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사회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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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4/11

 

 현대는 바야흐로, 긍정성이 넘치는 시대이다. 할 수 있다. We can do.를 외치고, 기업에서는 목표 달성을, 개개인도 자신을 이기기 위해, 자신을 뛰어넘기 위해 목표를 세우고 오늘도 땀흘리고 있다. 지금의 나도, 한달에 10권의 책읽기를 위해여, 강박관념과 함께 글을 쓰고 있다. 목표한 양의 살을 빼기위해, 혹독하게 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미래의 장밋빛 꿈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지배하는 이성과 사회에 이 책이 나왔다.

 

 시중에 나오는 거의 모든 자기계발서적들이 말하듯, 성과사회의 매커니즘은 자기를 극복하는 것이다. 나는 할 수 있다. 라던지, 타자와의 싸움에서의 승리보다 나자신과의 승리를 위한 방법, 긍정적 사고방식, 목표는 남이 아니고 나라고 많은 사회인들을 유혹하고 자유로운 강제의 길로 인도하고 있다. 억업과 강제의 규율이 지배하는 사회의 역사를 지나서 '우리는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고 뭐든지 할 수 있다'라고 믿는 경향이 있는데,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이것 또한, 자아를 억압하는 수단이 된 다는것, 규율이 지배하는 사회는 타자가 자신의 권리를 짓밟지만, 긍정성의 과잉은 자신 스스로를 무기력에 바뜨려 버린다. 그럼으로써 우울증이 현대 시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대표하는 정신적 질병으로써 나타나게 됨을 설명하고 있다.

 

 "긍정성의 과잉 상태에서 아무 대책도 없이 무력하게 내던져져 있는 새로운 인간형은 그 어떤 주권도 지니지 못한다. 우일한 인간은 노동하는 동물로써 자기 자신을 착취한다. 물론 타자의 강요 없이 자발적으로. 그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다. 강조적 의미의 자아개념은 여전히 면역학적 범주다.

 그러나 우울증은 모든 면역학적 도식 바깥에 있다. 우울증은 성과주체가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 발발한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일과 능력의 피로이다.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다는 우울한 개인의 한탄은 아무것도 불가능 하지 않다고 믿는 사회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p28

 

 어렵게 설명한 말이지만, 결국 우리는 우리 자신의 덫에 걸려 우울사회의 구성원이 되었다는 주장이다. 다가설 수 없는 목표앞에 좌절하며 우리는 얼마나 많은 무력감을 느꼈던가?  그러면서 남을 탓하기 보다는 내 탓을 하고, 자아를 위축시키게 된다.

 더 무서운 사실은 우리는 이러한 사회의 무강제적인 긍정성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여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착취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 스스로 또한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면 얼마나 자책해왔던가?

 

 "성과주체는 성과의 극대화를 위해 강제하는 자유  또는 자유로운 강제에 몸을 맡긴다. 과다한 노동의 성과는 자기 착취로까지 치닫는다. 자기 착취는 자유롭다는 느낌을 동반하기 때문에 타자의 착취보다 더 효율적이다." P29

 

 그와 동시에 피로사회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는데, 저자가 말하는게 바로 철학적 삶, 사색적 삶(Vita contemplativa)이다. 인류의 모든 활동의 철학적인 사색을 통해 발전되었다는 것을 주창하며 이러한 상태가 '한나 아렌트'가 주창하는 활동적 삶(Vita activa)에 자리를 내주기 시작하면서, 힘을 잃어가고 있고, 열심히 활동하고 노력하라는 사조로 바뀌는 추세라고 말한다. 활동하지 않는 자는 게으른 사람으로 표현되고, 성과를 올리기 위한 시대상에 미추어 걸맞는 사유라고 설명된다.  이는 긍정성과잉주의를 받들게 되고 사람들은 위의 현상을 겪게 되며 극단적인 우울증과 삶의 피로를 얻게 된다.

 

 관조의 힘, 보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이를 탈출할 방법이며,  니체의 말을 빌려 어떤 일이든 하 수 있는 긍정의 힘을 숭상하는것이 아닌 모든 것을 부정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정의 상태를 잃어버린다면 우리는 긍정의 힘만 믿고 과잉성에 치달리며, 자멸하는 길로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꼭 해야하고 이루어야 하는 의무는 없다. 무의의 삶처럼 하지 않을 권리도 인간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피로사회로 불리워지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성을 상실할 수 밖에 없다고 여겨진다. 그렇게 이해했는데, 책의 내용이 잘 읽히면서도 어려워서 내가 감당한 수준은 여기가지 다시 한번 기회가 있을 때 재독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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