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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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가 하는 일이란.. 소설 쓰기?

소설을 쓰는 사람 김연수 님이 말하는 소설가의 일은 그저 '쓰기'이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 매일 글을 쓴다. 한순간 작가가 된다. 이 두 문장 사이에 신인, 즉 새로운 사람이 되는 비밀이 숨어 있다.'   - p. 19

소설가에게 재능은?
재능은 소설은 만들어 내지 않으니 재능에 대해 말하는 것은 소설을 쓰지 않을 죄책감을 더는 방법이다.
그러니 그 재능보다 소설가를 만드는 것은 열정, 즉 소설가는 글쓰기와 사랑에 빠진 사람이다. 그러니 그것을 매일 할 수 밖에 없다.

글쓰기를 한다. 초고를 작성한다.
여기에는 작법이라는 것이 있다. 이른바 '할리우드식 이야기 공식' .

(보고  듣고 느낀 사람+ 그에게 없는 것) / 세상의 갖은 방해 = 생고생( 하는 이야기)

여기에 소설가는 등장 인물에 대한  감정이입, 이해가 없다면  한 문장도 쓸 수 없다.

그래서 이 기본 공식에 '왜'  와 ' 어떻게' 를 번갈아 붙여 문장을 만든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지극히 단순한 문장을  '빈도수 염력사전(작가가 일컫길, 표제어가 빈도순으로 배치된, 한번도 써보지 않은 단어와 표현일 수록 뒤쪽에 있슴.) 을 이용해  '자기가 쓴 것을 좀 더 좋게 고치기'를 한다.

이렇게 인과관계의 사슬이 만들어 지면 다음은  '핍진성' 이 확보되어져야 한다.

"핍진성이란, 서사적 허구에 사실적 개연성을 부여함으로써 그것을 수용하는 관습화된 이해의 수준을 충족시키는 소설 창작의 한 방법이다."
- p.80

이 '핍진성'은 인간의 본성을 이해한다는 의미기도 하고 , 허구인 소설에 독자가 느낀 감정을 실재로 만드는 토대가 된다.

이렇게 소설가의 일의 서론이 마련되면 다음은 소설가의 일을 본격적으로 들어갈 차례!

초고, 작가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토고( 토하기 직전까지  참고 쓰는 원고) 를 다시 쓴다.
' 쓴다 - 좌절한다- 곰곰히 생각한다- 다시 쓴다'
를 반복하여 소설 쓰기의 절정에 오르기!

"먼저 소설가가 되어야만 소설을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먼저 뭔가를 써야만 소설가가 될 수 있다."
   - p. 104


소설이란 무엇일까.
작가는 ' 빛을 향한 평생에 걸친 이야기' ,
비틀어 말하면 ' 평생 어둡고 습하고 음침한 곳에서 버둥대는 이야기' 라 한다.

즉, 앞에서 말한 공식에 의하면 '생고생'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바로 '절망, 좌절' 이 되겠다.
그리고 이 절망은 사람을 어떤 행동으로 이끌게 된다.

주인공의 절망은 그의 표정과 몸짓, 행동으로 보여주며 그것을 알아내는 것이 소설가의 일이다.

그리고  주인공의 절망에 독자가 감정 이입을 하게  만들 문장을 쓸 줄 알아야 한다.
소설에서는 흔한 일을 흔치 않게 쓸 때 미문이 된다.

여기서 소설가는 내용을 고치는 사람이 아닌, 문장을 고치는 사람, 그것도 잘 고치는 사람, 만족할 수 있게  충분히, 많이 고치는 사람이다.

소설가가 이 미문을 쓰려면, 감각적 언어를 쓰려면, 감각의 세계에 안기려면 어째야하나.

1.  생각하지  말자. 생각을 생각할 생각도 하지 말자.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소설을 ' 쓰면 ' 된다.

2. 쓴다. 토가 나와도 쓴다.
소설가의 첫번째 일은 초고를 쓰는 일이고, 내가 모르는 것은 무엇인지, 쓸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내는 게 소설가의 두번째 일, 모르는 것을 알고 쓸 수 없는 것을 쓰는 게 세번째 일이다.

3. 서술어 부터 시작해 토고를 치운다.

4. 감각적 정보로 문장을 바꾸되 귀찮아 죽겠다는 생각이 들 때 까지 계속!
소설은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맡고 만질 수 있는 단어들로 문장을 쓰는, 생각이 아닌 감각이 필요하다.

5. 소설을 쓰지 않을 때도 이 세계를 감각하라.

