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저의 국어 실력을 저 스스로도 신뢰하지는 않습니다만, 제가 아는 한 '까칠하다'라는 단어의 이미지가 원래는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맞죠?) 요즘 네이버 상에선 이 '까칠'이라는 단어가 '꼼꼼하다/철저하다/정직하다/실력있다' 등, 무지하게 많은 긍정적 의미를 담고 있는 듯 사용되고 있더군요. 특히나! (지극히 제 개인적 시선입니다만) 어줍지않은 음식 사진 찍는 블로그들에선, 모든 판단 기준의 최상위에 존재하는 절대적 위상의 단어로 전용되고 있지요. 


'여기가 요새 유명한 곳이래!'라는 곳엘 가면서 아예 처음부터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음식인지 까칠한 내가 직접 먹어보겠어!' 라는 뉘앙스를 다분히 폴폴 풍겨내면서 쓰는 그런 글들은 예의 '까칠한 내가 (혹은 가족 중 누군가를 대신 내세워) 경험해 보니 별 거 아니야!' 로 끝맺음을, 아~주 가끔씩은 '까칠한 내가 먹어봐도 여긴 대박이야!'가 있기도 하고 뭐 그렇더군요. --- 정!!!말 유치한 짓이죠. 기존의 권위를 깎아내리는 것을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그러하기에 세상에 알려지지도 않은) 나의 권위를 세워/만들어나가는 일 방법으로 삼는다는 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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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여러 곳에서, 이 소설이 '매우 매우' 감동적이라는 문구를 많이 보았기에 정말 궁금했더랬습니다. 단! 저 스스로가 '감동적인 무엇'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는, 또한 그런 '감동적인 무엇'으로부터 (다들 받는다는) 딱히 받아야하는 감동을 잘 느끼지 못한다라는 면이 없잖아 있기도 하기에 정말 여러 번, 이 소설을 들었다놨다 했더랬거늘, 2015년의 시작으로 뭔가 이런 잔잔한 감동 코드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 이번엔 기어코! 이 책의 첫 장을 펼쳐 보았더랬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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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흔한 말이지만, 또한 제가 누군가에게 이 말을 할 때면 정말로 진지하게, 그리고 무척이나 힘든 상태에서 하게 되는 것이 그 대부분인 그런 말이 하나 있지요. 


'편지로 고민을 털어놓은 것만으로도 저는 한결 마음이 편해졌어요.(p38)'


이 소설의 전체 내용을 가능한 한 압축시켜 표현해보라면 아마 이 문장이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달 토끼, 생선 가게 뮤지션, 폴 레논, 길 잃은 강아지' --- 자신의 현재 처지를 나미야 잡화점의 '누군가'에게 그저 털어놓고 싶었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해지기는 하지만, 결국 그 문제에 대한 답은 자신 스스로가 찾아야 한다는 것 또한 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그리고!!! 그 점은 또한 그들의 마음 속 고민을 모두 들어주었던 나미야 잡화점의 '누군가'도 알고 있다라는 거지요. 그저...


"내가 몇 년째 상담 글을 읽으면서 깨달은 게 있어.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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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가, 결국 밝혀지지도 않는 무언가에 의해 서로 통하고 있다라는 설정 자체가 맘에 들지 않아서였을까요? 아니면 이 소설이 담고 있다는 '인간 내면에 잠재한 선의에 대한 믿음(p448)'이란 (옮긴이의) 표현이 너무 상투적일 정도로 뻔하다고 생각되어서 일까요? 전... 이 소설의 어느 부분에서 감동을 느껴야 하는건지, 심지어 이게 재미있는 소설인건지조차 정말로 잘 모르겠더군요. (기존의 감상문을 써놓으신 분들을 향한 비난이나 비아냥은 결코! 아닙니다.) 워낙!!! 호평 가득한 이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대해 '대체 여기에 어떤 감동이 있으며, 어느 부분에서 감동을 받아야 한다는 거에요?'이라 묻는 것이 혹여라도, 맨 처음에 언급했던 그런 '까칠'이란 단어의 오용에 해당되게 보이지나 않을까하는 걱정을 심히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암튼/기어이 할 수 밖엔 없는, 한 마디 : 


감동이란 걸 느끼기엔 이 작품의 정서가 너무... 쌍팔년도스럽지 않나요? 



 (읽어본)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작품들 :  용의자 X의 헌신」 · 편지」 · 마구(魔球)」 · 「변신」 ·도키오」 · 「레몬」 · 「방황하는 칼날」 · 「비밀」 · 「아내를 사랑한 여자

(읽어본)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형사 시리즈" (발간순) :  「졸업」 - 「잠자는 숲」 - 「악의(惡意)」 -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 「내가 그를 죽였다

 


※ 이 책도 잘 안읽혔었고, 감상문 쓰는 것도 귀찮았으며 다음 읽을 책을 고르는 것마저 잘 안 되네요. 금연의 후유증인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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