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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바꾼 이야기의 순간 - 우리 삶 깊숙이 스며든 상식과 만나는 시간
이현민 지음 / 북스고 / 2020년 2월
평점 :
"모든 아나키스트는 다른 부류의 사람과 구분되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사회 조직에서 권위주의를 부정하고 이를 토대로 설립된 제도의 모든 규제를 증오하는 것이다. 따라서 권위를 부정하고 그에 맞서 싸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나키스트다."
- 하승우,「아나키즘」중 p44, 책세상, 2008.
'권위(authority)'라는 것이 위의 인용문에서처럼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또한 많은 경우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누군가/무엇인가의 '권위'를 빌어올 때가 있기도 합니다. 경제학 학위 논문을 쓸 때, (권위있는) AER 이나 Econometrica 에 실린 논문을 인용할 수는 있어도, (논리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일반적으로 권위를 인정받지 못한) 시민 기자가 작성한 신문 기사를 근거 자료로 내세우는 사람이 없듯,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본인 지식/주장의 정당성을 상당 부분 누군가/무엇인가의 '권위'에 의존하게 되듯 말이죠. 그런 점에서 보자면,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깊이 있는 인문학적 소양이 아니며 내 실력 또한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 다만 여러분의 머릿속에 파편으로 남아 있는 역사의 순간순간들을 선형으로 이어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새로운 순간'을 알려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p5)
상세한 이력이 딱히 알려지지 않은 저자의 이 책「일상을 바꾼 이야기의 순간」에 실려있는 역사의 이면들이란 것에, 그 옳고 그름을 정색한 채 따져가며 읽어내는 건 그리 합당한 독서가 아니라 생각합니다. (출판사에서 보내온 메일에도 "요즘같이 집에만 있는 날 재미있게 보기 좋은 책"이라고 소개되고 있더군요.) 그러하기에,
"'신을 믿는 것과 믿음을 믿는 것을 구분'하여야 한다는 데닛의 말처럼 … 'X는 참이다'와 X가 참임을 믿는 것이 바람직하다'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듯한 사람들이 놀라울 정도로 많다. … 감정이냐 진리냐, 둘 다 중요하겠지만 둘은 같은 것이 아니다."
- 리처드 도킨스,「만들어진 신」중, 김영사, 2012.
저 또한 이 책 속 내용들을 논문 속 내용들을 받아들이 듯 하지는 않았습니다. 걍 가볍게 속독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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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시대 … 외과의사들에게는 이발과 면도의 기술이 없었지만 이발사들은 외과치료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어느 직종이 살아남았을 수 있었는지는 자명하다. 당시 이발사들은 수술이나 사혈 중 나온 피 묻은 붕대를 이발소 밖에 걸어두고 수술 중임을 표시하기도 했는데 이것이 현재 이발소를 표시하는 삼색등의 기원이 되었다는 설도 전해진다.(pp 175~176)
사실의 전달보다는 이런저런 여러가지 '설'의 소개가 주를 이루고 있는 책입니다. 제가 역사책을 읽을 때 항상 마음 속에 되새겨 보곤 하는 곰브리치의 다음 구절이, 이 책에 실려있는 과거의 사례들에서도 또한 되살아나기도 하더군요.
"내가 세계사에서 가장 재미있게 여기는 점은 그 모든 사건이 실제로 발생했다는 것이다. 기이하기 짝이 없는 그 모든 일이 당신과 내가 살아 있는 것처럼 엄연한 현실로 존재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신기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렇게 실제로 일어난 사건들은 꾸며 낸 이야기보다 더 흥미로워서 절로 경탄을 자아낸다."
- 에른스트 H. 곰브리치,「곰브리치 세계사」중, 비룡소, 2010.
사회적으로도, 또한 개인적으로도 맘 편치 않는 상황들이 이어지는 요즈음입니다. 가볍게 읽어낼 수 있었던, 허나 그 속에서도 예의 무언가, 읽는 이에 따라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는 생각들 - 예를 들자면, 길로틴의 유래나 에어컨의 역사 등 - 을 건질 수도 있을, 그런 책이 아닐까 싶네요.
"역사는 어차피 과거의 사례집에 지나지 않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쌓아나가야 하는 건 과거 어느 시점에도 존재하지 않는 미래죠. 전례가 없다면 우리가 만들면 됩니다."
- 야마다 무네키,「백년법 下」중 p350, 애플북스, 2014.
역사란... 그 속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란,
이렇게 이해되는 것이 좋을테니까요.
※ 일상 속 사소한 지식들 :「메이드 인 공장」,「고전에서 길어올린 한식 이야기, 식사」
- "15만 유투버이자 잡다한 지식 정보를 제공하는'티슈박스'" - 저자에 대한 출판사의 소개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