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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마케팅은 처음이지? - 한국외대 입학처장의 명쾌한 경영학 수업 ㅣ 사고뭉치 16
박지혜 지음 / 탐 / 2018년 6월
평점 :
이 책을 펴낸 출판사의 정체성에 맞게, 저자는 책의 시작에 이 책의 독자층에 청소년이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밝히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맡게 된 일 때문에, 유통망 / 가격 전략 등에 대해 어슬렁거리다 보니, 결국 마케팅이란 게 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더군요. 게다가, 종원군이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가 '스포츠 마케팅'이란 사실도, 이 친근한 제목의 마케팅 책을 펼쳐들게 한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 전 '마케팅'이란 학문에 대해, 오로지 한 권의 책만을 읽어 본, 마케팅이 '낯선' 독자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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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의 역사는 얼마나 됐을까? 마케팅은 경제학만큼 오래된 학문이 아니다. … 미국 영어사전에 '마케팅(marketing)'이라는 단어가 등재되기 시작한 건 1910년에 이르러서였다. 이는 결국 마케팅이라는 주제는 고작 100년이 조금 넘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마케팅'이 아닌 '마켓'의 개념은 매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마켓은 중세에도 있었고 고대 아테네 시절에도 존재했다. '세일즈'라는 용어의 역사는 이 중 가장 오래됐다. 사실 세일즈의 기원을 따진다면 아담과 이브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최초의 소비자는 아담이었고 최초의 판매사원은 뱀이었다. 뱀이 이브를 설득해 이브로 하여금 아담이 사과를 먹도록 했다."
- 필립 코틀러, "매스 마케팅은 죽었다. 고객을 회사의 주인으로 만들어라" 중, DBR, 119호 (2012년 12월 Issue2)
마케팅의 대가라 불리우는 코틀러 교수의 말처럼, 세일즈(영업)와 마케팅을 별개의 개념임을, 이 책의 저자 역시 책의 시작에 적고 있습니다. 저자가 정의(define)하고 있는 마케팅은 다음과 같습니다.
마케팅은 기업의 상품 기획 및 관리, 가격 설정, 유통망,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영역입니다.(p15) …… 마케팅은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광고하거나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판매하는 활동이 아닙니다. 마케팅의 핵심은 상품 기획입니다.(p20)
'기획'이라는 단어와 '영업'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이미지에만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닌, 그 둘이 아예 별개의 활동이라는 것이지요. '영업 활동'이 현장에서 소비자에게 우리 회사의 제품/서비스를 판매하는 야전의 행위라면, 이에 앞서 그러한 제품을 기획하고 만들어내고 어떻게 유통하여 판매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가를 고민하는 게 '마케팅'이라고 이해가 됩니다. 이같은 마케팅의 영역을 저자는 '3C 분석'을 시작으로 "타깃팅과 포지셔닝, 제품 전략, 브랜드 전략, 가격 전략, 리테일링 전략, 커뮤니케이션 전략"(p262)으로 전개하여 (예의 타깃으로 삼고 있는 독자층을 잊지 않은 듯, 매우 쉽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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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쓰여졌다고 해서, 내용의 무게감까지 가벼운 책은 아닙니다. 특히 제가 맡고 있는 분야와 관련하여, 저자가 설명해주고 있는 '포지셔닝(positioning)'은 회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저에게 명확하게 인식시켜 주기도 했지요.
왜 이렇게 많은 제품들이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할까요? … 그 이유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잘 만들어 놓고도 소비자들 입장에서 왜 그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지, 또는 구매해야 하는지를 잘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해야 하는 이유'를 설정하는 과정을 마케팅에서는 '포지셔닝'이라고 합니다.(pp108~109) … 그러기 위해서는 포지셔닝 전략 안에 소비자가 가진 심각한 결핍을 경쟁자들보다 더 우월하게 해결해 줄 수 있다는 문제 해결 방법을 담아내야 합니다.(pp113~114)
물론! 이 한 권의 초보 입문서를 읽었다 하여 마케팅에 대한 저의 지식 레벨이 쑥~ 하고 상승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앞으로 더 배우고 싶다는 동기를 부여받았다라는 점 --- 앞서 읽었었던 일본 학자들의 통계학/경영학 책들에서 느꼈었던,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책을 써내는 학자가 없을까하는 아쉬움의 상당 부분을, 이 책이 있다라는 사실로 인하여 덜어낼 수 있을만큼, 마케팅에 대한 일반인/청소년들의 관심을 북돋우워주는 책이라 확신합니다. (뭐, 역시 제대로 된 지식의 습득은 대학 교재 한 권 정도 공부한 다음에야 시작했다,라 언급할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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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에서는 수요와 공급이 가격을 결정짓고 소비자는 자신의 효용을, 생산자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maximize)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소비자와 생산자의 행동을 이끄는 동인이 이익 극대화라는 주장에 대한 비판이 대두됐다. 1970년대 카네기 멜린대의 연구 결과, 인간은 효용 극대화를 추구하는 존재(maximizer)라기 보다는 주어진 현재 상황에서 만족을 추구하는 존재(satisfier)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인간은 이른바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최대 효용을 추구할 만큼 충분한 돈이나 시간을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단지 주어진 현재 상황에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선택을 한다. 이것이 바로 현대 경제 이론을 공격하고 있는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 이론의 골자다. 행동경제학은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게 바로 마케팅이다."
- 필립 코틀러, 위 article 중.
마케팅과 행동경제학이 동일한 내용을 분석하는 학문이다, 아니다를 논할 지식은 없습니다만 적어도 --- 마케팅이 일종의 '사기'라는 선입견 만큼은 확실하게 거둬낼 수 있는 독서였었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굴뚝 업계에도 예의 '마케팅'이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를 배우게 되었다라는 점 또한,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한 이 와중에도) 유쾌(!)하게 읽어낼 수 있었던 이 한 권의 책이 제게 선사해 준 커다란 선물이겠고 말이죠.
소비자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 알고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p52) …… 소비자 자신이 알아서 판단하도록 두면, 불행히도 소비는 절대 알아서 판단하지 않습니다. 마케팅 관리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능동적으로 전달해야 합니다.(p210)
※ 읽어 본, 또 다른 (일종의) 마케팅 관련 책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도쿄의 디테일」
- "탐은 토토북의 청소년 출판 전문 브랜드입니다."
- "청소년이나 마케팅 비전문가들이 소화할 수 있는 범위에서 마케팅의 한쪽 보따리를 조금 풀어보았습니다."(p7)
- "르네 지라르의 말을 빌리면, '인간은 강렬하게 욕망하면서도, 무엇을 욕망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 김두식,「욕망해도 괜찮아」중 p24, 창비,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