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 홍수 - 황금의 지배자
에드윈 르페브르 지음, 박성준.김희균 옮김 / 레디셋고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두 시간 정도의 집중이면 다 읽어낼 수 있는, 두껍지도 복잡하지도 않은, 꽤나 흥미진진한 내용의 소설입니다만... 다음의 사전 지식 정도는 미리 갖추고 있는게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기는 합니다. 우선!!! 이 소설이 지금으로부터 무려 109년 전인 1905년에 쓰여진, 그야말로 옛날의 이야기라는 점. 헌데 중요한 건 그 시절엔 호랑이도 담배를 폈었었...었다라는 데 있는게 아니라, 그 시절이 이른바 태환화폐의  금화본위제(gold coin standard) 시절이었다라는 점이지요. 그러니까! 은행에 지폐를 가지고 가서 금으로 바꾸어 달라고 하면 은행은 그 지폐가 정상적이기만 하다면 무조건 그에 해당하는 금액만큼의 금을 지급해 주어야했었었으며, 동전은 무려!!! 진짜 금으로 만들어진 금화였었던 시절의 이야기라는 겁니다. 물론 한참 뒤, 호랑이가 폐암으로 죽게 되었을 즈음엔...

1944년 탄생된 브레튼우즈 체제로부터 달러를 중심으로 하는 금환본위제를 시작되었다. 미국 달러는 금 1온스 당 35달러고 고정됐고, 다른 주요 통화들은 고정환율로 달러에 고정됐다. 미국은 당시 세계 금 보유고의 80%를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브레튼우즈 체제에 서명한 국가들은 미국의 지급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 …… 이 당시의 화폐는 이처럼 여전히 금이라는 물질의 양에 묶여 있었던 것이다. 화폐의 유통량이 은행의 금 보유량보다 훨씬 많기는 했지만 고객이 요구하면 언제든지 화폐는 금으로 바꿀 수 있는 태환화폐였었다. …… 1960년대 중반 베트남 전쟁의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미국이 달러를 지나치게 많이 찍어내자 이에 적잖은 불안감을 느낀 프랑스 드골 대통령은 프랑스의 중앙 은행에 달러가 생기는 대로 금으로 바꾸라는 명령을 내렸고, 이에 다른 나라들도 가세하자, 사태를 그냥 두었다가는 미국의 금 재고가 머지 않아 바닥날 것이라 판단한 닉슨 대통령이 1971년 8월 15일, 결국 '신경제정책'이란 걸 통해, 달러의 금 태환을 정지를 선언하고, 외국 정부가 달러를 금으로 교환해 줄 것을 요구해도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금본위제도가 폐지된 것이다. 

- 네이버 캐스트 '금본위 제도' 와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에서 인용 ·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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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호랑이가 한창 골초였었었.던, 그... 랬었던 시절의 어느 날! 그린넬이라는 이름의 한 젊은 사내가 월 스트리트 최대의 은행에 와 10만 달러를 예치하겠다며 은행장 도슨을 만나게 해달라고 합니다. 도슨의 입장에서 10만 달러는 별 것 아닌 금액이었지만, 그린넬이 내밀었던, 도슨도 잘 알고 있는 대학 교수의 소개장때문에 그를 만나주기로 했었지요. (당시의 은행은, 아무 은행의 아무 지점에나 달랑 1,000원만 들고가도 통장을 신규로 개설할 수 있는 지금과 같은 시스템은 아니었던 듯.) 근데 말입니다!!!

 

그린넬이 들고 온 것은 달러 화폐가 아니라, 재무성에서 발행한 금 예치소의 수표였었습니다. 즉, 그린넬이 실제 금괴를 가지고 있었었다라는 거지요. 게다가 그는 앞으로도 지속적이고 또한 정기적으로 이 은행에 똑같은 수표를 입금시키겠으며, 그 예치금을 건드리지도 않겠다라 말하기까지 합니다. 그리곤... 일주일 후, 진짜로 또 15만 달러의 금 예치소 수표를 입금시키지요. 이후 매주 목요일 25만 달러를 시작으로, 50만 달러, 그리곤 100만 달러까지를 입금시킵니다. 급기야 은행장인 도슨은 그린넬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습니다. 너 뭐하는 놈이냐? 

 

이에 그린넬은, 자신은 29살의 독신이며 대학에서 광산학을 전공했고, 민주 정부의 공화정 체제를 지지한다는(지금의 표현으로 바꾸자면 '나는 진보다!' 쯤 될 듯), 도슨의 질문의 본질과는 아무런 관계 없는 대답만 해대며, 단호한 어조로 그 이외의 사생활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지 않겠다라고 하지요. 그리곤 태연하게 250만 달러의 금 예치소 수표를 또 다시 내밉니다. 은행장 입장에선 썅!!! 미쳐 돌아버리는 거지요.

