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에 빠진 세계사 - 전염병, 위생, 화장실, 목욕탕에 담긴 세계사와 문화 이야기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13
이영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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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에 빠진 세계사》

이름만 들어도 상당히 흥미롭지요??

전염병, 위생, 화장실, 목욕탕에 담긴 세계사와 문화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에요-

저자인 이영숙님께서 아이들에게 세계사 공부를 가르치시던 중

"옛날에는 어떻게 탈모를 치료했나요?"란 학생의 질문에 답하려 찾아보시며

역사가 가진 지저분한것들의 세계사를 쓰시기로 마음먹고 집필하신 책이라네요-

그래서 그런지, 온통 아이들이 좋아할만하고 관심갖을만한 내용이었어요.

특히나, 씻기 귀찮아하는 우리 아이들이 관심갖을만한 주제도 있었구요,

익히 들어왔던 루이 14세의 지저분한 이야기도 깊숙히 들어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답니다.


코로나로생활이 변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분명 이전과 다르게 변해버린 우리의 생활.

그래서인지 요즘 전염병에 대한 관심과 이전에 언급되거나 주제를 가지고 쓰여진 책들이 관심받고 있어요.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도 코로나와 상당히 비슷한 상황에 주목받은 책 중 하나지요.

「변기에 빠진 세계사」 첫 챕터도 바로 전염병에 관한 거에요.

빌 게이츠가 테드에서 강연시

"만약 앞으로 몇십 년간 무엇인가가 천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인다면 그건 전쟁이 아니라 전염성이 매우 강한 바이러스일 것이다."

빌게이츠

라고 말한게 요즘 많이 회자되고 있지요.

지금보다 의료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14세기 Black Death, 흑사병이 유행했었어요.

흑사병은 무역통로를 통해 삽시간 다른지역으로 퍼지게 되었구요~

하지만, 그때 당시 페스트의 원인을 알지 못했다네요.



한가지 재미있는 건, 그 때의 의사들도 현재의 마스크 역할을 하는 새의 부리처럼 생긴 마스크를 썼는데 그 안에 짚을 넣어 나쁜 공기를 거르고 허브와 향료를 넣어 좋은 냄새가 나게 했더라구요.

현재의 필터 역할을 한 셈인데, 그 때 저 생각을 했었던것 자체가 신기했답니다.

페스트는 지저분한 환경이 원인이었는데요, 이 원인으로 또 다른 전염병이 발생해요.

바로, 영국에서 발병한 콜레라.

그 시절에는 상하수도 시설도 없었고, 목욕하며 청결을 유지할 수 있는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다고 해요.

사람들은 이번에도 오염된 공기로 발병한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영국 의사 존 스노의 끈질긴 역학조사 덕에

물속에 있는 미생물에 의한 전염으로 생긴 병임을 밝혀내어 상하수도 시설의 정비를 이끌었어요.

그래서 존 스노를 '현대 역학의 아버지', '공중보건학의 아버지'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코로나의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할 분은 누구일까요?

ㅠ.ㅠ

어서 빨리 개발되어 21세기 인류의 구원자가 되어주길 바랄뿐이에요.


우리가 더럽다고 생각하는 분뇨가 예전에는 참 다양하게 쓰였더라구요.

물론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처리하기도 했어요.

바로 오물을 통에 모아 창문으로 버리는거에요.

상상이 가시나요??

그래서 지나가던 행인을 배려(?)하여

"물 조심하세요! "라고 외쳤다고 해요.

ㅎㅎㅎ

입 냄새 대마왕이었던 루이 14세.

ㅎㅎㅎ

상상도 못했던 이야기네요.

프랑스 절대 군주였던 태양왕인 루이 14세가 입 냄새 대마왕에 뽑히다니요.

마스크 뮤지컬을 같이 봤던 아이는 그 왕? 그 왕?하며 연신 되물었답니다.

상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1위를 한 루이 14세.

