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중국 당대문학 걸작선 1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 <살인의 추억> 도입부에서, 서울에서 온 형사 김상경이 어떤 여자를 도와주려는 장면을, 성폭행하려는 것으로 오인한 형사 송강호가 보고는 김상경에게 달려들며 하는 말이 있었죠.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대충) "사람이 개냐? 여자만 보면 달려드냐?" --- (개가 사람보다는 하등의 동물이라는, 부인할 수 없는 전제 하에서 보자면) 어쩌면!!! 송강호가 말한 의미에서의 '개'가 속은 훨씬 편할 지 모릅니다. 뭐 그냥... 먹고 싶으면 먹고, 싸고 싶으면 아무데서나 싸고, 섹스하고 싶으면 첨 보는 개하고도 섹스하자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사람은 개가 아니기에,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인간의 본능마저를 이러저러한 이유들로 인해 억제해야 하는 경우가, 그 본능을 마음껏 표출해낼 수 있는 상황보다 훨씬 더 많지요. 미팅 자리에서도 '난 저 여자가 맘에 드는데!'라 생각하지만, 또! 그 여자도 '난 저 남자가 맘에 드는데!'함에도, 타인의 시선이라든가 자존심 등등의 이유로 자신의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지 못해 그 호감을 끝내 연결시키지 못하는 경우도 있거니와, 심지어는 본능과는 전혀 상관없는, 단순한/선의의 호의조차 어떠어떠한 조건하에서는 (본능의 음흉한 발현으로 오해되어) 범죄가 되어버리기도 하는, 참으로...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존나  피곤한!' 삶을 살아가야,만 하기 때문이지요. (홍길동의 유명한 말,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가 현재에는 가족관계를 벗어나, 일반 사회 생활에서 수도 없이, 각자의 마음 속에서 되내어지고 있는거라 전 생각합니다. 회식자리에서 속옷이 보이는 부하 여직원에게 속옷 보이니 주의해라,라는 말을 해주었다가 성희롱으로 판결받았다는 어느 직장 상사의 뉴스도, 넓게 보면 고래 적 소설 속의 인물인 홍길동이 겪었었던 '억울함'과 별반 차이가 없다라고 보기 때문이지요.)

 

헌데 말입니다!!! (물론 넓게 보면 물론 다 '인간 이성'이 발현된 것에 속하기는 하겠지만) 타인의 시선이라든가, 사회의 규범, 혹은 인간의 양심 등에 의해, 자신 스스로 그 본능을 억제하는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라, 오로지 자신이 추종하고 있는 사상·이념 혹은 계급적 지위만으로 인간의 본능을 억제하여야 한다면, 과연 어떠한 일이 생겨나게 될/생겨날 수 있을까요? --- 처음으로 만나보는 중국 작가 옌렌커의 소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바로... 이러한 경우를 상정하여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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爲人民服務

 

1.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2. 1944년 중국 최고지도자 마오쩌둥이 발표한 유명한 정치 슬로건

3. 개인의 행복보다 혁명의 대의와 사회 공익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중국군의 책무를 담은 국민적 구호 

중국군의 핵심 권력에 자리하고 있는 어느 한 사단장 사택의 취사 담당병사인 주인공 우다왕은, 마오쩌둥의 어록을 통째로 외우고 있을 뿐 아니라 뛰어난 미각과 요리 실력을 갖추고 있는, 그야말로 최고의 모범적인 군인이자 요리사입니다. 그는 사단장의 사택으로 배속받기 전 교육받았었던, '묻지 말아야 할 것은 묻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않으며, 하지 말아야 할 말은 하지 않는다. 사단장님의 가정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바로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것임을 명심하라. 거기에 더해 말에 책임을 지는 것, 모든 말을 실행에 옮기고 구호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라는 원칙을, 말 그대로 그 원칙을 위해 산다라고 할 만큼 철저하게 지켜 왔지요. 그러한 이유로, 중국군의 편제 축소 개편에서 사단장이 사택의 다른 경비·관리 인원들은 모두 내보냈었음에도 우다왕만큼은 계속 그의 곁에 두었던 겁니다. 한편, 오십 줄에 이르러 있는 이 사단장에게는 젊고 아름다운 아내가 있었었으니...

