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EBS 자본주의 제작팀 지음 / 가나출판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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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요즘 읽는 책이나, 생각들을 유추해서 나온 나의 현재 고민은 ‘열심히 일해서 과연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것인가‘ 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자본주의 세상 아래라면, 일한만큼 벌릴 것이고, 내가 열심히 자기 계발에 쏟는 시간과 노력을 늘린다면, 업무의 능률도 오를 것이고, 이는 성과로 이어져, 월급도 올라갈 것이고, 월급이 올라간다면, 내가 원하는 것들을 얻을 수 있거나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요즘 시대에서 말하면 다소 순진한 생각을 꽤나 오랫동안 신념처럼 믿고 살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나는 돈을 벌어도 누군가는 계속 빚을 질 것이라고 생각했고, 누군가가 벌면 나도 빚을 질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내가 아무리 돈을 벌더라도, 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필수품 및 생활용품의 가격, 즉 물가가 내 월급 인상률보다 더 올라간다면, 또는 내가 일하는 회사가 갑자기 어려워지면서 내가 자연스럽게 실업자가 된다면, 혹, 무사히 일하게 되더라도, 언젠가는 그만 두어야 할 때가 올 것이다. 소득을 지속적으로 무덤까지 가지고 갈 수는 없는 터라, 위와 같은 나의 감상이 호락호락하지만은 아닐 것이다. 내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내가 이해하지 못하고 살아간다면, 나중에라도 억울하게 당했다며 울분을 토하게 될 것이니, 모든 승리자가 웃을 수밖에 없는 이 전쟁터 같은 삶에서 살아남으려면 ‘자본주의’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야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반갑다. 자본주의를 좌우로 치우치지 않고, 본질을 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또한, 한 사람 만의 감수가 아닌 여러 전문가들이 각자의 시각에서 생각하는 바를 밝히는 것이 신뢰도가 높다고 생각되었다. 비교적 쉽고, 단숨에 읽게 방송을 간접적으로 본 것처럼 서술되었다.

 

 

 첫 번째 부분은 자본주의의 핵심은 ‘빚’이라는 것인데, 특히 의자 앉기 게임으로 이 자본주의가 ‘빚’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임을 쉽게 설명해준다. 노래를 부르며 박수를 치며 원을 그리면서 돌 때 즐거움이 신호와 동시에 의자에 앉는 순간 누군가는 낙오될 수밖에 없다. 호황을 느끼면서 전체적인 경기가 상승 할 때도 있지만, 경제거품이 꺼지면 누군가는 낙오되는 상황이다. 이것은 누군가가 빚을 져서 이자와 원금을 모두 갚는 순간 누군가에게는 빚을 지더라도 갚을 이자를 다른 자가 가지고 가기 때문에 기회가 없게 된다. 따라서 파산까지 이르게 된다는 논리이다. 문제는 의자 앉기 게임은 일회성이 아니고 자본주의가 돌아가는 동안에는 계속 되기 때문에 언젠가는 나 또한 의자에 앉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해결책은 딱히 없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라는 다소 냉혹하지만, 틀린 말은 아닌 것이 사실이니까.

 

 

우리는 ‘생존’해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작은 것이라도 낮은 위치에서라도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뭔가를 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야 한다. 비록 지금은 그것이 마음에 차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도전하며 생존을 꿈꾸어야한다.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추운 겨울을 지내고 나면 따뜻한 봄이 오기 때문이다. P68

 

 

 두 번째는 제테크 열풍의 실상과 금융자본주의 양면적 모습을 공개한다. 우리는 항상 은행에 지지 않겠노라고 말하지만, 수많은 감언과 술수와 꼬드김으로 인해 결국 은행의 수작에 놀아 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은행은 맑은 날에는 우산을 빌려줬다가 비가 오면 우산을 걷는다. -마크 트웨인 p126

 

 

더 이상 이전 세대들과 같이 저축만으로 재산을 불리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 전문가 일지라도 잘 알지도 못하는 금융 상품들에게 우리는 너무 쉽게 지갑을 열고 만다. 예전보다 더 꼼꼼하게 따져보고 소비를 한다고 하지만, 실상 모아둔 쌈짓돈을 엉뚱한 금융상품에 넣어 하루아침에 날려버리며 주저앉는 모습을 뉴스를 통해 많이 보고 있다. 지성인이라면 이러한 도박은 아지 않을 것인데, 우리는 자칭 전문가라고 권위 있는 사람들의 투자 권유에 너무 쉽게 당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이를 위해 우리가 필요한 것은 어렸을 때부터 금융이해력을 높이는 교육을 받는 것과 금융지능을 키울 것을 주문한다. 또는 독립재정상담사에게 금융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세 번째는 우리의 소비의 관련된 이야기이다. 쇼핑 마트에 가면 내가 생각하는 이상의 소비를 하게끔 유혹하는 온갖 상품의 진열로 인해 순간적인 충동으로 구매하게 되고, 집으로 돌아야 후회를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특히 남녀의 차이를 보자면 마케터가 공략하기 쉬운 성별은 여성이다. 남성에 비해 여성의 광고의 논리에 쉽게 넘어가고 신상품에 민감하고 가정의 모든 소비를 책임지기 때문이다.

 쇼핑은 무의식의 지배에 일어나는 일련의 정신과학적인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의식적인 합리적 소비를 하고 있다고 여길 지라도 실상은 마케팅행위가 공략하는 소비자의 무의식적인 욕구를 자극하여 필요하지도 않은 상품을 필수적인 상품으로 둔갑시켜 구매를 하게끔 하는 매혹적인 마법이다. 이를 뉴로 마케팅이라고 한다.

