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문열의 작품 「아가(雅歌)」를 저는 이렇게 표현했었더랬지요. (바로 전에 읽었던 허버트 조지 웰스의 작품과 같은 제목이라는 이유만으로 펼쳐보았던) 이 작품 「투명인간」을 통해 처음으로 만나보았던 작가 성석제는 「아가」보다 더 넓은 시간적 배경을 통해, 김만수라는 인물의 주변인물들에 의해 서술되는 개인 김만수의 일생, 더 나아가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의 변천사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 이처럼 비슷한 서사의 구조를 가질 수 밖에 없는 두 작품 속에서, 그 (흘러 지나간) 시간들을 이문열이 '오래 잊고 있었던 기억을 되살릴 때의 애잔함과 그리움'이라 표현하고 있었었다면, 「투명인간」의 성석제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보여/표현해내고 있을까요? (1897년의 영국 작가가 표현했던 '투명 인간'이라는 개념과 2014년의 대한민국 작가가 표현하는 개념간에는 과연 어떠한 의미상의 차이가 있을까가 이 독서의 시작이었었습니다만, 읽어가면서는 이문열의 「아가」가 보여주었던 시선과의 다른 점에 대해서만 유독 집착을 하여 이 소설을 이해하려하게 되더군요. 이러한 저의 독서에 대해 그 방향이 옳았다거나, 누군가에게 권하고 싶다라는 것까지는 자신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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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생의 작가 성석제는 --- 시골에서의 삶에 대해서는 알 수 없으나, 만수네 가족이 서울 변두리로 이사한 이후의 일상을 통해서는 저도 경험했었고, 지금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미세한 장면들을 보여주는 것을 통해 (이 소설의 독자인) 저에게 '오래 잊고 있었던 기억을 되살릴 때의 애잔함'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러한 동감의 존재 여부가 일단! 이문열의 「아가」와의 첫 번째 차이점이었지요.
① 국민학생 시절, 집으로 돌아가는 길의 놀이터 앞에 판을 벌이고 있었던 약장수 아저씨. 기생충 약을 팔고 있었던 그는 우리 또래의 아이에게 그 약을 먹인 후, 약간의 쇼 비슷한 걸 해보였고 이후 그 아이의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에서 짜장소스가 묻지 않은 면발같은 무언가를 줄줄이 뽑아내며 '이게 그 아이의 몸 속에서 나온 기생충'이라고 말했었던 걸, 마흔 일곱의 나이가 되어서도 여전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 '아이는 잠결에 무언가 길쭉한 것을 뽑아내고 있었다. 길고 질진 쫀드기 같은 것을 자꾸만 뽑아올리고 있었다.(p67)'
② 제 아버지가 대학에 합격을 하셨고, 이제 등록금 납부 마감일이 단 하루밖에 남지 않았거늘 등록금 마련이 안되었다는 겁니다. 시골에서 할머니께서 올라오셔서 은행의 창구 여직원에게 애원하시길, 한 달내로 꼭 나머지 반을 마련해올테니 우선 이 반 되는 돈만으로 내 아들 등록 좀 꼭 시켜달라고. --- 지금같으면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더군요. 그 여직원이 할머니의 청을 들어주었고 (아마도 나머지 반은 그 분의 돈으로 메꾸었지 않을까라 추측만 하는) 그렇게 제 아버지는 대학에 입학을 하게 되셨다는 겁니다. 할머니께서는 진짜로 한 달안에 나머지 반의 돈을 마련해 오셨다더군요. 이후... 회사의 일 말고 다른 것에는 신경 쓰시길 정말 싫어하셨던 제 아버지가 유일하게! 대학 총동창회의 이사직만은 맡으셨더랬습니다. 훗날 왜 그 이사직만은 거절하지 않으셨었냐 여쭈었더니, 그 자리에 있으면 그 때 할머니의 청을 받아주었던, 그리하여 당신께서 대학에 입학을 할 수 있게 해주었던 그 은행 여직원분을 찾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해서였다라 말씀해주시더군요. 끝내... 그 때의 여직원분은 못찾고 돌아가셨지만. : '공부만 하고 살고 싶은데 그것마저 쉽지는 않구나.'(p114)