 

사단장이 출근하고 나면 …… 이 병영의 양옥 건물 안에는 서른 두 살인 사단장의 아내 류롄과 스물여덟 살인 취사병 겸 공무원 우다왕만이 남게 되었다. 마치 커다란 꽃밭에 신선한 꽃나무 한 그루와 호미 한 자루만 남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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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뭔가 B급 에로영화같은 줄거리를 기대하게 해주지 않나요? --- '슬픈 예감'만이 틀리는 적이 없는 게 아니라, 이러한 야릇!한 추측도 때로는 우리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기도 하지요. 맞습니다!!! 사단장의 부인은 우다왕에게는 그야말로 하늘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최소한 그 사택안에서 내려지는 그녀의 명령은 곧 사단장의 명령과 동일한 무게를 갖고 있는 것이었지요. 어느 날 사단장이 두 달여간의 장기출장을 떠나게 되었고, 그리하여 우다왕과 류롄, 단 둘만이 남게된 다음 날, 아침 식사를 마친 류롄이 우다왕에게 말합니다. 

 

"우다왕, 앞으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이 팻말이 원래 있던 자리에서 벗어나 있거든 내가 볼 일이 있어 찾는다는 뜻이니 위층으로 올라오도록 해."

 

사단장은 이전에 우다왕에게 자신의 아내가 무슨 말을 하기 이전에는 위층에는 절대 올라가지 말라고 명령했었었고, 우다왕은 그 명령에 따라 단 한 번도 사단장과 류롄의 사적 공간이었던 2층에 올라가본 적이 없었습니다만... 이제! 그 명령의 전제 조건 자체가 아예 허물어져 버린거지요. 마당에서 채소 작업과 허드렛일을 마치고 주방으로 돌아온 우다왕은 드디어?/!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팻말이 원래 있던 자리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져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소설에서는, 이전부터 류롄이 창문을 통해 우다왕의 일하는 모습들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라는 의미심장한 서술을 미리 깔아놓았습니다. 마치 에로 비디오에서 마님이, 장작을 열라 패고 있는 변강쇠의 땀에 젖은 상반신을, 육욕어린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처럼 말이죠. ^^;;) 그렇게... 류롄이 있는, 이제껏 단 한 번도 올라가보지 않았던, 미지의 세계, 2층으로 올라가는 우다왕의 마음은...


가슴 한 구석에서 달콤한 맛을 품은, 뭐라 말할 수 없이 미세한 신비감과 긴장이 밀려왔다.…… 우다왕이 혼돈에 사로잡에 있는 사이에 애정의 도화선은 이미 그녀의 손에 의해 조용히 점화되고 있었다.…… 쿵쾅쿵쾅 억제되지 않는 심장이 제멋대로 뛰고 있었다. 류롄을 만나러 가는 이 심장의 박동은 혁명 군인의 각오와 입장에 위배되는 것이고 진보를 원하는 그의 속마음과 사상에 위배되는 것이었다. …… (하지만) 그의 언행의 가장 중요한 지침은 수장의 가족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바로 인민에게 복무하라는 것이라는 대명제뿐이었다.