 

 

“MRI를 통해 보면, 브랜드를 사면 실제로 대뇌 전 두정부의 활성화를 볼 수 있습니다. 뇌에서는 ‘쿨 스팟’이라고 불리는 영역입니다.” p227

 

 

 전체적으로 쇼핑은 슬픔, 불안, 우울, 외로움으로 귀결되는 감정과의 전쟁이라고 볼 수 있다. 가령 우리 세대에서 가장 고민인 육아나 자녀교육을 들자면, 아이들에게 소비하는 것은 투자라고 생각을 갖게 된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지 알면서도 주위의 사회적인 위상과 분위기 때문에 소비를 하는 것을 당연하게 만들고, 이는 저소득층이나 고소득층이나 다 마찬가지로 해당된다. 이는 개인보다 소속감과 집단을 더 중요시 하는 한국 사회에서 더 큰 힘을 발한다.

 때로는 소비가 고통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구매할 때는 마치 마약을 한 것처럼 고통이 덜하지만, 현금을 사용하여 구매할 때에는 뇌가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어찌 보면 쇼핑중독과 알코올 중독은 일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극복하는 심리적인 방법은 자존감의 회복이라고 말한다. 소비는 행복과 정비례 하지 않기 때문에 필수적인 소비 외에는 심리적인 방법으로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안의 욕구 충족의 행복을 찾기보다는 관계맺음과 주위로부터 사랑받는 마음에서 오는 내 자존감을 높이는 것에서 행복이 올 수가 있기 때문이다.

 

 

물질에 대해서 돈을 쓰는 것보다 내 삶의 경험에 투자하는 쪽이 훨씬 더 기억되고 또 그 만족감과 행복감도 오래 지속됩니다. p271

 

 

 네 번째 파트는 지금 우리 시대의 자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역사상으로 유명한 학자와 이론을 접해보는 부분으로써, 개인적으로 경제학에 취약한 나의 지식을 한 층 끌어 올려주는 좋은 부분이었다고 생각된다. ‘애덤 스미스’, ‘마르크스’, ‘케인즈,’하이에크‘ 등의 경제 철학의 대표되는 사상을 검토해봄으로써 그들이 주장한 것들이 우리가 일상에서표면적으로 접했던 것이 전부가 아니고, 계속해서 연구를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자본론‘을 쓴 마르크스가 예견한 자본주의의 몰락과 공산주의의 도래는 실제 끝이 났지만, 그렇다고 그 가치가 훼손된 것은 아니다. 그럴 가능성을 내포하며 자본주의를 수정할 수 있게끔 유도하고 일부 사회주의적인 경향은 국가에서 받아들이게 하는 역할과 공로도 있다. 그리고 항상 두 얼굴의 자본주의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보이지 않는 손‘의 애덤 스미스도 신자유주의 경제학파들에 내세우는 ’보이지 않는 손‘의 한 문장뿐인 문구로 작은 정부와 무한 경제규제 완화로 대변하기에는 무모한 경향이 있다.

 책에 따르면,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빈민과 낮은 지위의 소외된 계층의 구제를 위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학문이었기 때문이다. 두 경제학의 근간은 사람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꿈꾸는 것임에 틀림없다고 주장한다.

 그에 비해서, 케인스주의와, 하이에크주의는 아직 첨예하게 대립중이다. 대공황이 왔을때 정부의 개입과 적자재정으로 경기 활성화를 시켰으나, 결국 온 스태그플레이션에 정부의 개입축소와 시장의 자율적 조정에 맡기는 논리가 득세를 하게 된다. 그래서 발생한 실업문제및 금융자본주의의 침식이 오늘 날 우리가 보고 있는 지구촌 경제상황이다.

 

 

 마지막에는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미래의 자본주의를 생각해보는 부분에 할애하고 있다. 100% 정답은 아니지만, 방법은 있다. 바로 복지자본주의 이다.

 금융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은 복지 자본주의로 가는 것이며 이는 복지국가가 되어야하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다. 이는 현재 자본주의의 최대 폐해인 ‘ 소득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길이다. 맬더스는 ‘가난한 자의 주머니를 채워라. 그러면 소비가 촉진된다.’라고 했듯이 단순히 서민들에게 빈민층이 되지 않도록 기부하거나, 최소 생활자금을 대주는 소극적인 복지 정책으로는 극복이 불가능하다. 노동자들이 해고되거나, 직장을 잃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지라도 적극적으로 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지원해주고, 교육받는 동안 기본 생활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보장하며, 그들의 자식들이 굶지 않고 학원교육의 기회를 잃지 않도록 국가에서 배려하고 고소득층의 소득을 일정 세금으로 배분하여 투자하여 빈민층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조정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오히려 빈민층이 많아질수록 그들의 버는 재산은 없기 때문에 자본주의를 유지하는 것이 힘들게 되고 이는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읽는 내내 분노와 나약함에 힘들었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을 것 이라 믿어본다. 이는 나 혼자 변화는 어림없고, 시민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주체적으로 윤리적 각성을 가지고 자본주의를 극복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금융자본의 탐욕이 현재의 위기를 만들었다면 그 해법은 윤리에서 찾을 수 있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높은 상태의 도덕적, 윤리적 각성이 바로 인간이 만들어낸 최악의 단점들을 보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p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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