루이 14세의 입에서는 시체 썩는 냄새가 났고, 주변인들은 그 입냄새를 커버하기 위해 자신의 몸에 향수를 퍼붓다시피 해서 입냄새를 가리려 했대요. (가려졌을까요?)ㅎㅎ

루이 14세의 입냄새가 강력했던 것은 그가 식탐이 많아 단 것을 많이 먹어서 구강상태가 안좋았기 때문인데

더 충격적인건 루이 14세의 주치의가 썩은 이뿐만이 아니라 충치 예방 차원으로 정상적인 이까지 뽑자는 것이었다네요.

지혈도 불에 달군 인두로 했고, 멀쩡한 생니를 뽑는 것도 마취제 없이 행했기에 이를 발치하는 과정에서 턱에 무리가 갔고 입천장에 커다란 구멍까지 났다고 해요.

너무 놀랍지 않나요? ㅠ.ㅠ 그 고통이 얼마나 심했을지...

게다가 루이 14세가 먹은 와인의 절반은 다시 코로 나왔다니 상상이 안되네요.


"옛날부터 사람들은 다양한 동물의 배설물을 약제로 사용했다."

p90

역사 속 똥과 오줌은 다양한 용도로 쓰인 귀중한 자원이었대요.

오줌으로 탈모도 치료하려 했고, 모은 오줌으로 몸이나 식기도 씻었고, 동물을 잡기 위해 오줌을 사용하기도 했으며 가죽을 손질할때도 오줌을 사용했다고 하네요.

참, 다방면으로 요긴하게 쓰인 오줌이네요.


예전 훈데르트 바서의 전시회가 생각나서 반가웠던 챕터에요.

이 전 챕터에서는 루이 14세의 이동식 변기, 광해군의 이동식 변기가 소개되요.

예전에 할머니가 쓰셨던 요강을 본 적이 있는데...

훈데르트 바서 또한 환경운동가답게 자연친화적인 삶을 몸소 보여주었어요.

자신의 배설물이 자연에 해가 되는 것이 싫었던 훈데르트 바서는 부엽토 변기를 개발했고, 자연스럽게 썩어 비료가 될 수 있도록 한것이죠.

그래서 친구네 집에 놀러갈때도 이 변기를 대동했다니... 조금은 유난스럽나요?ㅎㅎㅎ

하지만, 현재의 지구 온난화가 가져온 생태계변화는 훈데르트 바서의 유난이 결코 헛된것이 아님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네요.

불편하지만 자연친화적인 흐름을 되 찾는 것.

이 부분이 지속적으로 생각나는 챕터였어요.

"혼자서 꿈을 꾸면 오로지 꿈에 그치지만, 모두가 함께 꿈을 꾸면 그것은 새로운 세상의 시작이 된다."

-훈데르트 바서-

p142

구아노는 예전 아이들과 세계사 책을 읽을때 만났던 아주 값진 똥이에요.

이 책에서는 척추동물의 배설물, 특히 바닷새의 배설물을 일컫는다고 설명하지요.

미네랄이 풍부한 구아노는 쌓이고 쌓여 거대한 산 처럼 보였고, 이는 매우 좋은 거름이 되었어요.

그 곳에 사는 원주민들은 이 구아노의 효력을 알고 자신들의 생활에 도움받고 있었지만,

19세기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한 생산량의 부족으로 농작물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유럽에서 너도나도 싼값에 구아노를 수입해가요.

그 억에 페루는 돈벼락을 맞았지만, 수많은 시간동안 축적되어 생성된 구아노는 빠른 시간 소진되었지요.

페루는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사탕수수농장을 인수 하기 위해 영국으로 부터 대출을 받지만, 이도 사탕수수밭의 흉년으로 빚에 쪼들리게 되요.

이로인해 영국은 권력을 행사했고 또 다른 구아노 집적지를 개발하던 중 화약 원료인 칠레 초석 광산을 발견하지요.

전쟁이 빈번했던 그 시대에 화약의 원료인 칠레 초석을 차지하기 위해 칠레, 볼리비아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어요.