 

은행장은 혼란스러웠다. 이 일은 월 스트리트도, 또 그 자신도 얼떨떨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는 이런 비상식적인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해결하지 않으면 위험해질 것 같았다.

두 달이라는 초! 짧은 기간 동안 그린넬이 이 은행에 예금한 총 액수가 1,000만 달러에 다다르자, 도슨은 결국 사립탐정을 고용해 그린넬의 주변을 샅샅이 조사해봅니다. 그리고 그린넬이 맨 처음에 들고 왔었던 소개장을 써준 대학 교수에게도 그에 대해 물었습니다만, 그 두 곳에서 모두 특별한 점을 발견해내지는 못합니다. 단지 그의 집으로 화학 제품과 실험 기자재들을 파는 상점의 트럭이 정기적으로 배달을 온다라는 것, 그리고 그의 집에서 매주 월요일 상당한 양의 금괴가 트럭에 실려 나간다라는 점, 그가 학창 시절 라듐에 관한 연구에 독보적인 재질을 보였었다라는 점 등이 도슨이 알아낸 거의 전부였었었지요.

 

여기서 잠깐! 자신이 은행장으로 있는 은행에 거액의 예금자가 나타났는데, 은행장이 쾌재를 부르지는 못할 지언정 왜 혼란스러워지는거냐구요? --- 그가 금을 가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돈은 단지 돈일 뿐이지만, 금은 화폐 가치의 기준이 된다. …… 예측할 수없는 초과 공급 때문에 벌어질 수 있는 재난의 가능성은 끝이 없었다. …… 만약에 이 청년이 금을 너무 많이 풀어서 화폐 가치에 혼란이 온다면 세상은 엉망이 될 것이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여기에다가 그린넬이 언뜻 언뜻 비치는 그의 정치적 성향 또한 은행장 도슨을 더더욱 돌아 버리게 만듭니다. 이 빨갱이 시키!!!

 

저는 막대한 부를 가진 자의 의무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제가 할 수 있는 한 세상에서의 좋은 일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말 엄청난 부자가 될 작정입니다. 물론 4,500만 달러로 편안하게 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안락하게 사는 것 이상의 일을 하려고 합니다. 인간이라면 종종 무시를 당해 온 동료를 위해 어떤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가치 있게 돈을 쓸 사람의 손에 무제한의 부가 들어 있다면 이타적인 사람들의 꿈을 이뤄줄 수 있을 겁니다. 유토피안, 사회주의자, 몽상가 같은 사람들에게 말이죠. 그들은 성선설을 믿는 사람들이죠. 그게 바로 세상에 큰 변혁을 일으킬 사람들입니다. …… 어쨌든 최대 다수에게는 최대 다수의 행복이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 예를 들어 누군가 2억이나 3억 달러를 가지고 은행을 연다면 그 사회에 중요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은행은 주주에게 배당금을 많이 주려고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서민을 보호하는 동시에 사업가와 전체 공동체를 돕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요. 한 해에 25만 달러의 수입이면 사람들의 가장 호사스러운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충분한 액수입니다. …… 나머지는 인간의 선을 위해서 헌신하는 데 쓸 생각입니다. …… (하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아닙니다. 단순히 좋은 동기만으로는 안된다는 걸 깨닫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은행의 수장으로서 좋은 일을 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아직 그런 일을 할 능력이나 경험이 부족합니다.

이에 은행장 도슨은 그린넬에게, 만약 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러니까 너가 사고든 뭐든으로 인해 죽게 되면 그 금은, 너의 계획은 어떻게 될 것 같냐?라는... 사뭇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집니다...만! 그린넬은 한 술 더 떠줍니다. 내가 만약 죽게 된다면 내 계획은 차례로 누군가가 계속 이행하도록 되어 있는데, 그 중 한 놈은 정말 골수 사회주의자다, 만약 그 녀석이 내 계획을 이어가게 된다면 그땐 정말... '금의 홍수'가 일어날꺼다! 란 어마무시한 대답을 해주지요. 도슨의 입장에선 그린넬을 이젠 정말... 어찌 건드리지도 못하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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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 도슨은 세계 최고의 갑부이자 투자가인 멜런에게 그린넬에 관한 모든 것을 털어놓고야 맙니다. 그 둘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합친다면, 세상의 거의 모든 금괴의 이동들이 보여진다 해도 무방함에도, 그린넬이라는, 이제까지 듣도 보도 못한 젊은 놈이 갑자기 나타나, 매주 엄청난 액수의 금괴를 수표로 바꿔와 은행에 입급시키는 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둘은 결국... 그린넬을 만나 묻지요. 너... 금 어디서 났냐? 

