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클래식 레터북 Classic Letter Book 5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육후연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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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형의 세 내각의 합은 얼마인가?"

 

이런 질문을 받으면 상당수의 사람들은 "180도"라고 대답할 것이다. 19세기 초반까지 대다수 수학자들도 그렇게 생각해왔다. 하지만 지금 어떤 수학자도 위의 질문에 "180도"라고 답하지 않는다. 질문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장우석 著, 「수학, 철학에 미치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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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이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안겨주는 이미지 그대로, 또한 (대단한 부잣집 아들은 아니었던 듯 하지만 어쨌든 기요라는 이름의 하녀로부터) 실제로 '도련님'으로 불리우며 자라났던 한 남자의 유년 시절부터 청춘 시절까지의 이야기입니다. 띠지에서부터 '일본의 세익스피어'라 칭하고 있을만큼 상당히 유명한 작가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소설의 중간즈음까지를 읽어가며 이대로 끝나지는 않겠지, 뭔가 대단한 메시지가 나오겠지, 하는 조바심/기대를 내내 가지고 읽었었지요. (제가 선택한 번역본에는 삽화도 넣어져 있는, 어찌보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나온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 읽고, '현암사'에서 나온 번역본을 미리보기해서 비교해보니, 제가 읽은 번역본이 적지않은 부분을 생략하고 있더군요. 어쨌든! 나쓰메 소세키라는 작가가 미시마 유키오나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와 같이 서술 자체에서 매력을 느끼게 하는 작가는 아닌 듯 하니, 이게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큰 문제는 아니었다라 스스로 위안 삼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즐기는 데 있어서는 많이 부족했었을 지도 모르겠지만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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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로부터는 "변변한 인간이 못 될 게 뻔해"라는 말을, 어머니로부터는 "앞날이 캄캄하구나"란 말을 들으며 자란 주인공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돌아가시자, 형이 자신의 몫이라며 건네어준 600엔으로, 1년에 200엔씩 쓰며 3년간 대학에서 공부를 하면 뭔가가 되도 되겠지란 생각을 했고, 아무 생각없이 지원했던 물리학부를 어쨌!든 졸업을 하게 됩니다. (부모로부터 그런 취급을 받고 자란 주인공이 이나마의 생각이라도 했다라는 게 한편으로는 참 신기하지요?)

 

졸업 후, 다시 얼떨결에 시골 촌동네의 중학교 수학 선생이 된 주인공이, 바로 그... 시골 동네에서 짧은 기간동안 겪게 되는 (나름)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이 소설의 줄거리입니다. 일단! 이 친구는 - 소설에는 주인공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편의상 '이 친구'라고 하겠습니다 - 그때까지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딱히 커다란 고민이란 걸 안해보고 지내온, 그래서 세상 돌아가는 물정에 대해 현실감이 거의 없는 사람입니다. (이 친구가 왜 이런 성격을 가지게 되었는가에 대한 배경 설명은, 제가 찾아내지 못한 걸지도 모르지만, 딱히 작품 속에 서술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게 어느 정도냐 하면... 학교에 부임한 첫 날, 의례적인 교장 선생님의 훈시, 그러니까 수고해달라,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어달라 등등등의 이야기를 듣고는 '난 그렇게 못살 것 같아!'란 생각에, '(그렇게 하겠다는)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고 도저히 교장 선생님 말씀대로는 할 수 없으니 임명장을 반환하겠다'라고까지 말해버렸을 만큼이었죠.

 

암튼... 스스로도 '나 같은 놈도 선생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으로 시작된 그의 시골/학교 생활은 이내 여러가지 시련을 맞게 됩니다. 학생들의 수근거림과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한 감시아닌 감시, 태어나고 자란 도쿄완 비교할 수 없을만큼 옹색한 시골의 생활, 하숙집 주인의 밤마다 이어지는 끊임없는 골동품 강매도 모두... 그로 하여금 학교에 사표를 던지고 다시 도쿄로 돌아가버릴까?하는 마음만 불러일으켜 주는 것들이었죠. 그러던 와중!!!

 

학생들이 자신에게 못된 장난을 쳐 화가 잔뜩 나게 되는데, 그 상황에서마저 '그래도 당신이 선생이니 참으라'는 교장의 말이 그에게 결정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현재 자신이 두 발 딛고 서있는 현실이 완전히 다른 세계라는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생각해 보면,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옳지 못한 일을 장려하고 있는 듯하다. 악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박힌 듯하다. …… 그렇다면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윤리 선생이 거짓말하지 말고 정직하라고 가르치지 않는 편이 오히려 낫지 않은가. 이왕이면 큰 맘먹고 학교에서 '거짓말하는 비법'이라든가, '사람을 믿지 않는 술법'이라든가, '사람을 이용하는 술책'등을 학과목으로 정하여 가르치는 것이 이 세상을 위하고 당사자를 위하는 길이 될 것이다.

