스의 파리에 있는 IKEA 매장으로, (매트리스가 아닌!) '못으로 되어 있는 침대'를 사러 온 것 역시 그런 '사기'의 일 과정이었던 것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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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파텔이 프랑스에 밀입국한 것은 아니었으나, 어찌어찌하여 그는 '수단'에서 온 밀입국자들과 한동안 길을 같이 하게 되는데, 이 때! 지중해의 '못사는 쪽'에 속하는 나라인 수단에서 온 '비라지'라는 이름의 밀입국자가 털어놓은 이야기로부터 파텔이 받게 되는 '전기적 충격'은, 훗날 그의 생(生)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됩니다.
수단 출신의 비라지는 소위 '잘사는 나라'에서 인생 역전 기회를 잡기 위해 가족들을 남겨둔 채 먼 길을 떠나온 것이었다. 그가 밀입국자 신세가 된 건 빈곤과 기아가 쌍둥이 질병처럼 싹이 터서 모든 것을 부패시키고 황폐하게 파괴해 버리는 별 볼일 없는 곳에서 태어났다는 점뿐이었다.(p80)
인도 출신인 파텔 역시 불행한 삶을 살아왔었거늘, 비라지의 신세 한탄으로부터 '자신이 태어나서 살던 곳보다 훨씬 암울하고 음험한 곳이 있음'(p83)을 새로이 알게 되었던겁니다...만! 더 중요한 배움은 파텔이 그 반대 방향으로의 대칭 역시 알게 되었다라는 것이지요.
● 파텔은 잠시 눈앞에서 유리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닫히는 광경을 관찰했다. …… 파텔의 현대 기술의 보석이라 생각했던 인공적인 것들이 유럽 사람들에게는 한낱 보잘것없는 조형물일 뿐이며, 아무도 자동 유리문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그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p20)
● 웬만큼 진보했다고 하는 모든 기술은 마술과 구별하는 게 불가능하지. …… 나한테는 평범한 것들이 너에게는 마술 같아 보인다는 말이지. 모든 건 네가 살고 있는 사회의 기술 수준에 달려 있단 말이기도 하고.(pp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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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난생 처음으로 "그런 곳"엘 가보았었던, 그렇게 저희 부부의 신혼 첫 가구들의 100%를 샀었었던 IKEA는 (이미 당시의) 스웨덴이나 유럽, 그리고 미국인들에게는 그저 평범한, 실용적인 가구를 살 수 있는 장소였었을지 모르나, 저희 부부에게는 정.말.로! (소설 속에서 파텔이 느꼈던 놀라움과 동일한) 뭔가 마술과도 같은 그런 환희를 주었더랬습니다. 놀라웠던 다양함 뿐 아니라, 넉넉할 수 없는 유학생 부부에게는 과분하기까지한 가구들이었으니까요. 헌데 말이죠! --- IKEA에서 팔고 있는 소품들이며 가구가, 이제는 그렇게 매력적으로만 보이지는 않는겁니다. 이게 뭐, 당시와 지금의 제 주머니 사정이 달라져서 그런 게 절대 아니라! (IKEA라는 세계를 난생 처음 접했던) 당시의 저에게 오로지 '마술'로만 보였던 것들이,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저 조금 특이한/지극히 서양적인 발상의 '기술'에 불과하다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인겁니다. (그런 점에서 --- 이 소설이 굳이 IKEA라는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점, '누군가에게는 평범함이고, 누군가에게는 마술과도 같아보이는 것'으로 상징되어지기에 가장 알맞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잠깐!
알게 되었기 때문... 인거라구요?