" 아는 사람은 쓰지 못하고, 쓰는 사람은 알려고 하지 않는다. 느끼려고 할 뿐. 더 많이 느끼고 싶다면. 늘 허기지게, 늘 바보처럼  굴어야 한다. 미식가보다는 지금 자기 앞에 놓인 이 평범한 일상을 강렬하게 맛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    - p. 224


마지막으로, 저자가 말하는 소설가의 일이란,
느리게 소설을 쓰기.

" 느리게 쓴다는 건 나만이 바라본 세계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이 세계의 모습은 과연 어떤지 알게 될 때까지 쓴다는 뜻이고, 더 나아가 내가 살아가는 이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어떤  플롯에 의해 짜여졌으며, 그 이유와 의미는 무엇인지 알 때까지 쓴다는 뜻이다."  - p.245


이 책의 작가 김연수 님은 천상 '소설가' 이다.
그가 말한 소설가의 일들을 모두 해내고 있으니 말이다. 정말 '소설가' 이다.

이 책에는 소설가가 소설을 쓰는 일에 대한 것만을 담지 않았다.
'소설'  혹은 '글쓰기' 라는 말들을 '인생'이라는 단어로 바꾸어 이해해도 충분히 마음에 와닿는 글귀들이 즐비하다.
일일이 줄을 긋기도, 옮겨 적기에도 부족한 그 문장들이 너무나 많아  책을 읽는 내내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다.

" 어떤 인간이라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 그 사실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변함이 없다는 것. 달라진 사람은 말,표정 및 몸짓, 행동으로 자신이 바뀌었음을 만천하에 보여준다는 것. 그러므로 소설을 쓰겠다면 마땅히 조삼모사하기를. 아침저녁으로 말을 바꾸고 표정을 달리하고 안 하던 짓을 하기를. 그리하여 마지막 순간까지도 인간은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어제와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 p.141


" 흔한 인생을 살아가더라도 흔치 않은 사람이 되자. 미문을 쓰겠다면 먼저 미문의 인생을 살자. 이 말은 평범한 일상에 늘 감사하는 사람이 되자는 말이기도 하다. "      - p. 174


사실 이 책은 서평을 쓰는게 무의미하다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그냥 읽으면 된다. 읽고 작가에 나를 이입시키면 될 듯 하다.

책을 읽으며  '킥!킥!'  웃음은 또 얼마나 터지든지..
유머러스한 문장이며 , 식상하지 않은 표현이며..
작가님의 글을 왜 이제서야 읽어보았을까 싶다.

그가 글을 쓰는 이유, 소설을 쓰는 이유를 보면 그가 어떤 소설가인지 알 수 있다.  그 글들이 곧 그가 될테니까.

"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거기에 닿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해하려고, 가 닿으려고  노력할 때, 그 때 우리의 노력은 우리의 영혼에 새로운 문장을 쓰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타인을 이해할 수도 있고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건 우리의 노력과는 무관한 일이다. 하지만 이해하느냐  못하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우리의 영혼에 어떤 문장이 쓰여지느냐는 것이다. 왜 어떤 사람들은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그 길을 걸어갈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대답하기 위해서 나는 평생 소설을 쓸 수 밖에 없겠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절망과 오해와 불행 속에서 죽어간다. 그런 순간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노력 역시 이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내가 쓰는 소설의 결말은 여기까지다. ᆞᆞᆞ 고통과 절망은 우리가 충분히  오래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뜻할 뿐이다. 그러나 우리 개개인은 충분히 오래 살 테니, 우리 모두는 고통과 절망 속에서 죽겠지만 우리가 간절히 소망했던 일들은 모두 이뤄지리라."    - p. 262,263, 264


이제부터 읽는 책들이, 소설들이, 그냥 그렇게 읽혀지지만은 않을 듯 하다.
나와 내가 속한 세상을 새롭게 읽고 새롭게 이해하려고 조금의 노력이 더 해질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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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된 평화
존 놀스 지음, 신소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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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도 제목도 인상적이다.

이 소설은 2차 대전 중인 1942년, 미국 뉴잉글랜드 명문 사립 기숙학교 데본에서의 16세 소년들의 이야기이다.
전쟁을 대비해 상급생들은 학교내에서 훈련을 받고, 한 살 아래인 이 소년들은 그에 비해 다소 풀려진 규율과 교칙 속에서, 혹은 교사들은 약간의 눈감음으로 나름의 활기찬, 기억에 남을, 또 잔혹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 '나'인  진 포레스트와 그의 룸메이트이자 소위 요즘말로 '절친' 인 피니어스의 이야기가 소설의 주를 이룬다.

