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1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휴머니스트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 2014,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 「인생」 →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80일간의 세계일주」 →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 「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진다

 

실망만 하고 끝내기엔 아쉬웠기에 중국 소설로 한 편 더 가보기로 맘먹는 순간 제 머리에는 당연.히 위화의 이름이 떠올랐었고, 그렇게... 이번 설 연휴는 위화를 통해 중국의 현대사 속 장면들을 보며 지냈네요. 

 

뻔한 이야기를 한다해도 누군가는 그 뻔한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로 변신시켜내기도 하며, 누군가는 그 뻔한 이야기를 더 뻔하게 만들어 망쳐버리기도 하지요. 무려! 노벨 문학상까지 수상한 작가를 향한 지나친 모욕이겠습니다만, 모옌이 뻔한 이야기를 더 뻔한 포장지로 감싸버렸다라면 작가 위화는 뻔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 이야기를 - 사실 위화의 작품들이 스토리 자체는 은근 비슷한 면들이 있지요 - 역시 '위화가 쓰니 이렇게 달라질 수 있고, 위화가 썼기에 여전히 신선하네' 소리를 내뱉지 않고는 못베기게 만들어줍니다. 문화대혁명과 중국의 개혁·개방 시기를 거치는 동안 등장 인물들이 어떤 성공 스토리를 써내었는지, 또 누구는 어떻게 실패한 인생을 걸어가야했는지, 그리고 그들간의 사랑은 어떻게 행복했기도 했으며 쓰라리기도 했었는지를 보여주는 이 기나긴 이야기는, 제가 '위화'라는 이름만으로도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을 정도로 작가를 좋아한다라는 사실을 빼낼 수 있다하더라도, 가끔은 제 숨을 턱턱 막히게도 만들었을만큼 엄청난 무게로 이 세 권의 책을 읽는 내내 제 마음을 눌러주었으며, 다 읽고 난 지금에는... 이 장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정리해 내야 할지로 다시금 저를 난감하게 만들어주네요. --;;

 

……………………… 

 

주인공 이광두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야기입니다. 그가 태어나던 날, 여자 엉덩이를 보려다 그만 똥통에 빠져 죽었던 아버지, 똥통에 아버지를 빠지게 만들었기도 또한 똥통에 빠져 죽은 아버지를 건져내 오기도 했던, 그러다 훗날 어머니 이란과 결혼해 자신의 새아버지가 된 송범평, 송범평의 아들이자 이광두의 곁을 가장 마지막에야 떠났던 한 살위의 형제 송강. 그 둘과 삼각관계를 만들어 낸 류진 최고의 미녀 임홍,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류진'이라는 마을의 사람들. 이 모든 것들을 통해 작가 위화는 우리에게 중국의 현대사를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류진'이라는 마을은 중국을 의미하고 있으며, 모든 것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있던, 그러했기에 갖은 고생과 실패를 겪고도 결국 성공해내어 거부가 된 주인공 이광두는 그 자체로 중국의 경제를 상징한다라 할 수 있을겁니다. 이처럼 이 작품은 위화의 다른 작품 「허삼관 매혈기」와 「인생」과 같이 그저 한 인물의 일생 이야기로만 읽어내기에는 분명 너무 큽니다...만! 

 

 

 

