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퐁스 도데 단편집
알퐁스 도데 지음, 신혜선 옮김 / 책만드는집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성년이 훨씬 넘어서 다시 보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이런 저런 잡생각을 하다 보니, 어린 시절 여운이 많이 남았었던 소설을 찾고 있다가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던 ‘별’이란 단편소설이 문득 떠올랐다. ‘상실의 시대’와 더불어 아직도 내 연애관에 한쪽 구석을 자리 잡고 있었던 그것. 만약 교과서에 없었고, 성년에 우연히 읽었더라면 기억에도 남지 않은 그럴 이야기였다. 결국 마무리는 독자의 상상대로 가기 마련이긴 하지만 과연 사랑이 이루어짐의 여부를 떠나 목동의 그 시간의 그 순간의 행복감이 지금 사랑을 갈구하는 많은 열혈 젊은이들이 원하는 바로 그것일 테니 말이다. 그것이 어떤 사랑으로 변해갈지는 본인만이 알 테고 그 순간만큼은 남녀가 진심이라고 믿을 것이다.

 

 

 별’ 외에도 ‘알퐁스 도데’가 쓴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내가 학창시절 읽었던 또 다른 소설인 ‘마지막 수업’이 있었다. 작가는 인간의 희로애락의 서정적인 내용에 관련된 많은 문학작품을 남겼지만, 이 단편을 읽으면 그가 얼마나 조국을 사랑했는지 알 수 있다. 평소에는 문화의 고마움을 모르다가 막상 상실위기에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그 수업에 참여하는 선생님을 비롯한 학생, 마을 사람들은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조국애를 조그만 알자스지방의 시골 학교 마지막 수업에서 느끼게 된다. 언어는 단지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그 문화의 중심이라는 것이다.

 

 

‘곧 이어서 아멜 선생님은 프랑스어에 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프랑스어는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분명하며 가장 확실한 언어라는 것, 그래서 우리 모두는 그 말을 잘 지켜야 하고,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었다. 한 국민이 다른 나라의 노예가 된다고 해도 자기 나라 말을 잊지 않고 간직하면 그 감옥의 열쇠를 지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씀이었다.’ p47

 

 

 그리고 그는 ‘시인 미스트랄’이라는 소설을 통해 빈사 상태의 프로방스어를 살려서 하나의 아름다운 문학 작품의 재료로 재생시키는 모습을 그리며 문화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우리의 언어가 영원히 건강한 상태에 있다면 타 문화적 침탈에도 굳건히 자유의지를 가지고 문화를 지키는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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