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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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의미에서 보면 발효도 부패에 포함되며, 이 두 가지 모두 미생물에 의한 유기물의 분해현상이지만, 인간에게 유용한 경우에는 발효라고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부패라고 부른다. …… 천연균은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재료를 부패시킬지 발효시킬지, 그것의 좋고 나쁨을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재료가 사람의 생명을 키우는 힘을 갖추고 있으면, 균은 빵이나 와인처럼 인간을 즐겁게 하는 음식으로 그것을 변화시킨다. 이런 재료에 균의 작용이 일어나면 음식은 더 맛있어지고 영양가와 보존성이 높아진다. 술처럼 사람을 취하게도 한다. 이것이 바로 발효 작용이다. 한편 생명을 키우는 힘이 없는 재료라면, 균은 그것을 안 먹는 게 좋다는 신호를 사람에게 보낸다. 말하자면 재료를 무참한 모습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때는 사람이 먹으면 해가 되는데 '부패' 작용이 바로 그것이다. …… 그런데 이스트처럼 인공적으로 배양된 균은 원래 부패해서 흙으로 돌아가야 하는 물질마저도 억지로 일정 기간 썩지 않게 만들어버린다. 균은 균인데 자연의 섭리를 일탈한 '부패하지 않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인위적인 균인 것이다.  …… 이 같은 부패하지 않는 음식이 먹거리의 가격을 낮추고 일자리를 값싸게 만든다. 나아가 싸구려 먹거리는 먹거리의 안전을 희생시키고 사용가치를 위장함으로써 먹거리를 만드는 사람에게 귀속되어야할 기술과 존엄을 빼앗아간다. …… 시간에 의한 변화의 섭리로부터 벗어나 있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돈이다. 돈은 시간이 지나도 흙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영원히 '부패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부패는커녕 오히려 투자를 통해 얻는 이윤과 대금없을 통해 발생하는 이자로 인해 끝없이 부어나는 성질마저 있다. …… 바로 이 부패하지 않는 돈이 자본주의의 모순을 낳았다는 내용이 내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내용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 책의 원 제목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최소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이 책을 통해 어렴풋하게나마 접할 수 있게될 거란 기대 혹은 두려움!은 버려도/안 해도 됩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이 '경제학'과 관련된 책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환경/생명중시'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라 말하는 것이 더 옳은 분류가 아닐까도 싶기도 하고 말이죠. (결코 비난이나 폄하는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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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의 청춘을 보내었던, 늦은 나이인 서른에야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저자는 원래부터 '시골생활'에의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 합니다. 직장에서의 고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어느 날, 꿈에 나타난 할아버지의 '너는 빵을 만들어보렴'이란 한 마디에 끌려 제빵기술을 배우기 시작했지요. 그렇게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았던 빵집에서 노동착취, 비양심적 제빵과정 등등을 겪게 된 저자는 이 모든 것이 자본주의의 모순으로부터 비롯되었다라 생각하고, 그 자본주의 '시스템의 바깥으로 탈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자신의 뜻이 올곧게 반영되는 자신만의 빵집을 시골에 차려보겠노라 결심했었다 적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자가 탈출하고자 했던 '모순으로 가득 차 있는 자본주의의 시스템'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일까요? --- 이것의 묘사를 저자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으로부터 가져오고 있고, 그러하기에 이 책의 제목에 '자본론을 굽다'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습니다...만!!!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부분이 굉장히 어렵거나 철학적인 내용은 아닙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제목에 '자본론'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다소 민망하지 않나라 느껴지기도 했었을만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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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참한 사회 상황을 향한 슬픔과 분노야말로 마르크스가 생애를 걸고 「자본론」을 쓴 동기였을 것이다. 그로부터 150년이 지나 사회는 확실히 편리해지고 물자가 넘치게 되었다. 그래도 노동자와 서민들에게 강요되는 가혹한 환경은 무엇 하나 변하지 않았다. 어째서 우리는 이렇게까지 일을 해야만 하는가?  

저자의 문제 의식은 이처럼 매우 단순합니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 저자가 마르크스로부터 얻은 답변은 "기술혁신은 결코 노동자를 풍족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단지) 자본이 노동자를 지배하고 보다 맣은 이윤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라는 것이었지요. --- '교환가치'에 의해 설정된 임금으로 노동자는 자본가에게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렇게 고용한 노동력을 이용해 상품을 만들어 낸 자본가는 또한 그 상품의 '교환가치'에 의해 설정된 가격에 의해 시장에 그 상품을 판매/제공합니다. 이 와중에 기술혁신이 발생하게 되면 생산성이 향상되게 되고, 이는 결국 노동시간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더 많은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게 해주어 자본가에게 종국적으로 기술혁신 이전보다 더 많은 이윤을 안겨주게 되지요.