같은 시각, 송강은 주불유의 간식식당에서 평생 처음으로 빨대만두를 먹으며 뜨거운 육즙에 입을 데었지만 전혀 느끼지 못했고, 그가 일어나 식당 문을 나서서 서쪽 철로 변을 향하고 있을 때 이광두는 게걸스럽게 저녁을 먹고 발정난 개처럼 조급하게 임홍에게 빨리 먹으라고 재촉하는 중이었다. 사람의 세상이란 이런 것이다. 한 사람은 죽음으로 향하면서도 저녁노을이 비추는 생활을 그리워하고, 다른 두 사람은 향락을 추구하지만 저녁노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노을도 사라지고, 지는 태양도 사라지고, 캄캄한 어둠만이 우리 류진을 둘러싼 가운데 송강은 미약한 달빛 아래 철로에 누워 자살했다. 그 순간 임홍은 알몸으로 이광두의 침대에 누워 이광두가 욕실에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허삼관 매혈기」와 「인생」에서처럼 그저 한 인간의 일생을 그린 이야기로 본다할지라도 예의 이 이야기는 충분히 의미를 가질만큼 슬.픕니다. 이광두와 송강 둘이 함께 행복했었던 순간은 그들의 인생에서 매우 짧은 시간뿐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이광두는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송강의 인생은 결국 실패하게 되지요. 젊은 시절 그 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여인 임홍도 결혼은 송강과 했지만 마지막엔 결국! 이광두의 여자가 되었고, 그렇게 자신의 형제와 자신의 아내가 모두 자신을 버리고 함께 즐기고 있던 순간, 그는 자살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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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년 현재 중국은 이미 세계 세 번째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그 영광스런 수치 이면에는 일인당 평균 소득이 여전히 세계 백 위 밖이라는 불편한 수치가 감추어져 있습니다. 마땅히 균형을 이루어야 할 이 두 경제지표는 오늘날의 중국에서 여전히 이렇게 심각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 이것이 바로 우리의, 오늘날의 불균형한 삶입니다. 지역 간의 불균형, 경제적 발전의 불균형, 개인 삶의 불균형 등이 심리상의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꿈마저 불균형하게 됩니다. 꿈은 모든 사람의 삶에 꼭 필요한 재산이며 최후의 희망입니다. 설사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더라도 꿈이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오늘날 우리는 꿈마저 균형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 나는 <형제>에서 거대한 간극에 대해 썼습니다. 문화대혁명 시대와 오늘날의 간극은 역사적 간극일 테고, 이광두와 송강 사이의 간극은 현실적 간극일 것입니다. 역사적 간극은 한 중국인에게 유럽에서는 사백 년 동안 겪었을 천태만상의 경험을 단 사십 년 만에 경험하게 했고 …… 우리의 삶이 이러합니다. 우리는 현실과 역사가 중첩되는 거대한 간극 속에서 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병자일 수도 있고, 모두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양극단 속에서 살고 있이 때문입니다. …… 이십여 년 전 이제 막 이야기를 하는 직업에 종사하기 시작했을 때 읽었던 노르웨이의 작가 입센이 한 "모든 이는 자신이 속한 사회에 책임이 있고, 그 사회의 온갖 폐해에 대해 일만의 책임이 있다"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내가 왜 <형제>를 쓰게 되었는지 답을 얻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병자이기 때문입니다.

- <한국의 독자에게> 중  

 

 

 

 

 

위화의 멋진 점 중 하나는 바로... 이처럼 그가 쓰는 작품의 소개글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예의 그의 멋진 소개글을 이 작품에서도 또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 작품의 말미에 있는 해설글은 그야말로 횡설수설이더군요. --;;) 작가 스스로는 이처럼 이 작품이 사회적 메시지 - 중국의 불평등, 자본주의가 가져다주는 폐해 등등등 - 를 담고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으며, 이는 그가 쓴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에서도 또한 다시 한번 반복되고 있기도 하지요.

 

작가의 이러한 의도는 중국의 현대사를 조금만 안다면 금방 읽는 이에게 보여질만큼 잘 나타나있습니다만, 이와는 별도로... 이 작품을 읽는 이는 자신의 모습을 때로는 송강으로, 때로는 송범평에, 그리고 때로는 주인공 이광두에게 대입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바로 제가... 그랬었지요. 또한 누구나에게 송범평과 이란같은 아버지,어머니의 모습이 아로새겨져 있을 수도, 또한 송강이나 이광두같은 모습의 형제를 가지고 있을 수도, 그리고... 우리 모두에겐 어쩌면 임홍과 같은 존재가 가슴 한 구석에 남아있지는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보게됩니다. 작가 위화 스스로가 밝혔듯, 모든 소설은 독자의 개인적 경험에 의해 새로이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떠올려본다면, 어쩌면... 중국의 현대사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 보다는 나에게 이란과 같은 어머니가, 이란과 같은 아내가, 송범평과 같은 아버지가, 그리고... 이광두가 평생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살았던 임홍과 같은 존재가 있었을꺼라는 거, 그러나 그 무엇!보다... (나는 끝내 이광두가 되지 못하고)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불행한 삶의 마지막을 가야했던 송강의 모습을 이상하리만치 공감되도록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라는 거, 그러했기에 이 소설의 마지막으로 갈수록 점점 더... 제 마음이 무거워졌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한번... 위화의 작품은 겉으로는 웃었으나, 결국.엔 마음 아파하며 마지막 책장을 덮게 만들어주네요. --;; 

 

 

 

 

★ (읽어본) 위화의 다른 작품들 

- 「허삼관 매혈기 : 문화대혁명... 그리고 아버지. 

- 「제7일 : 오늘의 중국... 그리고 아버지. 

-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 : 위화가 말하는 그의 조국 중국의 어제와 오늘. 

- 「인생 :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작가의 말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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