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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사랑한 여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Case 1> 중학교 2학년 때의 세계사 선생님. 중학생의 눈에 보이는 그 분은 뭔가 굉장히 멋진! 분이었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이런 표현이 은사님께는 결례이겠지만) 아마도... 겉멋이 좀 과한 분이 아니었던가,싶기도 합니다. 어느 날 수업시간에 저희에게 물으셨지요. 너네들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뭔지 아냐? 아무도 대답을 못하자 앞자리에 앉아있던 한 친구를 교탁앞으로 불러내시더니 갑자기 당신과 팔씨름을 하자 하셨었어요. 당연!히 선생님이 이기셨고, 이게 바로 선생과 학생의 차이이고, 이건 남자와 여자의 차이와 똑같기도 하지,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땐 그게 뭔 뜻인지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암튼! '와! 저 선생님 정말 멋있다!'란 감탄을 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사실 지금도 정확히 그 분의 그 말씀이 뭘 뜻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남자와 여자가 가지고 있는 완력의 차이, 그것이 남녀의 차이를 설명해주는 하나의 상징이라, 중학교 2학년 학생들 수준으로 설명하셨던 게 아닐까하는 추측만 할 뿐이지요. 과연 그 선생님의 설명이 적당한 것이었을까요?
Case 2> 종원군이 유치원에도 입학하기 전쯤이었나? 어느 날 저희 셋이 사우나엘 같이 갔는데, 카운터 앞에서까지만이 셋이고 그 이후로 엄마와 헤어지자 종원군이 묻더군요. 왜 엄마는 우리랑 같이 사우나 못해요? 응... 그건... 그건... 엄마는 짬지가 없잖아. 짬지 있는 사람들끼리 사우나하는거고, 짬지 없는 사람들은 없는 사람들끼리 사우나하는거야... 라는, 그 나이의 아이가 알아듣기 쉬운 수준이라 생각했었던, 매우 단순한 대답을 즉흥적으로 해주었건만! 그날 저녁... 자기 전에 무릅꿇고 앉아 하나님께 그날 잘못했었던 거, 칭찬받아야 할 거, 그리고 마음 속 소원 등등등... 으로 기도할 때 종원군이 말이죠. --- 무릅을 꿇고, 두 눈을 꼭 감고, 두 손을 힘껏 모아 : '하나님! 우리 엄마한테도 짬지 하나만 만들어주세요. 그래서 우리 가족이 다 같이 사우나할 수 있게 해주세요' (종원군의 그 때 모습을 보며 엄청 웃었었지만, 저도 이내 막 기도했지요. 하나님... 우릴 제발 이대로 살게 해주세요!라구요. ^^;;) 문제(?)는... 초등 6학년이 되어있는 종원군이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지금 한다해도, 저의 대답은 여전히... 그때와 똑같지 않을까 싶다라는 거지요. 어떤... 더 좋은 대답을 해줘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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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남녀의 경계는 모호하기 때문에, 억지로 선을 그으면 여러 가지 모순이 생기는게 당연하지요. 그래도 일정한 선을 긋고 싶다면, 그것이 본질적으로 남녀는 나누는 게 아님을 보여줄 필요가 있겠지요.
「아내를 사랑한 여자」라는 제목에서 전... 아마도 레즈비언에 관한 내용이 아닐까했었습니다만, 이 소설은 '성정체성'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소설은 '남자의 마음을 가진 여자'를 내세워 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요. 아직도 제 머릿 속에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팔씨름으로 설명하시던 선생님의 말씀이, 내 아들에게는 짬지의 유무로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설명할 수 밖에 없는 제가 이런 내용을 가지고 있는 책이라는 걸 알았었다면 아마... 이 책을 사지도 않았을겁니다. 별... 관심이 없는 내용이거든요. 소설 속 당사자인 미쓰키의 말처럼 남자와 여자의 차이라는 건 너무도 명확해, 그것에 대해 고민한다라는 것 자체가 하찮은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팔씨름의 결과야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짬지의 유무는 '억지로 그은 선'도 아니고 그러하기에 결국!엔 '본질적으로 남녀를 나누는 구분'이 되지 않을까요?)
