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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소리 내 울지 않는다 - 서울대 송호근 교수가 그린 이 시대 50대의 인생 보고서
송호근 지음 / 이와우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서울대 송호근 교수가 그린 이 시대 50대 인생 보고서 "란 부제에도 나타나 있듯이, 이 책은 아직!!!은 40대 중반인 제가 읽고 싶어.란 생각이 들만한 책은 아니었습니다만 제목에 들어있는 '운다'란 단어가... 저로 하여금 기어이 이 책을 사게 만들어주더군요.
'운다'... 란 단어가 나에게 언제 있었었던가.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어릴 적의 울음.이 아닌 스스로의 슬픔때문에 심하게 울었었던 그 첫 기억은 대학에 떨어지고 맞이했던 고등학교 졸업식이 끝나고서였었더군요. 여의도 한강변에 앉아 참 많이 울었더랬지요. 생각해보면 그때의 울음은 오로지 대학을 떨어졌다는 인생 최초의 좌절로 인한 슬픔.때문만이 아닌 무언가 서러움에 북받혔던 울음이었던 듯 합니다. 두번째의 커다란 울음은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였었고, 가장 마지막의 큰 울음은 셋째 외삼촌께서 돌아가셨을 때였었지요. 헌데... 그 이후, 영화 속 슬픈 장면에서 찔끔.나오는 눈물말고, 눈에 티눈이 들어갔다거나 하품을 길게 하고 난 후에 나오는 눈물.말고 진정 슬프거나 서러워 울었던 적이 있기나 했었던가.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막 울고 싶을 때가 분명 있기는 한데, 울 수가 없다거나 아니면 우는 방법을 잊기라도 한건 아닌지, 혹 내게 눈물이 남아있지 않은건 아닌지... 하는 생각에, 또한 이 책이 말하고 있는 50대.란 것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책을 사게 되었었던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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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가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죽음을 맞이해야하는가'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라면, 이 책은 '1955년-63년 사이에 태어난 戰後 세대'로 정의되는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들이 '어떻게' 살아왔으며 현재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1956년생인 저자는 자신도 응당 그 베이비부머 세대이며, "남들이 부러워 하는 서울대학교 교수도 당신과 똑같이 교육·주택·생활비·노후 문제에 직면하고 있으며, 해결책과 자원도 그리 풍부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이 책을 썼으며, 그러므로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동일 세대의 '연대감 확인을 통한 공감과 위로'라 밝히고 있지요. 그럼 40대 중반인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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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저녁 대학 서점을 들렀다가 이달의 문제작 코너에 전시되어 있는 유학 시절 절친한 벗이 쓴 책을 발견한 나는 한참을 망연자실한 채로 서 있어야 했다. 절친은 벌써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유명 사회학 교수가 되어 있었다. '난 뭐지?' 이 질문이 한동안 나를 괴롭혔다. 우물 한 개구리가 따로 없었다. 농사 짓기, 집 만들기, 이사하기, 자식 키우기, 대학의 잡일 하기, 사회적 요청에 부응하기, 가족 일 관리하기에 유효한 시간을 쏟고나서 '난 뭐지?'라고 반문할 자격이 있는가, 너는? 그렇게 호통을 쳐보기도 했지만 자격지심과 열등감을 쉽게 소멸되지 않았다. 허섭스레 살기, 나는 그런 걸 생산하느라고 20년을 동분서주한 것이다! ... 허무였다, 내가 만난 것은.