자칫! B급도 못되는, 예전 같았으면 세운상가에서나 살 수 있었던 비디오에나 나올 법한 장면들을 글로 옮겨 놓은 듯한 표현들이 이후 줄줄이/흥미 진진하게 이어집니다. 이 감상문이 좀 길어지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이 포스트를 읽으시는 남성분들은, 어쩌면 여성분들도 또한! 이런 서술이 있어주기를 바라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하지만 그보다는!!! 이러한 장면들의 묘사가 (중국 작가들 특유의 언어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면) 저에게는 기막!힌 유머가 가득한 것들이라 생각하기에, 좀 길지만, 또한 별 내용이 없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굳이!!! 다음의 부분을 인용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그녀가 몸에 걸치고 있는 것이라곤 빨간색과 파란색 꽃무늬가 뒤섞인 얇은 실크드레스 잠옷 하나뿐이었다. 실크드레스는 품이 너무 크고 헐렁헐렁해서 언제라도 그녀의 몸에서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 선풍기가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고 바람이 그녀 쪽으로 불 때마다 류롄의 드레스가 흩날렸다. …… 바람이 드레스 자락을 들칠 때마다 그녀의 허벅지는 아름다운 산수가 제 모습을 드러내듯 그대로 드러났다. 하얗고 늘씬한 데다 적나라하게 탄력이 넘치는 허벅지 살이 남김없이 노출되었다. 실사구시적으로 얘기하자면, 우다왕이 실크드레스를 입은 여인을 보는 것은 이번에 생전 처음이었다. …… 부풀어 오른 드레스의 옷깃 사이로 그의 눈이 순간 경계심을 잃은 사이에 그만 그녀의 젖가슴이 드러나고 말았다. 그녀의 가슴은 하얋고 큰 것이 마치 원을 그린 것처럼 둥글고 풍만했다. 밀가루 반죽이 잘 되고 화력도 가장 좋을 때 자신이 사단장을 위해 쪄냈던, 사단장이 가장 즐겨 먹는 따끈하고 속이 빈 하얀 찐빵과 같았다. …… 류롄의 커다란 유방을 본 우다왕은 자신이 쪄낸 크고 따끈한 찐빵을 떠오리며 순간 손을 뻗어 만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누가 뭐래도 중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이었고 부대 안에서도 이상을 갖고 있는 인물이었다. 숭고함을 쟁취하고자 하는 인물이었고 사단장과 부대의 조직으로부터 신임을 받는 인물이었으며 공산주의를 위해 평생 분투하기로 뜻을 세운 사람이었다. 자신의 성이 무엇이고 이름이 무엇인지 기억하는 것처럼 그는 자신이 단지 사단장 사택의 공무원 겸 취사병일 뿐, 사단장의 아들도 조카도 아니며 류롄의 친동생도 사촌동생도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이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 …… 우다왕은 눈 깜짝할 사이에 혁명의 뛰어나고 빛나는 이성으로 자산계급의 비이성적이고 황당한 욕념을 극복해냄으로써 하마터면 벼랑 끝에 놓일 뻔한 자신의 영혼을 구해냈다.

그런 옷차림을 한 채, 별 것 아닌 일을 시킨 류롄은 당황스레 서있는 우다왕에게 앞으로 둘만 있을 때엔 자신을 사모님 대신 '누나'로 부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말이 이 사택에서 일하고 있는 우다왕에게 어떤 의미인지 아느냐 묻지요. 우다왕은 대답합니다. "사단장님과 사단장님의 가정을 위해 복무하는 것이 바로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것과 같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대답을 마치고 1층으로 내려가려는 우다왕의 뒤를 향해 류롄은 다시 야릇!한 한 마디를 던지지요.


"매일 자기 전에 목욕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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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 중의 일부를, 또한 작가의 표현 그대로 옮겨 보는 것이, 제가 그 내용을 요약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 같기에, 여전히 길고 긴, 하지만 커다란 읽는 재미를 선사해 줄 수도 있다 생각하는 부분들을 (편집하여) 인용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길지만... 최소한 읽기에 지겹.지는 않으실 듯. ^^;; 

 

채소를 들고 주방에 들어서는 순간,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문구가 새겨진 팻말이 부뚜막 위에 놓여 있는 것을 본 그는 그 자리에 몸이 굳어버렸다. …… 우다왕은 곧 무슨 일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예감했다. 도화선에 이미 불이 댕겨져 절대로 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랑이 폭발성 화약처럼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발밑에 지뢰를 하나 묻어두고 있었다. 문제는 발밑에 지뢰가 묻혀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의식하고 있음에도 눈 앞에 놓인 그 지뢰를 밟고 지나가야 한다는 점이었다. …… 그는 지뢰를 피해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확실한 것은 눈앞에 놓인 지뢰를 밟고 지나가야 한다는 사실뿐이었다. 더 곤혹스럽고 고통스러우며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사실은 그가 이 지뢰를 밟은 뒤에는 몸과 명예를 더럽히고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지경까지 파괴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골수 깊은 곳, 아무에게도 드러낼 수 없는 가장 비밀스런 곳에서는 수시로 지뢰를 밟고 싶은 욕망과 충동이 샘솟고 있었다. …… 그는 바로 그런 무모한 용기를 걱정하면서도 동시에 흥분하고 있었다. …… (류롄의 명령대로 드디어 그녀를 '누님'이라고 부른 우다왕) …… 이처럼 가벼우면서도 뜨거운 누님이라는 호칭이 두 사람 사이에 가로놓여 있던 만리장성과 산맥을 뒤집어버렸다. …… 이 순간 우다왕은 자신의 그런 호칭이 그쪽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던 쇠사슬에 마침내 열쇠를 던져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이 순간 사랑의 문과 울타리가 성지의 대문처럼 활짝 열렸다. …… (류롄이 우다왕에게 건넨 첫 마디) …… 씻었어? …… 왜 몸을 씻어 땀냄새를 없애고 와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난처한 표정이 역력했다. …… (하지만 이내 곧) 그는 신속하면서도 민첩하게, 자세하면서도 진지하게 몸을 닦았다. 발가락 틈새와 은밀한 부분까지 모두 그의 열정과 세심한 손길을 누렸다. …… 그는 함정 안으로 달려가는 자신의 욕망과 열정을 통제할 수 없었다. 그녀의 하얀 피부가 국수 가락처첨 굶주린 거지 하나를 유혹하고 있었고 갸름하고 불그스레한 그녀의 얼굴이 농익은 참외처럼 그의 갈증난 목과 초조한 손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가 목욕을 할 때부터) 달콤함에 유혹된 불타는 욕망과 불을 향해 뛰어드는 나방의 충동은 이미 사랑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겠다는 용기로 변해 있었다.

