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엄마는 서두르지 않는다 - 회복력이 강한 아이로 키우는 믿음의 힘
제시카 레히 지음, 김아영 옮김 / 북라이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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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릴적 누구나 한 번씩은 집에 준비물이나 과제물을 놓고와서 학교에서 다급하게 집에 전화를 걸어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을 것이다. 나역시 그런 경험이 있다. 그럴 때마다 늘 학교로 불이나케 와주시는 부모님도 계셨으나 '니가 알아서 해결하라'며 그냥 두시는 부모님도 계셨다. 어릴적 우리 엄마가 그러셨다.

요즘 세대의 부모들은 어떨까? 옛날에 비해 환경자체가 달라 졌다고는 하나 '헬리콥터맘' 이라는 신조어처럼 늘 아이 주변을 맴돌면서 아이를 보호하고 간섭하는 등의 과잉보호가 흔해졌음을 볼 수 있다.

이 책 <똑똑한 엄마는 서두르지 않는다>에서는 "통제하는 엄마가 나약하고 쉽게 포기하는 아이를 만든다"라고 말한다.
요즘 엄마들이 무엇보다 우선하여 아이와 관련한 사소한 것에서 부터 많은 것들을 해결해주지만 정작 그렇게 자라난 아이가 작은 일조차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게 되면 그 엄마들은 혼란에 빠진다는 것이다.

내 아이가 어려움없이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누구나 같을진대, 정작 그것을 위해 한 엄마의 행동들이 자녀를 '나약한' 인간으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니 참으로 절망적인 결과가 아닐수 없다.

이 책의 저자는 중학교 교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가르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나름의 방식대로 육아와 교육을 했으나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교육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자신이 지나치게 아이에게 개입하는 '과보호'를 통해 아이에게 오히려 나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자신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느낀 오늘날 부모들의 아이에 대한 '과보호'의 악영향에 대해 말하고 부모는 아이를 믿고 기다리는 것이 최선임을 말하고 있다.


아이가 성장하여 '성공'과 '행복' 위에 안착하기를 바라며 엄마가 행한 작은 일들 하나하나가 사실은 결국 엄마 자신 스스로 '좋은 엄마'라는 역할에 충실하고자 했던 것에 불과할 뿐이라는 저자의 지적에 뜨끔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저자는 그런 엄마들의 조급함이 반대로 아이를 망칠 수 있음을 말하고 '실패'도 성장의 일부라고 강조한다.
성장 과정에서 적절하게 겪어본 실패의 경험이 오히려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와 다양한 사고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한다는 것.
그리하여 어려운 상황을 겪었을 때 부정적 감정을 극복해내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회복력' 을 키울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엄마는 아이를 믿고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나에게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통제와 자율의 구분 문제였다. 내 아이가 점차 자신의 생각대로 주장하고 또 행동하길 바라는 나이가 되어가면서 아이에게 얼마만큼 자율과 통제가 행해져야하는지에 대한 혼란이 있었다.

세상에 내 아이가 성공하기를, 행복해지기를 바라지 않는 엄마란 세상에 없을 것이다.
다만 그 방법 면에서 또 그 육아 방책면에서 엄마 자신이 지나치게 간섭하고 보호하여 오히려 아이가 스스로 회복하고 강해질 수 있는 힘을 가지는 데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많은 깨달음과 지혜를 준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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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 - 1부 1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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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박경리는 『토지』의 작가로 불린다. 『토지』는 한국문학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토지』는 1969년에서 1994년까지 26년 동안 집필되었으며, 그 크기만 해도 200자 원고지 4만여 장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구한말에서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에 이르기까지의 무수한 역사적 사건과 민중들의 삶이 고스란히 『토지』에 담겨 있다. 『토지』는 한마디로 “소설로 쓴 한국근대사”라 할 수 있다. - [예스24] 정보 참고



어릴적 tv 드라마로 잠깐 잠깐 보았던 기억이 나는 <토지>를 대학을 다닐 때 책으로 읽었으나 완독을 해내지 못하고 남긴 기억이 있다.

블로그 이웃님의 20권 완독과 인상깊은 리뷰에, 또 감사하게도 지인에게서 <토지 > 전집 선물을 받고 이렇게 다시금 <토지> 책을 펴들어 읽으니 감개무량인데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갓 스물이 넘은 나이에 읽었던 <토지>는 이제 곧 40을 바라보는 나이에 다시 읽으니 내가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그 연륜이 더해져 느낌이 다르게 다가왔다.

서문을 읽을 때 부터 감탄에, 중간중간 소리내어 읽기를 여러 번, 감히 말하건데 이 소설은 최고이다. 아니 그말로도 모자를 것이다.