예전 언젠가... 저와 대학원 생활을 같이 했던 친구가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와 썼던 논문을 잠깐 읽어볼 일이 있었었지요. 대학원 시절엔... 같이 공부하고 문제 풀고 그랬던 그 친구의 논문을 그새 몇 년이 지나고나니... 도대체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더군요. 그렇게... 그와 저 사이엔 넘을 수 없는 '언어/지식의 장벽'이 새로이 생겨나 있슴을 알고 상당히 우울.해했었었지요. '어떻게'든... 이제까지 다 살아.는 왔는데, 제 아무리 그 '어떻게'에 우열이 매겨질 수 없다라 스스로 위로를 해봐도 웬지 나의 '어떻게'는 그저 초라해보이고 그의 '어떻게'는 한없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있고... 한 우울함 말이죠. 아무리 저의 '어떻게'가 저자와 마찬가지로 회사일하고, 자식 키우고, 엄마 모시고 등등등, 저 또한 응당 하였어야 할 나름의 가치를 지닌 일들을 하면서 살아왔건만, 왜 나의 '어떻게'는 그들의 그것과 비교했을 때 이렇게 초라.해보이기만 하는걸까. 뭐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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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자신이 대학 2학년때 산업화 현장과 노동자들의 실태 조사를 위해 만났던 월급여 6-7만원의 '공돌이와 공순이들'(저자의 표현입니다)이 다름아닌 지금의 베이비부머 세대들이며, "하춘화와 나훈아, 남진의 노래가 포장마차와 주점에서 자주 흘러나왔다. 송창식과 윤형주, 양희은의 노래가 각광을 받았던 캠퍼스와는 대조적이었다."를 통해 대부분이 대학진학을 할 수 없었었던 당시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나오는 유시민의 고백과도 또한 일치하는데, 유시민은 구로공단에서 야학을 가르칠때 구로공단과 같은 시각 이화여대 앞의 전혀 다른 풍경을 이야기하며 풍경뿐이 아니라 구로공단과 이대앞의 비슷한 또래 여성들의 표정마저도 많이 달랐다라고 쓰고 있지요. 헌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여대생들의 재잘대는 웃음꽃'을 저 또한 그 나이때엔 가졌었습니다만, '퇴근 후 피곤에 쩌든 구로공단 공순이들의 표정'또한 지금의 제가 가지고 있는, 그야말로 동세대에서만의 차이가 아닌 시계열적 차이.를 보이는 나의 삶도 무엇이 다를까...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삶은... 원래 이렇게 갈수록 더 힘들.어지기만 하는건가요?
직장을 떠나는 것은 치열한 시간, 치열한 인생을 기억 저편에 갈무리하는 것이다. 당시에는 사회관계를 확장하느라고 동분서주했지만 이제는 고립을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초라한 자신을 발견한다. 30년 동분서주하면서 고립,고독을 쫒아낸 탓이다. 친숙하지 않았던 탓이다. ……… 평생 일에 헌신했던 베이비부머들은 놀 줄을 모른다. 실제로 퇴직자들은 정말 할 일 없이 '텔레비전 시청'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비중이 16.2퍼센트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이 낮잠(6.5%), 등산(6.0%) 친구 만나기 혹은 동호회 참석(5.5%), 산책(5.4%)등이었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 세대가 위로는 유교사상에 깃들어있는 부모 세대를 '모셔야'하는, 아래로는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더 이상은 자신들의 부양을 기대해볼 수 없는 자식 세대를 '부양해야'하는, 그렇게 중간에 '끼인 세대'라 말하고 있습니다. "농촌에서 보낸 유년 시절, 공단과 도시로 이주한 청년 시절, 고성장 시대의 날개를 부여잡고 악착같이 가정을 일구려고 안간힘을 쓰던 중년 시절, 그리고 꿈을 키우는 가족들 앞에서 눈물을 보일 수도 없는 결의와 각오를 하는..."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여전히 부모에게 의지하지않으며 성장해왔으나, 자신들의 자식들에게는 무엇이든 다 해주어야한다는 무모한 의무감을 갖고 있다고도 말하고 있지요.
