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눈박이 원숭이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윤수 옮김 / 들녘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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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에 있는 것들도 뚜뚜뚜두... 소리만 나면 모조리 다 땡겨볼 수 있는 망원렌즈.스런 눈을 가지고 있었었던 육백만불의 사나이. 그리고 그의 애인(?)이란 소문이 당시의 국삐리들사이에 파다했었던(--;;) 소머즈에겐 밤말, 낮말 뿐이 아니라 그녀가 듣고자하는 소리는 다 들을 수 있는 신비의 귀가 있었었지요. 그 둘이 합치면 정말 최강무적일꺼야!란 상상이 저를 포함한 당시의 거의 모든 국삐리들에겐 있었었구말이죠. 아마 감사해요님도 그러셨을... ^^ (제 기억에 두 시리즈의 인기가 한참 시들고난 후 언젠가 특별판으로 한두 편, 육백만불과 소머즈가 동시에 등장하는 드라마가 나왔었던 걸로....)

 

 

 

이런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다면? 게다가 그 주인공들의 직업이 만약 탐정이라면?

 

길 건너편 건물 속 사람들의 이야기까지도 들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미나시는 '팬텀'이라는 이름의 도청전문 탐정회사의 탐정이자 사장입니다.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도 다른 도시에서 일어난 비행기 추락사고의 현장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후유에는 미나시의 스카웃 제의에 바로 팬텀의 직원이 되지요. 자... 이렇게 육백만 불의 사나이와 소머즈의 합체가 일본의 소설에서 이루어집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특별한 눈과 귀의 주인공의 성별이 바뀌었다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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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시는 한 악기회사의 의뢰를 받았습니다. 경쟁회사에서 자신들의 디자인을 도용하는 것 같은데 그 증거를 잡아달라는 거였죠. 그 활동의 와중에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미나시는 그 현장을 들을 수 있었던 유일한 목격자(?)가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미나시는 탐정이라는 직업상 자신이 들었던 그날 밤의 진실, 즉 범인의 이름과 살인과정 등등을 경찰에 신고할 수 없지요. 그렇게 미나시는 그 살인사건과 관련된 모든 것에서 손을 떼기로 합니다.

 

그러하기에 살인사건의 범인을 쫒는 과정이 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 될 수는 없습니다. 사실 이 소설의 주된 내용을 한 마디로 무어라 할 수 있는지 잘 떠오르지가 않네요. 육백만 불의 사나이와 소머즈가 이렇게 다시 결합했는데, 뭐... 두 사람의 그 특별한 능력들을 이용해 멋지게 해결해내야할 특별한 사건이란게 당췌 생겨나질 않아요!!! --;; 

 

미나시는 그처럼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자신의 귀를, 그리고 후유에 또한 그녀의 특별한 눈을 모두 항상 헤드폰과 썬글라스로 각각 가리고 다닙니다. 모두 외관상의 결함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미나시의 탐정 사무실이자 주거지가 있는 '로즈 플랫'이란 오래된 연립주택 비슷한 곳에 살고 있는 이웃들 또한 범상치가 않습니다. 미나시의 탐정 스승이었던 노하라 영감, 밤에도 항상 집을 컴컴하게 해놓고 사시는 마키코 할머니, 언제나 둘이 붙어다니는 쌍동이인 도우미와 미나미, 그리고... 뇌이상으로 정상적인 사고는 할 수 없으나 신비의 카드마법술의 능력을 지닌 도헤이가 그들이었지요. 거기에 한 명 더... 미나시의 옛 애인(?)이었으나 미나시를 떠난 후 자살한 모습으로 발견되었던 아키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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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원숭이 구백아흔아홉 마리가 사는 나라가 있었다. 그 나라의 원숭이들은 모두 외눈박이였다. 얼굴에 왼쪽 눈만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나라에 딱 한 마리, 두 눈이 모두 달린 원숭이가 태어났다. 온 나라의 원숭이들이 그 원숭이를 놀리고 비웃었다. 고민 끝에 그 원숭이는 결국 자신의 오른쪽 눈을 빼버려서 다른 원숭이들과 똑같아졌다.

