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살 소년 이산
스물다섯 정조
시간의 책장을 통해 이 둘이 만난다.
가장 외롭고, 두려웠고, 누군가의 따뜻한 품이 그리웠던 그 때 그 시간에 의젓하고 어엿하며 강인하게 자란 스물다섯의 정조가
잠도 제대로 못자고 악몽을 꾸며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불안함과 두려움을 눈까지 가득 담아버린 이산에게 찾아왔다.
어쩜 이런 만남을 생각해냈을까.
이산과 정조가 만나 대화하고 서로에게 위로해주는 대목마다 뭉클뭉클.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만나 지나왔던 과거를 돌아보고 내가 마주할 미래를 발견하며
위로가 되어주고 힘이 되어주는 상상만해도 마음이 벅차오르는 스토리.
『시간의 책장』
아버지가 뒤주에 갇혀 죽는 순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자신이 그토록 좋아했던 할아버지에게 늘 인정받기를 원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그 손에 죽음을 맞아야만 했던
감당할 수 없는 고통스런 경험을 오롯이 혼자서 감내해야 했던 열한 살 소년 이산.
아무도 믿을 수 없는 홀로된 그 외로움과 매일 밤 싸우며 힘겨웠을 그 시간을 알기에 그 시간을 이겨내고 복수가 아닌 백성을 품는 지혜로운 왕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왜이리 가슴이 벅차던지...
페이지 페이지마다 줄긋고 싶은 문장들이 한가득이었고,
보기좋게 편집된 그림들은 머리에, 가슴에 저절로 새겨져 여운을 남겼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게 된다는 절망감과 함께 시간을 거슬러 자신의 즉위식을 보게 된 이산.
더이상 입밖에 낼 수 없는 아버지 사도세자.
마음속 깊은곳 그립고 그리웠던 사도세자의 이름을 정조의 즉위식에서 듣게된것이다.
"나는 사도 세자의 아들이다."
"나는 사도 세자의 아들이지만 효장 세자의 아들로 왕위에 올랐다. 사도 세자에 대한 예를 다해 제사를 지낼 것이다. 허나 선대왕께서 왕통을 위해 세우신 질서를 거스리지는 않을 것이다."
두렵고 겁도 많은 자신이 미래의 자신을 보며 뭉클함을 느끼곤 자신이 곧 정조임을 깨닫지만 지금 현재의 자신에게 계속 되묻는다.
'내가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스물다섯의 나는 지금의 나와 다르구나. 내가 크면 너처럼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의연할 수 있을까?'
이산은 자신의 내면에 감추어진 크고 넓은 왕의 마음을 미쳐 몰랐을 것이다.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한 총명했던 이산.
과거를 인정하며 새로운 미래를 꿈꾸었던 정조.
인재를 키우기 위해 규장각을 세워 끊임없이 공부했던 조선의 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