 

'저 놈은 미친 놈입니다. 미쳤기 때문에 나를 때린거에요!'라 외치고 있는 자신에게 세상은, '맞은 놈이 맞을 짓을 했기 때문에 미친 놈이 때린 것이지, 그가 미쳤기 때문에 때린 건 아니다!'라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 이 친구는 결국 '단순함이나 솔직함이 비웃음을 사는 세상이라면 어쩔 수 없다'라는 단 한 마디의 체념으로 그러한 괴리를 극복하기를 포기하고 맙니다. 그렇게... (소설의 대부분인 시골학교에서의 에피소드들을 제 임의대로/과감히 생략해 버리고 써 본다면)

 

결국 이 친구는 그 학교를 떠나게 되지요. 그리곤 도쿄로 돌아와 철도회사의 기수 자리에 취직을 해 살아간다라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납니다. --- 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어찌보면 불평과 체념으로 가득 찬 한 사람의 성장기가 당췌 왜!!! 이렇게 유명한 소설이 된/되어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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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형의 세 내각의 합은 특정한 공간(유클리드 공간)에서는 180도이지만 다른 공간(비유클리드 공간)에서는 180도가 아니다. 예를 들어 구(球)위에 그린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도보다 크며 말안장 위에서 그린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도보다 작다

- 장우석 著, 「수학, 철학에 미치다」 중

 

저에게 이 작품은 --- '주인공이 옳다라 믿고 있는 것들의 공간'과 '그를 둘러싸고 있었던/그가 속해 있었던 공간이 옳다라 믿고 있는 것들'의 상이함이, 마치 유클리드 공간과 비유클리드 공간에서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달라지듯이, 누군가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해답을 주인공 자신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는 괴리를 만들어내고 있다라는, 실.제.로!!! 제가 이제껏 사회생활을 하며 느껴왔었던 바로 그 것에 관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졌더랬습니다.


주인공은 끝내 '삼각형  세 내각의 합은 180도이다'라는 자신의 생각을 바꾸기를 거부하며, 그 공간(학교 = 비유클리드 공간)을 떠나버렸지요. 하지만!!! '삼각형 세 내각의 합은 180도'라고 맘 속으로는 여전히 믿고 있지만, 주인공처럼 그 공간을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가 없는, 떠날 수 없기에 역시나 스스로도 '삼각형 세 내각의 합은 180도가 아니다'라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남들에게) 비춰지게 생활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훨씬 더 많을겁니다. (물론! 저도 그 범주에 속하는 한 사람이구요. --;;) 그렇다면, 다시 한번! 이 소설은 그렇게... 자신의 생각과 다른 해답을 내놓는 공간을 단순히 떠나버린다/버려라,라는 체념어린 도피의 이야기로 읽혀져서는 안되는 거겠죠. 그렇다면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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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도의 움직임은 자유자재지만, 그 움직이는 범위는 45센티 안에 한정되어 있는 만큼 전후좌우의 사람과 같은 방향, 같은 속도로 휘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 놀랍지 않은가! 이 춤은 상당히 숙련된 기술을 요하며 어지간히 해서는 장단이 맞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북 장단 맞추기가 어렵다고 한다. 30명의 발동작, 손놀림, 허리를 구부리는 것도 일일이 두둥둥 선생의 장단 하나에 정해진다고 한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이 사람이 가장 느긋하게 "야아! 하아!"하고 태평스럽게 노래를 부르지만, 사실은 상당히 힘든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다고 하니 아이러니한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는, 30명의 춤꾼들이 칼을 들고 단체로 춤을 추는 장면을 보고 느낀 점을 다름 아닌/하필이면!!! '아이러니'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 이 친구의 주위에, 울컥하지말고 걍 참으라 말해주었던 하숙집 할머니가, 그보다 더 오래 전부터 알아왔던 기요라는 사람이 있었었듯이... 우리에게는 부모, 스승, 선배 등 우리보다 지금 내 인생의 시점을 더 먼저 거쳐갔던 사람들이 있습니다...만! (이하 완전히 저만의 개인적 생각입니다.)