리뷰를 쓰기도 머뭇거려진다. 이제 20권까지의 대장정을 함께 해가며 글쓰기보다는 소설 내용을 오롯히 꼼꼼히 읽어보기로 다짐을 했다.

그래서 이 리뷰 역시 최소한의 글쓰기로 할 것이며, 이 부족한 리뷰를 읽는 분들도 언젠가는 이 소설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아직 1부 1권의 시작을 했지만 장담컨대, 감히, 행복한 책읽기의 시간들이 계속 되리라 생각된다.


1부 1권에는 주인공의 중점적인 이야기가 아닌 등장 인물 저마다의 사연을 모두 펼쳐보이고 있다.

배경은 구한말, 경남 하동 평사리로 대지주 최참판댁 사람과 그 소작인들의 이야기가 주가 된다.

1부 1권에 담긴 내용을 몇가지로 정리하자면

•하동 평사리 대지주 최참판댁 윤씨부인과 그의 아들 최치수 이야기
•하인 구천과 별당아씨의 도주
•도망간 엄마에 대한 서희의 그리움
•윤씨부인의 숨겨진 과거이야기
•이용과 월선의 재회와 사랑
•귀녀와 평산의 음모
•최치수의 재종형 조준구의 등장



하동 평사리의 대지주인 최참판댁.
구천은 옛날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최참판댁 하인으로 들어왔는데 별당 아씨가 하인인 구천과 눈이 맞게 되고 결국 둘은 도주를 하게 된다.

이 댁 아들 최치수의 어머니 윤씨부인에게는 숨겨진 과거가 있다. 예전 동학당이 기승을 부릴 때 들이닥친 동학 접주 김개주라는 사람에 의해 겁탈당한 윤씨부인은 절에서 아이를 낳은 것이었다. 그리고 구천이 신분을 속이고 처음 최참판댁에 들어왔을 때부터 윤씨부인은 그 아이임을 한눈에 알아보았던 것이다.

최치수는 차갑고 냉정한 성격이다. 어린 딸 서희조차 아버지와 대면하는 것을 꺼린다. 별당아씨는 그의
두 번 째 부인이고 그 사이 낳은 자식이 딸 '서희'이다.
별당아씨와 구천이 도주한 뒤 그는 사냥할 총을 구하고 일을 시킬 포수를 구한다.

최참판댁에 계집종 귀녀는 음흉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매일 서낭당에 올라가 최치수의 아이를, 아들을 가지게
해달라고 빈다. 그녀는 강포수에게 아들을 낳는데 효험이 있다고 믿는 여우 쓸개를 구해달라고 하고, 그것을 마을의 몰락한 양반이자 문제인 '김평산'이 알게 된다.
그리하여 김평산과 귀녀는 음모를 꾸미게 되고 거기에 소작인 '칠성'도 가담하게 된다.

서울에서 간간히 내려와 돈을 빌려가는 재종형 조준구의 등장은 심상치 않다. 개명을 하고 양복을 빼입은 모습에서 당시의 시대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아직 본격적으로 그의 행로의 이야기는 펼쳐지지는 않았다.


한편 1부 1권의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한 '이용'과 '월선'의 이야기.
인물 좋고 성품 역시 무난한 '이용' 과 '월선'은 과거 연인이었다. 그러나 월선이 무당의 딸이라는 점 때문에 반대에 부딪혀 혼인할 수 없게 되고, 월선은 나이 많은 한 쪽 다리를 저는 남자와 결혼하여 떠나고 용은 지금의 처 '강청댁'과 혼인을 했던 것.
이후 질투심으로 똘똘뭉친 강청댁은 남편에게 불평 불만에 갖은 잔소리로 괴롭힌다. 그러던 중 월선이 다시 하동 평사리로 돌아오게 되고 용과 재회하게 된다. 그러나 얼마 못가 강청댁의 횡패로 다시 마을을 몰래 홀로 떠나버린 월선.
이 둘의 사랑은 어떻게 전개되어질지..


1부 1권에서는 많은 등장 인물에 대한 삶의 모습을 조금씩 다 다루고 있어 본격적 이야기가 펼쳐지기 전 발단의 배경을 소개하는 듯하다.

경남 하동을 배경으로 해서 경상도 사투리로 오가는 대화들이 고향이 경상도인 나에게는 정겹게 읽혀졌다. 그 대화들을 소리내어 읽어보기도 하고 깔깔대며 웃어보기도 했다.

인물들의 대화 내용 등을 통해 역사적 배경이나 그 시대에 관란 흐름을 읽어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민초들의 생활과 신분제의 흔들림, 신분 상승을 향한 탐욕 등을 엿볼 수 있었다.