피니어스는 교내에서 모두에게 절대적 영향력을 미친다. 조금은 괴짜스럽고 말도 안되는 언행으로 무엇이든 자기의 의도대로 이끄는, 거기에 운동에 있어서는 뛰어난 재질을 지닌 소년이다.

그에 비해 진은 성적이나 여타의 스펙에 있어서는 뛰어난 모범생이다.

피니어스는 진과 달리 자신의 재능과 재질을 의식하지 않고 신경쓰지 않는다.
그런 피니어스에게 친구이면서도 모종의 질투와 미움을 지니고 있었던 진은 어느날 피니어스를 나무에서 추락하게 하였고  피니어스는 불구가 되고만다.

그 후 진은 피니어스에게  자신에게 책임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고백하게 되고(이 시점에선 피니어스는 진의 책임이라는 것을 알지못한듯 했다.) , 다시 학교로 복귀한 피니어스와 진은 그전보다 돈독히 관계 회복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후 피니어스의 갑작스런 두번째 추락 사고가 있고, 둘 사이 암묵적으로 묻어 두고 있던 예전 추락 사고에 대한 진실을 서로 들추게 되고, 그 과정에서 진은 자신이 피니어스를 순간적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과거 일을 저질렀음을 인정하고, 또, 자신이 피니어스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신뢰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소설의 배경 당시는 2차 세계대전 중이었다.

"내 생각에 우리 열여섯 살 소년들을 통해 선생들은 평화가 어떤 것이었는지 추억하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징집 명부에 올라 있지 않았고 신체검사를 받을 필요도 없었다. ᆢᆢ 무심하고 제 멋대로였던 우리는, 전쟁 동안에도 보존되고 있는 생명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게 아닐까. ᆞᆞᆞ우리는 그들에게 평화의 모습을, 파멸당할 숙명에 매여 있지 않은 삶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피니어스는 이 무심한 평화의 결정체와도 같았다."
     - 본문 p.23


전쟁 중 데본에서 그들의 사소한 일탈은 그야 말로 '분리된 평화' 였다.


" 내가 스스로를 초월하게 한 것은 사과술이 아니라, 1943년의 암울한 손아귀에서 쟁취해낸 자유의 한 조각이었다. 우리가 기도한 탈출, 일시적 환상에 지나지 않았지만 특별했던, 그날 오후의 분리된 평화."        -  본문 p.159


소설 속에서는 전쟁에 대한 어떤 참상을 언급하는 이야기는 없으나 , 전반적으로 부정적 시선이 깔려있다. 전쟁에 대한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초조함이 소설 속 소년들에게서 보인다.

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 전쟁은 기성세대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며 현실을 부정하는 피니어스와   약한 영혼의 소유자 레퍼는 입대 후 정신 붕괴로 정신병자로 취급되어 제대한다.

그러나 그들의 이 암울하기도, 불안하기도 했던 전쟁의 시간들은 끝에는 종결됨으로써 희망의 빛도 시사한다.

주인공 진은  자기 안의 적을 죽였음을 말한다.

"나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 적에 대해 진지하게 증오를 느낄 기회도 없었다. 내가 군복을 입기도 전에 전쟁이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진정으로 복무한 것은 학교에서였다. 그곳에서 나는 나의 적을 죽였다."   - 본문 p.238


이 소설은 단순히 보면 16세 소년들의 성장 과정의 에피소드 일 수도 있다. 서로 질투하고 시기도 하고 미움도 있고, 또 그러다 화해하고, 사랑하고.. 애증의 이야기 말이다.

진과 피니어스의 화해의 과정에서의 깊고 복합적인 감정의 묘사들은 정말 이 소설의 백미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또다른 측면으로는, 이 소설은, 소년들을 둘러싼 현실에, 주변 세계에, 즉 전쟁이라는 상황에  그들이 충돌했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의 모습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저자의 글은 그에 맞게   절제되게, 그러면서 힘있게, 그리고 침착하다.

책을 읽으면서 조금 늘어지는 듯한, 쳐지는 분위기의 느낌은 있었으나, 저자의 놀라운 문장의 표현력에는 감탄해 마지 않았다.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두 소년의 심리묘사가 정말 탁월했고 비극적이면서도 비극적이지 않은 결말( 나의 사견)이 마음에 와닿았다.

왜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은 작품인지 읽은 후 느낄 수 있었다.