작가는 '외모와 정신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였던 「비밀」을 쓰면서, '성정체성'에 대해 고민해보기 시작했다라 적고 있습니다. '산타클로스는 왜 남자여야 하는가? 왜 여자는 산타클로스가 되어서는 안 되는가?'가 대표적인 의문이었다더군요. (작품 속에서 작가는 짧은 우화를 통해 이에 대한 코믹한/가슴 아픈 대답을 내놓고 있기도 합니다. 산타 아줌마 한 분이 들어왔는데, 선물을 배달해야할 크리스마스 이브 날 생리가 터지는 바람에 결국 산타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었노라고 말이죠. ^^;;) 물론! 작가의 이 질문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잘못된 편견에 대한 있을 수 있는 비판의식이라 생각합니다. 작가는 이에 대해 한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다음과 같이 말해주고 있지요.
남자와 여자는 뫼비우스의 띠에 있는 안쪽과 바깥쪽의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 완전한 남자도 없고 완전한 여자도 없지요. …… 난 세상에 성정체성 장애라는 병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치료해야 할 대상은 소수파를 배제하려는 사회지요.
김두식의 책 「불편해도 괜찮아」에도 이런 성소수자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히가시노 게이고가 700여 페이지의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메세지는 김두식의 책이 훨씬 더 간결하고 정확하게 문제점을 찌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 책을 읽고 썼었던 감상문의 일부를, 좀 길지만 옮겨보자면...
저자는 동성애자들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먼저 그들은 그저 우리와 '다를' 뿐이고, 또한 그렇게 우리와 다르기에 그 '다름'으로부터 우리가 불편한 감정을 가지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말해줍니다. 허나 우리 사회는 그 '다름'이 '우리'는 별 의심없이 또한 별 제재없이 누리고 있는 권리를 '그들'로부터 빼앗고 그들을 경멸하고 무시할 근거가 되는 것이라는 커다란 오해를 하고 있다라 말하고 있지요. 심지어는 '그들'은 환자이기 때문이 치료를 필요로 할 뿐, 권리의 주체는 결코 될 수 없다라는 주장까지도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여기서 "내가 그렇게 살 필요는 없지만, 다른 형태의 사랑이 존재함을 최소한 이해는 해야한다"라 말하며, 동성애자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불편함에 비해 이성애자 위주의 세상에 살면서 그동안 그들 동성애자들이 느껴왔을 불편함은 얼마나 컸었겠냐는, 정녕! 이제껏 제가 한번도 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역발상의 사고를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이 책이 씌여졌을 당시엔 우리나라에서 동성간의 결혼이란 것이 전혀 없었었지만, 이 책에 나와있는 몇몇의 예를 보고나니, 얼마전의 그 '특이한 결혼'에 대해 솔직히 말해 '역겨워!'라 했었던 저의 표현을 최소한 '그런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군'의 수준까지 꽤나 나름 진일보한 사고의 발걸음을 옮겨놓을 수 있게 되더군요.
