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나가쓰키 아마네 지음, 이선희 옮김 / 해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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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은 아직도 내겐 쉽지 않은 곳이다.

애도의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온전히 닿을까 고민도 많고,

어떤 단어를 쓰고, 어떤 문장을 건네야 고인을 보내는 그들의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될까

경험치가 많지 않은 그 자리가 어렵다.

어쩌면 나는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지 않은 듯 하다.

내 주위 사랑하는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 막연하게만 생각했지 심도있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며 저마다 사연이 있는 죽음을 만났다. 그리고 그 죽음에 이별하는 가족의 모습들도...

그 이야기의 중심에 가족들이 죽은 자들과 관계를 잘 매듭짓고 죽음에 대한 슬픈 마음을 충분히 애도하고 풀어내어

서로가 서로의 위치에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례디렉터를 알게 되었다.

「반도회관」이라는 이 곳은 장례를 의뢰한 유족에게 한 번뿐인 소중한 의식을 만들어주는 사람들이다.

세상의 소란스러움에서 격리된, 엄숙한 이별 의식을 치르는 장소이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어떤 사람이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죽음을 맞이한다.

...

남겨진 사람들은 죽은 자를 애도하고 슬퍼하고 배웅하며 가끔은 삶에 대해 생각한다. 면면히 이어지는 슬픔의 감정은 시대와 관계없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인간의 그런 근본적인 부분을 받아들이는 공간이 바로 반도회관이다.

p97

장례식장과 다른 모습인 반도회관에선 추모식, 고별식, 장례식 순으로 진행한다.

고인을 추모하며 보낼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마음을 정리하며 자신을 추스리는 추모식.

그리고 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이 이별을 고하고 인정하는 고별식.

살아있는 사람도 죽은 이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죽은 사람 또한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며 자신들이 있어야 할 곳으로 떠나는 장례식.

이 이야기에서 풀어내는 추모식, 고별식, 장례식의 이미지이다.

주인공인 시미즈 미소라는 취업에 번번히 떨어져 반도회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자신이 가진 영감을 알아봐주는 주변인들로부터

그리고 그 일에 대한 소중함을 발견하며 반도회관에 취직하게 된다.

미소라가 가진 영감을 발견해 준 우루시바라라는 자신의 직업인 장례디렉터에 자부심이 있는 인물로 망자의 사연을 풀어주고

보내지 못하고 인정할 수 없는 가족의 마음을 위로하며 잘 매듭짓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우루시바라와 함께 하며 순수함이 무기이며 영혼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스님 사토미.

이 세사람이 이끌어가는 죽음을 잘 마주하는 자세를 볼 수 있는 책이다.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어쩌면, 이 세상을 떠나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후회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승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리.

그 자리가 장례이기도 하단다.

새생명의 탄생은 마음껏 축하해주고 기뻐해주고 삶의 출발을 축복해주는 것과 달리

장례는 그 사람의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스토리와 풀지못한 한(恨)

그리고 남은 사람들의 마음까지 헤아려 모두가 온전한 마음으로 이별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구나 생각하니

참 어렵고, 중요한 자리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난, 누군가의 죽음앞에서 어떠한 모습일지...

잘 이별할 수 있을지...

생각할수록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 책에는 몇몇의 큰 추모식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마지막 이야기이다.

결혼을 앞두고 받은 약혼자의 암선고.

그에 따른 딸 나오씨의 결혼을 반대한 아버지.

하지만, 기적을 믿은 나오씨는 약혼자와 도망을 나왔고, 2년여간 함께하지만,

병에 호전이 없고,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나오씨에게 헤어지자고 말한 남편.

그에 절망한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본가로 돌아온 나오씨는 남편의 죽음의 소식을 듣는다.

하지만, 남편의 가족들은 나오씨의 인생을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미안함과

결혼자체를 없었던 일로 하고픈 마음에 자신들끼리 나오씨의 남편 장례를 끝내버리고 통보만 한 것이다.

나오씨가 나오씨의 남편과 이별할 시간도 주지 않은채,

나오씨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그 일로 인해 더 무너져버릴 수 있는 나오씨는 생각지도 못하고 말이다.

ㅠ.ㅠ



죽은 나오씨의 남편도 사랑했던 아내와 제대로 이별하지 못하고 남겨둔 마음에 가야할 곳으로 가지 못하고

나오씨의 주변에 맴돌았다.

하지만, 자신 스스로 슬픔에 갇힌 나오씨는 주변에 있는 남편의 존재를 느끼지 못했고

처절하게 죽음을 맞이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사연을 듣게 된 우루시바는 그렇게 된 딸에 대한 자책감에 휩싸인 아버지에 대한 위로와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아버지에 대한 원망의 마음이 가득찬 나오씨의 죽음에 대한 애도

그리고 나오씨 주위에 머물렀던 남편과 나오씨가 이제 제대로 떠날 수 있도록 추모식과 장례식을 준비한다.

단순 죽음을 고(告)하는 형식적인 절차가 아닌 삶에 대한 전반적인 모든 것을 관계부터 상황까지 정리해주며

온전히 떠나보낼 수 있도록 하는 자리.

"사람을 보내는 일을 하는 사이에 깨달은 게 있다.

죽음은 특별한 게 아니라 나의 가까운 사람에게도 반드시 찾아온다는 걸.

아무리 붙잡고 싶어도 손가락 사이를 스윽 빠져나간다는 걸.

그 순간이 다가왔다면 내 힘으론 어쩔 도리가 없다.

조용히 떠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사랑했던 할머니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일이다."

p297

반도회관에서 일한 덕분에 중요한 걸 많이 알게된 미소라가 마음을 나누었던 할머니의 죽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온전히 이별할 수 있었다.

죽음이 특별한 게 아니라 나의 가까운 사람에게도 반드시 찾아온단 말을 마음에 새기며

내 마음에도 죽음에 대한 자리를 마련해본다.

두렵고 떨리며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기에 이 책을 읽고 나니 더 중요한 준비임이 또렷해진다.

잘 받아들이고, 잘 보낼 수 있는 것.

그러기 위해 내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맺으며 내 삶을 충만히 잘 가꾸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 보지 않았던 중요한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고 고민해보게끔 하는 책이다.

잔잔한 감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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