"서러움이었다. 세상에 태어나 삶을 잇는 서러움이었다.

고난의 역정을 밟고 가는 수없는 무리. 이것이 우리 삶의 모습이라면 이상향을 꿈꾸고 지향하며 가는 것 또한 우리네 삶의 갈망이다. 그리고 진실이다."
- 서문에서


저자가 밝힌 그 '서러움' . 앞으로 땅을 둘러싼 많은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와 그 전개가 어찌 되어질지 , 그 서러움이란 대체 어떤 것일지 앞으로의 이야기가 많이 기대가 된다.

우리 말의 아름다움과 디테일한 인물 묘사 등 아름다운 글을 읽고 있자니 한없이 기쁘고 마음이 충만하다.

이제 1권 첫 발을 디뎠다. 앞으로 만나게 될 한 권, 한 권의 책들이 귀함에 흥분되고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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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 - 마음을 얻는 지혜 위즈덤하우스 한국형 자기계발 시리즈 2
조신영.박현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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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이 옳다는 생각이 들면 누가 뭐라해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독선적인 사람. 목표를 이루고 무엇인가를 성취하려면 이사람 저사람 말에 흔들리지 않고 주도적인 강력한 실천력이 무조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 그래서 자신의 의견과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듣는 척만 하는 사람.

이 책 <경청>에 나오는 주인공 '이토벤'의 모습이었다. 아니 어쩌면 내 모습과도 꼭 닮아 있었다.

새해의 시작과 함께 이런저런 생각과 결심들을 하면서 내가 꼭 가지고 싶은 습관이 바로 '경청하는 자세' 였다.
그래서 옛날 언젠가 남편이 직장 동료에게 선물로 받은 책인 <경청>에 저절로 손이 가게 되었다.

악기 회사에 다니는 '이토벤'이라 불리는 30대 후반의 직장인인 주인공은 어느날 심한 두통으로 며칠 결근하게 되고 출근한 날 회사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발표되었음을 알게 된다. 그는 회사 동료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개의치 않고 구조조정에 협조하면서 악기 대리점 개설권 받아 퇴직을 한다.
대리점 오픈날 아침, 이토벤은 심한 어지럼 증세로 쓰러지게 되고 결국 뇌종양이 생겨 암을 선고받게 되고 이제 몇달 남지 않은 날들에 절망하게 된다.
별거 중인 아내와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그는 마지막 시간들을 아들을 위한 바이올린을 만들기에 전념하기로 결심하고 퇴직 전 근무하던 회사의 강원도 악기공장의 강팀장에게 악기 만드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강팀장이 속한 3팀은 회사 내부에서 가장 개성이 강하고 고집스러운 장인들을 모아 놓은 수제현악기 제작팀으로, 서로 불평 불만이 많고 소통이 잘 되지 않는 문제가 많은 팀이었다.
점점 귀가 잘 들리지 않게 된 이토벤은 3팀에서 무급사원으로 일을 거들며 아들을 위한 바이올린 만들기에 들어가는데...
이 과정에서 그가 깨닫게 되는 '경청'의 방법과 그 놀라운 변화...


주인공의 이름은 '이 청' 이고 '이토벤'은 그의 별명이다.
그가 그렇게 불리게 된 것은 귀가 멀게 된 베토벤처럼 남의 말을 듣지 않아서이다. 언제나 듣는 척하지만 결국 자신의 입장에서 판단한 대로 모든 결론을 내리는 주인공의 모습때문이다.

이 같은 그가 점점 들을 수 없게 되면서 자신의 독선적인 과거의 모습을 깨닫고 경청의 중요함을 알게 되어 자신은 물론 직장내의 소통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감동적인 내용을 이 책은 담고 있다.

주인공이 경청의 소중함을 바이올린을 만드는 과정에서 하나씩 깨우치게 된다는 설정이 다소 신선했다.

경청!
듣되 귀로 듣지 않고 마음으로 진심으로 들어야 된다는 것이다.

#
경청 운동(경청을 실천하기 위한 다섯 가지 행동 가이드)
1. 공감을 준비하자
2. 상대를 인정하자
3. 말하기를 절제하자
4. 겸손하게 이해하자
5. 온몸으로 응답하자
#
- 197-198쪽


그리고 책에서는 기업 조직내의 조직문화에 관한 것도 말하고 있다. 수직적인 조직문화의 한계를 보여주고 그것을 수평적 의사소통을 통해 서로 간의 역량에 공감함으로써 발전을 제시해 보이고 있다.


