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제왕의 생애 (양장)
쑤퉁 지음, 문현선 옮김 / 아고라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모옌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위화와 더불어 현재 '중국의 3대 작가'라 불리운다는 쑤퉁을 만나본 첫 작품입니다. '3대 작가'라는 타이틀의 정당성이 어떻게 성립된건지는 알 수 없지만, 류전윈의 책을 읽고 쓴 감상문에 이웃분께서 쑤퉁이라는 작가을 언급해주셨는데, 난생... 첨 들어보는 작가라 검색을 해보니 그렇다더라,라고 쓰여져 있더군요. 암튼!!! 이 작품이 쑤퉁의 대표작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알라딘 중고서점에 그의 작품으로는 이것뿐이었다라는 이유로 읽어보게 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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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의 역사가 아닌, 가상의 역사를 다룬 소설입니다. 섭국이라는 나라의 왕이 죽었고, 그는 장자가 아닌 다섯 째 아들 단백으로 하여금 왕위를 잇게 한다는 유언장을 남깁니다. 이는 단백 자신에게는 물론 모두에게도 충격적인 내용이었었지요. 어쨌든! 그렇게 준비되지 않은 왕위 계승자 단백은 열두 살의 나이에 왕위에 오르게 되니, 예의 할머니 황보부인과 엄마인 맹부인의 섭정을 받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맹부인은 자신이 왕의 친모임에도 불구하고, 왕의 할머니인 황보부인이 거의 모든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 커다란 불만을 가지게 되지요. 그 사이에서 나이 어린 제왕만 그저 휘둘리게 될 뿐.

제왕의 스승인 각공은 그렇게 일국의 군주같지 않은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제왕에게 '제왕의 생애란 그렇듯 하잘것 없는 말들을 견디며 쓸데없는 일을 하는 가운데 흘러가는 거'라는 말을 해줍니다. 이복형제들과의 갈등은 결국 제왕을 암살하려는 시도로 표출되었고, 섭왕은 그들 이복형제들을 죽이고 싶어하나 할머니인 황보부인의 반대로 결국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됩니다. 그에 대해 항의하는 섭왕에게 실권자인 황보부인은 "섭국의 궁중에서는 왕으로 세워지기도 쉽지만 쫒겨나는 것도 쉬운 일이다. 이 말을 절대 잊지 말거라"라는 반협박성 멘트로 일순간에 그의 불만을 잠재워버리지요. 이 단순한 사실 하나가... 그가 제왕이라는 칭호로 불리우되, 그에 걸맞는 실권은 가지고 있지 못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인겁니다.  ​

이웃 나라인 팽국의 빈번한 침략으로 국운이 쇠퇴해져가기 시작한 섭국은 결국 생존을 위해 팽국의 공주를 섭국의 왕비로 맞아들이는 결정을 내립니다. 이 결정 또한 예의 황보부인에 의해 내려진 것이었지요. 팽국의 공주와 결혼을 했으나, 그녀에게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 섭왕은 오히려 혜빈이라는 후궁에게 점점 더 빠져들며, 국사를 멀리하게 됩니다. ​섭국의 운명은... 그렇게 제왕의 지위가 약해진 것에 발맞추어 점점 위태로와지기 시작하지요.

내가 무슨 빌어먹을 개 방귀만도 못한 왕이란 말이야? 나는 하늘 아래 가장 유약하고 무능하며, 또한 가장 가련한 제왕이로다. 어릴 때는 유모와 환관, 궁녀들이 하라는 대로 했고, 글을 깨우칠 무렵에는 승려 각공이 하라는 대로 했으며, 왕이 되어서는 황보부인과 맹부인이 하라는 대로 했다. 이제 나라의 정세가 크게 변하여 민심이 흉흉하고 여기저기서 반란을 일으키고 있으니 모두 다 늦었구나. 한 자루 칼이 내 목을 노리고 달려드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나는 그저 여기서 한숨만 내쉬고 있을 뿐이다. …… 내가 무슨 빌어먹을 왕이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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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부인은 숨을 거두기 직전, 자신이 선대 왕의 유언장을 바꿔치기 하였었으며, 선왕은 사실 장자 단문으로 하여금 왕위를 잇도록 하는 유언을 남겼었다는 것을 단백에게 털어놓습니다. 그 이유로는 그저... "이건 내가 너희 사내놈들과 즐긴 한바탕의 농담이니라. 나는 가짜 섭왕을 만들었다. 너를 조종하는 게 더 쉬웠기 때문이지."였었다라고 말이지요. 

 

​왕의 자리에 아무런 열의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그가, 결국 장자 단문에게 왕위를 빼앗기게 되는 것은 이처럼... 원래 일어났었어야 했던 일이 단지 뒤늦게 일어난 것일뿐이었던 겁니다. 왕위를 빼앗기고 수치스러운 모습으로 궁을 떠나 평민의 삶을 살게 된 폐왕 단백은 옛날부터 꿈꿔왔었던 줄타는 광대가 되었고, "나는 시골 객잔 안의 모든 사람들이 나보다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살고 있다고 느꼈다. 일찍이 나는 이 나라의 지고무상한 제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행복과 즐거움은 그들의 그것에 미치지 못했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요.

​소설은... 결국 섭국이 패망하는 것으로 끝맺음을 합니다. 이 작품을 읽는 내내, 어렴풋한 기억으로만 남아있는 <마지막 황제>라는 영화가 떠올랐었습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스토리는 두 작품이 많이 비슷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어거지(?)를 부려 굳이 이 작품만의 메세지를 끄집어 내본다라면 「나, 제왕의 생애」를 통해 작가는, 결국 행복이란 건 자신 스스로가 만들어야 하는 것이며, 그렇게 만들어진 행복은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만 유효한 것일지도 모른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게 아닌가하는 느낌정도였다랄까요? 다시 말해!!!

자신 스스로 자신의 행복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그리 아름답지도/순탄하지도 않으며, 어쩌면... '행복'이란 단어가 가지고 있어야 할 달콤함조차, 그 '행복'안에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이처럼 자신 스스로가 느끼는 자기 삶의 행복이라 정의되는 것이 전혀 달콤하지 않은 것들로만 이루어져있을 수도 있지만, 또한 그 반대로 달콤한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는 '행복하지 않음'은 오히려!!! 최소한 타인들에게는 여전히 행복함!이라는 단어로 표현되어지기도 한다라는, '구경거리로는 남의 운명을 들여다 보는 것만한 것이 없다'라는 타인들의 심리와의 그 괴리를... 작가 쑤퉁이 언급하고자 했던 게 아니었을까 하는, 막연하기만한 저의 추측으로 이 작품을 표현할 수 밖엔 없을 듯 싶습니다. 술술 읽혀가긴 했습니다만, 임팩트도 재미도 느낄 수 없었던, 그렇다고 뭔가 작가만의 메세지가 뚜렷이 나타나 있지도 않아보이는, 그런 소설이었었기에,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그다지 궁금하지는 않네요. 읽고싶은 책들을 읽어내는 것만으로도... 저의 '생애'는 이미 충분히 부족해진 듯 싶어서 말이죠. --;;

 

 

(읽어본) 중국 작가의 책들

 

- 위화 作 :허삼관 매혈기」 · 「제7일」  ·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 · 「인생」 · 「형제 1·2·3

- 모옌 作 : 「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진다」 

- 류전윈 作 :  「닭털같은 나날」 · 「나는 유약진이다

- Ji Li Jiang 著 :  「Red Scarf Girl

- 장안거 著 : 「붉은 땅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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