그것이 바로 새똥 전쟁이라 부르는 태평양 전쟁이지요.

새똥으로 부국이 되었지만, 다시 가난해진 나우루 공화국.

현재에도 배설물인 똥은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바뀌는 마법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대요.

바이오가스를 전력을 생산하기 위한 원료로 쓰는거지요!

현재 우리나라 홍천 소매곡리 마을에서 바이오가스화 시설을 도입하여 악취도 없애고 난방연료도 절감한다고 하니 바이오가스에 대한 연구가 더 활발히 진행되어 메탄가스로 인한 지구오염이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몰랐던 역사적 사실을 우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배설물과 연관시켜 알게 되니 정말 재미있고 흥미로웠어요.

배설물을 민간요법으로 썼던 배경도 알게되며 이해의 폭이 넓어진 것도 같아요.

그리고 지금 우리가 환경을 위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자세도 공곰 생각해보았답니다.

세계사의 다른면을 깊게 만날 수 있고, 그래서 더 재미있었던

「변기에 빠진 세계사」

아이들에게 적극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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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나가쓰키 아마네 지음, 이선희 옮김 / 해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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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은 아직도 내겐 쉽지 않은 곳이다.

애도의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온전히 닿을까 고민도 많고,

어떤 단어를 쓰고, 어떤 문장을 건네야 고인을 보내는 그들의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될까

경험치가 많지 않은 그 자리가 어렵다.

어쩌면 나는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지 않은 듯 하다.

내 주위 사랑하는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 막연하게만 생각했지 심도있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며 저마다 사연이 있는 죽음을 만났다. 그리고 그 죽음에 이별하는 가족의 모습들도...

그 이야기의 중심에 가족들이 죽은 자들과 관계를 잘 매듭짓고 죽음에 대한 슬픈 마음을 충분히 애도하고 풀어내어

서로가 서로의 위치에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례디렉터를 알게 되었다.

「반도회관」이라는 이 곳은 장례를 의뢰한 유족에게 한 번뿐인 소중한 의식을 만들어주는 사람들이다.

세상의 소란스러움에서 격리된, 엄숙한 이별 의식을 치르는 장소이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어떤 사람이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죽음을 맞이한다.

...

남겨진 사람들은 죽은 자를 애도하고 슬퍼하고 배웅하며 가끔은 삶에 대해 생각한다. 면면히 이어지는 슬픔의 감정은 시대와 관계없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인간의 그런 근본적인 부분을 받아들이는 공간이 바로 반도회관이다.

p97

장례식장과 다른 모습인 반도회관에선 추모식, 고별식, 장례식 순으로 진행한다.

고인을 추모하며 보낼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마음을 정리하며 자신을 추스리는 추모식.

그리고 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이 이별을 고하고 인정하는 고별식.

살아있는 사람도 죽은 이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죽은 사람 또한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며 자신들이 있어야 할 곳으로 떠나는 장례식.

이 이야기에서 풀어내는 추모식, 고별식, 장례식의 이미지이다.

주인공인 시미즈 미소라는 취업에 번번히 떨어져 반도회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자신이 가진 영감을 알아봐주는 주변인들로부터

그리고 그 일에 대한 소중함을 발견하며 반도회관에 취직하게 된다.

미소라가 가진 영감을 발견해 준 우루시바라라는 자신의 직업인 장례디렉터에 자부심이 있는 인물로 망자의 사연을 풀어주고

보내지 못하고 인정할 수 없는 가족의 마음을 위로하며 잘 매듭짓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우루시바라와 함께 하며 순수함이 무기이며 영혼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스님 사토미.

이 세사람이 이끌어가는 죽음을 잘 마주하는 자세를 볼 수 있는 책이다.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어쩌면, 이 세상을 떠나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후회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승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리.

그 자리가 장례이기도 하단다.