 

뭐 여기까지는 상황을 나쁘게 만드는 요소가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이후부터 생겨나지요. : 노동자가 제공하는 '노동력'이나 자본가가 시장에 제공하는 '상품' 모두 '교환가치'에 기반을 두고 가격이 책정됩니다. 기술혁신은 생산성의 향상을 가져오고, 일련의 과정을 거쳐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교환가치를 점점 낮추게 됩니다. 이는 '노동력'의 교환가치를 구성하고 있는 생활비와 양육비 등등도 결국 낮아지게 만들어주며, 결국 이로 인해 노동력의 교환가치 또한 떨어지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즉, 자본가는 (시작과 끝만 본다면) 기술혁신으로 인해 노동자의 임금을 더 깎을 수 있게 된다는 거지요. 마르크스는 이를 두고 '결국 마지막에 웃는 자는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가다'라 표현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기술혁신은 결코 노동자를 풍족하게 만들어주지 않으며, 자본이 노동자를 지배하고 보다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작용할 뿐이라 마르크스는 주장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결과가 자본가 계급의 의도적인 계획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자본주의의 구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며, 자본가조차도 그들이 모르는 사이에 그 구조에 편입되어 노동자를 학대한다는 것이라는 (일종의) 배려 또한 잊지 않았었지요.

 

뿐만 아니라, 기술혁신은 대부분 노동을 단순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결국 노동은 '누구나 가능한' 일로 전락하게 되어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것이 되어버립니다. 마르크스의 표현을 빌자면 "노동자는 기계의 부속물로 전락하고, 부속물로서의 그에게는 오직 가장 단순하고 가장 단조로우며 가장 손쉽게 획득할 수 있는 기술만이 요구된다"라는 것이지요.

 

이러한 자본주의의 모순에 관한 마르크스의 주장을 자신의 빵집을 통해 실현하려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내용입니다. (그렇다고 저자를 마르크스주의자라 말하는 것에는 어폐가 있을 듯 싶습니다만...)

 

이스트를 사용해 누구라도 쉽게 빵을 만들 수 있게 되면 빵 값이 싸지고 빵집 노동자는 싼 값에 계속 혹사당하게 된다. 또 공방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은 단순해져서 빵집 노동자는 아무리 오랜 시간을 일해도 빵집 고유의 기술을 습득하지 못한다. 그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엄선한 재료를 사용해 정성과 수고를 들여 빵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대가로 정당한 가격을 매겨야 한다. 제빵사는 본인의 기술을 살린 빵을 지속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그런 모든 것이 우리 빵집 '다루마리'가 지향하는 바이며 우리는 그것을 실천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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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빵을 만드는 과정에서 볼 수 있는 '균'들의 작용을 인용해, '부패하는 경제'라는 아리송한 개념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타락했다는 의미의 부패가 아니라 썩는다는 의미의 부패)

 

이 책을 통해 '자연재배'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무농약이 가장 옳바른 농법이고 그렇게 생산된 곡식이나 야채, 과일등이 최고의 것으라 생각해왔더랬습니다만, '자연재배'는 무농약뿐만 아니라, 무비료라는 개념까지가 더해진 농법이라는군요. 즉, 자연에서 '알아서' 투쟁의 과정을 겪어 자신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한 작물들이야말로, 진정 자연의 섭리를 따른, 자연이 우리에게 내어주는 선물이라는 거지요. 저자는 이를 현재의 자본주의 시스템에 다음과 같이 적용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돈이라는 이름의 비료를 대량으로 투입해 경제를 뒤룩뒤룩 살찌게 한다. 내용물이야 어떻든 이윤만 늘면 된다. GDP만 키우면 된다, 주가가 오르면 된다는 생각을 한다. 비만이라는 병에 결린 경제는 거품을 낳고, 그 거품이 터지면 공황(대불황)이 찾아온다. 거품붕괴는 어떤 의미에서는 너무 살쪄서 비정상이 되어버린 경제가 균형을 되찾는 자정작용이다. 그런데 부패하지 않는 현대 자본주의 경제는 공황도 거품붕괴도 허용하지 않는다. 적자 국채를 발행하는 등의 재정출동이나 제로금리정책과 양적완화 같은 금융정책을 통해 돈이라는 이름의 비료를 대량으로 살포하는 수법을 써서 한없이 경제를 살찌우려고만 한다.

