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털 같은 나날
류전윈 지음, 김영철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미국에 가면 말이야, 거기에선 심지어 거지도 영어로 말한대!" --- 이 말에 무려! 십여 초라는 긴 시간동안 놀라움을 가졌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 십여 초 후, "당연하지! 미국 거지도 미국 사람이니까!!!"란 생각을 끄집어 낼 수는 있었습니다만, ​대한민국의 공식 교육과정을 모두 끝낸, 거기에 13-4년간이라는 사회생활까지가 더해져 있는, 마흔 여섯이라는 나이가 되어 있음에도 여전히 저에게 그 '십여 초'가 필요한, 아니 어쩌면 깨어나기까지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여전히 있는 거더군요.

미국은 잘 사는 나라, 영어는 세계 공통어... 라는 생각에 지배당하고 있었던 그 시절, 예의 미국이라는 나라는, 그다지 잘 살지는 못하는 것 같은 대한민국이란 나라와는 아주 많이 다를 꺼라 믿었었으며, 그러한 믿음이 결국, '미국은 거지도 영어로 말한대'라는 당연한 사실을, 진심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이는 데 십여 초라는 긴 시간을 필요로 하게 만들어주었던 거였지요. --- '그들은 우리완 아주 많이 다를 것이다'라는 생각은 여전히 저의 머리속 어느 한 구석에 자리 자고 있어, 멀지도 않는, 명동에 나가면, 제주도행 비행기를 타면 지겨울 정도로 만나볼 수 있는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도 예의 '그들은 우리완 아주 많이 다를 것'이고, 그러하기에 그들의 생각하거나 살아가는 것까지도 모두... 최소한 '나'와는 많이 다를 것이라 생각해었습니다...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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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책을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집어들었었는지 명확히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아마도 책의 뒷표지에 있는 황석영 작가의 '대단한 작가다!'라는 표현 때문에, 어쩌면 그다지 비싸지 않은 가격때문이었을지도... 여하이 처음 만나본, 중국 작가로는 세 번째가 되는 '류줜윈'(이 책의 표지에는 '류진원'이라 적혀 있습니다만, 공식적으로는 '류전윈'으로 표기하고 있는 듯)을, 이제 고작 단 한 권의, 세 편의 작품만을 읽었을 뿐임에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되었었던 미시마 유키오를 가볍게 제쳐낸... 저의 2014년 상반기 독서의 가장 커다란, 새로이 만나본 환희라고 도저히!!! 말하지 않을 수 없네요. (사실 「지구전설영웅」을 다 읽고, 박민규의 「카스테라」를 펼쳤었습니다만, 몇 십여 페이지를 읽다말고 그 책은 다시 알라딘에 되팔기로, 에밀 졸라의 「인간짐승」은 채 열 페이지조차 넘기지 못한 채, 저에게 좀 더 많은 정신적 여유가 허용될 때 읽어 보기로... 그렇게 어렵게? 제 손에서 펼쳐진 이 책이 말입니다.)

<닭털 같은 나날>, <관리들 만세>, <1942년을 돌아보다>, 이 세 편의 중편 소설들을 통해 작가 류전윈이 저에게 알려준 사실은, 사실! 별 것 아닐 수도 있겠는, 하지만 제가 차마 믿지는 못하고 있었던, 다름아닌 '사람이 사는/살아가는 방식은 중국이라고 해서 지금 네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과 크게 다르지 않단다'였었습니다. 아니! '다르지 않'을 뿐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너무도 똑같아, 마치 나의 복제 인간을 만나보게 될 때의 심정이 이러하지 않을까하는 생각까지를 떠올려 보았었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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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와 실재는 떼어버릴 수 없는 사이이다. 이미지가 실재를 압도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어쩌면 그림자가 주인일지도 모른다. 가상의 세계가 오히려 더욱 강력하게 현실의 세계를 압도하는 세상인 것이다. …… 류진운의 소설 세계는 중국의 현실 세계가 드리우는 그림자와 같다. 현실에서 떼어낼 수 없는 그림자는 오히려 더욱 깊이 있게 현실 세계의 구조와 논리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 <옮긴이의 말> 중​ 

예의 그러 해왔듯, 책을 읽어가면서, 소설의 줄거리를, 수없이 많은 소설의 표현들을 적어놓았습니다만, "시간이 없어 길게 씁니다"란 말을 떠올려 보는 것조차 민망하게도, 세 작품의 표지에 인용되어 있는, 그야말로 각각이 그 작품의 핵심을 완벽하게 전달해 주고있는 문구들을 그대로 옮겨 놓는 것만으로, 거기에 그저 약간의 제 생각을 곁가지로 붙여놓는 것으로, 그러하기에 차마 감상문이라 말할 수조차 없을, '엄청난!!! 이 작가와 작품의 존재를 소개하는 것'에 그칠, 이 글을 끝마치려 합니다. 만약, 이전과 같은 방법으로, 어느 하나 그 대단함!의 크기를 비교할 수 없는, 정말로 대단한!!!, 이 세 작품들에 대한 감상문을 적어내려한다면, 진짜로... "너무 길게 써져서 시간이 없네요"란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기 때문입니다. --- 어느 새... 이 작가, 류전윈의 다른 작품들을 이미 장바구니에 담아 놓았으며, 중국 작가들의 작품만이 놓여 있는 책장의 칸이 이내 곧 채워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어쩌면!!! 조만간 한 칸을 더 늘려야할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당연하다는 듯 하면서 말이죠. 

【 닭털 같은 나날 】

그날 저녁 아내와 아이가 잠든 뒤, 그는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아주 어두운 밤에 스스로 자기 따귀를 때렸다. "너는 왜 이렇게 능력이 없냐! 너는 왜 이렇게 살아가는 방법을 모르냐구!" 그러나 그는 아내가 깰까 봐 걱정이 돼, 세게 때리지도 못했다.

​(우리도 이렇게, 이런 일상을 살아가고 있을 겁니다. '아내'뿐만이 아닌, 나를 둘러싼,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많은 것들이 깰까 봐 걱정이 되어, 내 뺨조차 세게 때리지 못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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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들 만세 】

도대체가 결정적인 때가 되자 친구는 오지 않고, 적들이 모두 온단 말인가? 세상의 이치야말로 참으로 복잡한 것이다. 혁명의 대열은 정말 단순하지 않은 것이다. 대립하는 양쪽 진영조차 도무지 분명하지 않으니 말이다. 적군 속에 아군이 있고, 아군 속에 적군이 있는 것이다.

(타인의 이야기로 바라보기엔 재미있는 풍자입니다만, 그 안에 몸담고 있는, 몸담고 있을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슬플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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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2년을 돌아보다 】

​기아가 세상의 모든 것을 주도하는 것이다. 아홉 살 남자아이는 사백 원에 팔리고, 네 살 난 남자아이는 이백 원에 팔렸다. 처녀는 기생집으로 팔리고, 청년은 종종 군인으로 잡혀갔다. 청년들은 군인으로 잡혀가기를 원했다. 왜냐하면 군대에서는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슬프고... 그 다음에도 슬프고, 그리고 한 숨을 내쉬며 기어이 다 읽어내면 다시 한번 씁쓸하게 슬프기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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