새생명의 탄생은 마음껏 축하해주고 기뻐해주고 삶의 출발을 축복해주는 것과 달리

장례는 그 사람의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스토리와 풀지못한 한(恨)

그리고 남은 사람들의 마음까지 헤아려 모두가 온전한 마음으로 이별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구나 생각하니

참 어렵고, 중요한 자리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난, 누군가의 죽음앞에서 어떠한 모습일지...

잘 이별할 수 있을지...

생각할수록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 책에는 몇몇의 큰 추모식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마지막 이야기이다.

결혼을 앞두고 받은 약혼자의 암선고.

그에 따른 딸 나오씨의 결혼을 반대한 아버지.

하지만, 기적을 믿은 나오씨는 약혼자와 도망을 나왔고, 2년여간 함께하지만,

병에 호전이 없고,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나오씨에게 헤어지자고 말한 남편.

그에 절망한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본가로 돌아온 나오씨는 남편의 죽음의 소식을 듣는다.

하지만, 남편의 가족들은 나오씨의 인생을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미안함과

결혼자체를 없었던 일로 하고픈 마음에 자신들끼리 나오씨의 남편 장례를 끝내버리고 통보만 한 것이다.

나오씨가 나오씨의 남편과 이별할 시간도 주지 않은채,

나오씨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그 일로 인해 더 무너져버릴 수 있는 나오씨는 생각지도 못하고 말이다.

ㅠ.ㅠ



죽은 나오씨의 남편도 사랑했던 아내와 제대로 이별하지 못하고 남겨둔 마음에 가야할 곳으로 가지 못하고

나오씨의 주변에 맴돌았다.

하지만, 자신 스스로 슬픔에 갇힌 나오씨는 주변에 있는 남편의 존재를 느끼지 못했고

처절하게 죽음을 맞이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사연을 듣게 된 우루시바는 그렇게 된 딸에 대한 자책감에 휩싸인 아버지에 대한 위로와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아버지에 대한 원망의 마음이 가득찬 나오씨의 죽음에 대한 애도

그리고 나오씨 주위에 머물렀던 남편과 나오씨가 이제 제대로 떠날 수 있도록 추모식과 장례식을 준비한다.

단순 죽음을 고(告)하는 형식적인 절차가 아닌 삶에 대한 전반적인 모든 것을 관계부터 상황까지 정리해주며

온전히 떠나보낼 수 있도록 하는 자리.

"사람을 보내는 일을 하는 사이에 깨달은 게 있다.

죽음은 특별한 게 아니라 나의 가까운 사람에게도 반드시 찾아온다는 걸.

아무리 붙잡고 싶어도 손가락 사이를 스윽 빠져나간다는 걸.

그 순간이 다가왔다면 내 힘으론 어쩔 도리가 없다.

조용히 떠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사랑했던 할머니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일이다."

p297

반도회관에서 일한 덕분에 중요한 걸 많이 알게된 미소라가 마음을 나누었던 할머니의 죽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온전히 이별할 수 있었다.

죽음이 특별한 게 아니라 나의 가까운 사람에게도 반드시 찾아온단 말을 마음에 새기며

내 마음에도 죽음에 대한 자리를 마련해본다.

두렵고 떨리며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기에 이 책을 읽고 나니 더 중요한 준비임이 또렷해진다.

잘 받아들이고, 잘 보낼 수 있는 것.

그러기 위해 내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맺으며 내 삶을 충만히 잘 가꾸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 보지 않았던 중요한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고 고민해보게끔 하는 책이다.

잔잔한 감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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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벨트 게임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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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는 펠레 스코어가 있고, 야구에는 케네디 스코어가 있다.

해당 스포츠의 가장 재미있는 경기결과를 의미하는 단어로 각각 3:2, 8:7의 박진감있는 박빙의 경기를 뜻한다.

이 책의 제목인 루스벨트 게임이라는 말은 책을 읽으며 그 용어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았다.

우리가 알고 있던 케네디 스코어는 정체불명의 단어일 확률이 높고, 정식 명칭은 루스벨트 게임이라는 것을 말이다.


