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애 2 - 사도세자가 사랑한 단 하나의 여인
이재익.구현 지음 / 문학사상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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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자께서 인원왕후전 친방내인 빙애를 데려오셨다. 세자가 가까이한 내인들은 많지만 다들 함부로 여기시면서 빙애에게는 그리 대수롭게 구시더라. 궁 안에 빙애의 방까지 꾸몄는데 아니 갖춘 세간이 없더라."

"세자의 광증이 심해져 한번 화가 나면 사람을 죽이고서야 화가 풀리시었다. 정월 아침 화병이 나신 세자께서 그토록 총애하던 빙애마저 그릇되게 만드시었다. 제 자녀로 은전군과 천근현주를 놓고 떠나니 빙애의 인생도 가련하도다."
- <한중록> 중에서


조선 역사상 가장 비극적 최후를 맞이한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사도세자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소설도 많다. 그러나 그의 뒤에 가려져 있던 "사도세자가 사랑한 단 하나의 여인" 빙애의 이야기는 처음 접해본다. 물론 그것이 픽션을 가미한 것일지라도.


집안의 몰락으로 열 두 살 나이에 기녀가 될 위기에 처한 빙애를 평양 명망가 도령 시훈이 구하게 되고 이후 시훈의 집에서 딸처럼 자라게 된다. 오누이 처럼 자라던 시훈과 빙애는 시간이 흘러 결국 서로 연모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고, 운명을 거스려던 순간 시훈의 가문의 몰락을 겪게 되고 시훈과 빙애는 서로의 생사도 모른채 헤어져 각자의 삶을 살게 된다. 복수의 마음을 품고 궁으로 들어간 빙애는 세자 선을 만나게 되고...

파란만장한 궁녀의 삶을 선택한 빙애와 큰 뜻을 품고 조선의 앞날을 열어가고자 하는 사도세자 선, 그리고 마음속 영원한 정인을 잊지못하고 다른 운명이 이끄는 삶을 살고 있는 시훈...
그들의 이야기가 역사속 실존 인물에 가상의 이야기가 덧입혀져 로맨스까지 첨가된 흥미진지한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도세자와 빙애는 실존인물이나 그 외 시훈, 구선, 도규, 휘, 적만, 항아 등은 모두 가상의 인물이다.

빙애는 후대에 경빈景嬪 박씨朴氏로 추봉되었으며 출생 연도조차 불분명한, 흔한 궁인에 불과했다. 본래 사도세자의 할머니 격인 인원왕후의 침방나인이었고 당시 왕실 법도에 따르면 윗사람의 나인을 건드리는 일은 윗사람의 물건을 취하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므로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사도세자는 기어이 빙애를 취하고 만다. 이후 사도세자는 다른 어떤 나인이나 후궁보다도 빙애만을 총애하여 사이에 1남 1녀를 두었다.

이 소설 속 등장 인물들은 각자 슬픈 사연을 안고 가혹한 운명 속에서 서로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형성한다. 그리하여 읽는 이에게 긴박감과 몰입을 선사한다.
그들은 역사 속에서 힘없는 한 개인으로 이리 저리 흽쓸려 그것이 이끄는 굴곡진 운명을 꿋꿋이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또, 이 소설의 주인공 빙애는 기존 소설이나 드라마 속의 다른 궁중 여인과는 사뭇 다르게 시기 , 질투와 중상모략 증을 통한 권력에의 지향 보다는 파란만장한 궁중 생활을 자신의 숙명으로 받아 들이며 기꺼이 참고 인내하며 견딘다.
이미 그녀가 열 두 살에 기생이 될 뻔한 운명이 있었듯그녀의 삶은 원치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고 그 때마다
많은 것을 잃고 버려야 했었다. 그 순간들에 빙애는 지금의 현대의 우리들과 같이 고뇌하고 번민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공감과 위로를 얻을 수 있었고, 또 그러한 삶을 끝까지 살아 내는 모습에서 감동과 작은 교훈도 얻을 수 있다.

그동안 드라마와 소설에서 주로 묘사된 사도세자 이선의 모습은 기행과 살인을 일삼는 광인이었다.
그러나 수많은 사료에 의하면, 이선은 본래 성군 자질의 세자였으나 당시 권력의 희생양이 되었다. 그런 그의 모습이 이 소설 속에서 성군으로, 더불어 그의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간적 모습 또한 비쳐진다.