 

(자신의 알몸까지를 드러내고 유혹하는 류롄을 끝내 외면하고 나온 우다왕은 사단장을 떠올리고는 이내 그 용기가 고민으로 변해버렸고) 그는 사랑과 성욕, 혁명과 생존의 정의, 그리고 성장의 도덕과 이익의 원칙을 탐구하고 있었다. …… (이내) 먹구름이 사라진 것처럼 그의 머릿속에 남은 것은 두 가지 뿐이었다. 하나는 류롄의 하얗고 뽀얀 피부와 유혹적인 몸이었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정말로 그녀와 그런 관계를 맺게 되었을 때 사단장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하는 문제였다. …… 주요 모순의 한 쪽은 달콤함을 주고 상리를 초월한 현모함에 빠지게 하며 현실의모든 이유를 잊게 해주는 반면, 다른 한 쪽은 자신을 두려움과 공포로 몰고 가 마치 형장이 기다리고 있는 미래를 떠올리게 했다. …… 순간 그는 망설임에서 벗어나 류롄과 그런 관계를 맺지 않고 혁명 전사로서의 제 모습을 지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그는 이미 사병으로서 아주 간단하고 간편한 방식으로 여인의 유혹에서 벗어나 군인으로 돌아와 있었다. 호연지기와 정기가 온몸에 흘렀다.

아마도... 작가의 의도인 듯 한, 매우 유치찬란한, 한 다발의 표현들로 우다왕이 그녀의 유혹을 이겨낸 과정이 이처럼 서술되어 있습니다. 「롤리타」와 마찬가지로, 이 소설은 '(인간의 이성으로 판단해 볼 때) 맺어져서는 안 되는' 남녀 관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작가 옌렌커는, 극상의 문학적 현란함으로 그 관계를 묘사해 내었던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와는 정반대로, 오글거려 미치겠을 정도의 유치함을 선택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이처럼... 또 다른 독서의 묘미를 즐길 수 있게 해주고 있지요. 사람은... 꽤나 자주/종종 오히려 이런 류의 유치함에서 이유 모를 절정의 쾌감을 느끼기도 하니까요. (저... 만 그런가요? 사실 제가 <웃찾사>의 '짜이호'를 보면/따라하면 서 완전!히 뒤로 자빠지며 웃는 취향이긴 합니다만... --;;)

  

어쨌!든 우다왕은 이처럼 결국 류롄의 유혹을 이겨내었으나 그 과정 속에서, 그가 이미 결혼을 해 아이까지 있는 유부남이기 때문이라는 사회적 도덕도, 상사의 부인과 성적 관계를 가지면 안 된다라는 인간의 이성적 판단 등도 전혀 작동되지는 않았었지요. 다만!!! (제가 이해하기로는) 군인으로서의 계급적 한계, 그리고 혁명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라는 군인으로서의 그의 사상 등만으로 류렌의 유혹을 이겨냈던 겁니다. 우다왕의 사리는... 앞으로도 이렇게 내내 몸 속에 쌓여가기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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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다왕의 몸 속에서는 물론! 사리가 전혀 쌓이지 않습니다. 곧! 그야말로 화려하고 쾌락적이며, 본능에 충실했었다라는 의미로 지극히 '인간적'이라 표현할 수도 있겠는 둘 만의 유희를 즐기게 되었으니깐요.