박빙의 경기를 뜻하는 소설 책 제목처럼,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던 소설.

「루스벨트 게임」




루스벨트 게임은 제목처럼 야구가 스토리의 한 축을 담당하지만, 야구 소설은 아니다.

아오시마제작소라는 전자제품 회사에 닥친 위기와 아오시마제작소에 속한 야구팀의 해체 위기를 번갈아보여주는 기업 소설이다.

아오시마제작소는 전세계적 불황속에서 매출규모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경쟁사에게 주력 생산품의 수주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매출의 부진은 자금부족 위기를 고조시켜 주거래은행은 직원 해고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전제로하며 대출을 논의한다.

구조조정안에는 아오시마제작소의 실업팀 야구부의 해체도 포함되어있다.

아오시마제작소 야구부는 한때 실업야구계의 강자였지만, 선수층 확보 실패로 점점 약체로 전락하고 있다.

야구부원들은 고등학교나 대학교까지 야구 선수로 뛰었지만 프로야구 진출에는 실패한 사람들로

오전에는 회사일을 하고 오후에는 훈련을 하는 계약직 직원들이다.

이들은 약해져 가는 팀에서 패배의식과 계약직 직원으로의 고용불안 속에서 경기를 치르게 되고,

그들의 모습은 웬지 예전 강팀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결국 관계가 없을지도 몰라.

이게 마지막 경기든아니든 상관 없어.

이렇게 뜨겁게 응원해주는 사람들 앞에서 적당히 싸울 수는 없잖아?

우리는 최선을 다해 좋아하는 야구를 하는 수밖에 없어.

그것 말고 뭐가 있지?

432p



전사적인 경영상의 문제 속에서 아오시마제작소는 핵심 생산품의 생산 기술 향상에 성공한다.

야구팀 또한 새로 부임한 감독의 전술과 새롭게 등장한 에이스의 활약으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

아오시마제작소는 분위기 반전에는 성공하게 되나, 은행과의 구조조정안으로 약속한 야구부 해체는 시행하고 만다.

하지만 야구부원 전원은 아오시마제작소의 대주주가 운영하는 회사의 신생 야구부의 부원으로 모두 이적하게 되고,

소설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이 소설은 야구부 에피소드들보다 회사 경영진이 해야하는 고민, 결정, 그리고 그 결과들을 선명히 보여준다.

야구부원이던, 회사의 어느 위치의 직원이던 이 소설에는 조직을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인물들이 살아있다.

“우리는 이 그라운드에서 모든 걸 쏟아낼 의무가 있다는 거지.

조금 과장되긴 하지만 인생을 걸고 말이야”

(p.262)

라는 미카미 부장의 말은 일본 색채가 강한 느낌이긴 하다.

하지만, 각자가 속한 곳에서 과연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살고있는가를 돌아보게도 한다.

조직보다는 개인의 가치관이 우선하는 요즘의 사회문화속에서

본인이 속한 조직에 대한 본심과 열정의 중요함을 느끼게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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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새와 소나무 민들레 그림책 9
임원호 지음, 허구 그림 / 길벗어린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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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여린 솔새와 함께 하는 여정.

그 여정을 따라가며 나를 되돌아보고 주위를 돌아본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소나무님, 당신의 품 안에다

자장자장 하룻밤만 재워주세요."

어쩌다 엄마를 잃어버린걸까?

혼자 잠잘 곳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이는 솔새가 안쓰럽다.

작은 솔새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들.

각 특성을 그대로 살려 그려낸 그림과

우리말의 어감이 잘 어울려진 따뜻한 그림책이다.

작은 솔새는 계속되는 거절에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거절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왜곡하여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싫은가봐'

'난 왜이럴까'

이런 자책하는 생각도 없다.

(아마도, 거절당했을때 자책했던 경험이 생각나서 였을까... 솔새가 그저 대견하다.)


솔새가 찾아가는 나무들

크고 화려하고 우뚝솟은 교목들이다.

물가 근처에서 만날 수 있는 버드나무.

