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0/28~11/22

 

 아침에 알람이 울리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난다. 출근 준비를 하고 지하철을 타면서 습관대로 스마트폰을 연다. 페이스북을 열면서 내 주위 동료들은 무엇을 했나, 훑어본다. 그리고 포털 사이트 메인화면으로 이동하여 간밤에 무슨 뉴스가 나왔는지, 어떤 연예인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는지, 어떤 정치인이 깽판을 쳤는지, 스캔한다. 수많은 페이지가 자기를 봐달라며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유혹하고 있다. 우리 뇌에서 재빨리 어떤 내용을 읽어볼 것인지 결정한다. 이러한 결정은 매 페이지에서 다른 페이지로 넘어갈 때마다 발생한다. 앞에 내용은 금세 기억에도 없다. 첫 문장을 읽자마자 자세히 읽어볼지 죽죽 내려서 대강 볼 건지 파악한다. 모두 다 읽기에는 시간도 없고 너무 양도 많다. 또 다른 뉴스가 벌써 올라왔다.

 

 회사에 도착한다. 컴퓨터를 켜고 오늘 어떤 일을 할지 정리하려고 하지만, 할 것이 너무 많다. 메신저를 통해 업무관련자들이 알림을 보내기 시작한다. 너무 여러 건이라, 한 건 한건 씩 볼 틈이 없다. 전화벨도 울린다. 일단 전화로 건 사람과 업무를 처리해야한다. 그 사이에 메신저는 쌓인다. 순차적으로 처리하기에 시간은 너무 없기에 어떤 업무를 먼저 할지 순식간에 정리가 되어야 한다. 멀티태스킹은 일상이고 효율적인 활용을 해야 회사에서도 인정받는 능력자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업무의 폭풍에 지배당하는 동안에 자투리 시간을 내어 스마트 폰을 켜고 SNS를 확인한다. 끊임없는 타자와의 관계를 확인해야 살아갈 수 있는 슬픈 운명이다. 또한, 일을 하면서 내 개인적인 볼일도 처리를 해야 한다. 그래서 또 온라인에서 정보를 얻는다. 인터넷의 활용으로 방대한 지식이 온라인상으로 공유되면서 인간이 접촉할 수 있는 정보는 엄청 나게 늘었다. 정보는 늘었지만, 이것을 인간의 뇌로는 다 흡수하기가 어려워 선별하여 내가 필요한 것을 흡수하는 효율적인 작업이 필요하다. 이러면서 우리 뇌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과거에는 물리적인 책을 통하여 지식을 습득하거나, 구전으로 교육을 받았다면 현대에는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온라인상으로 구할 수 있다. 친절하게도 어떤 페이지를 본다면 하이퍼링크로 부연설명이 있는 페이지로 옮겨간다. 거기에는 또 다른 링크가 무한대로 걸려있다. 따라서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얼마나 많은 지식을 얻느냐가 아닌 어떻게 효율적으로 시간을 소비하여 내가 찾는 것만 인터넷을 통해 발견하느냐이다.

 