" 이청득심(以聽得心)
귀 기울여 듣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지혜이다 "

귀기울여 진심으로 잘 듣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고 , 또 잘 듣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면 내 마음 역시 상대방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음을 말해주는 귀한 깨우침의 시간이 되었던 독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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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이 :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
비키 마이런.브렛 위터 지음, 배유정 옮김 / 갤리온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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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추운 날씨에 집밖을 나서기가 겁나던 요즘 , 추위를 뚫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은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 듀이> 이다.
따뜻한 이야기로 몸도 마음도 녹이고 싶던 차에 눈에 띄인 책. 사실 나는 애완동물 키우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 우리 집에 잠깐 살다가 하늘나라로 간 강아지 '방울이' 이후로는 생명이 있는 동물을 데려다가 키우는 것이 두렵기도 해서이다.

이 책의 고양이 사진의 표지가 내 눈길을 사로 잡은 것에다 도서관 고양이라니, 그것도 실화라니 더욱 궁금했다.

때는 1988년 1월 18일 겨울 아침. 매서운 추위로 온동네가 꽁꽁 얼어버릴 것 같던 그날, 스펜서 공공 도서관 도서 반납함에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버려져 있었다. 도서관 사서였던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 '비키 마이런' 이 이 고양이를 발견하고 아기 고양이에게 '듀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도서관에서 키우기로 한다.
사실 그는 알코올중독자였던 남편과 이별하고 싱글맘으로 딸과 지내고 있었고 당시 그 딸과도 사이가 조금 멀어져 있던 차였다. 또 당시의 스펜서 마을은 경제 위기로 마을 사람들이 모두 힘들어 하고 희망의 빛을 잃어가던 때였다.
그런 상황에서 도서관에서 키우게 된 '듀이'는 조금씩 도서관을 변화시키고,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마을을 변화시킨다. 마을에 활기를 불어 넣고 사람들의 마음에 위안을 주고 또 사람들을 하나가 되게 한다.
2006년 11월 암으로 결국 안락사하여 19년간의 생을 마감한 듀이. 그렇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참으로 놀라운 기적 같은 이야기이다. 공공 장소인 도서관에서 동물을 키우다니, 그것도 엄숙하고 조용해야할 곳이라 지켜야 할 규칙도 많은 장소가 아니던가.
그런 장소에서 놀랄만치 잘 적응하고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인지, 해야할 일은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았던 건 고양이 듀이였다. 도서관을 찾는 고양이 알러지가 있는 아이에게도, 동물을 극히 싫어하는 아이에게도, 장애가 있는 아이에게도, 그리고 외로운 노인에게도 가장 반갑고 친한 친구가 되어준 것도 듀이였다.
그래서 도서관이 작은 마을 스펜서의 구심점이 되게 하고 도서관을 찾는 방문객의 수도 늘고, 이제 마을 사람들은 듀이를 위해 모이고 뭉치기도 한다.
듀이는 그저 도서관을 찾는 누구에게든 살갗게 무릎 위에 올라 앉으며 반기는 것 뿐인데 사람들의 마음은 일시에 녹는다. 듀이의 작은 행동 하나가 참으로 놀라운 변화를 이끌어 낸다.

책에는 이런 듀이의 행로와 도서관과 마을, 사람들의 변화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듀이를 통해 이 책의 저자의 인생과 그녀의 마을,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도 많은 부분 담고 있다.

듀이가 추운 겨울 도서 반납함에서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 발견되어 도서관에서 살며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것 처럼, 작가의 삶도, 마을 사람들의 삶도 그리고 그 작은 마을도 어려운 시기에 함께 꿋꿋이 잘 살아 남아 희망을 보여준다.

사실 나는 반려 동물과 그 동물을 마치 가족의 일부로 정을 주고 키우는 사람들의 생활에 공감이 되지 않았었다. 이 책을 읽으며 간접적으로 그들의 마음이 조금은 공감이 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반려 동물이 내게 의존하고 보살핌을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반대라는, 내가 그를 필요로 했고 의지했었다는 작가 비키 마이런의 말에 공감이 될 것도 같다.


"자신이 있을 곳을 찾아라. 그리고 가진 것에 만족하고 행복해하라. 인생은 물질에 관한 것이 아니다. 사랑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사랑이 어디에서 찾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는 이런 것들을 듀이에게서 배웠다." -330 쪽


고양이 듀이와 사람들과의 교감,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가 가져온 기적같은 이야기가 오래도록 감동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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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니, 선영아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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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는 세 남녀가 등장한다. 정확히는 두남자와 한 여자이다. 광수,진우, 선영.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그 내용이 예측가능하다. 한 여자를 둘러싼 두남자의 사랑이야기라면 뻔하지 않은가? 책에서든 드라마에서든 비슷한 내용일 것이다.
그런데 뻔할 뻔한 이 사랑이야기는 묘하게 뻔하지가 않다. 완전 공감이 되는 것도, 그렇다고 어떤 느낌도 없는 것 같지 않은..