 

 

사랑의 아름다움 때문에 필연적으로 광기가 도출되는 것인지 아니면 성적 본질이 아름답기 때문에 사랑이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 어떤 일은 전후의 인과관계를 따질 필요가 없다. 발생했으면 그냥 발생한 것이다.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이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이 가는 것이다. 우다왕과 류롄의 정욕도 항상 이런 식으로 이루어졌다. …… 그 짧은 한 달 동안 두 사람은 본능의 주인이 되었고 동시에 본능의 노예가 되었다. 성의 유희가 두 사람 삶의 거의 전부이자 인생의 목표가 되었다.

이 소설의 대부분은, 이처럼 두 사람의 관계가 시작되는 순간의 미묘함, 그리고 관계의 황홀함/격렬함을 표현하는 것에 할애되어 있습니다. 뭐 그냥... 지금이라도 당장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을 듯한, 그렇고 그런 야설과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을 듯 보이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이 소설에게 (비록 이 출판사만의 분류인 듯 싶기는 합니다만) <중국 당대문학 걸작선>이라는 타이틀을 안겨 준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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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왜 류롄이 우다왕을 유혹하려는 했는가를 보죠. 류롄은 사단장의 두 번째 부인이었습니다. 즉, 사단장은 재혼을 했다는 거지요. 하지만 젊은 류롄에게는 사단장의 많은 나이도, 처녀인 자신이 재혼의 상대가 된다라는 것도 모두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오로지! 사단장의 권력, 그리고 그 권력이 가지고 있는 부와 힘에 자신의 나머지 인생을 걸기로 했었기 때문이었죠. 헌데... 결혼 하고보니! "사단장은 사단장일 뿐, 남자는 아니"었다라는, 바로 그 이유로 첫 번째 부인이 사단장을 떠났었다라는 걸 알게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류롄은 사단장이 가지고 있는 권력과 부를 뿌리치고 떠날 마음이 없었습니다. 대신!!! 우다왕이 '자산계급의 비이성적이고 황당한 욕념'이라 표현했던 그 '인간의 성적 본능'을, 우다왕을 통해 해소하고자 했던 거지요. 그녀에겐 여전히... (최소한 남들에게 보여지기에는, 이성·윤리 등과도 합치되는 사단장과의 결혼 생활을 유지해가는 댓가로 누릴 수 있는) '권력과 부'의 달콤함이 더 중요했었으며, 그렇게 '더 중요한 것'을 지키며 '남들은 볼 수 없는' 곳에서 자신의 본능을 충족시켜줄 대상을 드디어 찾아냈던 겁니다.

 

그렇다면 우다왕은 왜 또 갑자기 그녀의 유혹을 받아들이게 되었던 걸까요?  --- "그는 물이 흘러 도랑이 생기는 이치를 깨달았다. 물이 흐르는대로 자연스럽게 두지 않고 오히려 막아 역행시키려 했다가는 결과를 예측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나중에 메우기도 어렵다는 말을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말이, 그저 '인간의 본능에 충실하자'라는 뜻으로 쓰인 것은 아닙니다. 우다왕은 자신의 꿈인, 자신이 당 간부가 되어 아내와 아이의 호구를 도시로 옮기겠다는 것이, 지금과 같은 생활로는 과연 실현시킬 수나 있을지, 실현된다 해도 하 세월을 필요로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류롄이 사단장에게 한 마디의 말만 해주면 그 꿈은 내일이라도 당장 이루어질 수 있다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던 겁니다. 결국 그는 "이른바 도덕이나 윤리의 투쟁은 없었고 단지 운명을 향해 도전하는 용기와 힘"만으로 류롄의 유혹을, 또한 자신의 욕망을, 물이 흐르는대로 자연스럽게 두기로 걸심했던 거지요. 하지만 그보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마오 주석의 지상명령이, 그에게는 사단장님의 가정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었던 겁니다. 지극히 추상적인 한 문장의 표어가, 하나의 절대적인 행동강령이 되어, 무조건적이고도 완벽하게 복종해야만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누군가에게는 현실적으로, (원래 그 표어가 의미하고자 했던 바와는) 완전히 다른 의미가 되어버리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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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롄과 우다왕은 이미 사흘 밤낮을 1호 원자에서 알몸으로 보냈다. 두 사람은 이미 인간의 본질로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그 원초적인 즐거움이 극치에 도달한 다음 뒤따라 찾아온 것은 피로였다. …… 피로한 육체는 사흘 밤낮을 이런 식으로 보내기 이전에 맛보았던 야수 같은 사랑의 기묘함과 생기 넘치는 쾌락을 누리지 못하게 되었다. 실패가 그림자처럼 두 사람의 애정 행위를 뒤쫒아다녔다. 실패가 피로가 되고 피로는 다시 정신의 피곤을 불러왔다.