- 본 도서는 출판사의 무상제공을 받아 읽고 쓴 본인의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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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플러스 원 - 가족이라는 기적
조조 모예스 지음, 오정아 옮김 / 살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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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상한 형태를 하고 있는 가족이 있다.
이건 꼭 들어맞지 않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수학을 빼곤 얘기할 수 없는, 화장보다 수학을 좋아하는 수학 천재 소녀 탠지, 화장을 더 좋아하고 학교에서 놀림받으며 맞고 다니는 괴짜소년 니키, 늘 침을 흘리는 덩치 큰 개 노먼, 그리고 이들의 가장인 낮에는 가사 도우미, 밤에는 바텐더로 일하는 긍정적 싱글맘 제스.

니키는 사업에 실패하며 몸이 아프다며 가정을 내팽개치고  집을 떠난  남편 마티가 10대 때 잠깐 사귄 여자와 사이에 낳은 아들로, 그 여자가 다른 남자와 떠나버린 후 제스의 가정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늘 힘들게 하루를 살아가기 바쁜 이 이상한 형태의 가족에게 유능한 소프트웨어 개발자 에드가 나타나, 우연히 며칠 간의 여행길을 함께 하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에드는 제스가 집청소를 해주고 그에게서 수당을 받는 집의 주인이었다. 물론 약간의 불쾌한 기억이 있는.
그리고 에드는 의도치 않게(아니 의도가 조금은 있을지 모르게)  자신의 회사의 내부거래자 거래 혐의로 곧 기소될 예정이다.

제스가 밤에 일하는 펍에서 술에 취한 에드를 보게 되고, 그를 택시 태워 집으로 데려다 주는 일을 하게 된 제스는 택시에 떨어진 돈뭉치를 줍게 되고 그에게 돌려주리리 생각하지만 늘 그렇듯 일은 마음대로 되지만은 않는다. 그리고 잠깐 잊고 있었던 그 일이 잠깐의 행복에 도치된 그녀에게 폭풍급으로 돌아오게 되리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이 이상한 형태의 가족은 또 심하게 놀림받고, 얼굴 형태조차 알아보기 힘든 폭행을 당한 니키와 탠지를 태우고, 탠지에게, 아니 그들 가족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수학 천재 소녀 탠지의 수학 올림피아드 대회를 가기 위한 길에 나선다.


" 이제부터 네가 하는 선택들은 앞으로 남은 네 인생을 좌우할 거야."
교사였던 제스의 어머니가 그녀에게 한 말이다.

제스는 그 선택으로 인한 결과와 책임에  뒷걸음치지 않는다. 그녀에게 버겁게 보이지만 그녀는 늘 "괜찮아. 다 괜찮아질거야. 상황은 바뀔거야." 라는 긍정의 힘으로 묵묵히 버텨낸다.
그러나 그 낙관주의도 가끔씩  제스의 차오르는 눈물을 모두 다 닦아내지는 못한다.

"아이의 아빠가 가정을 떠나면 끔찍한 일이 수없이 뒤따른다. 돈문제, 아이를 위해 억눌러야 하는 분노, 남편을 훔쳐가기라도 할 것처럼 경계하는 친구들의 시선.  하지만 그보다 더 끔찍한 것은, 어떻게든 살아나가려고 진 빠지도록 발버둥치는 일보다 더 끔찍한 것은, 손 쓸 길 없는 상황에 저한 외짝 부모라는 지위가 지구상에서 무엇보다 외로운 자리라는 사실이다."             - 본문  p.21 중


그 외로운 제스는 나의 예상대로 며칠간의 여행길에서 에드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난 관계를 원하는 게 아니에요,에드. 당신하고든 누구하고든요. 내 삶에는 그런 ' 하나 더하기 하나의 관계' 같은 게 들어갈 공간이 없어요." - p.294 중


제스는 에드에게 용기를 낸다. 그러나 그는 그녀를 순순히 받아 들이지 못하고 한발짝 틈을 둔다.

그 장면의 이야기를 읽을 때 나는 숨이 멎는 듯 했다. 작가는 드러내 놓고 관계를 가지려는 남녀의 욕정이나 본능적 감정의 묘사를 한 것이 아니라 너무 담담히 주고 받는 그들의 대화가 은근한 섹시한 분위기와 설렘을, 그리고 갈망을 나에게 일으킨다. 참 묘하다.

그것이 작가 조조 모예스 글의 매력이 아닌가 생각된다.
드러내놓고 슬픔을 자아내거나 감동을 주려고 하는 흔적은 없다. 다만 그 담담한, 수식이 적은, 그러나 조금은 건조하게 유머러스한 그녀의 글이 끝내는 나를 슬프게 하고 그러다 울리고 마지막에는 감동과 환희를 느끼게 한다.
전작 '미 비포 유'와 더불어 이 책 역시 그러하다.