양반가 도령이었으나 가문의 몰락으로 꿈을 접게 되고사랑하는 여인 마저 잃고 산적 패의 두목이 되어 틀어진 운명의 삶을 사는, 모든 것을 잃은 남자 시훈.

사실 이 소설은 빙애를 두고 사도세자 이선과 시훈의 로맨스의 이야기가 긴장감을 불러온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또 읽은 후에 기대했던 것 보다
스토리의 긴박함과 박진감 , 어느 정도의 사건 흐름의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아 조금은 아쉬웠다. 물론 두 권의 책이 순식간에 읽히긴 했으나 내용면의 짜임새의 치밀함이 좀 아쉬웠다.

이 소설의 경우 일반적인 역사소설을 읽은 후 실제 일어 났을법한 긴가민가의 느낌보다는 허구가 주된 것이구나를 금방 알 수 있기에 더욱 아쉽다는 느낌이 든 것도 같다.

블로그 이웃님의 말씀대로 휴가철에 가볍게 흥미롭게 읽기 좋은 책이었고 금방 손쉽게 빠져들어 훅~ 읽어낼 수 있는 역사로맨스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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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을 휩쓴 열정 - 현대차는 중국에서 어떻게 성공했을까
백효흠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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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을 휩쓴 열정 " 제목부터가 읽기도 전에 읽는 이에게 힘을 불어 넣는다. 이 책은 현대 자동차가 중국에서 어떻게 성공했는지 '베이징현대'의 급성장을 이끌어낸 저자의 노하우가 오롯이 담겨있다.

저자는 축산학 전공의 지방대 출신으로 말단 영업사원으로 출발해 ‘영업의 달인’으로 불리며 37년간 현장을 누비며 현대자동차 사장에까지 오른 백효흠 씨다.

그가, 현대자동차가, 대륙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그 특별한 노하우는 단지 현대자동차의 제품력만이 아닌 영업인으로서의 그만의 노하우와 열정이 대륙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임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가 중국에 처음 진출한 것은 2002년이다.북기그룹과 50대50 합자 형태로 베이징현대를 설립한 현대자동차는 초반부터 중국 시장에서 급성장했으나 2007년에 들어 국면은 달라진다. 시장의 양상이 달라짐에 따라 다른 브랜드의 회사들이 2007년에 전년에 비해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베이징현대의 판매는 오히려 감소했고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위기를 맞은 베이징현대에 저자는 판매본부장을 맡아 중국 시장에 투입된다.

그 후 그의 실적은 참으로 놀랍다. 2008년,2009년 모든 제조사 통틀어 전년 대비 판매 증가율 1위를 보이며 성장하더니 2013년에는 100만 대 생산, 판매를 돌파하며 성공신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하여 2011년에는 중국 최대의 인터넷매체인 〈소후(SOHU)〉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2012년에는 국영방송인 〈CCTV〉에서 '올해의 차' 에 선정되는 화려한 성과도 얻게 된다.


저자는 현대자동차가 이렇게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몇 가지 들고 있다.

첫째, 철저한 현지화 전략, 둘째, 신속한 시장 대응, 셋째, 문화, 스포츠 방면으로 확대한 다양한 마케팅, 넷째, 생산현장 근로자들과 혼연일체의 노력, 마지막으로 '한방(한국측 파견직원)', '중방(중국측 직원)' 이란 분열을 극복하고 '우리'로 똘똘 뭉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간 내가 읽어 온 책들 속에서 보아 온 중국은 참으로 변화무상하고 알 수 없는 나라였다. 그 어마한 땅의 넓이와 더 어마어마한 인구는 많은 나라에서 엿볼만한 기회를 제공해 주는 듯도 하지만 그만큼 중국에는 수많은 경쟁자가 있고 시장의 변화도 극심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수많은 경쟁자들 속에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다양한 시나리오와 전략을 세우는 등의 노력들이 생각 이상의 정도로 행해져야 했을 것이다.
거기에 중국에서 비지니스를 해 본 많은 사람들의 말처럼 '뼛속까지 중국인으로 변해야 한다'는 점도 마음에 새겨 철저히 현지화하고 마음을 열어 중국인들과 소통하려는 열린 자세를 갖추지 않으면 살아 남기 힘들 것이다.