이 소설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읽는 내내 제가 좋아하는 작가인 주제 사라마구를 떠올리게 해주었었습니다. 우선 인간의 심리를 지극히 평범한 언어로, 하지만 나름 집요하고 정확하게 묘사해 내고 있다라는 점에서 비슷했었고, 두 번째로는 전지전능한 관점이 가끔씩 등장한다라는 점, 그리고 그 전지전능한 관점은 또한 소설의 흐름 앞뒤에 상관없이 자신만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툭툭 던져준다라는 거였지요. 자주는 아니지만, 매우 중요한 대목에서 예의 이 전지전능한 관점은 앞으로의 줄거리에 대한 방향을 미리 독자들에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바로... 위에 인용해 놓은 부분처럼 말이죠. 이제 그 둘에게는 '정신의 피곤'만이 남게 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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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장은 내일 돌아온다. …… 왜 그런지 알 수도 없고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하기도 어려웠지만 그는 갑자기 울고 싶었고 정말로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위대하다고도 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결코 평범하다고도 할 수 없는 애정의 레퍼토리 가운데 처음으로 그가 먼저 흘리는 눈물이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일이 처음 시작될 때부터 그는 이 일의 결말을 알고 있었고, 사단장이 돌아오면 서둘러 놀이마당을 거두고 연극의 막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쩌면! 두 사람의 애정 행위에 처음관 다르게 실패가 계속 일어났던 이유도 또한... 그 두 사람의 머리속에 '이 쾌락의 연극도 언젠간 끝이 나야하며, 그 끝은 그리 멀지 않았다'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어서였을지도 모릅니다. (전적이기까지는 아니라해도 최소한 무시하지 못할 만큼의 영향은 있었겠죠.) 그렇게 두 사람에게 다가온 '정신의 피곤'은 급기야 그 둘로 하여금, 지고지존의 대상인 마오쩌둥의 석고상과 초상화, 그의 어록 등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을 부숴버리는 것으로 자신의 사랑이 상대방의 사랑보다 더 크다라는 것을 증명하려는, 사뭇 절규와도 같은 행동을 하게 만들지요. (즉! 서로... 내 비록 너와의 섹스에서 예전과 같은 흥분을 느끼지도, 주지도 못했지만 내 마음만은 결코 식지 않았다,라는 것을 무언가 엄청난 일을 저지르는 것으로 증명해 보이려는, 역시나 인간 본성의 한 측면 - 유치한 측면- 이 나타났던 겁니다.)

 

