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책장 - 열한 살 소년 이산, 스물다섯 정조를 만나다
김주현 지음, 전명진 그림 / 만만한책방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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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살 소년 이산

스물다섯 정조

시간의 책장을 통해 이 둘이 만난다.

가장 외롭고, 두려웠고, 누군가의 따뜻한 품이 그리웠던 그 때 그 시간에 의젓하고 어엿하며 강인하게 자란 스물다섯의 정조가

잠도 제대로 못자고 악몽을 꾸며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불안함과 두려움을 눈까지 가득 담아버린 이산에게 찾아왔다.

어쩜 이런 만남을 생각해냈을까.

이산과 정조가 만나 대화하고 서로에게 위로해주는 대목마다 뭉클뭉클.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만나 지나왔던 과거를 돌아보고 내가 마주할 미래를 발견하며

위로가 되어주고 힘이 되어주는 상상만해도 마음이 벅차오르는 스토리.

『시간의 책장』

아버지가 뒤주에 갇혀 죽는 순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자신이 그토록 좋아했던 할아버지에게 늘 인정받기를 원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그 손에 죽음을 맞아야만 했던

감당할 수 없는 고통스런 경험을 오롯이 혼자서 감내해야 했던 열한 살 소년 이산.

아무도 믿을 수 없는 홀로된 그 외로움과 매일 밤 싸우며 힘겨웠을 그 시간을 알기에 그 시간을 이겨내고 복수가 아닌 백성을 품는 지혜로운 왕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왜이리 가슴이 벅차던지...

페이지 페이지마다 줄긋고 싶은 문장들이 한가득이었고,

보기좋게 편집된 그림들은 머리에, 가슴에 저절로 새겨져 여운을 남겼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게 된다는 절망감과 함께 시간을 거슬러 자신의 즉위식을 보게 된 이산.

더이상 입밖에 낼 수 없는 아버지 사도세자.

마음속 깊은곳 그립고 그리웠던 사도세자의 이름을 정조의 즉위식에서 듣게된것이다.

"나는 사도 세자의 아들이다."

"나는 사도 세자의 아들이지만 효장 세자의 아들로 왕위에 올랐다. 사도 세자에 대한 예를 다해 제사를 지낼 것이다. 허나 선대왕께서 왕통을 위해 세우신 질서를 거스리지는 않을 것이다."

두렵고 겁도 많은 자신이 미래의 자신을 보며 뭉클함을 느끼곤 자신이 곧 정조임을 깨닫지만 지금 현재의 자신에게 계속 되묻는다.

'내가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스물다섯의 나는 지금의 나와 다르구나. 내가 크면 너처럼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의연할 수 있을까?'

이산은 자신의 내면에 감추어진 크고 넓은 왕의 마음을 미쳐 몰랐을 것이다.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한 총명했던 이산.

과거를 인정하며 새로운 미래를 꿈꾸었던 정조.

인재를 키우기 위해 규장각을 세워 끊임없이 공부했던 조선의 왕.



과거는 현재의 밑바닥으로 흐르고 있는 강과 같아.

어제가 오늘로 이어지고, 오늘이 내일로 흐르지.

너의 오늘이 너의 미래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게 중요해.

기억하려면 기록해야 해.

그래서 일기든 실록이든 기록이 중요한거야

p73

정조가 건네는 말이 내게도 와닿아 심어진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살아남아야만 한다고 되뇌이던 겁먹은 이산에게 정조가 건넨 한 마디 한 마디는 단단하게 뿌리내려 이산의 버팀목이 되어줬을거다.

어쩌면 자신이 가진 내면의 힘을 발견하게 된걸수도.

두려움을 떨치려 책을 많이 봐서 일까.

정조는 두려움을 장악하고 자신의 감정까지 컨트롤할 수 있는 힘과 자세를 가진 듯 했다.

활을 쏘며 자신의 불덩이를 식혀가고 몸을 단련하며 마음을 단련했던 정조.

이산을 만나고 정조를 만나며 자신의 아픔을 잘 다스리고 내면의 힘을 기른 정조를 더 깊이 알고 싶어졌다.



아버지에게 툴툴거리듯 자신의 부족함을 내어 보이며 정조와 대화하는 이산이 안쓰럽기도 대견하기도 다행이기도 한 마음이다.

" 난 화살이 자꾸 딴 데로 날아가, 나한테는 활쏘기가 안 맞나봐."

"겨우 그거 쏴 놓고는 뭘.

처음에는 둔한 듯해도 끝까지 지켜 내는 사람이 공부를 하지.

빼어난 재능을 가진 자가 공부하는 게 아니야.

활을 쏘는 것도 마찬가지야.

꾸준함을 이기는 것이 어디 있겠어?"

시간을 거슬러 서로가 서로를 만나며 나눈 대화들이 추억이 되고 힘이 되어 이산을 성장시켰고 정조를 믿음직스럽게 했다.

아이들도 읽으며 이산을 만나고 정조를 만나 서로가 서로를 성장시켰듯,

자신의 미래를 꿈꾸고 상상해보며 정조가 남긴 말들을 자신에게 들려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들이 읽고 정조의 마음을 품기를 기대했다.ㅎㅎㅎ

꼭 그러해주길.. ^^


이산과 정조가 서로의 시간을 응원하며 각자의 시간을 살아갔듯

지금 나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지금의 시간을 잘 살아가야한다고 다짐해본다.

조금은 힘들고, 조금은 지치고, 조금은 두려울지라도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며 다가올 미래의 시간을 준비하고 기대해보자.

이산을 찾아왔던 정조였지만,

이번 책은 이산과는 다른 두려움과 걱정에 조금씩 서서히 지쳐가던 내게

지금의 시간을 잘 살라고, 지금의 시간을 잘 견뎌내어 미래의 시간을 더 값지게 맞이하라고 찾아와준 것 같았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평온해졌던 시간이 되었다.

읽는 사람마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이산을 더 깊게 만나기도, 정조를 더 가까이 만나기도 하겠다.

누구를 더 온전히 만나든 위로가 될것임은 틀림없다.

많은 울림이 있는 잘 짜여진 흥미로운 스토리를 가진 시간의 책장.

정말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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