흐드러진 그 넓은 품에 작은 솔새 잠잘 깃(짚이나 마른풀) 한가지 내주어도 전혀~ 부족함 없을텐데...

커어다란 나무와 극명하게 대조되는 솔새를 보며 궁시렁궁시렁...ㅎㅎㅎ

하지만, 이내 나도 솔새처럼 그들만의 대답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래, 안된다면 다른 곳을 찾자.

분명 내 쉴 곳이 있을거야.'



오동나무에게도 참나무에게서도 계속해서 퇴박을 맞는 솔새.

퇴박이라는 단어도 참 오랜만에 만났다.

우리말과 솔새와 나무들의 대화가 그래서 더 정겹다.




예전부터 구불한 가지와 멋드러진 수형이 보는이들에게 기상과 절개를 느끼게 하는 소나무.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빛

소나무야 소나무야 변하지 않는 너

바람이 얘기해줬죠 잠시만 눈을 감으면

잊고 있던 푸른 빛을 언제나 볼 수 있다고

많이 힘겨울 때면 눈을 감고 걸어요

손 내밀면 닿을 것 같아 편한 걸까

-바비킴 「소나무」中-


바비킴의 소나무 노래가 떠오르며, 소나무이기에 솔새를 품어줄 것 같았고

그 나무가 달빛을 받고 혼자 우뚝 선 소나무여서 정말 고마웠다.

"...엄마를 잃고서 헤매는 몸입니다."

어찌 이 말을 듣고서 퇴박을 줄 수 있을까?




그동안 잠잘 깃을 찾아 헤매느라 고단했을 솔새.

푸르른 소나무는 포르륵 날아든 솔새를 포옥 안아준다.

포르륵, 포옥 등, 우리말이 리듬을 타며 그림과 함께 한다.

읽는 내내 그림이 살아서 춤을 춘다.


솔새는 잠잘 깃을 찾았고, 소나무와 함께 잠을 자는데,

왕바람 칼바람이 몰려와 벌판의 나무들 잎을 떨어 놓았다.

버드나무도

오동나무도

참나무도

덤벼드는 왕바람 칼바람에

당해 낼 재간이 없다.

소나무를 찾은 왕바람 칼바람.

소나무잎도 떨어 뜨려 놓을까 조마조마 했지만,

포옥 품에 안겨 잠자는 작은 새를 발견하곤,

"착한 나무, 귀여운 새, 그냥 두자, 요거는."

이 한마디에 이제야 내 마음도 쉰다. 휴~~ 다행이다.

소나무도 솔새도 서로가 서로에게 덕이 되어 추운 밤 무탈하게 지낼 수 있었다.

하룻밤을 무사히 지내고 날아간 솔새는 엄마품에 포옥 안겼을거다. ^_^


요즘, 함께함에 대한 가치를 생각하곤 한다.

어느덧 반년이 훌쩍 지나 함께하며 누렸었던 그 모든 당연한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희미해져

이젠 혼자 하는 그 시간에 익숙해진 듯 하다.

하지만, 점점 함께 할 수 있음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더 짙어진다.

그리고 그리 하고 싶다.

솔새와 소나무가 서로 연대하며 서로를 지켜낸 것 처럼

개인으로 익숙해진 지금.

연대가 더욱 절실히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

시대의 흐름에 맞는 연대의 모습은 어떤것일지도 고민해본다.

그리고 나의 위치에서 손 내밀 수 있는 곁은 얼마만큼일지도...

민들레 그림책 시리즈는 참 다양한 생각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깊은 그림책이라서 참 좋다.

이번, 솔새와 소나무 또한 읽는 이들마다 끌어내는 감상이 다양할 것 같다.

아이들이 펼쳐내는 생각도 나와는 참 달랐으니까. ^^;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그림책인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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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중요해 I LOVE 그림책
크리스티안 로빈슨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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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나르는 버스」로 큰 감동을 안겨주었던, 크리스티안 로빈슨의 신작

「넌 중요해」

크리스티안 로빈슨의 행복을 나르는 버스를 정말 감명깊게 봤었기에, 정말 많이 기대했던 그림책이다.