 

주변의 수많은 좋은 충고들보다, 실제 내 인생을 바꾸는 것은 자신 스스로가 느끼게 되는 깨달음이라는 걸 이 소설이 말해주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 날의  군무 장면을 이 친구는 '아이러니'라 받아들였었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 훗날 다시 되돌아 본다면 --- 그것은 '아이러니'가 아니었었음을, 시골 중학교에서 만났었던 그 사람들 모두가 나름의 합리성을 가지고 있었었다라는 것을, 어쩌면! 주인공이 너무도 미워했었던 빨강셔츠나 알랑쇠로 대변되는 시골 중학교 시절 만났던 사람들 모두가, 겉으로 보기에는 별 하는 일 없는 듯한, 하지만 실제로는 (학교라는 사회가 돌아가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두둥둥 선생의 역할'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하는 생각을 그 당시엔 하지 못했었노라고, (하숙집 할멈의 조언처럼) 나이가 들은 이 때에 깨닫게 된 것을 젊었던 그 당시에 알았더라면 내 인생이 어떻게 또 바뀌었을까,란 후회를 주인공이 그 훗날에 하게되지 않을까! 싶게 작가 나쓰메 소세키가 이야기를 구성해놓았다라는 거지요. 다시 말해, 자신(의 생각)이 속해있는 공간과는 또 다른, 어떠한 공간이 존재하고 있을 수 있으며, 내 육신이 만약 그 어떠한 공간에 속하게 된다면, 지금의 내 생각의 공간과 다르다해서 일방적으로 '이 해답은 틀렸다!'라 선언해버리면 안된다라는 이야기로 이 작품을 1차적으로 읽어내야 한다라는 겁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소설은... 체념과 도피의 이야기가 아닌, '삼각형 세 내각의 합은 180도이어야한다!' 라는 믿음을 버리고, (자신이) 속해있는 공간에 따라서는 '삼각형 세 내각의 합은 180도 아닐 수도 있다!'라는 사실을 스스로 진심으로 깨달아야 한다라는 메세지의 여운을 품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 남겨진 여운 속에는 어쩌면... 훗날 주인공이 '삼각형의 세 내각의 합은 얼마인가?'라는, 젊었던 시절의 자신에게 그토록 고민을 안겨주었던 그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라는 걸 깨닫게 된다,라는 (사뭇 허망하다라 느껴질 수도 있는)히든카드가 남아 있을지도 모르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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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역사는 우리에게 친숙한, 즉 상식적인 유클리드 공간이 아닌 다른 공간이 존재할 수 있으며 따라서 우리가 알고 있었던 도형에 관한 많은 지식들이 사실은 특정 공간에서만 성립하는 상대적 진리였다는 것을 깨달아간 역사이다.

 - 장우석 著, 「수학, 철학에 미치다」 중

 

우연!히도 소설 속 주인공와 똑같이 (이 분은 고등학교) 수학 선생님인 「수학, 철학에 미치다」의 저자가 말해주고 있는 이 '수학의 역사'라는 것이... 단지 '수학'만의 역사는 아니라는, 이건 단어 한 두개만 바꾸면 한 개인이 사회적 존재가 되어가는 그 과정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음을, 이 소설 「도련님」이 다시 한번 문학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던... 그런 독서였었습니다. (보너스로... 번역 작품을 고를 땐, 좀 더 신중해야 한다라는 작지 않은 교훈도. --;;)


작가 나쓰메 소세키에 대해 좀 알아보려 검색을 해보았더니, 이 작품 「도련님」이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고 있다'라 써놓은 글이 있더군요. (네이버 지식백과 : 도련님」) --- 물론 이야기의 끝에 주인공의 감정 실린 '징악懲惡'의 장면이 나오기는 합니다만, 그 장면을 부각시켜 이 소설에 '징악'의 교훈을 붙여놓는 것도 어색해보일 뿐만 아니라, 저의 이해로는 이 작품엔 아예 '권선勸善'이 등장조차 하지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의 생각과 행동을 '권선'으로 받아들인다라는 건 어쩌면... '삼각형의 세 내각의 합은 얼마인가?'라는 문제 자체가 잘못되었다라는 걸 이해하지 못한 결과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는데, 이 작품을 읽어본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 많이 궁금하네요. (예전에 네이버에 있었던 '소셜검색' 기능이 없어진 게 이럴 때 참 아쉽습니다. 일정 범위를 정해놓지 않고 검색하는 것보다는 제가 이웃으로 맺고 있는 분들로 한정한 검색은 이럴 때 정말 유용할텐데 말이죠.) 

 

단지 이 작가의 한 작품만을 읽어보았기에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겠지만, 오랫만에 만나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특징이 아닐까 싶은) 툭툭 끊어지는 호흡 짧은 서술의 소설을 읽어보니 요즘처럼 정신적으로 복잡할 때엔 딱! 이런 스타일의 책을 읽는 게 좋겠다란 생각이 들더군요. 다음의 독서로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집어들었는데, 이 작품은 과연 어떻게 읽혀질지가 사뭇. 

  

 

 

※ 본문에 인용되어 있는 책의 감상문

- 장우석 著, 「수학, 철학에 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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