이 가족의 여행길에는 그 둘의 사랑의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더 주요한 의미로 다가온 것은 '가족'이라는 것의 ' 기적' 이다.


" 엄마가 아이를 꼭 안아주지 않으면, 네가 바로 인생 최고의 선물이라는 말을 해주지 않으면, 심지어 집에 있다는 사실 조차 눈치채지 못하면, 아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제스는 잘 알았다. 마음속의 작은 부분이 단단히 봉인된다. 엄마가 필요하지 않게 된다. 누구도 필요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그러고 있다는 걸 알지도 못한 채 기다린다.누군가 가까이 다가왔다가 자신에게서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을 발견하게 되기를, 처음에는 보지 못한 뭔가를 발견하고 점점 차갑게 변해가다 그들 역시 사라져버리기를. 바다 안개처럼. 자신을 낳아준 엄마조차 진정으로 사랑해주지 않는다면 뮌가 잘못된 게 틀림없으니까. 그렇지 않은가?" -본문 p.257 중


니키는 그런 아이였다. 남들과 조금 다르다고 학교에서 놀림을 당하고 폭력을 당해도 말도 없고, 웃지도 않는, 그 속을 보이지 않던 그런 아이였다.
그러나 며칠 간의 여행이 그를, 그의 마음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었다.

" 일상에서 멀어져서 그런지, 아니면 지난 며칠 간의 체험이 너무 강렬해서 그런지, 아빠가 나를 만나서 정말 기쁘다며 눈물을 글썽이는데 불현듯 깨달음이 왔다. 아빠는 얼간이지만, 나의 얼간이고, 내게 있는 유일한 얼간이였다. 그리고 병원의 침대 곁에서 내 어깨에 손을 얹던 제스, 나를 이곳에 남겨둘 생각에 전화선 너머에서 억지로 눈물을 삼키던 제스, 분명히 세상이 무너지는 듯 느낄 텐데도 학교 문제에 관해 아주아주 의연하게 행동하려고 애쓰는 내 여동생, 그런 그들을 떠올리니 내가 어딘가에 속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나는 그러니까, 그들에게 속해 있는 것이다."
- 본문 p. 384 중


세상 모두가 돌을 던져도, 엄마만 뒤에서 버티고 있다면 아무 문제 없다는 제스의 사랑을, 마음 속 깊이 자신이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이리라.

그리고 그 여행은 15년 전 집을 떠난 이후 한번도 집을 그리워한 적 없는 에드의 마음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에드는 마침내 자신이 얼마나 아버지를 그리워하는지를 깨달았고 제스와 함께 병으로 생사를 오가는 아버지를 만나 가족과의 화해를 한다.

그렇게 그들은 꼭 들어 맞지 않는 이상한 형태에서 조금씩 균형을 맞추며 가족을 이루어 나간다.

그러나 책의 후반부에선 그 가족의 유일한 희망이자 목적이었던 탠지의 '수학 올림피아드 대회' 가 엉망이 되버리는 일이 발생했고, 또 아이들의 집을 떠난 아빠 니키의 거짓과 배신을 알게 됨으로써 상황은 점점 절망으로 내리막을 향했다.

설상가상 잊고 있었던 , 예전에 제스가 술취한 에드를 택시 태워 집으로 데려다주는 과정에 그의 돈을 주워 돌려주지 않은 일을 에드가 알게 되고 오해함으로써 제스에게 등돌리는 일도 생긴다.

마지막 이들을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뜨린 것은
탠지가 집앞에서 폭행을 당할 뻔한 일이 발생하고, 그녀를 지키려고 뛰쳐나간 개 노먼이 사고로 인해 한쪽 눈의 실명하는 사건이었다.

어쩜 하늘은 살려고 발버둥 치는 불쌍한 이들에게 그런 시련을 주시는지, 그들은 조금은 행복해지면 안되는지. . 나는 가슴이 먹먹해져서 코끝이 찡 했다.

그러나 이 책이 호평을 받은 것은 작가의 따스한 시선이 건네는 따스한 결말 때문일 것이다.

에드의 조언으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보이는 글을 쓰게된 니키의 블로그엔 낯선 이들이 보내준 친절함과 따뜻한 말과 기부금들. .
그 기적이, 그 희망이 그들을 웃게 했다.

