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소한 디테일 때문입니다. 그 디테일이 누군가에겐 보잘것없는 부분일 수 있지만 저에겐 도쿄행 티켓을 끊는 동력이 되었습니다. (p24) …… 제가 이 책에서 다룬 디테일은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디테일이었습니다. …「도쿄의 디테일」에서는 완벽한 상태 또는 세부 사항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 고객 입장에서 체감하는 감동의 순간을 '디테일'로 정의했습니다. (p325)
2019년 8월 현재와 같은 분위기에서라면, 아마도 이 책을 출간하려는 엄두조차 낼 수 없었을겁니다. 유니클로 매장이 텅텅 비어있고, 일본 맥주는 '4개 만원' 행사에 끼워주지조차 않는 지금과 같은 시국에서 '일본을 좋아하는'이라뇨. 그렇다면 저는 왜, 하필 이 시국에 이 책을 펼쳐들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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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라는 건 재산내역서의 숫자처럼 단순한 하나의 사실이 아니다.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이자 여러 태도의 집합, 즉 특정한 삶의 방식이다."
- 박주영,「고요한 밤의 눈」중 p130, 다산책방, 2016.
뭐, 정부에서 전폭적으로 도와주면, 그리고 국민들의 애국심이 국산품 애용으로 표출되기만 하면, (게다가 남북평화까지 달성되면!) 일본을 따라잡는 것 쯤이야 별 어려움없이 이루어낼 수 있는 과제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만, (다시 한 번 더, 세상 쌍욕을 모두 다 받게 된다해도) 저는 그렇게 쉬울 꺼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가 어디 한두 개의 요소 때문이겠습니까만, 어쨌든 '디테일'을 다룬 책을 소개하는 글이니 그 '디테일'이라는 점에만 국한하여 보기로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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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아의 로렌스>라는 영화를 보면 유럽에 여행 온 아프리카인들이 호텔의 수도꼭지에서 물이 철철 나오는 것을 보고 이거다 싶어 수도꼭지를 떼어 고향으로 가져왔다. 물론 물은 나오지 않았다."
- 조영호, <조직의 크기는 곧 리더의 크기>, DBR 51호. 2010.02.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저자가 생각하는 일본의 '디테일'이라는 사례들은 가만 보면 뭐 그렇게 '따라하기 / 배우기' 어려운 것들은 아닙니다. 껌 통에 종이 몇 장 같이 넣어주면 되는 거고, 편의점 알바가 도시락을 사는 손님에게 물티슈와 이쑤시개 한 개씩만 더 담아주면 되잖아요. 그러나! --- 수도꼭지만을 떼어온다 하여 물까지 나오게할 수 없는 것이듯, 그들 일본인들이 어찌하여 그러한 디테일함을 제공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고민이 없다면, 정말 영영 수도꼭지만을 떼어오는, 그러다 감정 상하면 '에이 씨발, 그깟 수도꼭지, 우리가 만들지 뭐!'라는 헛소리만 지껄이게 되겠죠. 우리의 목표가, 우리의 승리가 물은 나올 수 없는 수도꼭지를 만드는 것으로 결정되는 건 아니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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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한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는 습관 역시 부단한 노력을 통해 길러지는 것으로, 하루아침에 어디서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조금씩 배양되는 것이다. 사람의 행동 가운에 95%는 습관의 영향을 받고 그 습관 속에서 자질이 조금씩 길러진다. … 습관은 인생의 근본이 되는 기초로서, 그 수준이 삶 전체를 좌우한다 … 성공은 바로 매일매일의 노력이 쌓여 계속 발전해나가는 과정이며 그 어떤 요행도 통하지 않는다."
- 왕중추,「디테일의 힘」중 pp72~73, 올림, 2005.
유니클로가 일본 자본으로 만들어진 기업이라서, 유니클로의 임원이 헛소리를 지껄였다 해서 그 반응으로, '유니클로 사지 말자!'라는 (일종의) 캠페인을 할 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그러나! --- 그저 불매 운동으로만 그친다면, 이제 날이 추워져 유니클로 히트텍이 본격적으로 필요하게 될 때면, 그 가성비 좋다는 히트텍을 입지 않는 불편함을 '소비자로서의 우리'가 오로지 애국심이라는 감정에만 기대어 감내해야 하는 걸까요?