후유에는 점차 미나시를 비롯한 로즈 플랫의 모든 사람들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끼게 됩니다. 자신의 외모에 대해 그들은 진심으로 개의치 않았었으며, 미나시는 심지어 그녀의 눈이 너무너무 아름답다라고까지 말했으니까요. 미나시는 위의 외눈박이 원숭이 이야기를 후유에에게 해주며 그 때 두 눈 가진 원숭이가 빼버린 건 단순히 오른쪽 눈만이 아니라 그의 '자존심'이 아니었을까싶다는 말을 해줍니다. 즉, 두 눈 달린 원숭이는 나머지 구백아흔아홉 마리의 외눈박이 원숭이들이 자신을 놀리는 것이 말도 안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거지요. 그럼에도 그는 기꺼이 자신의 한 쪽 눈을 뺐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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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까지 여기 써놓은 이 글의 거의 모든 내용은 당신이 이 책의 거의 마지막을 읽게 될때까지도 (제가 그러했었듯이) 그렇게 믿었었었을, 그러나 책을 덮기 얼마전에야 사실은 이 모든 추측이 틀였었던거구나!!!라 알게되는 것들입니다. 이런 것도 '반전'이라는 단어로 표현될 수 있는지 전 모르겠습니다. 이 소설엔 여타의 추리 소설에서와 같은 닭살 돋는 소름도 없습니다. 치밀한 구조의 이야기... 뭐 이런 것도 결코 아니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다 읽고난 다음 날에도 이렇게... 이 소설에 대한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우와! 이 소설 정말 참...'이란 말을 아니할 수 없게되요.

 

 

"이 아파트 사람들은 사람을 보면 단지 '사람'이라고 느낀다. 그게 전부다. 간단하지만, 가슴으로 체득하기 쉽지 않은 감각. 이곳 사람들은 그 소중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

 

 

출판사는 이 책을 "감성 미스터리"라고 소개하고 있더군요. 이 표현에서의 방점은 당연히 미스터리가 아닌 '감성'에 찍혀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무의식중에 지니게 되는 선입견이라는 거. 그건 타인을 향한 시선을 통해서도 나의 머릿속에 생겨나기도하며, 이런 소설을 읽으면서조차도 그 내용에 대한 선입견이란게 생겨나기도 합니다. 이 소설 「외눈박이 원숭이」는... 그렇게 우리가 타인에 대해 가지게 되는 선입견에 대해, 그리고 소설의 줄거리를 예측해나가는 데 있어서의 선입견까지도 모두 '감성적'으로 박살!!!내 줍니다. 소름끼치는, 또는 독자의 허를 보기좋게 찔러대는 류의 반전을 통해서가 아닌, 오로지 '감성'이라는 단 하나의 도구를 통해서말이죠.

 

가끔... 이렇게 감상문으로 정리해내기 어려운 책들이 있더군요. 너무 길어서도 아니고, 별 내용이 없어서도 아닙니다. 뭔가... 오묘하고, 그래서 그런 '오묘'한 생각을 할 수 없는 저의 머리로 그 오묘함들을 정리해낼 수가 없어서인듯... 이라 말할 수 밖엔 없는 그런 책들이 있지요. --- "외눈박이 원숭이라는, 이 책의 제목으로 표현될 수 있겠다싶었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이 책을 다 읽고나면 (소설의 한 챕터 제목이기도 한) "근사한 원숭이 집단"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이게 이 소설의 주된 줄거리라고 말하는 게 제가 생각해낼 수 있는 최고의 표현인듯 하네요. 초라한 모습의 등장 인물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근사해지는 그런 성장소설이 아닌, 독자의 선입견이 깨어지면서 소설 속 (원래 근사했던) 등장 인물들의 그 근사한 모습들이 비로서 독자의 눈에 보이게되는... 무지무지 멋진!!! 소설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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