저자의 이 모든 노력을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이 모든 신화의 중심에는 그의 지치지 않은, 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의 열정이 있었음을 책 속에 실린 그의 일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현대 자동차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약진을 위한 노력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는 것은 물론 이와 함께 중국에 진출했거나 중국 비지니스를 희망하는 모든 사람에게 그 성공 노하우를 전하고 싶었음을 얘기한다. 그리하여 세부 사례와 실전 노하우를 낱낱이 공유하고자 했음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현대자동차의 그 노하우를 얻음에 그치지 않고 저자의 열정과 그 노력을 마음에 새겨 갈 수 있을 것이라 감히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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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록 전쟁 - 7세부터 10세까지 엄마와 아이가 꼭 한 번은 치러야 할
김윤정 지음 / 예담Friend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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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에 어려서 부터 아이들에게 책을 익히고 책과 가까이 하도록 육아를 하는 부모님들도 꽤 많습니다.
저 역시 그러 했구요~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더라구요.

큰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하고나니 그동안 제가 간과했던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글쓰기" 였습니다.
독서를 많이 한 아이가 꼭 글을 잘 쓰는 아이인것은 아니었던 거죠.

그래도 다른 또래에 비해 독서는 많이 하는 편이라 자부했는데요. 초등학교 입학후 일주일에 한 두 번 독서록 쓰기 숙제를 해가는 큰 아이의 공책을 보고선 깜작 놀랐습니다.
이건 뭐 두세 줄 쓰고 그림 그려놓는 정도의 수준인데도 그 두세 줄의 내용의 끝은 늘 "참 재미있었다"로 끝이 나니 알만 하겠죠.

그 후 제 마음은 조급해지기 시작하더라구요.
독서록을 잘 쓰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어떻게 하면 글쓰기를 잘 할 수 있을까? 하구요.

마침 좋은 책을 만나 읽게 되었는데요.

바로
<(7세부터 10세까지 엄마와 아이가 꼭 한 번은 치러야 할 ) 독서록 전쟁>
입니다.

제목부터가 공감이 가죠??

사실 몇 달 전부터 저는 독서지도사 과정 동영상 강의를 수강하고 있었던터라 제 공부에도 도움이 되겠다 싶었습니다.

이 책이 유익했던 것은 바로 "엄마표" 를 지향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엄마 만큼 내 아이를 곁에서 자세히 살펴보는 사람도 없구요. 또 다를 사교육 기관에 맡기는 것보다 더 책임감있게 꼼꼼히 아이의 글을 봐 줄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 책의 저자분 깨서도 엄마표를 강조하고 계십니다. 물론 주의해야 할 것은 아이와 엄마가 함께 하는 것이니만큼 아이와의 사이가 좋아야 한다는 점이죠. 둘 사이의 공감과 감정적 유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책의 목차만 보아도 책의 내용이 한 눈에 보이는 것 같습니다.

1장 "독서록 전쟁의 비밀 병기, 엄마표 독서록 "에서는

왜 독서록을 간과할수 없는지, 또 그것이 엄마표여야 하는지 언급하며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음을 얘기합니다.

2장 "독서록에도 준비운동이 필요하다"에서는

시작부터 첫 술에 배부를리 없는 엄마표 독서록을 시작하며 아이에게 가볍게 글쓰기를 유도할 수 있는 준비운동 단계의 tip 8가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아이가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 혹은 두려움을 떨쳐 낼 수 있도록 기분 좋게, 어렵지 않게 쓰는 연습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담겨져 있어 실로 유용합니다.
왜 진작 저는 그런 방법들을 생각해보지 않았나 싶었어요.
"오늘의 날씨" 쓰기, "애니메이션 감상문 쓰기", 나만의 그림책 만들기, 메모 주고 받기 등 등입니다.

3장 "독서록,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다"

준비 운동을 철저히 한 후 본게임에 도전을 하며 세워야 할 엄마들의 일종의 전술이 되겠죠. 즉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엄마표 교육에서 아이와의 갈등을 피하고 또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요령들 역사 담겨 있습니다.

4장 "독서록에 대처하는 엄마 선생님의 자세"

독서록을 잘쓰게 하기 위한 준비운동과 본격적 전술도 중요하나 그보다 더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아이와의 관계를 망가뜨리지 않는 것, 아이의 자존감을 훼손시키지 않는 것"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엄마 선생님이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점을 담아 두었습니다.

사실 위의 여러 독서록 지도 방법이나 tip들도 유용했지만 이 4장의 내용들에 많이 공감하고 또 뜨끔하기도 했었네요.

5장 "독서록이 술술 써지는 책 다 모여!"