왜 우리나라 기업들 중에는 유니클로처럼 가성비 좋은 의류를 생산하는 기업이 없는 것일까? 라는 의문, 더 나아가 반성을 하며 우리도 날 추워질 때 유니클로 히트텍이 아닌, 우리나라 자본이 생산한 따스한 점퍼를 입게될 수 있어야만이 진정 --- (이걸 굳이 '일본과의 경제전쟁'이라 명명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으나 암튼) 이 '전쟁'에서 결국 승리자가 되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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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일상처럼 자리 잡은 편의점의 ‘맥주 4캔 1만 원’ 행사. 5캔이나 6캔을 1만 원에 파는 경우도 심심찮게 보인다. 계산을 위해 신용카드를 꺼내려던 찰나, 편의점 직원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온다. “손님, 일본 맥주는 4캔 1만 원 행사 대상이 아닌데 괜찮으십니까?” 문제가 된 것은 분명 체코산인 줄 알고 마시던 맥주 2종류. 커피를 연상케 하는 향의 ‘코젤’과 쌉싸래한 맛이 일품인 ‘필스너 우르켈’이다. 캔을 들고 꼼꼼히 살펴도 맥주잔을 든 염소며 멋들어진 알파벳 필기체까지 일본 제품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2종류의 맥주 모두 일본 소유주 제품이 맞았다."
- <24시간 일상 속 일본 제품 관찰기> 중, 동아일보 2019.08.10.자 Internet Copy.
요즘같은 세상에, 자본의 소유 구조로 해당 기업이 어느 나라 기업인가를 판단하는 것이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궁금한 게 --- 우리나라 전자 업체들이 사용하는 핵심 소재(?) 세 가지에 대해 일본이 수출 과정을 현재보다 더 어렵게 하겠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출을 금지할 수도 있다)란 발표가, 이 '경제 전쟁'에 본격적인 불을 지폈던 것으로, 니네가 안 팔겠다니, 그럼 우리도 안 사겠다! 가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초반 분위기였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허나,
결국, 일본 자기네들도 불편해 질 것이고, 그걸 그네들이 모를 리 없습니다. 일본의 헛발질에, 우리 또한 헛발질로 대응하는 게 과연 맞는 것일까요? (아직도 정리가 되지 않은, 그리하여 제 생각/답변을 아직은 글로 정확하게 적어낼 수 없음을 양해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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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으로의 경쟁은 디테일의 경쟁이 될 것이라고 과감하게 단언한다. 디테일을 중시하고 디테일에서 우위를 점하는 기업만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 왕중추, 위의 책 p157.
일개 컨설턴트의 주장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으나 --- "제가 생각하는 '디앤디스러움'은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드는 기획'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것을 더 매력적으로 발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획'을 의미합니다. 디앤디파트먼트의 활동을 가만히 지켜보면 완전히 새로운 것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이 기획력을 토대로 이미 있던 것을 더 의미있게 하는 활동이 많습니다"(p190)라는 저자의 지적처럼,
예를 들어 --- 하늘을 나는 운송수단을 만들어내겠다라는 포부로 사업을 시작하기 보다는, 지금의 대중 운송 수단이 사용자의 측면에서 어떤 어떤 불편함을 강요하고 있는지, 그러한 불편함의 강요를 편안함의 제공으로 바꾸어낼 수는 없을지,를 고민해보는 것이, 다시 말해,
새로운 것을 만들자는 뭔가 거창해보이는 일부터 해나가는 것이 아닌, 우리의 일상 속 현실의 개선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힘써야 할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 일 상 속 디테일은 일본이 우리보다 강점을 지니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 생각합니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배울 건 또 배우고자 하는 태도가, 우리가 그네들에게 고개 숙이는 것을 의미하는 건 절대 아니잖습니까. 이기더라도, 멋지게, 그리고 완벽하게 이겨야 의미가 있겠죠.
● "자질은 일상생활의 미세한 부분이 쌓여 형성되는 것이며, 그것을 쌓아가는 과정이 바로 노력이다."
- 왕중추, 위의 책 p66.
● "디테일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진짜로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하려고 하지 않아서 디테일에 실패합니다. 에티켓 문제만 봐도 그렇습니다. 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제대로 하고자 하는 태도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생깁니다. 겉에 드러나는 문제점의 원인은 내면의 태도에 있습니다. 한마디로 태도가 디테일을 결정합니다."
- 왕중추,「디테일의 힘2」중 p230, 올림, 2011.
※ 디테일의 힘! :「디테일의 힘」·「디테일의 힘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