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그립다 - 스물두 가지 빛깔로 그려낸 희망의 미학
유시민.조국.신경림 외 지음 / 생각의길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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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 써 그가 떠난 지 5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우리나라는 참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시련을 겪었다. 정반합을 거쳐 미래로 가면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진보를 할 것이라고 믿었으나, 놀라운 일은 바로 우리 손으로 직접 과거를 선택한 일이었다. 필연적으로 우리가 그리던 모든 것은 다시 저 멀리 가버리고 과거에 우리 어른들로부터 얘기만 들어왔던 그런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가 떠나고, 그 이후의 사회에 펼쳐졌던 일들은 정말 우리가 수호하고자 했던 법과 질서와는 거리가 먼 불합리한 것들뿐이었다.

 

 아이러니 한 것은 그를 적극적으로 지지 하지 않았던 사람들마저, 그가 사라지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깨달았단 사실이다. 그가 의지를 가지고 했던 모든 실천들은 그가 변절했다고 해석했던, 좌파나 중도로부터도, 그가 행하고자 했던 계획을 사회주의적인 낡은 유물로 취급했던 우파로부터도 외면당했다. 그러나 그가 없고 더욱 냉엄한 현실에 암담한 일들이 벌어지고 나서야, 그가 진정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는 일단 실패한 대통령으로 불렸다. 너무나 시대를 앞서갔다는 말들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국민과 국가는 그의 의지를 따라가기 버거웠다. 새로운 세상을 바라면서도, 그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괴롭혔던 것은 국민의 돌아서가는 민심이었다. 탄핵의 역풍에 잠깐 지지를 얻었으나, 그때 개혁의 고삐를 당기지 못했던 것이 천추의 한이었다. 언론개혁과 정부개혁을 미처 하지 못하고, 그 옛날 그가 부르짖으며 대항했던 수구세력으로 친일파에 이르기까지의 기득권은 그가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거웠다보다. 결국 타협을 하다못해 항복을 했지만, 기득권 세력은 그를 결국 죽음으로 몰아붙이고 말았던 비극적인 사실이 벌어졌다.

 

 그 날은 내 친인이 죽어도 울어본 기억이 없지만, 엄청 울었던 날이다. 그를 좋은 위인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만, 정말 국민을 사랑했던 지도자임에는 틀림이 없었으니까, 그가 했던 정책이 실패했든 그것은 개인의 영화를 위해서가 아닌 국민을 위해서임이 진실로 다가왔으니까. 그 이후의 정권들이 한 패악 질은 이전 고려, 조선왕조, 일제 강점기에서 사리사욕과 부귀영화를 추구하던, 기득권을 비호하는 행위뿐이었다.

 

 더 웃긴 것은 이런 어려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한 것이다. 그의 죽음이 값어치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그가 꿈꾸던 나라를 같이 생각하고 고민했던, 사람들은 아직도 많이 있다는 것은 희망의 증거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그를 그리워하는 노래를 책으로 옮겨서 단지 그리움으로 묻지는 않겠노라고 이 책의 부분을 차지하는 작가들은 다짐하고 있었다. 그런 나도 똑같은 다짐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는 그냥 그리움으로 눈물을 훔치지는 않겠다. 이번  참사를 겪으면서 모든 국민이 아프고 슬퍼하고 분노하고 연민하고 다짐했다. 이렇게 과거로 그냥 돌아가는 사태를 좌시하지 않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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