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사장 분투기 - 개정판, 자영업으로 보는 대한민국 경제 생태계
강도현 지음 / 북인더갭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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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15

자영업을 하는 분들을 만나면 보통 이런 말을 하신다. “그래도 월급 받으면서 남의 밑에 있는 것이 편한 거야.” 맞는 말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나를 비롯한 봉급생활자가 영원히 회사에서 돈을 받으면서,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우리 회사는 ‘Job sharing’ 등의 인사 정책으로 정년을 최대한 늘려서 인적자원을 관리한다고는 하지만, 많은 수의 월급쟁이들이 승진을 못하고, 압박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현상은 평균 봉급이 비교적 높은 대기업에서 더욱 치열하게 발생할 것이고, 결국 다른 회사로의 이직보다는 자영업으로의 업 전환으로 내몰릴 것이 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 하에, 자영업은 암울한 미래밖에 안 보인다. 일단,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진출해 들어와 있다. 호텔이나 테마파크 등 거대언테테인먼트 사업 같은 경우야 거대자본이 요구되니 대기업이 진출할 수 밖에 없지만, 빵집이나 슈퍼마켓, 술집 등의 요식업이나 소매업 같은 경우 대기업이 굳이 들어 올 필요는 없다. 하지만, 대기업이 유통업에 진출하면서 편의점사업 같은 소매업에도 뛰어 들어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빽빽이 들어찬 카페는 대기업위주로 경영되며, 일부 작은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카페가 있는데, 가격으로 승부를 볼 수는 없는 곳이다. 아마 주인이 아무리 장사수완이 뛰어난 가게라고 하더라도 얼마 못 버틸 것 같다.

 

 가게 주인의 경영 능력이나, 입지, 마케팅, 영업 등의 개인적인 문제는 있을 수 있더라도 이것은 과거의 자영업 생태계에 속해있는 이야기 들이다.

 

 이 책에서 얘기하는 문제의 본질을 파헤쳐 보면, 위에서 지적했듯이, 자영업자의 개인적 문제가 아닌 외부적인 요인으로 발생되는 문제가 자영업자를 위협하는 것이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이 대표적이다. 거대 자본을 투자함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보단 대기업 자체적인 여러 자회사의 위탁 관리, 교류, 브랜드 관리의 목적이 더 크다. 유통업의 큰 손의 대기업의 계열사가 작은 구멍가게를 압박하여, 편의점으로 전환시켜 자사의 먹잇감으로 삼는 것은 예전에 중세에서나 보던 봉건제의 재판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프랜차이즈 빵집은 어떤가? 그들은 자영업자의 수익에는 관심 없다. 다만, 유혹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청사진을 보여주고, 스스로 커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인테리어 자재 물류 등의 서비스로 수익을 끌어내는 것에 집중한다. 자영업자는 이것에 비용을 지불하도록 강요당한다.

 

 

 이러한 서비스나 자원 등은 지역의 시장이나, 상권에서 오는 것이 아닌 외부에서 들여오므로, 지역상권은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이러면 이것 또한 경제적으로 큰 문제가 된다.

 

 또한, 자영업자가 들어가는 부동산 문제도 큰 문제다. ‘권리금’이라는 세계 유일무이한 비공식적인 제도가 우리 나라 자영업 생태계에 자리잡고 있다. ‘용산 참사’도 이 문제에서 비롯되었듯이, 가게의 본질 적인 목적 보다 이 권리금을 획득하기 위해 임대인과 임차인이 한 판 승부를 벌인다. 물론 지는 쪽은 자영업자인 스토리다. 자영업자가 보호 받을 수 있는 법률적 장치는 우리 나라에서는 상당히 부실하다. 재벌이 아닌 소시민 중에 한 명인 자영업자는 아무리 돈 벌어도 주인이 계약 끝난 후 내 쫓으면 찍 소리도 할 수 없다. 그나마 장사가 잘 되면 다행이지만, 권리금 본전도 못 뽑고 가게를 넘기는 경영적인 수완이 부족한 일반 자영업자가 많다. 그들은 대부분 자신의 자본 보다는 대출을 통하여 자본금을 만들어 온 경우가 대부분이라, 망하면 대출을 갚지 못하고 파산하여 바로 하층민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마지막으로 어쩔 수 없이 자영업으로 뛰어들게끔 강요하는 우리 경제인적자원 구조다. 사회복지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인프라 환경에 퇴직금만 손에 쥐어진 채 앞으로 자신이 일한 것보다 더 길게 살아가야 하는 그들은 다른 회사에 취직도 할 수 없어, 빈약한 정보와 잘못된 조언으로 자영업을 시작할 수 밖에 없다. 그들 중 80%는 망한다고 이 책에 나와있다.

 

 

저자는 자영업자로 성공한 케이스는 아니다. 다만 한 번 망한 후, 완전히 폭삭 주저앉기 직전 문제점을 파악하여, 다시 겨우 일어선 경험자일 뿐이다. 그래서 더욱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가고, 정말 최대한 냉철하게 골목사장이 되는 것에 대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어 보이고, 결국 무너지기 쉬운 길에 이름을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더 명확하고 투명하게 보여줌으로 신뢰가 가고, 개인적으로 자영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필히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자세를 선배로써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문제는 역시 정부의 정책이다. 결국 외부요인이 개인적인 요인보다 영향력이 클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정치를 잘해야 한다. 그래야 행정이 올바르게 되고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작게는 자영업자에게 더욱 유리한 입장이 되는 법률적 개선 및 조치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한 정책을 꼼꼼히 살피고 그러한 정책을 지지하고 입법하고자 하는 정치인을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절대 우리가 언제까지 월급쟁이나 프리랜서로 살아 갈 수 있을런가? 우리라고 자영업의 불구덩이에 들어가지 않으라는 법은 없다. 혼자만 잘 살지 말고, 내 환경이 내 삶이 어떻게든 바뀔 수 있음을 인지하여, 우리 편의 목소리를 키웠으면, 같이 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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