아이들의 책은 읽기 좋은 책과 쓰기 좋은 책이 뚜렷이 구분이 되는데요. 즉 읽기 좋은 책은 아이들이 즐겁게 읽으며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하는 책이고, 쓰기 좋은 책은 독서록 포인트가 쉽게 잡히는 책들이라 합니다.

이 장에서는 그런 독서록 포인트가 쉽게 잡히는 내용의 책들을 모아 두었답니다.
어떤 책들로 엄마표 독서록을 시작할까 고민이 된다면 이 추천 목록의 책들이 유용하게 쓰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자는 1년 가까이 머리를 쥐어뜯어가며 아이와 함께 치렀던 독서록 전쟁의 과정에서 실용적인 독서록 지도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음을 얘기했습니다.

그 노하우를 이 책에 담아 아이와 엄마 모두를 힘들게 했을 독서록 쓰기의 지름길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저 역시 조금의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동안 동영상 강의로만 익히고 배운 저의 공부 내용을
이 책을 통해 좀 더 쉽게 재미나게 실용적으로 우리 아이에게 적용해 볼 수 있겠다 싶습니다.

엄마의 정성과 사랑이 담긴 엄마표 독서록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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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
박범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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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 '주름' ... 최근 내 눈에 자꾸 띄는 박범신 작가의 책 제목들이 자꾸 호기심을 일으킨다. 그리고 결국에는 읽고야 만다.


"소멸하는 존재들에 바치는 '시간의 주름'에 관한 기록."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 문장이겠다.
사실 책을 읽고 난 후에도 그 '시간의 주름'이라는 것이 어렵게 느껴진다.

소설의 시작 부분의 화자는 김선우이다.

1997년 겨울, 김선우의 아버지 김진영이 가출을 했다.당시 50대 중반의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이던 아버지가 가출하신 것이다. 
2년 후, 아버지가 시베리아에 계시다는 소식을 받게 된 선우를 아버지를 만나러 간다.
시베리아의 이르쿠츠크. 바이칼호로.

그리고 화자가 바뀐다. 이제부턴 김선우의 아버지, 이 소설의 주인공 김진영이 화자이다.

당시 50대 중반의 나이에 주조회사 자금담당 이사이며 성실하며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김진영은 , 어느 날 우연히 시인이자 화가인 천예린을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천예린은 그보다 연상이며 소위 팜므파탈적인 오십대 중반의 여인이다. 매혹적이며 사악하기까지한 그녀에게 김진영은 걷잡을 수 없이 빠져 들게 되고, 자신의 삶을 다시금 바라보게 된다.


천예린에게 맹목적인 사랑을 받치던 그는 결국엔 회사의 돈까지 끌어다 바치게 되고 
얼마 후 사라져 버린 천예린을 찾아 김진영은 회사, 가족을 팽개치고 회사의 자금을 횡령해 자신을 떠난 천예린을 쫓아 떠난다. 

천예린의 발자취는 아프리카 대륙을 거쳐 스코틀랜드를 지나 시베리아 바이칼에 이른다. 처음엔 배신감에 칼을 품고 자신의 파멸을 초래하게 한 그녀를 쫓아 가던 김진영은 그 행로에 고난과 시련을 겪기도 하며 변화하게 되고, 어렵게 도착한 북극해 오크니에서 만나게 된 천예린을 끝내 죽이지 못하고 광포한 사랑의 나날을 함께 보내게 된다. 그들은 매일 죽었고 매일 다시 태어나는 탐욕스럽고 기이하면서도 광란같은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결국은 병으로 시한부 삶을 살던 천예린과 그런 천예린 곁에서 그녀와 함께하는 김진영에게 드리워지는 죽음의 그림자는 피할 수는 없게 되고...


<주름>은 어느 일상적인 50대 중반 남자의 파멸과 생성에 관한 기록이다. 
그리고 그 안에 시간의 유한성을 말하는 늙음, 인간의 삶의 본질과 자유, 죽음을 담고 있는 이야기이다.


"과실 속에 씨가 있듯이, 태어날 때 우리는 생성과 소멸, 탄생과 죽음이라는 2개의 씨앗을 우리들 육체에 심지어 박고 태어난다. 생성과 소멸은 경계없는 동숙자이다..... 사랑의 운명도 그럴는지 모른다. 말년에 아버지가 겪었던 인생도 그렇다.... 몇 년 사이 전 세대의 인생을 살다간 아, 아버지."  - p.10

 
그러기에 김진영의 노년의 삶의 평범한 궤도에서의 이탈의 몇 년간 삶은 더욱더 충격적이다. 