 

하지만 금의 출처에 대해 끝끝내 함구하는 그린넬을 향해 도슨과 멜런은, 이제까지의 여러 정황 증거로부터 결국 그가 집안에서 직접 금을 만들어내고 있을꺼라는, 거의 확신에 가까운 의심을 가지게 됩니다. 물론! 그린넬은 그런 그들의 의심에 코웃음을 치지요. 여기서 다시 한번 경제학으로!

 

어떠한 재화/용역이든 공급이 늘어나면 그것의 가격은 하락하게 됩니다. (공기가 대표적이죠. 원래부터 무한정으로 있으니 그 가격은 당연히 0원. 물론 공기의 소유권이 부재한다는 점도 있겠지만.) 금의 공급이 늘어난다는 것은 곧 시장에서의 금값이 하락하게 될 거라는 걸 의미하며, 만약 (사회주의자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그린넬이 자기 집안에서 금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 공급의 한계마저도 알 수 없게 되니, 결국 금이 화폐 가치로서의 의미를 상실하게 되는 건 그야말로 '시간 문제'가 되어버리는 거지요. 투자가인 멜런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인해 그린넬의 등장에 대해 또한 엄청난 불안감을 느끼게 됩니다. 

 

채권은 현재 표준 순도의 금 시세로 원금과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만약 그린넬의 작업으로 인해 금이 쇠처럼 헐값이 된다면, 1,000달러짜리 채권은 50온스의 가치밖에 안 될 것이다. …… 채권에 대한 이자는 폭락한 금값을 기준으로 지불해야 한다. 결국 채권 보유자들은 망하게 될 것이다. 주식 보유자들은 다른 사람의 손실에서 이득을 볼 것이고. 

이러한 이유로, 도슨과 멜런은 결국 자신들이 음으로 양으로 보유하고 있는 엄청난 액수의 채권들을 모두 (음으로만) 내다 팔고, 그 돈으로 (또한 음으로) 주식을 매입하기로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 철도 채권을 팔아 그 돈으로 즉각 철도 주식을 사는 식이지요. 일반적으로 채권의 가격과 주가는 역의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이는 (아주 간단히 말해) 채권의 가격이 떨어지게 되면, 시중의 돈이 채권 시장으로부터 주식 시장으로 옮겨가 결과적으로 주가가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의 쓰여진 1905년 경이면, 자본의 투자처라고는 채권, 주식 그리고 부동산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즉 돈이 투자를 위해 갈 곳이 별로 없었다는 거지요.)

 

새로 쏟아지는 매도 물량으로 시장은 미친 듯이 요동쳤다. 한 주 동안 월 스트리트에서 벌어진,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채권 가격의 급락 사태는 '저가 사냥꾼'들을 혼란에 빠트렸다. 채권이 왜 이렇게까지 싸졌는지 그 까닭도 모르면서, 그들이 채권을 사들이도록 홀릴 때까지, 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있었다. ……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중들은 채권을 매도하기보다는 매수를 더 많이 했다. 반면 주식은 매수보다 매도를 더 많이 했다. 그런데도 채권은 계속 폭락하고, 주식은 자꾸 뛰었다.  …… 결국 주식을 산 사람은 가장 현명한 도슨과 멜런이었다. (금값이 떨어질 것이고, 그러면 채권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현저하게 줄어들게 된다라는 사실을 모르는) 어리석은 대중들은 주식을 비싼 값에 팔아 채권을 싼값에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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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ith와 더불어 경제학사에서 Top 2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경제학자이자, 최고의 주식 투자가이기도 했었던 J.M.Keynes는 '결국 경제는 인간의 심리에 달려있다'는, 현재에도 여전히 그 통찰력을 잃지 않고 있는 주장을 했습니다. --- 금융 시장의 작동 원리를 그린넬, 도슨 그리고 멜론이라는 각기 다른 입장의 세 사람을 통해 단순·명쾌하게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은, 비록 100여 년 전에 쓰여진, 게다가 통화제도 자체도 현재와는 판이하게 다른 상황을 묘사하고 있습니다만, 복잡해 보이는, 실제로도 무지 복잡할 것 같은 현재의 금융 시장에도 예의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교훈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여전히... '경제는 인간의 심리에 달려 있다'라는 거지요.

 

비록 이야기의 전개가 속도면에서 약간씩 건너 뛴 부분들/급한 감이 없진 않지만, 약간의 경제학 지식만 있다면 상당히 재미있게 읽어내게 될/읽어낼 수 밖에 없는 내용임에는 틀림 없는... 소설입니다. 그... (살짝이) 짜릿!한 반전은 직접 이 책을 읽어보실 분을 위해 여기서는 밝히지 않는 걸로... ^^;;

 

 

※ 소설의 형식을 빌어 경제학을 이야기 하고 있는 (읽어본) 또 다른 책 : 애덤 스미스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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