이처럼 윗 세대와 아랫세대 모두에게 의무감을 짊어지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점차 퇴직.의 나이가 다가오면서 '퇴직 후 사회 관계의 소멸'이라는 것이 가져다주는 '그간의 정체성'을 부숴버리는 자신만의 허무감을 받게 되는데, 이 또한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하라는 긍정적 신호라 해석하며 일정 기간 '정체성 수리 중'이란 팻말을 자신의 뇌 속에 걸어놓는 시간, 즉 여행이나 취미활동들을 갖길 권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자는 이에 대해 자신처럼 자유직업에 속하는 사람들이 이것이 훨씬 수월하다라는 걸 인정하고는 있습니다만, 과연... '나에게는?'이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았을 때 그저 친한 친구와 술이나 한잔.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것이 떠오르지 않는 저같은 사람에게 이러한 처방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궁금하더군요.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바로 직전에 읽었던 유시민의 책과 확연한 차이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대학 교수가 쓴 글은 제 아무리 일반 대중을 염두로 씌어졌다해도 벗어날 수 없는 고유의 틀이 있지요. 저자는 때때로... 대놓고(?) 사회학과 대학교수에 의해 씌여진 글임을 보여주는데, 이래저래... 읽는 이의 시선이 그리 편하지는 않더군요.)
저자는 이처럼 은퇴 시기를 맞이한 동 세대의 베이비부머들에게 정신적·심리적 독립을 하라 말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선 '죽음, 일, 취미' 의 세가지 필수요건을 충족시켜야한다 말하고 있지요. 즉, 죽음을 대비하고, 무언가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동인을 찾아야하며 노후를 위로해 줄 그 어떤 취미.를 가져라 말이죠. 헌데 이는 유시민이 말한 행복한 삶을 위한 조건인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단지 이 책의 저자는 은퇴후의 일. - 친구를 만난다거나 여행을 다닌다거나 - 이라 표현했지만 유시민은 이를 '연대'라 칭했다라는 것 말고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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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만에 모두 읽었을 정도로 뭐 그리 깊은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은 아닙니다. 그리 두껍지도 않고 말이죠. 또한 그러.하기에 그만큼 아~하고 와닿는 무언가도 많지 않습니다만, 제 삶이 여하히 흘러간다면 저 또한 언젠간 50대가 될 것이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게될 날이 올 것이며 매일 야구타령만 하고 있는 종원군도 대학을 보내.야하고 그의 결혼도 또한, 그리고 저희 부부의 노후도 또한 '걱정거리'가 되어 제 앞에 놓이게 될 날이 있겠지요. 그런 점에서 그러한 과정을 먼저 거쳐간 이들의 모습을 보며 '나의 죽음'이전에 '나의 노후'에 대한 준비도 필요함을 느꼈다랄까... 뭐 이 정도쯤의 소득이 있는 독서였다 할 수 있겠네요.
유시민의 책이 일견 이상적인 '일 개인'의 삶에 관한 이야기라면, 송호근의 책은 특정 세대의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러하기에 유시민이 '습관'이라고 표현했던 삶이 베이비부머라는 특정 세대의 현실에선 '소리내어 울 수 조차 없는 그 무엇'이 되기도 하더군요. 허나 본인 스스로 밝혔듯,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서울대학교 교수'인 저자는 현 시대의 50대들이 '소리내어 우는 방법'을 혹 잊은건 아닐까.하는데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건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남아있기도 하지요.
문득... '살아간다'라는 것에서, '시간이 흐른다'라는 것으로, 그리곤 종국엔 '늙.는.다.'가 되는 과정이 참으로 슬프.기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여하히 꾸며보려하더라도... '늙는다'라는 건 슬픈 일일수 밖엔 없겠지요. 그나마!!! '오늘이 내게 남아있는 날의 가장 젊은 날'이란 노랫말이 유난히도 위로가 되어주는 듯 하네요. '갱남 스타일'의 싸이가... 저에게 이렇게 위로가 되어줄 줄이야. --;;
★ More 'Food for Thought'
- 유시민 著 「어떻게 살 것인가」 : '삶의 방식'으로서의 '어떻게'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으나, 어쩌면... '죽음'이란 것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필요로 함을 일깨워주는 것이 아닐까 싶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