그리고 에드와 제스의 재회의 장면은 정말 나를 얼마나 눈물 짓게 했는지..
에드에게 달려가 안기며 그 며칠간의 그들 가족의 절망적 일들을 쏟아내는 어린 딸 탠지의 말들이, 층계 위에서 차마 그를 내다보지 못하고 울음을 삼키며 서있는 제스의 모습이 기어코 내 눈물을 빼놓았다.

전편 '미 비포 유' 에서 그랬듯, 그냥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듯한, 기대를 가지지 않게 하는 전개에서 후반부엔 언제 그랬냐듯 기어코 감동과 울음을 이끌어 낸다. 이번에도 나는 기분좋게 당했다.


"창발론에 관한 거에요. 강한 창발은 어떤 수의 합이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들 이상의 것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줘요. 무슨 말이지 알겠어요?"
- 본문 p. 546 중에서


언젠가 "가족은 따스한 내편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없어졌음 하는 마음이 드는 존재이기도 하다." 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다.
그 당시 나는 여러가지 가족일로 마음이 편치 않았던 때라 그 말이 격하게 공감이 되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더 넓은 범위의 가족을 형성한 지금에는 " 가끔은 불편하지만 반드시 껴안아야 하는 존재" 로서의 가족의 의미가 더 공감이 된다.

가족의 형태가, 그 모습이 어떻든 우리는 그 가족이라는 것에 속해있다. 내가 거기에 존재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종종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 가족이라는 것은 큰 기적을 이루어 낸다. 비단 이 책의 이야기만이 아니더라도.

참으로 따스한 영화 한편을 본 듯 하다.
아니 550페이지의 이 책을 다 읽고 뒷표지 안쪽을 보니 곧 영화화 된다는 글귀가 있다. 역시~~

추운 겨울날 따스한 이 책이 참으로 잘 어울릴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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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나는 일하는 사무총장입니다
남정호 지음 / 김영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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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 제 8대 유엔 사무총장.

'세계의 대통령' 이라 일컫는  유엔 사무총장 자리에 한국인 '반기문'이 올랐다.  이 소식을 접한 한국인들은 모두 환호했고 나 역시 그 보도를 접하고 흥분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제는  아이가 즐겨 읽는 위인전에 그의 이름이 올랐다.

그러나 내가 아는, 우리가 아는 '반기문' 은 거기까지다. 그가 얼마나 가난하고 열약한 환경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대를 가고, 또 자기의 꿈을 성취하였는지.

이 책은 그 이후의 이야기다. 다른 책들과는 달리 '반기문' 사무총장이 무슨 일들을, 어떻게 하고 있으며, 또 그 영향력과, 세계사에 비춰질 그의 인물성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의 리더쉽의 특징과 그의 노력 등도 자세하게 담아내고 있어, 그의 ' 사무총장'으로서의 일을 좀더 깊게 이해하게 하고, 또 한국인으로서 긍지를 지니게 한다.

약 400페이지의 이 책을 읽고 나니 그야말로 '반기문' 사무총장의  다큐멘타리 한 편을 본 듯한 느낌이다.

이 책의 저자인  '남정호' 기자는  뉴욕특파원 시절, 유엔  본부 담당 기자로 반기문 총장의  활약을 가장 가까이에서 취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무려 4년에 걸쳐 써 낸 이 책은 그간의 그의 노고가 그대로 녹아 난 훌륭한 책인 것 같다.
읽는 내내 작가의 세세하고 밀착된 취재와 분석에 감탄을 했으며, 어떤 부분에선 울컥하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에 전율을 하며 집중하며 한 자 한 자 꼼꼼히 읽었다.

책은  모두 9개의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앞 부분의 파트는 반기문 총장의 유엔 사무총장으로의 선출과정 이야기와 그의 '조용한 외교'에 관련한 유엔 내부의 반발과 회원국의 압박, 세계 언론의 공격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그가 어떻게 지지와 신뢰를 얻게 되었는지 반기문의 리더쉽에 관해 이야기하고있다.

중간 파트의 부분에선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그의 활약상들을 자세히 서술하고, 아시아적 가치로서 세계를 품는 중용, 솔선수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의 모습을 드러내보인다.
세계사적 사건들, 즉 미얀마 자유화, 코소보 독립 , 콩고민주공화국, 코트디부아르 등의 분쟁의 현장에서 일구어 낸 평화와 민주주의가 그것들이다.

그리고 후반 파트 부분에서는  '아랍의 봄'을 기점으로 한 그의 '적극적 개입' 정책의 모습을 보인 리더쉽을 보여주며, 또 그의 유엔 사무총장 연임을 하게 된 과정의 이야기와 앞으로 그에게 남은 과제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너무나 부끄럽고, 또 미안한 마음과 반면, 자부심 또한 느껴졌다.

