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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게이츠는 왜 과학책을 읽을까 - 의사 결정에 힘이 되는 과학적 사고의 모든 것
유정식 지음 / 부키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경제기사 궁금증 300문 300답」을 읽고 쓴 감상문에서 저는 "어쨌든 '지구의 중력'에 대한 기사보다는 '물가 상승'에 대한 기사가 일반 대중의 삶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적었었습니다. 이런 저의 생각을 꿰뚫어보고라도 있었다는 듯, 이 책「빌게이츠는 왜 과학책을 읽을까」의 저자 유정식은 책의 첫머리에 다음과 같은 반박의 글(?)을 적고 있습니다.
뛰어난 리더들이 과학책을 즐겨 읽는 이유는 과학이 경제나 정치와 같은 생활밀착형 학문이기 때문이다. … 과학이야말로 우리에게 진짜로 '밥을 먹여 주는' 1차적 학문이라 할 수 있다.(p6)
각자의 지식, 그리고 그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생성된 가치관 등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예의 모두에게 달리 보일 것이기에, 저자의 위 주장에 대한 옳고 그름을 논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을 겁니다. 다만, 이 책에 담겨져 있는 내용이 과연 위 주장을 얼마나 뒷받침해주고 있느냐가 독자로서 가져볼 수 있는 주요 관심사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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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은 잉어가 잘 크는 연못이 되어야 한다. 리더는 가끔 메기가 되고, 관리자도 자주 메기가 된다. 위치를 떠나 서로 메기가 되는 것인데, 역시 가장 큰 메기는 자기 자신이다. 그렇다고 메기가 잉어를 잡아먹지는 않는다. 메기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활력 있고 건강한 잉어를 키우는 데 있기 때문이다."
- 김성호,「일본전산 이야기」중 p178, 쌤앤파커스, 2009.
위 책에서 김성호는 '메기 효과'의 원조를 일본전산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이라 했습니다만,「빌게이츠는 왜 과학책을 읽을까」의 저자 유정식은 영국의 역사가 아놀드 토인비가 애용했던 예화라 적고 있습니다. 뭐 누가 먼저 했고는 중요한 게 아니겠죠. 암튼 --- "안락한 환경에 안주하는 것보다 적절한 긴장감을 가져야 더욱 분발하여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뜻"(p66)으로 자주 인용되는 위 예화에 대해 저자는,
동물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는 날조된 것들이 많다. 그러므로 가져다 쓰려면 과학적으로 증명됐는지 검증 후에 쓰면 어떨까? 말 못하는 동물이라고 인간 마음대로 해석하고 재단해서는 곤란하다.(p70)
라 주장하며, 메기 효과 역시 "과학적으로 전혀 증명된 바가 없는 이야기"(p67)라 단언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 '과학에 대한 무지 혹은 어설픈 지식이 오히려 현상에 대한 분석을 그릇되게 할 여지가 있으니, 알려면 제대로 알고 제대로 적용하자'가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메시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무거운 내용을 담고 있다거나, 대단한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획기적인 책까지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대부분은 가벼운 일상 속 상황들 속에 숨겨져 있는 과학적 연구 결과들을 소개하면서 그것들을 회사의 경영 혹은 우리의 삶에 어떻게 적용시키면 좋겠는가에 대한 저자의 의견이 담겨져 있는, 전반적으로 casual하게 읽어낼 수 있는 책이라 소개하는 것이 맞지 않나하는 개인적 의견입니다. 예를 들자면, --- 화장실에 두루마리 휴지를 거는 두 가지 방법 (이걸 '롤 오버'와 '롤 언더'가 표현하나 봅니다. 이 책을 통해 배운 새로운 지식!)에 대한 술자리 수준의 이야기, 그걸 또 진지하게 연구한 학자들도 있더군요.
