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의 진실 - 낳은 정과 기른 정은 다른가? 다윈의 대답 시리즈 5
마틴 데일리.마고 윌슨 지음, 주일우 옮김 / 이음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문화와 문화를 뛰어넘는 신데렐라 이야기의 한결같음이 의미하는 것은 여러 곳의 사람들이 이 이야기에 공감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주제와 인간 조건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음에 틀림없다. (p14)


이 책의 두 저자는 이 '모종의 관계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찾고 있습니다. 동물의 사회행동에 대한 각종 연구 결과와1 인구 통계를 바탕으로 한 각종 분석들을 보여주며, 자 봐라~라는 식의, 신데렐라 이야기가 "인위적이라거나 확률의 발명품"(p13)이 아닌, 인간의 본성으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주장하고 있지요. (그냥) 동물의 경우, 전 남편(?)의 자식들을 죽여 버리는 경우도 많거늘, 그래도 인간은 '고도의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인간이라는 동물은 평판과 보복을 포함하는 복잡한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공격하거나 죽이는 이들은 재앙의 수렁에 근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 우리는 의붓자식을 죽일 때 얻을 수 있는 재생산의 평균 편익이 유아 살해 충동을 선택할 만큼 충분히 평균 비용을 넘는다고 상상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p65~66)


배우자는 사랑하나, 그/그녀가 이전의 혼인 관계에서 낳은 자식들까지는 사랑할 수 없다2라는 속내의 표현이, (결국은 '나'에게 손해가 될) 그/그녀의 자식을 막 죽여버리고 하는 정도까지 이르르지는 않는, 그냥 '이뻐하지 않는다'부터 '아동학대'3의 지경에까지,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표출되는 것이다,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뭐 --- 매우 경제학스런 추론의 위와 같은 주장을, 다음처럼 표현한 소설가도 있으니, 이런 주장이 완전 터무니없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만...


"죄책감이나 수치라는 감정에 의해 편집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마음은 이기적이고 무자비하여, 우리 생각의 대부분은 있는 그대로 밖에 내놓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사람들은 우리의 생각에 상처를 받을 것이고 우리를 무정한 잡놈이라고 욕할 것이지만 실제로도 우린 그런 인간들이다. … 단지 살균되고 희석된 생각의 흔적들만을 내놓을 뿐이다. 


- 조너선 트로퍼, 「당신 없는 일주일」중 pp187~188, 은행나무,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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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것보다는 별 배운 것이 없는 짧은 독서였습니다. 이 책의 수준이 후져서가 아닌, 다루고 있는 내용에 대한 제 이해의 수준이, 이렇게 짧은 글로는 높아질 수 없기 때문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미건조한 서술들 사이에서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듯 흥미로웠던 부분이 한 곳은 있었었으니, --- 통계가 보여주는 바는 "의붓아버지에 의해 자행되는 폭력적이고 치명적인 폭행이 의붓어머니의 폭행보다 훨씬 많"(p96)거늘, <신데렐라 이야기>로 대표되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들은 왜 유독 표독한 의붓어머니만을 그리고 있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저자들이 제시한 해답이었습니다.  


왜 신데렐라와 백설공주가 의붓아버지가 아닌 의붓어머니에 의해 괴롭힘을 당했는가에 대한 또 다른 가능한 대답은 이야기꾼이 가진 사회적 목적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야기가 시대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려면 이야기의 관객만이 아니라 공연자에게도 호소력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야기들을 이야기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이야기꾼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1차 관객이 어린아이들이었다면 아이들은 당연히 신데렐라와 백설공주 편일 것이므로, 최초의 이야기꾼은 아마도 그들의 어머니였을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들이, '너희 아빠가 죽거나 우리를 떠나서 내가 재혼한다면 네겐 끔찍한 일이 될 거야'라고 속삭이는 이야기 대신 '기억해라, 아가야.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내가 사라져서 너희 아빠가 나 대신 딴 사람을 들이는 일이야'라는 저의를 가진 이야기를 선호한 이유를 상상하기는 쉬운 일이다." (pp 9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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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직전에 읽었던 소설이 물었던 질문인 '낳은 정이냐, 기른 정이냐'에 대한 생각에, 뭔가 이론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집어들었습니다만, 역시 진화론이란 책 몇 권 읽었었다고 아는 척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닌 듯 싶네요. 어쨌든 이 책의 결론을 요약해 보자면, 


신데렐라 이야기는 상상의 산물이 아니다. … 신데렐라 이야기의 편재는 이 이야기에 물리적 근거가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고 이 책에 따르면 진화적으로 핏줄을 선호하는 것이 자연선택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못나도 내 자식을 두둔할 수밖에 없는 엄마의 숙명 뒤에 숨은 진실이다. 누구나 그런 상황에 놓이면 신데렐라의 계모처럼 못되게 구는 것이 자연스럽다. 핏줄로 묶이지 않은 가족의 아이들에게 별로 좋은 환경이 아니다. (pp113~114)


재혼 같은 건 꿈도 꾸지마라라는, 뭔가 골수 유교적 발상인 듯 보이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이런 의견을 제기하는 학자들도 있다,라는 수준에서 이 책을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 원숭이가 진화해서 사람이 되었다면, 왜 동물원의 원숭이는 인간이 되지 않느냐란 항변으로 진화론을 거부하는 무지만큼이나, 책 몇 권 읽었다고 다 이해하는 듯 잰 체하는 것 역시, 


"사람들은 흔히 한 가지 현상을 가리키면서 그것에 모든 잘못된 일들의 책임을 돌리기 좋아한다. 비만인 사람들이 맥도널드가 그들을 뚱뚱한 돼지로 만들었다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고는 잘못된 수식이 쓰인 칠판을 지워버리듯 홀가분함을 느끼는 것이다." 


- 조너선 트로퍼, 위의 책 p197.


또 다른 무지함의 자랑 버젼일 테니까요...





  1.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연구함에 있어 동물의 사회행동에 대한 연구를 참조하는 것에 대해 저자들은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 --- "동물에 포함되는 인간은 다른 동물과 똑같이 다윈이 이야기한 과정을 거쳐 진화한다. 따라서 똑같은 원칙을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p21)
  2. "현재의 결혼에서 낳은 자식에게 하는 투자와 비교해서 의붓자식에게는 투자가 인색하다"(p41)
  3. "의붓아버지는 배우자의 전남편이 남긴 아이를 죽이기보다는 그 아이에게 치명적이지 않은 정도의 학대를 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한 학대는 분명 자기 자신의 아이를 빨리 낳을 수 있게 하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의붓아버지로서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잘 고안된' 수단도 아니다. 그러므로 아동학대는 그 자체로 적응이라기보다는 진화된 정신이 지닌 기능적 조직의 비적응 혹은 비순응적 부산물로 이해되어야 한다"(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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