"삶이란 때론 그렇다. 평온하고 안정된 삶일수록 은밀히 매설된 덫을 그 누구든 한순간 밟을 수 있다는 것. 생이라고 이름 붙인 여정에서 길은 그러므로 두 가지다. 멸망하거나 지속적으로 권태롭거나."
   - p.103


어느 날, 낡아서 실밥이 늘어나 있던 와이셔츠 단추 하나를 잡아매다가 그는 그처럼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이것이 결국 이 모든 사단의 시초가 되고 홍수 같이 밀려드는 새로운 세상에서 불안과 소외를 느끼게 된 그는 
그 때 마침 천예린을 만나고부터 "지금까지의 삶은 헛것이었다." 며  자신의 삶에 대해 반란을 꿈꾸고 삶의 정체성에 대해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더욱 그녀를 맹목적으로 사랑하게 되고 쫓게 되었을 것이다.


"그녀는 대체로 나를 한 인간으로서 대등하게 존중해주었다는 바로 그 점이었다. 내 자아라고 생각했지만, 기실 사회구조 속에서 훈련받은 가짜 자아, 그 허위를 깻박치고, 평생 억눌려 있던 본질적인 나의 다른 자아를, 그녀는 부드럽게 끌어내어 동등한 우의로 그것을 존중해주었다. 내가 수치스럽다고 여기어 한사코 폐기 처분 했던 본능을 존중해준 것은 그녀가 처음이었다. 그녀는 최종적으로 내가 자유로운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우쳐주었을 뿐 아니라, 친구로서 연인으로서 대등하게 그것을 받아들여 주었다. "         -  p 294



병이 깊은 시한부 삶을 살던 천예린은 김진영을 떠나 적도에서부터 시작해 아프리카를 거쳐 유럽을 지나 시베리아로 향한다. 즉 죽음을 목표로 위도를 거슬러 올라 간 것이다. 그녀는 지나온 삶을 재현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적도에서 시작한 여행. 우기의 적도는 유년기와 청년기로 온갖 생명이 다투어 깨어나고 무섭게 무성해지는 곳이고, 
아프리카는 청춘의 한낮,
파리쯤 오면 부드러운 중년의 계절을 만난듯하고.
북극해, 시베리아는 황량한 노년의 겨울인 것이다. 그리하여 시베리아 북극해에서 생을 마감하려 했던 것이다.

그럼 왜 시베리아 북극해일까.

"누구든 생의 중심이라 할, 죽음에의 북진을 언제나 멈출 수가 없다는 것이다. .... 시간은 돌이킬 수 없이 사멸의 북행길로 우리를 몰고 와 마침내 북극해 밑, 절대 고독의 그 심연으로 우리를 밀어 넣고 만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알고 있었다."  - p.259

북극해 깊은 바다 밑에 이르면 생과 멸이 없을테니 그곳에서 비로소 유한성의 감옥을 벗어나 완전히 자유로워질 거라고 그들은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결국
숙명이라 부르는 인생의 예비된 불가항력적 프로그램에  자신이 진실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고 살던 한 노년의 남자가 팜므파탈적인 한 여자를 만나 자신의 삶의 정체성을 깨닫고 그 궤도를 이탈하여 처절한 저항 끝에 끝내 무릎꿇어야 했던 그의 모습의 기록을 보여 준다. 
그에게 , 우리에게 시간의 주름의 실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 책의 내용에 사실 적잖이 놀랬다. 그 배경이 IMF로 상징되는 세기말의 환란으로 
이 땅의 모든 사람을 덮치는 사회적 파멸과 한 개인의 인생의 파멸, 그리고 남녀 사랑의 파멸 등을 소재로 
부도덕한 러브스토리를 담았다는 것도 그랬으나 
그 세밀한 표현들을 읽으며 인상 지푸리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그 것이 주가, 다는 아니기에 소설을 읽으며 작가에게, 그의 글에 무척 감탄하며 읽었다.

<주름>은 , 초고가 1999년인 <침묵의 집>이란 제목의 작품인 두권 2600매의 긴 소설을  2006년에 1500매로 깎아내어 <주름>으로 제목을 바꾸어 재출간 , 다시 지난 겨울 300여매쯤 깎아내어 만든 신작 아닌 책이다. 

그 오랜 기간 동안 작가가 다듬어 아프게 깍아 낸 책에서 그는 말한다. 