음... 사실 이건 변명에 불과합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알게 되었기 때문'이 아닌, '잊었기 때문'이라 말해야 하는 게 맞으니까요. 1998년의 제 통장잔고를, 1998년에 처음으로 가보았던 그 넓디 넓었던 IKEA 매장에 첫 발을 내디었었을 때의 떨림을, 그렇게 만나보았던 (너무 거창한 표현인듯도 싶지만) 새로운 세계를, 거기에 더해 1998년 그토록 힘들게 조립해냈던 침대에서의 첫 밤을 --- 그 모든 순간들을 어느덧 잊어버렸기에, 지금의 IKEA 제품들에 대해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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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쾌하게 읽히는 소설은 "이 세상엔 다른 것들이 존재하며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 바뀔 수 있음을 가르쳐준 내면 여행(p260)"이란 구절 그대로! 그 두 가지의 '알게 됨'을 주인공 파텔이 얻게 되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① ('인도'라는 나라를 과연 중간적인 위치에 놓을 수 있느냐에의 동의 여부를 떠나) 파텔은 난생 처음으로 자신보다 더 불행한 (국가 출신의) 누군가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라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누군가에게 동정의 마음을 갖게 되지요. --- 나보다 불행한 누군가의 존재를 통해 '그래도 나는 행복한 거야!'라는 걸 느끼는 건 매우 잔인한 사고방식일 뿐 아니라, 심지어 '천박한'이라는 단어마저 쓰여져야 마땅하다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파텔은, 자신보다 더 행복한 누군가들은 (한국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하고 있는 듯) 그에게 천박하고 잔인하게 행동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불행한 처지의 누군가들에게 결코 천박하게 행동하지 않았던 겁니다. 파텔의 이러한 반응은 '다른 것이 존재함'을 알게 된 것에의 일반적 반응과는 분명 차이가 있지요. 하지만, 더 중요한 '알게 됨'은 바로!
② p239부터 시작되고 있는, 파텔 스스로 털어놓는 그의 성장기는 그 이전까지의 부분들과 이 소설의 분위기와 성격을 확연히 달라지게 해주고 있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이 소설의 핵심이 시작되고 있다라 생각합니다.
"마하라자 궁전 사람들을 방법을 가리지 않고 즐겁게 하는 것이 제 임무였죠. 그 시절에 전 거짓과 위선, 속임수 속에서 살았습니다."(p242)
IKEA라는 브랜드가 저에게는 '잊었기 때문'이라는 걸 알려주었다라면, 이 소설의 주인공 파텔에게는 '알게 되었기 때문' 선사해주었던 것이며, 이는 다름아닌! --- 이제까지의 자신의 삶이 '정상이 아니었다'라는 걸 깨닫게 해준 차원이 아니라, 아예 '정상과 비정상'이 따로이 존재하고 있었다라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던 그가, 그의 지나온 삶이 매우 '비정상'이었었다라는 걸 알게 되었다라는, 그리하여 새로이 '정상적인 삶'의 트랙 위로 올라갈 수 있게 된, 즉! '다른 사람으로 바뀔 수 있음'을 몸소 실천에 옮길 수 있게 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기에, 독자를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상큼'한 기분을 가지게 될 수 있는 겁니다. (소설 속에서 파텔이 이제까지 자신이 살아왔던 그 '비정상의 삶'을, 그러한 삶을 살 수 밖에 없게 해준 자신의 출생 환경을 결코 원망하지 않는다라는 것 역시 그러한 '상큼함'에 적잖은 일조를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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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텔은 정말이지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는 다른 곳,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했다. …… 죄 없고 정직한, 정상적인 삶을 살 것이다.(p251)
아주 오래 전, 마이클 더글라스 주연의 <The Game>이라는 영화를 본 후, 조교수에게 '이런 스토리를 한국에서 자라난 사람에게선 절대 나올 수 없을꺼야!'라 말했더랬습니다. 이는 물론 (한국인이 저이기에) 자기비하가 아닌, 그 영화가 보여주었던 기발함을 한국의 주입식 교육을 받은 '뇌'는 도저히 만들어낼 수 없을 것이라는 의미였었었거늘 ---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라는 이 소설의 결말 역시, 한국적 상황에서는 사뭇 쉬이 떠오르지 않는 설정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더군요. 지금의 대한민국에 이런 '새로운 삶'이란 것이 일반적으로 보아 '허(許)해지고 있다'라 말할 수는 없다... 라 저는 생각하기에 말이죠. --;;
러시아 목각 인형 마트로시카처럼 다양한 경험을 하며 살기를 갈망했던 그는 유럽을 종횡무진 누비며 DJ, 작곡가, 어학 교사, 통 번역가, 항공기 승무원, 서커스단 소속 마술가, 슬롯머신 청소원 등 여러 직업에 종사했다. 현재는 국경 담당 경찰로 근무하며 문서 위조를 가려내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 <작가 소개> 중
작가의 현 직업이 이 소설을 쓸 수 있게 해준 커다란 계기였다라 하는데, 한 사람이 이러한 다양함을 경험할 수 있는 확률이, 우리가 살고있는 대한민국에서는 거의 0%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그러하기에 --- 이 소설의 결말인 '새로운 삶의 시작'이란 발상이, 사뭇 '상큼하게'라 느꼈던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의 일상에도 종종 이와 같은 '신기한'이라는 단어가 쓰여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바램이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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