임신을 한 것 같다라는 말을 하는 류롄에게, 우다왕은 그렇다면 지금의 아내와 이혼하겠다라는 발언을 하고 맙니다. 이 발언은 물론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겠으나, 자신의 꿈, 즉 아내와 아이의 호구를 도시로 옮기겠다는 것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요. (어느 것이 더 크게 작용했는가에 대해서는 판단을 할 수 없겠더군요.) --- 류롄의 유혹을 이겨내었던 그 애초부터 사실, 유다왕에게 자신에겐 아내와 아이가 있다라는 현실은 거의 작동되질 않았더랬습니다. 그는 오로지 '군인이라는 계급적 한계와 그가 좇고 있는 사상'으로써 그녀의 유혹을 물리쳤었던 거였었죠. 헌데 그랬던 그가!!! 마치 영화 속 건달들이나 할 법한, '나도 이혼할 테니, 누나도 이혼하고 나랑 둘이 어디 조용한 곳으로 도망가서 같이 살자!'라는 말을 했다라는 거지요. 이제 우다왕에겐 혁명의 뛰어나고 빛나는 이성따위는 그야말로 'out of 안중'이 되어버린, 사단장과의 이혼은 곧 류롄에게 아무런 부와 권력도 남지 않게된다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산계급의 비이성적이고 황당한 욕념만이 남아 그를 지배하고 있다는겁니다. 이게... 정녕 '사랑의 힘' 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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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써낼 수도 있었던 작품입니다. 상관의 젊고 매력적인 부인이 '앞으로 우리 둘이 있을 땐 날 누나라고 불러. …… 내 방으로 잠깐만 와볼래? …… 나 어때? …… 결국 그 둘은 퐈이야!!!' --- 이 한 줄이면 이제까지 써낸 그 모든 이야기들이 다 요약되는 거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작가의, 뭔가 느릿느릿한 듯 하면서도 요소요소에서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그야말로 콕콕 찝어내는 표현들 자체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어 볼 가치가 있다 생각되었고, 어쩌면! 그 표현들이야말로 이 작품의 첫 번째 매력 포인트가 아닐까하는 마음에 이토록 주저리주저리 써낼 수 밖엔 없었던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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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외삼촌」을 읽고... '인간에게 과연 사상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었다라 적었었지요.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이 책의 뒷표지에 표현되어 있듯이, '혁명의 성聖스러운 언어'이기도, 또한 '낭만의 성性스러운 수사'이기도 합니다. --- '사상'과 '본능', 이 두 가지를... 이 작품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분명! 기가 막히게 연결시키고 있다라는 게 느껴지기는 하는데, 그 연결을... 어떠한 단어로 적어낼 수 있을지는, 도저히 제게 떠오르질 않네요. 우다왕, 그리고 류롄... 과는 아무 관계 없는, 어느 한 병사가 써놓은 다음의, 흡사 삼단논법스러운 글귀가 혹여! 제가 표현해 내지 못하겠는 그 무언가를 말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약간의 취기와 함께 가져도 봅니다. (저녁 먹으며 막걸리 한 병 마신 후, 두 시간동안 맥주 세 캔 마시며 썼... --;;) 이 소설... 어쩌면, 「롤리타」와 같은 극단적인 호·불호를 자아낼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최소한! 저에게는... 매우 인상적으로 남는군요.

 

 

   
 

큰 바다를 항해할 때는 조타수에 의지한다. 조타수는 파도와 물의 흐름에 순종한다.

물이 동쪽으로 흐르면 나도 동쪽으로 향한다. 군인의 운명은 바람처럼 흘러간다.

 
   

 

 

우다왕과 류롄의 사랑은 말이죠... 이제까지 서로를 알지 못하고 살아왔던, 그 서로가 상대에게, '왜 이제야 내 앞에 나타났느냐'고, '이렇게 늦게 내 앞에 나타날 꺼였다면, 차라리 나타나지나 말지, 왜 하필 우리 서로 (각자 이미 누군가의 남편이고 아내인) 이런 모습/위치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게 나타난거냐'는... 그런, 원망을 할 수 밖엔 없는, 참으로 안타(!)까운 사랑이었다라는 생각을 하게만 됩니다. 그런 사랑은... 인간의 이성, 도덕, 사회적 규범, (스스로의) 양심, 그 무엇으로도 이겨내기 힘들 듯 한데, 하물며! 그 실체조차 불분명한 '사상/주의'이라는 것 때문에 시작조차 주저했었어야 했으며, 결국엔 끝맺음까지도 해야했던 두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요.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한참의 세월이 흐른 뒤, 류롄이 우다왕에게 건네준 쪽지, 그리고 우다왕이 류롄에게 전달해 달라 (사택의 위병에게) 건네어주는, 하지만 알고보면 사실은 그녀에게 다시 '되돌려 주는' 것인 그 무언가... 는 정말, 가슴 좀 찌릿/뭉클! 하면서도 이내 시려오기도 하네요. 이제 우다왕은... 더 이상 류롄에의 미련을 마음 속에 가지지 않겠다,라는 뜻 같아서 말이죠.

 

 

 

 

(읽어본)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를 이야기하는 책들

- 위화 作 : 「허삼관 매혈기」 ·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 · 「인생」 · 「형제 1·2·3

- Ji Li Jiang 著 :  「Red Scarf Girl

- 장안거 著 : 「붉은 땅의 기억」​

 

※ 본문에서 인용되었던 책들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作 : 롤리타」​ 

- 이주인 시즈카 作 : 「아버지와 외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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