단지, 압도적인 지지로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 되었으니 탄탄일로를 걸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그의 행로에 너무나 무관심했음을 솔직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선비와 같은 겸손, 솔선수범과 중용의 자세 등 '조용한 리더쉽'의 모습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지구촌 언론과 유엔 내부의 부정적 시선과 공격적 태도가 있었음 또한 몰랐다.

이렇게 유엔 뿐 아니라 국제 사회에 대한 한국인의 무관심이 부끄러웠고,  또 유엔 평화 유지군 참여나 후진국 지원, 온실가스 감축 등의 국제적 현안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가 부끄러웠다.

그럼에도 고군분투하며 활약하고 있는 반기문 총장이 세계의 지도자로서 완벽하게 보여 주고 있는 그의 리더쉽이 자랑스럽다.

또, 그를 한국인이 낳은 최고의 세계의 리더로서 기억되게 하려면 조국의 지지와 호응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다시 되새겨 본다.

저자는 지금까지 어떤 사무총장보다 고군분투하는 반기문 총장의 활약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게 가슴 아프고 안타까워, 기왕이면 한국인이 먼저 그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한다.
책을 읽고나니 그의 마음이 너무나 공감이 되고 또 감사한 마음도 든다.

참으로 좋은 책으로 보람되고 의미있는 독서의 시간을 가졌음을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그의 리더쉽을 잘 보여주는 구절이다.

" 겸손은 결코 헌신이나 통솔력의 부족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겸손은 요란한 팡파르를  울리지 않고 과업을 완수하는 조용한 결단력이다."
       
          - 반기문의 유엔 사무총장 수락 연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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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배우다
전영애 지음, 황규백 그림 / 청림출판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한국인 최초 괴테금메달 수상' 한 서울대 전영애 교수가 쓴 첫 에세이집이다.

성함이 좀 낯익다 싶었는데 민음사 세계 문학 전집에서 이분이 번역하신 몇 권의 책을 접한 적 있다.

'인생을 배우다'라는 책의 제목이 사실은 조금 무겁게 느껴지기도 했으나, 저명한 저자에게서 삶의 가르침을  얻고자 읽은 이 책은 뜻밖에도 나의 마음을 너무나 따뜻하게 데워 놓았다.

이 책 안에 모인 글들은  저자가 독일과 한국을 자주 왕래하면서, 삶과 글 사이를 넘나드는, 삶의 모퉁이 모퉁이에서  마음에 오간 것들을, 또 전하고 싶은 말들을 적어 둔 것들이다.

저자는  '내 제자들에게, 제자들과 같은 젊은이들에게, 또 그런 맑은 분들께 드리고 싶은 이야기들'을 적어 보았다고 말한다.
삶이라는 망망대해에서 저자 나름의 깨우친 삶의 지혜들이  가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자는 서울대에서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면서 2008년부터 2013년 까지 방학중에는 독일 프라이부르크 고등연구원으로  근무를 하는 등 배움의 기회를 쫓아  어디든 달려다니며, 그 열정으로 살인적으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생 시인으로, 학자로 살아 온 저자가  최근에는 독일에 차후 시인 박물관이 될 곳에  작은 한옥 정자를 짓고, 한국 여주에는 공부하는 이들을 위한 '여백서원'을 지어 두 나라의 문화교류를 위했다고 한다.
그 모토가 "맑은 사람들을 위하여, 후학을 위하여, 시를 위하여" 라고 하니, 그 것만으로도 저자의 단면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인생을 이렇게 저렇게 살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다만 저자가 만난 소중한 인연들의 이야기에서,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보여준 사람들, 삶 자체가 기쁨이고 선물인 사람들의 모습을 전해주면서 그냥 무슨 수를 쓰지않고 내가 바르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면서, 남을 배려하고 격려하며 살면,  조금 더 잘 살아질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소중한 인연, 독일의 홀레씨가 임종을 앞두고  저자의 연구를 위해 가치 평가조차 할 수 없는 200여 권의 귀중본들, 책들을 정리해 보내시고 세상을 떠난 이야기.

중병에 걸려  삶의 마지막 문턱에서 초인적인 배려와 아름다움을 부여한 친구 에리카의 이야기.

음악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딸에게 교육을 감당할 형편이 안된 병깊은 어머니는 딸에게 세상을 헤쳐갈 힘을 길러주기 위해 마라톤을 시킨, 엄마가 해줄수 있는 그 마지막 선물로 , 그 힘으로 빛나는 음악인이 된 딸의 이야기.

