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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키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오근영 옮김 / 창해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 2014,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
●
「인생」
→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80일간의
세계일주」 → 「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 「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진다」 → 「형제」
가장
가까운, 가장 소중한, 그러나/그러하기에 가장 자주 화풀이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게 바로 '가족'이 아닐까 싶더군요. 아내에게 화를 내고, 나의
아이를 혼내고나면 곧이어 나의 일상도, 나의 처신도, 나의 판단 그리고 결국엔 나란 사람 또한... 결코 그러한 화와 그러한 혼냄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오히려 그보다 훨씬 관대한 기준으로 본다해도 어쩔 수 없이 그 대상이 되어야만 한다라는 창피한 자책만이 한껏
남게됩니다. 「인생」의 주인공인 푸구이 옹의 표현을 빌자면 그 대부분이 '나
자신에게 화낼 방법'을 찾지못해 쏟아내는 배출구로서의 아내였고 아이였었다라는 걸 그 누구보다 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아이는 아빠인 저에게 잘못했다 용서를
구하며 '아빠 근데 나 아빠 정말 사랑해요'라 말을 맺고, 저는 제 아이로부터 잘못했다는 말을 듣고나서야 '아빠도 너 사랑해'라 대답합니다.
정말... 못난,나쁜 아빱니다. T.T)
위화의
「형제」를 읽으면서도 (물론 여러가지 면에서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만) 이 '가족'이란 것의 의미, 그리고 이 '가족'이란 관계의 설정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 집에
쌓여있는 책들 중... 그렇게 '가족'에 관한 책들을 이 기회에 모두 읽어보기로 했지요. (사실 소설의 가장 흔한 주제가 다름아닌 이 '가족'이 아닐까도
싶습니다만...) 그 첫 번째의 독서로... 그리 무겁지 않아보이는 이야기일듯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도키오」를 집어들었습니다.
마음도 무거운데 읽는 책까지... 그 무게를 더하게 하기는 아무래도 견뎌내기에 너무도 버거웁지 않을까 싶어서말이죠. (「형제」를 읽으면서 사실은 내내 다음의 꼬무책으로 이문열의 「영웅시대」가 가장 먼저 떠올랐더랬습니다만, 이런 이유로 인해 '가족'이라는 다소
감성적인 주제로 살짝 비켜가기로 했습니다.)
………………………
'23살 아버지, 17살 아들 도키오를 만나다'
생물학적으로는
상상하기조차 불가능한 장면입니다. 만 여섯 살의 남자는 결코 아이를 가지게할 수 없으니까요. 이처럼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을 히가시노 게이고는
과연 어떻게 풀어내었을까요?
미야모토는
자신의 여자친구인 레이코의 집안에 유전적 질병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그녀와의 결혼을 결심합니다. 물론 그녀 집안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습니다만,
그 둘은 끝내 결혼을 했고, 또한 유전적 질병때문에 절대 가지지 않으려했던 아이까지도 갖게 됩니다. 그 유전적 질병은 '그레고리우스
증후군'이라는 것이었고, 이 병은 남자아이에게 유전될 확률이 더 많으며, 열 살쯤 이후부터는 온 몸의 운동 기능을 점차 상실하게 되며 결국에는
내장기관까지도 기능을 멈추게 되어 식물인간이 되어버리는 불치병이지요. (이 병명은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지어낸 가상의 것이라고 합니다만,
실제 이러한 질병이 있어 제 사촌동생이 바로 이 병으로 하늘나라로 갔었기에 더더욱 마음이
아팠었네요.)
미야모토와
레이코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역시 아들이었고,
그들은 그에게 '도키오'라는 이름을 지어줍니다. 엄친아의 거의 모든 요건을 갖춘 채 자라난 도키오는 예의 중학교 졸업 무렵, 그레고리우스
증후군의 증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소설은... 그렇게 부부가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아들 도키오 앞에 서있는 장면으로 시작되지요. 마지막으로
한번만이라도 다시 도키오의 의식이 되돌아와주기를 바라는 미야모토는 '내일만이
미래가 아니에요'라는 알듯말듯한 말을 하며, 아내인 레이코에게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자신의 나이 스물 세살때
아들 도키오를 만났었다는 믿지못할 비밀을 털어놓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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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함도
덜함도 없이, 이 소설의 전체적 내용은 영화 <Back to the Future> 1편이 담고 있는 메세지와 똑같습니다. 변변한
직업도 없고, 현재의 그런 상황이 나아질것이라 믿게만들어주는 그 어떤 희망적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 스물 세살의 미야모토에게 어느 날, 자신을
그저 '먼 친적쯤 되는 사이'라고만 소개하는 도키오라는 열 일곱살의 남자아이가 나타납니다. 이후 그와 함께 (히가시노 게이고답지 않게 매우 단순한) 어떤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미야모토는
도키오에게 '깊은 애정 같기도 한 기묘한 감정'을 느끼기도, '도키오를 보고 있으면 어딘가 반갑고 친숙한 기분이 되는' 경험도, 그리고 그의
정체를 알 수 없음에도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옴을 느끼게 되며, 결국 도키오를 통해 인생의 새로운 의미? 희망의 반전? 뭐 이런 것들을 얻게된다는
내용이지요.
