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목점을 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분이, 홍이, 목이는 단란한 가족이었습니다.
맏딸인 분이는 야무지게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은 꿈많은 아이였지요.
하지만, 아버지가 운영하는 포목점은 한순간 일본인 상인들의 손에 넘어갔고 어려운 생활을 하게 됩니다.
어머니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시장통 주막에서 일도 거들고, 바느질과 수를 놓으며 방물장수 일을 하시다 돌아가시게 됩니다. 열이 나는 어머니를 보고 약방에 갔지만 약을 지을 돈이 없어 그냥 나와야 했던 분이.
그렇게 허망하게 어머니를 보낸 분이. ㅠ.ㅠ
분이가 힘겨울때마다 어머니를 떠올리며 어머니를 그리워하는데,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요.
자신도 어머니를 도와 장신구에 수를 놓겠다고 하자 어머니가 분이에게 말합니다.
"너는 다른 일을 하며 살아라."
"세상이 바뀌고 있으니 네가 할 일도 있을거야."
여자로 태어나 그 한계점을 몸으로 처절하게 느끼고 있는 분이는 어머니의 말을 흘려듣지 않고 가슴에 되새깁니다.
"이왕이면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을 했으면 좋겠구나."
어머니는 한 마디를 더하지요.
어머니의 말씀이 분이에게 심기어졌던걸까요.
힘겨웠지만, 어려웠지만, 배가 고팠지만, 어머니는 당장의 삶을 보는 것이 아닌 바뀔 미래를 기대했습니다.
어머니의 그 자세가 지금 우리가 역사속에서 보는 나라를 사랑하며 하나가 되었던 선조들이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되었습니다.
분이 또한 그러한 어머니에게 많은 영향을 받으며 자랐을테구요.
어머니를 그렇게 보내고 아버지마저 편찮으시니 일을 하실 수도 없어 생활이 많이 어려웠어요.
근근히 분이가 시장에서 나물들을 팔기도 하지만 4식구 배를 채우기엔 역부족이었지요.
아버지가 포목점을 하셨을때 함께 일했던 분이와 강이는 분이네 점포가 일본 상인들에게 빼앗기면서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마음 따뜻한 강수는 늘 분이네를 챙겼고, 분이 동생 목이 또한 강수를 잘 따랐어요.
하지만, 분이는 강수네 아이들를 따라다니는 목이까 그저 속이 상합니다.
하지만, 강수는 분이의 그런 마음은 아랑곳 하지 않고, 분이가 예전 분이 어머니가 일했던 교방에 분이의 일감을 부탁하여 분이는 교방에서 바느질감을 얻어 일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