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는 스미스씨를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본 그 순간의 기억으로 아주 커다란 장님거미가 비틀거리며 서 있는 모습같은 그림자가 주디가 스미스씨에 대한 존재의 이미지를 그릴 수 있는 한 부분이었기에 키다리 아저씨라 불리게 된다.
우리에게 이미 널리 알려진 키다리 아저씨가 이렇게 탄생한걸 다시 보니 웃음이 나온다.
고아원에서 살지만, 주디가 가진 글쓰기의 재능을 보고 대학을 보내주기로 한 스미스씨.
다만, 조건은 한가지.
주디가 스미스씨에게 주디의 상황을 편지로 보내는 것이다.
자신의 생활터전이 바뀌고, 신나는 일들과 속상한 일들 그리고 자신이 겪는 감정의 변화들에 대해 누군가에게 쏟아내며 위로받고 싶고 공감받고 싶을 터.
주디가 경험해 보지 않은 많은것들을 스스로 얻어가고 자신에게 필요한 가족이라는 관계의 울타리를 키다리아저씨와의 편지에 담아낸다.
물질적 욕망을 절제할 줄도 알고, 자신의 처지를 누구보다 냉정히 바라보며 독립적으로 자라가는 주디.
꾸미지 않고 솔직한 주디가 무척 사랑스럽다.
키다리아저씨는 주디가 써내려가는 편지글이다.
글쓰기에 소질이 있는 작가를 희망하는 주디이기에 편지글이 단조롭지 않고 굉장히 다채롭다.
주디와 마주앉아 주디와 나누는 수다시간 같기도 하다.
편지글 형식인것만으로도 흥미롭게 잘 읽히는데, 이번책에는 키다리아저씨 애니메이션 삽화가 풍성하게 들어가 있다.
사실, 글책에 삽화가 많이 있는걸 좋아하는편은 아니다.
내가 상상하여 만들어낸 주디와 키다리아저씨의 모습이 완성되기도 전에 애니메이션 속 주디가 이야기를 끝까지 끌어가니까.
헌데, 이번 키다리아저씨는 예전에 내가 상상하며 접어놓은 주디가 애니메이션 속 주디를 반갑게 맞아주어서 오히려 더 편하고 재미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