 이 책에서는 과거에 책을 지식을 습득하고 느리지만 깊이 있게 사색하며 자아를 성장시키는 인간의 모습에서 인터넷과 정보화 기계에 의존하여 거대하고 방대한 지식의 아카이브에서 검색하는 능력을 발달시키는 인간의 모습으로의 변화가 순 작용과 부정적 측면이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그러나 작가는 부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책 초반부에는 우리의 뇌가 사고하는 환경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을 실험과 증거를 통해 전제로 한 뒤에 인터넷의 사용이 우리의 사고방식을 깊이 생각하기에서 얇게 스캔하기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있다. 과거에 인쇄술의 발달로 출판업이 발전하면서 많은 독서가들이 나오게 되었고, 독서를 통해 독자의 사고영역에 동요를 일으켜 작가와의 소리 없는 대화를 하고 찬성, 반대, 유추를 하게 되며 자신만의 논리를 형성하게 된다. 그렇게 깊이 읽기를 통해 지혜를 습득하고 생각을 키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 인터넷이 공급하는 정보는 읽기뿐만이 아닌 시각적, 청각적인 영역까지 조정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작가와의 대화를 넘어서 실시간으로 다양한 정보제공자들와 수용자간의 상호작용을 촉진하게 된다. 문화적인 주도권은 인쇄매체와 매스미디어를 넘어 인터넷이 가지게 되었고, 이는 나머지 매체들을 약화시키게 되었다. 특히 독서에 할애하는 현대인의 시간이 눈에 띄게 줄고 인터넷을 통해 생활하고 업무를 수행하며 취미를 즐기는 시간이 대부분을 차지가게 된다. 이렇게 나도 대학교 이후(이 때는 워드프로세서로 필기하는 학생이 반에서 한 두 명이었습니다.) 수기로 글을 써 볼기회가 손으로 꼽았고 글씨는 그 사이에 악필이 되어 있었으며. 제출해야하는 문서는 무조건 인터넷으로 관련 키워드를 검색해서 불안감을 해소시킬 수 있었다. 심지어 독서를 하면서도 수시로 스마트폰을 열어 인터넷을 접속해야 하는 다소 자폐적인 행동에 놀라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아직 포기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독서의 버릇이었다. 독서인구가 줄어가면서 출판업계는 전자책을 종이책을 대신할 도구로 선택하여 마케팅 활동을 하였다. 최초는 종이책의 압도적인 강세였지만 차츰 가격대비 공간 활용대비 효율적으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종이책의 장점까지도 가지게 되는 발전을 보였다. 대표적인 기기인 아마존의 킨들은 책이 가진 텍스트뿐만이 아닌 하이퍼링크를 통해 온라인 연동을 통해 부연 지식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나는 전자책에 매력이 없다고 여긴다. 물리적인 종이책은 제목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내가 스위치를 키지 않더라도 머리맡에 두고 언제든지 볼 수 있으며, 줄도 긋고 메모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더욱 선호하게 된다.

그러나 전자책의 용도는 독서 자체가 아닌 수많은 책이 가진 지식 중에 내가 필요한 부분만을 추출하는 작업의 도구로써의 매력도가 훨씬 높다고 본다. 마치 인간의 장기중 콩팥만 빼내어 인간의 전체적인 신체활동을 이해할 수 없는 구조와 일맥상통한다.

 

 나는 이제껏 멀티태스킹이 남보다 떨어지는 것에 대해 자기 비관적인 평가를 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메모에 의존하여 일을 처리하였다. 뇌를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도록 훈련시키는 것이 당연하다고 과거에는 생각했지만, 이런 뇌의 영역이 증가할수록 깊이 생각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관장하는 영역이 축소될 수 잇다는 생각을 간과했던 것이다. 애초에 나란 인간은 여러 가지일을 효율적으로 수행도록 설계가 안 돼 있고, 한 가지 문제를 깊게 파고들어 해결하도록 하는 능력이 뛰어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정보의 바다에서 흘러들어온 수도꼭지에서 우리는 정보를 마시지만, 일정량의 기억의 그릇 이상을 담을 수는 없기에 내가 가지고 있는 장기기억과 연결시키고 지식을 관계시키는데 어려움을 갖게 되고 특히, 인터넷은 집중력을 분산시킨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온라인이든 종이책 읽기든 독서의 행태가 깊이읽기에서 스캐닝 하는 습관으로 변하게 되고 내용의 이해보다는 정보의 ‘검색’하는 습관을 ‘구글’의 행위에 비유해서 경계하였는데, 이는 효율적인 정보 수집이 비효율적인 사색과 명상보다 우위에 있는 사상이 팽배함을 극복하기 위한 주장이었다. ‘구글’은 검색을 통해 기억을 아웃소싱 함으로써 더 이상 기억하는 능력보다는 검색을 하여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 초점을 두게 하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지혜는 상실되어 가며 문화는 시들어 간다고 경고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정보화 사회가 바람직한 미래상이며, 더 많은 주체간의 정보 공유가 미덕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과연 그 지식을 모조리 섭렵하며 필요한 것을 골라 쓸 수 있을까? 그렇게 길러진 지식이 문화적인 힘을 발생시킬 수 있을까? 저자는 이러한 현 상황을 ‘기술의 광란’이라는 표현한다. 우리의 뇌는 밀려들어오는 정보를 추출하고 이동하느라 평화 없이 쉼 없이 돌아가고 있다. 이는 깊은 사고와 사색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인간성을 초기해야하는 길일지도 모른다. 인간성 잠식은 다른 자아간의 공감과 도덕성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어 뭐든지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사회로 변해가는 실정이다. 기술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말은 여기에서 단서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중간에도 나는 집중하지 못해 잡생각과 스마트폰으로의 관심을 도로 잡기 위해 무척 애를 먹었다. 힘들지만 나의 사고의 자유를 위해 사색적인 삶을 노력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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