③ 지금이니까 이야기하지만 --- 음주운전을 종종 하셨던 우리 아버지는 가끔... 방금 전 집 앞에서 경찰에게 걸렸는데, 지갑에서 돈을 좀 넉넉하게 꺼내어 집어주니 집까지 에스코트도 해주더라란 말씀을 아주 기분 좋게 말씀해주셨던 적이 있었습니다. 돈을 건네어 준 저희 아버지나, 그 돈을 넙죽 받았던 경찰이나 모두! 그 행위가 '범죄'라는 인식 자체가 생성되지 않았었던 그때 그 시절... 이었기에 가능했던 이야기겠지요. : '가장 웃긴 건 교통경찰을 보조하면서 삥땅을 쳐온 돈으로 우리들을 월세방에서 전셋집으로 옮겨가게 한 것이었다.'(p213)
④ 제가 3학년 때 였던걸로 기억되는 일입니다. 원래 시위를 해도, 총학생회장같은 소위 거물들은 절대로 전선의 맨 앞에 나서질 않지요. 하지만 경찰들은 그 거물을 잡고 싶어 하구요. 그렇게... 총학생회장은 1년 내내 현장의 맨 뒤에서, 혹은 현장이 아닌 곳에서 집회와 시위를 조직하고 명령하는 것으로 지내다가, 자신의 임기가 끝날 때 쯤 되면 갑자기! 시위의 최전방에 스스로 나가섭니다. 그리곤 예의 경찰에게 잡히지요. 그때 들리던 말 하나 --- 저렇게 잡혀 가고, 그래서 군대 안가는 거고, 경찰들도 그걸 다 알고 있으며, 하지만 그 체포 역시 자신들의 실적이었기에 그렇게 진실같지 않은 진실은 영원히 묻히게 되는 거라고. : '인생이라는 긴 마라톤 시합에서 쌀알만 한 모래가 신발에 들어가 있다 치자. 레이스가 진행될수록 쌀알은 자갈로, 자갈에서 바위로 변한다. 남을 이기는 것은 고사하고 계속 뛸 수조차 없게 되는 것이다. 내게 군대 문제가 그랬다.'(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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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단지 불편함일 뿐이다'란 말을 많이 들어보았습니다. 진짜... 그런/그 뿐인 걸까요? --- '가난'이라는 조건하의 누군가는, '풍족함'이라는 조건을 지닌 다른 누군가와는 분명! 다른 '가치의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을 수 밖엔 없습니다. 그것이 '가난한 이들'의 가치관 때문이라 말할 수도 있을 것이며, 혹은 그 반대로 '가난'이라는 조건 탓에 그들의 가치관이 그렇게 성립될 수 밖엔 없다라 말해질 수도 있을 겁니다. 이건 마치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의 질문과도 같은 것이지요. 여기서!!! --- 작가 성석제는 단언코, '가난이라는 조건 탓에 그들의 가치관이 그렇게 성립될 수 밖엔 없다'의 편에 서 있습니다. : '조건이 환경을, 환경이 인간을 바꾼다.'(p215)
이러한 특정 조건, 말하자면 '가난'이라는 조건에 속해 있는 개인/집단/사회에게는 그렇지 않는 개인/집단/사회는 겪지 않는, 심지어는 알 지도 못하는 환경에 처해지게 됩니다. 물론 그 환경은 매우 열악한 모습을 띠고 있지요. 엎친 데 덮친 격, 그렇게 말이죠. --;;
몸이 작고 마른 아이, 집이 가난한 아이, 시골 아이일수록 이가 많았다. 먹을 게 뭐 있다고(p64) …… 베트남에서 한국군에게 고엽제를 사용하는 데 따르는 주의사항이나 지시가 별달리 전달되지 않았던 까닭에 일부 병사들은 미군이 고엽제를 공중살포할 때 모기에 물리지 않는다 하여 고엽제가 쏟아지는 곳을 쫒아다니면서 조금이라도 더 맞으려 했습니다.(p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