책을 받고, 작가 특유의 그림체와 마음에 울림을 주는 책 제목이 참 조화롭다 생각했다.

그리고 책 표지의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눈길을 보낸다.

인종도, 모습도, 성별도 다른 아이들 모두가 즐거운 모습으로 파라슈트 놀이를 하고 있는 책 표지.

파라슈트를 잡고 있는 아이들도 그 안에 들어가는 아이들도 모두다 중요하다.

한명이라도 균형을 깨뜨리면 할 수 없는 놀이.

누군가 파라슈트 안에 들어가서 즐겨주어야만 재미있어지는 놀이.

아이들이 그 안에서 어떤 모습이건, 모두다 즐거울 수 있고, 그 즐거움 가운데 자신의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다.

그래서 파라슈트를 하는 아이들을 표지로 한것이 아닐까?

나의 해석은 그렇다. ㅎㅎㅎ^^;;

우리아이도 짐보리에서 일주일 한 번 했던 파라슈트 놀이를 정말 정말 좋아했다.

그 안에 들어갔다 나왔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 그 안에서 자연스레 이루어진다.

또한, 파라슈트를 잡고 있는 부모와 아이와의 교감과 눈맞춤이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듯 했던 추억의 놀이.

그래서, 책 표지에서 오래 머무르며 내 아이의 어린시절을 떠올리고, 지금 내 아이의 모습을 바라봤다.

내 곁에 있어서 고마운 마음.



가깝거나 멀거나

크거나 작거나

맨 먼저이거나 맨 나중이거나

어쨌든

넌 중요해


그림이 따뜻한 그림책.

요근래 글책만 읽다가 그림책을 보니 그림안에 가지고 있는 작가의 마음을 발견하고자 집중하게 된다.

너무 작아서 발견치 못한 것에 대한 존재감.

그리고 그 가치.

우리가 쉽게 망각하고 지나쳐버리며 관심조차 두지 않는 그 존재들에 대해 천천히 생각하게 만든다.

어른보다는 작고 힘없는 아이들의 마음과 의견들을 쉽게 묵살해버리고 무시한적은 없는지...

무심코 던진 돌에 맞아 상처받지는 않았을까...

지금의 내 모습도 되돌아 본다.


요즘 이것 저것 너무 바빠서, 아이들이 하는 말 하나하나를 귀담아 듣지 못하고 지나칠때가 많다.

아이는 이 부분에서 자신이 요즘 엄마에게 틈이 없는 것 같다며, 좀 속상했다고 말한다.

ㅠ.ㅠ

넌 중요해.

라는 한마디는 짧지만 크고 무겁다.

아이는 이 부분에서 많은 위로를 받은 것 같다.

자신의 마음에 집중하고 자신이 무엇이 서운한지 아는 것. 그것이 출발이 아닐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일어났을만한 상황들과 감정들을 담담하게 풀어내며 그림속에 담아두었다.

그리고 자신이 경험했던 상황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찾아내며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마음에 "넌 중요해"를 새겨넣는다.

지속적으로 들으며 마음에 새겨진 말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힘겨울때나, 외로울때 자신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된다.

넌 중요해


그림부터 내용까지 참 푸르르고 따뜻한 그림책이다.

그리고 보고 나니 큰 여운이 남는다.

아이에게도 어른인 나에게도 말이다.

어린이였던 내가 커서 어른이 되어 아이를 키우며 받는 감동속에 축적된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늘 하고픈 말.

"넌 중요해"

어쩌면, 꼭 듣지 않아도 이미 아이들은 이 책을 덮고 나면 자신에 대한 충만한 믿음과 사랑이 꽉 차 있을 것 같다.

마음이 건강한 아이들로 자라나 더불어 함께 선한 영향력을 끼칠 것 같다.

너도 나도 우리 모두는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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