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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랑하느냐고 묻거든 - 우리 시대 시인 57인이 노래한 사랑의 신작시 ㅣ 문학사상 테마시집 1
김남조.고은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사랑할 때 사랑하라
정일근
사랑할 때 사랑하라.
열 손가락이 잘려나가도
손가락 마디 하나 남아 있다면
두 팔을 내어주어도
남은 눈물이 있다면
사랑하라, 사랑이
두 눈알을 다 가져가버려도
사랑이 몸뚱이만 남겨놓아도
사랑이 남아 있다면 사랑하라
지구별에 다시 빙하기가 오고
지구가 두꺼운 얼음에 덮여
검독수리가 죽고
향유고래가 죽고
흰 민들레가 죽고
오직 외발 하나 딛고 설 땅이 있다면
사랑하라
그 땅에 한 발 딛고 서서
나머지 한 발 들고 서 있을 수 있다면
사랑하라, 사랑은
용서보다 거룩한 용서
기도보다 절실한 기도
아무것도 가질 수 없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도
사랑이 있다면 사랑하라
사랑할 때 사랑하라
예전에는 나도 이랬었지, 좋았었지, 아름다웠지 푸념이 아닌 그 순간의 존재함을 깨달았을 때,
지금의 내가 있고, 그 순간을 즐겁게 추억함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런 기억도 추억도 없이 살아갔다면, 얼마나 심히 메말랐고, 내 자신을 더 슬프게 느꼈을 것인지.
기억의 책장의 갈피를 열고 내가 살았던 공간으로 비집고 들어가는 설레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