확실하게 지적할 수 있는 것은 롤 오버를 선호하는 사람과 롤 언더를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 성격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심리학자 길다 칼 박사는 18~74세 사이의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롤 오버를 선호하는 사람은 인간관계에서 좀 더 주도적이고 적극적이며 타인에 대해 지배적인 성향이 더 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반면 롤 언더를 선호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순종적이고 친화적이며 유연한 성격을 지녔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더 많이 공감한다고 밝혔다. (159)
저는 롤 오버가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 저의 성향이 '주도적, 적극적, 지배적'이란 단어와 어울린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뭐 어쨌든 ---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통해 저자는 "논리적으로 'A이면 B다'가 참이라고 해서 'B이면 A다'가 반드시 참은 아니"(p160)라는, 이렇게 보면 당연하지!라 생각하면서도 실제로는 당연하지 않은 방식으로 현실에의 적용을 하고 있는 우리들의 우(愚)를 지적해주고 있다라 이해는 것이 맞지 않나 싶지요. 이 밖에도,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과 남을 비교한다. '내가 남보다 무엇이 못한가'라는 능력의 비교가 아니라 '내가 남보다 무엇을 손해 보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계산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p45)
와 같은 구절은, 인사 담당자들이 (급여 인상) 업무를 추진해감에 있어 (거의 '반드시'의 정도로) 유념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무겁지 않은 내용들을 읽어가다 보니, 실제로 이것들을 현실 업무나 저의 삶에 살짝이나마 대입시켜 봐야겠다라는 가벼운 의욕, 혹은 밥벌이와는 관계 없는 지적 호기심에의 자극, 무엇보다 --- 뭔가 정리되지 않은 채 제 머리 속에 담겨져 있던 몇몇 내용들을 어떤 방향으로 정리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일말의 힌트를 얻을 수 있었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인류는 강박적이라고 할 정도로 평등주의에 사로잡혀 있으며 이런 경향은 인류가 수렵 채집 사회를 이루며 생활하던 시절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뿌리 깊은 것(p47)
과 같은 인용문은,
"진정한 도덕적 관심사는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것이다. 진정한 도덕적 관심사는 사람들이 좋은 삶을 살고 있는가이지, 어떤 사람들의 삶이 다른 사람들의 삶과 비교해 어떠한가가 아니다.(p76) …… 어떤 사람들의 삶이 나쁘다는 사실이 악이 되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더 좋은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나쁜 삶은 나쁘다는 명백한 사실 때문에 악인 것이다."(pp77~78)
- 해리 G. 프랭크퍼트,「평등은 없다」중 pp76~78, 아날로그, 2019.
라는 논의에 연결시켜, 이 두 구절이 의미하는 바가 과연 서로 상반되는가 혹은 일맥상통하는가와 같은 고민을 해볼 여지를 주기도 하였으며, 또한
찍은 답을 고치는 게 유리할까, 그대로 두는 게 유리할까? 통계적으로는 고친 답이 유리하다. 하지만 가장 피해야 할 것은 고쳐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하다가 시간을 허비해서 다른 문제도 풀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p142)
와 같은 저자의 충고는 문득 / 왜인지 알 수 없으나 --- 작가 구병모의 다음 글귀를 저에게 떠올려주며, 과거의 제 삶 속에서 후회스러웠던 부분들이 그렇게 엄청난 결단의 결과물들인 것만은 아님을, 다시 한 번 더 각인시켜주기도 했지요.
"희망이나 다짐이 소각로에 던져져 티끌과 재로 사그라지고 심장과 머리가 냉각되는 계기란 이처럼 단순하다. 블록의 누적이 한계에 도달하고 균형을 상실한 채로 버티고 있을 때 그것을 직접 쓰러뜨리는 것은 어디선가 급습하는 대단한 토네이도 같은 게 아니라 부주의한 어린애의 집게손가락이다."
- 구병모,「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중 p191, 문학과지성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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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멱함수와 관련된 내용, 그리고 책의 말미에 등장하는 통계 계산의 착오에 대한 부분이 저에게, 관련된 독서를 더 해보고 싶다라는 의지를 심어주기도 했듯, --- 새로운 지식에 대한 자극제로 기능하는 것이, 이 책이 지닌 의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논리적 오류 중에는 '양자택일의 오류'라는 게 있다. 2개의 주장이나 대안이 있을 때 '둘 중 하나만을 반드시 택해야 한다'는 압박을 가해서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사람들의 의견을 몰고 갈 때 쓰는 말이다.(pp186~187)
그 선택은,
강요됨 없이 오로지 당신의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