소설의 시작은 광수와 선영의 결혼식날이다.
선영의 부케인 을 본 광수는 자신의 사랑에 대한 믿음에 조금씩 균열이 일어난다. 그는 결혼식에 온 진우가 '얄미운 사랑' 이라는 노래를 불렀던 것을 기억에서 끄집어내기 시작한다.

선영은 진우의 옛사랑이었다.
광수는 선영이 진우와 사귀기 전부터 13년 동안 그녀만을 짝사랑해오다 마침내 그녀와 결혼하게 된 것이다.
결혼식날 부케의 팔레노프시스 꽃대 하나가 꺾인 것을 시작으로, 결혼 후에도 선영과 진우의 관계에 질투하고 의심을 하게 된다.
한편 진우는 결혼한 선영의 곁을 맴돌고..,


“사랑해”라고 말한다는 건 자신을 먼저 사랑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만 ‘진실로 연애다운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뜻이다. (중간 생략) 삼차방정식 그래프를 그리는 일이나 주기율표를 작성하는 일은 곧 까먹겠지만, “사랑해”라고 말한 경험은 영영 잊혀지지 않는다. 그때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67-68쪽)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문장이 딱맞는 광수의 사랑. 변함없는 사랑 , 낭만적 사랑 즉 나를 먼저 알고 나를 먼저 내보이고 상대를 속속들이 이해하는 사랑을 믿는다.

반면, ‘아니, 사랑이라니’ 라는 대사가 딱 맞는 진우.
그에게 낭만적 사랑이란 없다. 그에게 과거 사랑했던 여자란 단지 'Y염색체가 결여된 인간'일 뿐이다.
그런 그 앞에 오랜 연인 선영과 친구 광수의 결혼으로 그는 '사랑' 이라는 말을 떠올리는 생경한 자신의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렇게 가치관이 다른 두 인물의 사랑. 그러나 소설은 어느 한쪽의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지는 않는다.


이 소설은 소설적 허구에 사랑에 관한 에세이가 결합된 것 같다. 작가는 각각의 인물들의 상황에 직접 개입하여 해설하며 세 인물의 사랑을 보여준다.

"왜 우리는 사랑을 '맺거나' 사랑을 '이루지' 않고 사랑에 '빠지는' 것일까?
그건 사랑이란 두 사람이 채워넣을 수 있는 가장 깊은 관계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집어넣어도 그 관계는 채워지지 않는다

정열, 갈망,초조, 망설임, 투정, 침착,
냉정, 이기심, 헌신, 질투, 광기, 웃음,
상실, 환희,눈물, 어둠, 빛, 몸, 마음,
영혼 등 그 어떤 것이든
이 깊은 관계는
삼켜버린다." - 45쪽


또, 현학적인 부분들이 에세이처럼 드러나는 부분이 많은데 예컨대 주인공 광수의 생각에 레비스트로스, 울리히 벡, 벡-게른스하임 부부의 논리 등이 등장한다.
그러나 늘 그렇듯 작가는 김연수스럽게(?) 그 어려운 듯한 이야기도 '소설적' 으로 한다. 그래서 해학적인 면도 지니고 있다.


소설에는 사전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예를 들면 ‘쫀쫀하다' '얼망얼망하다' 고자누룩하다’ ‘아령칙하다’ ‘찌물쿠다’ 등 신선한 어휘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조금은 어울리지 않은 듯한 낯선 비유들도 곳곳에서 많이 등장하는데

"미혼남에서 유부남으로 바뀌는 과정은 달에서 지구로 귀환하는 일과 비슷하다."
"미혼녀에서 유부녀로 바뀌는 건 뭐랄까 호두를 깨무는 일과 비슷하다."
등의 문장이 그 예다.

소설 속 곳곳에 등장하는 이런 비유들은 뻔한 사랑이야기를 신선하게 느끼게 한다.
다만 이 비유들은 문어체인데다 길기도 해서 읽는 독자는 바로바로 이해하기 힘든 것들도 있어 잠시 생각을 하게 하는 면도 있다.

진지하면서도 유쾌고, 익숙한 듯 하면서 생소한 김연수식 지적인 사랑론을 한 편의 소설로 잘 읽어보았다.


'사랑 따위는 하지 않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마음이 없다면
소주를 살 일도,
노래를 부를 일도,
춤을 출 일도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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