소설의
중반부 이전 즈음의 어떤 상황에서 도키오는 미래의 아버지인 미야모토에게 "아들을 믿어주세요. 아버지의 꿈을 이루어줄 사람은 아들밖에
없어요."라는 말을 하는데, 도키오와 독자는 이 말 속의 아들이 '도키오'임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만, 미야모토는 (중의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상황에서의) 그
말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되고 독자는... 작가의 이러한 암시를 통해 이 소설의 결말 -
미래에서 온 아들이 청년 시절의 아버지를 변화시킨다 - 을 대충 알아채릴 수 있게
되지요.
이처럼
소설은 매우 단순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만, 또한 이미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 <Back to the Future>의 전체적 내용과
너무도 흡사합니다만 거기에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감성적 요소를 더해, 그리고 어쩌면
'동양적 정서'라 표현해도 되지않을까 싶은 자신을 낳아준 친모에 대한 애증의 감정 변화를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을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다시 포장해내려 한듯 합니다만 글.쎄.요... 걸작과 졸작의 부침이
심하다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 중 저는 이제껏 읽어보았던 그의 작품들 중 가장 실망했었다라 쓸 수 밖엔 없네요.
한창 <Back
to the Future>란 영화가 상영되었을 때, 그 영화 속 설정들와 과연 과학적으로 타당한 것이냐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 난무했었던 게
기억이 납니다. 그 영화에서 미래에서 온 아들 마티는 과거의 아빠와 엄마가 맺어지지 않자, 미래에서 가져온 사진 속의 자신이 점점 사라지는 걸
발견하게 되지요. 젊은 시절의 박사는 마티의 아빠와 엄마가 맺어지게 되는 걸 바라기는 하지만, 그 이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과거가 미래를 바꾸면
안된다'라고 철저하게 강조합니다. (비록 자신의 죽음을 막는 것에는 미래의 도움을 사용하긴
했지요.) 물론 이 소설에서도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도키오가 자신을 낳게 해주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연결시켜주기도 합니다만, 이에 그치치않고 도키오가 미야모토에게 언뜻 알려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과 같은 미래의 테크놀로지에 대한 지식을 통해 미야모토의 인생행로를 완전히 바꾸어버리는, 얼핏 보면... 과거에 대한 미래의 지나친
개입이라는, 원인과 결과의 구분을 사뭇 복잡하게 만들어버린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주는 설정을 만들어놓고 있습니다. 깊게 고민해본건
아니지만 '0.9999……'라는 숫자는 분명 '1'과는 다른 숫자임에도 수학적 계산으로는 같은 값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쩌면... 작가는 이
미묘한 차이를 그냥 '둘은 같은 값이잖아'라 말해버린거고, 거기에 독자들은 뭔가 찜찜함에도 또한 '그건 아니야!'란 답을 하지는 못하는, 뭐
그런 어정쩡한 상황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책을 덮는 순간 들기도 하더군요.
뭔가...
좀 애틋한? 그런 가족 이야기를 기대했었던 저에게, 그저 읽어내는 속도가 빨라 그리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는 않았다라는 (아! 중고서점에서 싼 값으로 산 거의 새책이었다는 것도 포함하여) 억지위로만 가져보게 되는 소설이었다고 말할 수밖엔 없습니다. 거기에
더해... "(이 작품에는 또한)
히가시노
게이고가 거의 모든 작품에서 빼놓지 않고 다루는 사회 구조적 병폐에 대한 통렬한 고발이 있다. 강력하게 주장하지 않으면서 소설 안에 녹아들어
있는 작가의 균형잡힌 시회의식이 돋보인다."라는 역자의 평가는 그야말로 어설픈 작가의 포장지에 곁들여진 더 어설픈 리본이
아닐까도 싶었다는... --;;
★ (읽어본)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형사 시리즈" (발간순) :
「졸업」 - 「잠자는 숲」 - 「악의(惡意)」 -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 「내가 그를
죽였다」
★ (읽어본)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작품들 :
「용의자 X의 헌신」 · 「편지」 · 「마구(魔球)」 · 「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