책은 우리의 곁에도 얼마든지 이런 '다른'사랑을 느끼는 사람들이 존재할 수 있으며, '난 이제껏 동성애자를 한번도 만나본 적도 없고 이야기해본 적은 더더욱 없어'란 무의식적 사고가 상당히 취약한 것임을 말해주고도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동성애자들의 숫자가 유의미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그들이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다'라는 표현이 부적절할 수도 있는 것이... 십여년 전, 제가 우리 나라의 장애인 숫자를 보여주는 통계수치를 보고는 '이렇게나 많다구?'하는 의문을 가졌었던 이유가 결국엔 당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모두의 앞에 나설 수 있는 현실적인 상황도 아니었었고, 우리 앞에 나선 그들을 우리와 똑같은 '한 인간'으로 보아줄 비장애인인 우리들의 마음 자세 또한 갖춰있질 못했었기 때문이라는, 즉 '없는'것이 아니라 '보여지지 않는'것이란 이야기를 듣고는 상당히 놀랐었던 그때의 제 기억을 떠올려 본다면, 그 똑같은 이유로 지금 '우리가 보는' 이 현실엔 유의미한 수준의 동성애자가 있지는 않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그러하기에 그들이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다'라 표현하는 것이 부적절한 것일지도 모르는 것이겠지요. 이러한 무의식적 편견은 부부 사이에서도 존재하는데, 저자는 결혼 직후 맞벌이하는 아내에게 설거지를 '도와주겠다'고 했다가 그냥 '하면'되지 뭘 '도와주냐'는 핀잔을 들었었던 경험을 이야기해주기도, 또한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거론하며 여성의 아름다움을 획일적으로 규정하고 그 범주에 들지 않으면 못생겼다고 차별하는 우리의 문화는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지니고 있는 '다양성의 부족'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이라고도 꼬집고 있습니다.
저도 김두식의 책을 읽고,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그 이전과 약간!이나마 바꾸었었습니다만, 그럼에도 이 책 「아내를 사랑한 여자」가 그리 인상깊지 않았던 건 작가가 이 문제를 너무 <개인의 문제>로 표현해내었다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물론!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과연 무엇인가, 그 차이는 정녕 중요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작가는 가정에서의 남자와 여자의 역할 등 여전히 사회적 관계에 관련된 질문을 던지고 있기도 합니다만, 이 역시 위에서 인용한 '아내에게 설거지를 도와주겠다고 했다가 그냥 하면 되지 뭘 도와주냐는 핀잔을 들었'라는 김두식의 경험 이상의 무엇을 담고 있지는 못합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짧고 임팩트 있게 얼마든지 설명해낼 수 있는 문제를 지나치게 길고 복잡한 소설을 통해, 게다가 그 범위는 너무도 좁게 말하고 있다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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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육체를 갖고 있으나, 그녀(?)의 마음은 남자인 미쓰키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그러한 차이를 극복해보려 했었습니다.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아이의 엄마가 되면 자신의 마음 속 남성성도 사라지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가졌었던 거지요. 하지만...
오히려 내 육체와 정신의 갭이 얼마나 큰지 깨닫게 되었어. 물론 나름대로 노력도 해보았지. 계속... 계속 연기를 했으니까. 그러면 언젠가 연기가 아니라 현실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어. 하지만 소용없었지. 마음은 속일 수 없으니까.
별 재미도, 얻은 것도 없었던 이 작품을 읽고, 이 작품 속 위의 독백을 읽자... 바로 전에 읽었던 「비밀」이 여지없이 떠오르더군요. 정녕... 헤이스케는 그 소설의 마지막 장면 이후의 생활을 과연 잘 해내었을까?하는 가슴 아픈 의문 말입니다. ---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점점 그 범위를 확장해가는 일련 작품들 - 「변신」, 「레몬」, 「비밀」 - 의 연장선상에 있다할 수도 있겠는 이 작품 「아내를 사랑한 여자」는... 어떠한 메세지의 전달이라는 측면에서만큼은 명백!한 실패작이 아닐까 싶네요. 등장인물이 너무 많다, 사건의 전개가 너무 복잡하다, 너무 길다... 는 등등의 불만도 있구요. --;; 암튼!!! "이 책들을 통해 히가시노 게이고의 매력에 푸~욱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옮긴이의 말 중 이 작품 「아내를 사랑한 여자」는 빼야 할 듯.
★ (읽어본)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작품들 : 「용의자 X의 헌신」 · 「편지」 · 「마구(魔球)」 · 「변신」 · 「도키오」 · 「레몬」 · 「방황하는 칼날」 · 「비밀」
★ (읽어본)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형사 시리즈" (발간순) : 「졸업」 - 「잠자는 숲」 - 「악의(惡意)」 -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 「내가 그를 죽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