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란 무엇인가
레너드 코페트 지음, 이종남 옮김 / 민음인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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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목적은 어디까지나 '안내'이다.  독자 여러분이 이미 알고 있는 야구를 좀 더 즐길 수 있도록 이해의 폭을 넓혀 주는 게 이 책을 만든 기본 취지다. (p20)


겨울철이 무료한 건, 날이 금방 어두워져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빨라져서 때문이 아닌 ---「야구 냄새가 난다」의 저자 하국상의 분류로1 '그저 야구팬'이건 혹은 '야구주의자'이건 '야구가 좋아서 야구를 보고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매주 6번씩 벌어지는 응원팀의 야구 경기를 볼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드디어!


'이번 달'로 다가온 2019년 프로야구 개막을 대비하여, 선수들에게만이 아닌 팬 또한 일종의 '스프링 캠프'를 치르며 올 시즌을 준비해야 하지 않겠냐,란 뭔가 모를 의무감에, 장장 613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2 펼쳤더랬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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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정해진 대로, 원하는 대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야구는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다. (p197) …… 야구에 과학적인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크게 보면 실수투성이인 인간이 하는 운동일 뿐이다.(p231)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개막전을 TV로 직접 시청했었었으며, 오래 된, 그러나 식지 않은 열광을 지니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의 팬으로서 그 마지막 우승의 경험이 어느덧 '30년 전'을 몇 년 남겨놓지 않고 있는 처지에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이즈음만 되면, 롯데의 우승을 꿈꿔볼 수 있는/보게 되는 이유는 바로, 규칙상의 공정성3을 뛰어 넘는 그 무엇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것이 뭐, 롯데 자이언츠의 야구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겠죠.  



그럼에도 우리의 삶엔 나아가야 할 방향이란 게 항상 존재한다


미식축구나 농구, 아이스파키 등에 비하면 야구는 움직임이 느린 운동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신체적 활동이 멈춰 있다고 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투구와 투구 사이에 맹목적인 행동으로 보이는 것도 실은 분명한 목적을 갖고 있다. (p222)


타인에게 이해받느냐의 여부완 상관 없이, 나의 현재는 그 언제이든 다가올 나의 미래를 위한 준비일 것이며 또한 --- 타인의 현재 역시, 그에게 다가올 미래를 위한 여하한 준비이겠죠. 학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나의 아이가, 집에 오자마자 침대에 누워 핸드폰 게임에 빠지는 것마저도, 그에게는 변함 없이 닥쳐올 내일의 학원 수업에 대한 하나의 준비라는, 분명한 목적일 꺼라, 그렇게 이해해보기로, 다시 한 번 더 다짐해봅니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가 강조하는 야구란 …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진 인간들이 '지금 이 시점에서' 최선의 플레이 해야 하며, 그 뒤의 어줍짢은 비난이 두려워 적당히 어물거려서는 안 된다. (p159)4


오랫만에 통화하는 친구로부터, '별 일 없지?'란 안부 인사를 받고, '뭐 별 일 있을게 뭐겠어~'란 짧은 대답을 해낼 수 있기 위해 그동안, 타인의 평가와는 별개로 저 나름대로는 치열하고 성실한 삶을 살아왔었다라는 점 또한, 1점을 내기 위해 펼쳐지는 그라운드 위의 수싸움들과 별로 다르지 않겠죠. 내 아이가 제게 하는 대답인 '저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구요~'  역시, 허투루 나온 것이 아닐 꺼라는 믿음 --- 그 또한 부모된 자가 갖춰야 할 덕목이라는 걸 되새겨 봅니다.  



삶에 요행은 없다


야구가 구조상 어김없는 '확률 경기'라는 신념을 허물어뜨려서는 안 되며 그러려면 운이라는 요소는 계산에서 배제해야 한다. 설사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운이 연거푸 겹치는 바람에 나쁜 결과가 오더라도 무슨 일이든지 결정을 내릴 때는 언제나 '가장 합당해 보이는' 동기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 (p178)


지난 나의 삶 속에 커다란 실패가 있었다 하더라도 --- 요행을 바라거나, 옳다 여겨왔었던 신념들을 버리지는 말자라고, 나의 과거 삶 속 실패가 내 미래 또 하나의 실패로 연결되지 않기 위해서는 여전히 옳다 믿는 것을 실행에 옮겨낼 수 있는 용기 또한 필요하다는, 그러하다보면 결국엔,  