이 부분이 아마도 저자가 주장하고 있는 '부패하는 경제'라는 개념을 설명하고 있는 듯 보였는데, 사실... 이에 대해 선뜻 동의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보여지는 현상에 대한 비판은 어렵지 않습니다만, 그렇게나마 보여지는/보여질 수 있게 된 현상을 그렇게 보이게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물론! 현상에 대한 (제 3자의) 비판은 항상 필요한 것이긴 합니다만, 또한 비판에는 언제나 대안이 따라붙어야 한다라는 전제조건에도 동의하지는 않습니다만!!!

 

저자는 '부패하는 경제'의 실천으로 '이윤을 남기지 않는 장사'를 들고 있는데, 이 기묘!한 개념을 저자 스스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는데...

 

이윤을 내지 않겠다는 것은 그 누구도 착취하지 않겠다는 의미, 즉 그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 그러기 위해 필요한 돈을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올바르게 쓰고, 상품을 정당하게 '비싼' 가격에 팔 것이다. 착취 없는 경영이야말로 돈이 새끼를 치지 않는 부패하는 경제를 만들 수 있다. …… '다음번 투자를 위해 이윤은 꼭 필요하다'라고들 하는데 그것은 결국 생산구모를 키워서 자본을 늘리려는 목적 때문에 나온 말이다. 동일한 규모로 경영을 지속하는 데에는 이윤이 필요치 않다.

'자본가의 혁신'을 주창했던 슘페터 옹께서 읽으면 급격히 오른 혈압으로 인해 뒤로 자빠지실 내용이지요. 또한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다'라는 경제학의 기본 전제, 좀 더 세밀하게 표현하자면 '화폐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다'라는 인간 본성에 반하는 듯 보이는 저자의 주장에, 경제학을 공부한 저로서는 심정적으로 선뜻 동의할 수는 없었습니다만, 저자의 주장이 경영자의 입장에서 과연 옳바른 것인가라는 의문 또한 가져보았습니다만, 저자가 책에 나와 있듯이 실제로 이러한 자신의 철학을 그대로 실천해가고 있다고 하니, 어쨌든 그저 '역시 세상은 칠천만 빛 무지개'라는, 제가 종종 쓰곤 하는 표현을 다시 한번 써볼 수 밖에요. (관련 기사 : "일본 시골빵집의 '행복한 자본론' 실험' , 한겨레 신문 2014.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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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처음으로 알게 된 건,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이 한창 신문 지상에 오르내릴 때였었습니다. 피케티의 책보다 더 일찍, 그리고 훨씬 더 쉽게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이야기하고 있다, 뭐 이런 글을 읽고 이 책을 샀었었지요. 류동민 교수님의 「프로메테우스의 경제학」을 읽고 마르크스 경제학에 대해 한껏 흥미를 가졌었던 기억도 다시금 떠올랐었구요. 헌데... 솔직히 말해 이 책이 담고 있는 마르크스 경제학의 내용이라는 게, 마르크스의 경제학이라 말하기조차 다소 민망할만큼 지극히 단순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먹는 빵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그리고 저자의 삶에 대한 투철함과 집념이 훨씬 더 돋보였다는. --;; (최소한 편의점에서 파는 기성품 빵은 단연코! 먹어선 안되겠다라는 생각을 했!!!) 어쨌든/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만으로도 이 책에 지불해야해던 '교환가치'는 최소한 저에게는 정당한 것이었다라고는 생각됩니다. 

 

"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라는 책의 소개말에 가장 잘 어울린다 생각되는 문장들을 인용해보는 것으로 이상... 마르크스 경제학을 알고 싶다는 분에게는 추천하지 못하겠지만, 먹거리에 관심 많은 분들에게는, 특히나! 빵집 사장님들에게는 꼭 추천해드리고 싶은 책,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의 감상문 끝!

 

 

 

   
 

우리는 작아도 진짜인 일을 하는 시골빵집의 미래상을 마음에 그리고 조금씩 채우고, 조합해가면서 자잘한 시행작오를 거듭해왔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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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에 무언가를 이루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는 될 턱이 없다. 죽기 살기로 덤벼들어 끝장을 보려고 뜨겁게 도전하다보면 각자가 가진 능력과 개성, 자기 안의 힘이 크게 꽃피는 날이 반드시 온다.

 

 

 

 

 

 

 

 

※ 함께 읽어보면 좋을 듯한 책들


- 류동민 著, 「프로메테우스의 경제학」 : 마르크스 경제학에 관한 입문서. 경제학적 내용을 떠나서라도 읽어볼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책.

- 한윤형 외 著,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 사회적 구조가 만들어내는 노동의 좌절.

- 류동민 저, 「일하기 전엔 몰랐던 것들」 :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의 아카데믹 버젼.

- 바버라 애런라이크 著  「노동의 배신」 : 우리에게 노동은 무엇이며, 그 노동에 대한 대가는 어떻게 지불되어 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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