그리고 학교 문턱에도 못 가보셨으나 책만 보면 일일이  한지에 필사하여 읽어 다 외우셨던 저자의 어머니의 간절한 필사본에 대한 이야기와 저자의 제자들이 만들어 오는 책들에 대한 이야기, 저자의 속깊은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
 
이 아름다운 이야기들은 저자를 바른 삶으로, 또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신뢰를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 이 글들을 읽는 나의 마음도 이리 따뜻히 데우고  좀 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하였으니.

" 사람인지라 때로 택해서 가고 있는 길에 대한 후회가 아주 없을 수야 없다. 그래도 온 지혜를 모아서 어렵사리 한 선택, 혹은 한때 좋아했던 추억이 묻어 있는 선택, 혹은 정말이지 그렇게밖에는 할 수 없었던 저 어려웠던  선택을 기억하며 견뎌가야 한다고." 
                         - 본문  p. 29 중에서


또, 나는 두 아이를 둔 엄마인지라 아이들의 교육에 관한 일상의 이야기 부분에서의 저자 글들도 많은 공감이 되었다.

"세상에는 공부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많이 있다. 부모가 아이에게 정말 가르쳐야 할 것들이 있다. 우선 제 앞가림하는 것을 가르쳐야 하고, 아이들 마음속에 뜻이 자리 잡도록 기다려주고 격려해 주어야 한다. 뜻이 있으면 공부는 자기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시점에 금방된다. 남이 공부를 가르칠 수는 있지만 한계가 있고, 마음속에 없는 뜻은 남이 절대로 불어 넣어줄 수 없다.  이 세상에 발붙이고, 이 험한 세상을 제 힘으로 헤쳐나가게 하자면 남은 밀쳐내는 것이 아니라 배려하고 서로 도와야 하는 것임도 가르쳐야 한다. "
                          -   본문 p. 49 중에서

"어느 부모인들 그렇지 않으랴마는 아이들이 너무도 소중해서  나는  그 애들이 있는데 무얼 더 바라면 안 될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 무얼 가르치지는 못했다. 그 아이들의 인생에 내가 개입을 해서, 그 아이들에게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 이상으로 뭔가를 해줄 자신이 없었다. 언제든 어렵지만 기다려 주었다. 기다리면 아이들에게서 나오는 것은 눈부셨다."       -  본문 p.234  중에서


저자가 평생해오는 일, 그 일 '문학'에 대한 저자의 견해도 엿볼 수 있다.

"나는 지금까지 글을 읽어오면서 문학이란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남기고, 전하고, 읽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글에는 사람이 담긴다. 현실에서는 일일이 다 만나낼 수 없는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일, 사람들의 속마음까지 속속들이 만나보는 일은 세상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의 갈피를 헤아리고 배려하는 것은 아마도 함께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한 일일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글을 배우고 읽는  궁극의 의미일지도 모른다."                      - 본문 p.252  중에서


그리고 젊은이에게 말한다.

" 얼마나 많은 불필요한 것들에 다들 목을 메달고들 사는지. 그 많은 불필요한  것들 때문에 얼마나 불행한지. 쓸데없는 것들을 좀 버리면 자유로워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제법 할 수 있다."
                        -  본문 p. 279  중에서


책을 읽으며 제법 많은 문장들에 밑줄을 그었고, 많은 페이지에 메모플래그를 붙였다.

저자의 늘 고민하고, 탐구하는 열정적인 학자의 모습에 감탄하고, 감성이 듬뿍 담긴 편안한 문체로 담은 일상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그 안에서 보여주는  혜안에 놀라고, 또 긍정적이며 따뜻한 시선으로 지혜를 일깨워주심에 고마움도 느낀다.

여담을 하자면,  읽는 내내 자꾸 떠오르는 한 분이 계시다.
바로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 고 장영희 교수님' 이시다.
서강대 영문학 교수이자 번역가 또, 학창시절  영어교과서 '두산 장'하면 떠오르는 그 교과서의 집필자이셨던 분이다.
암투병을 하시면서도 독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글들을 쓰셨고, 내가 그 분의 글에 반한 계기가 된 책은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이라는 에세이집이었다. 생전 마지막 책이어서 아쉬움이 너무나 컸었는데 따뜻함과 희망의 에너지를 담은 그 글들에서 받았던 느낌이 전영애 교수님의 이 책에서 유사하게 느껴져 참으로 기뻤다.

끝으로, 참 맑고 바른 마음이 담긴 예쁜 책을 읽게 되어 너무나 반갑고 마음 따뜻해지는 독서의 시간을 갖게 되었음에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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