우리가 성공이라 여겼던 것이 성공이 아니었듯, 우리가 실패라 여겼던 것이 실패만은 아니라는 점5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통계는 앞으로 해낼 일의 능률을 재는 잣대가 아니라 이미 지나간 일의 효능을 잰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앞날에 대한 예측이 아니라 과거에 대한 서술이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살아 움직이는 야구라는 경기에서 일부만을 임의로 뽑아내 숫자로 옮겨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p366)


나의 실패가 지나온 내 삶의 전부를 규정짓지는 않는다라는 최소한의 위로, 과거의 실패가 미래의 내 삶을 규정하는 것 또한 아닐 것이라는 새로운 희망을 가져봄과 동시에 --- 앞으로도 수많은 변수가 작용될, 내 아이의 삶 또한 현재까지의 성과만으로 가늠해보는 우() 또한 경계해야하리라 반성해 봅니다. 



아이의 삶을, 부모가 결정지어줄 수 있을까?  


대부분의 감독은 팀의 승수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 선수들의 능력을 총체적으로 뭉뚱그린 전력으로 본다면 스타일이 다른 감독이 팀을 이끈다 해도 결과는 비슷하다는 얘기다. … 왜 그런가 하면 야구의 기본 전략이라는 게 별로 복잡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 야구에서 구사할 수 있는 모든 작전은 '언제 하느냐' 하는 것이지 '무엇을 하느냐' 하는 게 아니다.(pp165~171)​

내 아이가​ 살아가게 될 / 살아가야 할 삶이란 게, 부모의 기준에 맞춰지기를 바라는 욕심보다는, 부모의 경험이 알려주는 '때의 중요성'을 조언해 주는 것이 훨씬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하는, 이놈의 끝없는 반성을 또 다시 한 번 해보게도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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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야구에 관해 모든 것을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직접 야구계 안에서 생활해 보지 않고서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제대로 맛보거나 헤아릴 수 없다. … 무서움을 극복하는 것이 타격의 기초이면서도 그것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별로 없듯이 외로움도 야구 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사항의 하나인데도 그다지 자주 언급되지 않고 있다. (p315)


스스로도 느껴왔었고, 스스로도 아쉬워 하는 점이면서도 예의, 내 아이의 외로움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라는, 이 한 권의 야구 책이 저에게 가르쳐준 삶에 대한 가르침이 아닐까 싶네요. --- "야구팬은 세상 모든 것을 야구에 빗대어 말할 수 있"6다라는 말이, 그저 한 야구 덕후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어쩌면 제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야구 덕후가 되어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 도 해봅니다. 



※ 읽어본, 야구에 관한 책 두 권

- 하국상 : 「야구 냄새가 난다

- 김정준 · 최희진 : 「김성근 그리고 SK와이번스 




  1. "그저 야구팬은 야구가 좋아서 야구를 보고 즐기는사람들이다. 야구를 소비하는 사람들이다. 야구주의자도 야구를 보고 즐기지만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책임감을 갖는다. … 그저 야구팬에게 야구는 대체가능한 서비스다. … 야구주의자라면 다르다. 야구를 통해 얻는 기쁨은 대체 불가능하고, 국내 야구의 질적 하락은 생활에 필수적인 의료, 법률, 외식 수준의 하락과 같은 것이다." - 하국상,「야구 냄새가 난다」pp202~206, 고슴북스, 2016.
  2. 원서의 발간연도가 1991년이라는 점, 또한 모든 예시와 통계가 메이저리그의 것이라는 점이, 메이저리그를 전혀 알지 못하는 저에게는 아쉬웠습니다만, 이 두 가지를 제외한다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저자의 위 목적에 부족함 없이 부합되도록 쓰여 있는 책입니다.
  3. "야구 규칙은 될 수 있는 대로 양 팀에게 공정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다듬어져 있다. 야구가 훌륭한 경기인 것은 그런 공정성이 보장돼 있기 때문이다."(p591)
  4. "제일 매너 없는 팀은 대충 야구 하는 팀입니다." - 하국상, 위의 책 p30.
  5. 이건범,「파산」p30, 피어나, 2014.
  6. 하국상, 위의 책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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