" 평생 내가 손으로 잡고 싶었던 건 바람이었도, 평생 내가 알고 싶었던 건 '시간의 주름' 이었다고."
- 작가의 말 중


참으로 오랜만에 글 잘 쓰는 작가의 몰입도 넘치는 책을 접하며 그의 또 다를 책들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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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나가 있던 자리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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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그녀의 책들은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 <안아라, 내일은 없는 것처럼><그러므로 떠남은 언제나 옳다>등의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 이야기를 담은 여행 에세이였다. 다른 여행서와는 사뭇 다른 새로운 장르로 느껴져 신선했고, 또 그안에 담긴 그녀의 삶의 철학이 좋았고 글 역시 훌륭해 그녀에게 반해버렸다.
다음으로 읽은 또 다른 그녀의 책 <엄마, 내가 행복을 줄게>는 사랑, 육아, 인생 등의 주제를 담은 일종의 육아서의 느낌이 드는 , 어린 아들과 그녀와의 대화를 담은 에세이였다. 이 책 역시 삶과 인생에 대한, 또 아이를 키운다는 것에 대한 통찰력있는 생각과 글들이 참 좋았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생애 첫 소설을 펴냈다하여 냉큼 읽어보게 되었다. 그 책은  <해나가 있던 자리>이다.

주인공 해나는 아이의 아빠인 남자가 떠나고 홀로 아이를 낳아 키웠다. 그러던 어느 날 돌연사로 6살 아들을 잃는다. 자신의 전부였던 어린 아들을 먼저 하늘로 보낸 엄마 해나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죽은 아들 재인의 옷장의  차가운 금속 봉에 목매달아 죽을까하는 생각을 매일하며 죽지 못해 살아간다. 그러던중 우연히 재인의 옷 속에서 발견된 재인이 쓴 카드의 "엄마, 행복해"라는 글을 읽고 생각을 바꾼다. 그리고 향하는 목적지를 정함도 없이 멀리 떠난다. 
적도 가까운 어느 낯선 땅으로 도착한 해나는 하루 하루 아무 생각없이 시간을 보내던 중 구두를 닦는 한 소년의 만남을 통해 '블루라군' 찾아 떠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만난 마음 따뜻한 사람들을 통해  해나의 마음에는 조금씩 변화가 인다.

이 책은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은 한 여자가 무작정 떠난 길 위에서의 만남과 이별을 통해 마음 속 큰 상처를 점차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역시 주된 이야기는 ''상실' 이다. 주인공 해나가 여행중 만난 두 다리 없이 세계 여행을 다니고 있는 남자도 그러 했고, 연중행사로 남편에게 맞고도 그를 이해하고 밝은 웃음으로 살아가는 한 여인의 이야기도 또 다른 '상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모든 고통은 절대적인 것으로 시작해 상대적인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아마 당신은 감당할 수 있을 겁니다. 고통을 흔적 없이 지워버린다는 뜻이 아닙니다. 간직하기 편한 형태로 변모시켜서 함께 살아가게 된다는 뜻입니다."   - p.104

"살아서 벌어지는 일은 다 축복이란다."  -p.85


삶의 과정에 있는 상실과 박탈이라는 것은 어쩜 일상적으로 지속적으로 일어남에도 우리는 어떤 것으로도 그것을 채울 수 가 없다. 그래서 절망하고 , 나락으로 떨어져 회복 불능의 상태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럼에도불구하고, ‘살아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축복이라는 사실을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말하고 있다.

오소희 작가는 지난 수 년간 세계 여러 곳을 누비며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그 사람들의 사연을 귀로 담고 마음으로 함께 했다. 또 아름답고, 신비롭고, 낯설은 이국적인 경치와 분위기 또한  눈에, 가슴에 담아 왔다. 그래서 그런지 이 소설 속 문장에는 그녀만의 세밀함과 섬세함이 담겨 있다. 또 언어와 피부색도 다른 낯선 곳의 타인에게 조차 마음을 여는 , 인정 어린 마음과 인간에 대한 사랑의 마음 역시 섬세한 표현력으로 강하게 전해진다. 역시 그녀의 내공은 대단하다.

책의 마지막 부분 '작가의 말'에서 그녀는 '세월호' 사건을 언급했다. 그 기막힌 일에 그녀는 응원과 위로의 이야기를 쓴 것이라 말한다.

상상도 할 수 없는 가슴 시린 사건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희망과 가능성을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해나의 이야기처럼. 살아 있음 그자체는 축복임을 다시 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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