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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 당신의 반대편에서 415일
변종모 지음 / 달 / 2012년 2월
평점 :
2012/4/1~4/10
평범한 일생과 분주한 여행의 구분을 스스로 없애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단순한 여행에세이이라고 보기에는 그의 여행에는 스토리가 살아있다.
우리가 보는 여행과는 다른 시간으로 여행을 바라보고 행한다. 결론은, 우리의 일상도 어찌 보면 여행을 의미한다고.
현실과 여행의 분리를 꿈꾸며 반성있는 여행을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한다는 그의 여행길에 동행하는 마음가짐으로 책을 읽었다.
"-중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에게 정성을 다해야 한다. 인생의 한순간을 함께하고 있으므로. 당신이 사랑하는 부모도, 형제도, 연인도, 모두가 인생의 아주 짧은 부분만 같이 할 수 있도록 엮인 존재들.
알고 보면 우리는 모두가 잠시 여행자. " p37
"-중략- 그렇게 대부분의 소중한 인연들을 우연히 길에서 스치는 사이보다 못하게 꾸역꾸역 이어나간다. 시간이 아닌 마음이 없던 것인지도 모른다. 산다는 것을 핑계로, 여유가 없다는 것을 핑계로 정작 내 삶의 어느 한 부분들을 아름답게 채워준 것들을 외면하고 사는 일. 그것을 외면하고 나는 자주 아름다운 것들을 기대하며 길을 나섰다. 내 곁에 소중한 많은 것들을 외면하고 나선 내가 먼 길에서 만나는 낯선 것들을 어찌 소중하게 여기며, 그 인연을 어찌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단 말인가?" p116
우리의 짧다고 하는 인생에서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있고, 그 수많은 인연중 부모와 가까운 사람들은 그 긴 시간 속에서의 찰나에 불과하더라도, 더욱 소중한 사람들이다.
"'여행을 하면 어떤 기분인가요?' 라고 누군가 묻는다. '반쯤 불안하고 반쯤은 행복하지요.'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다시 말한다.
'불안하지 않으면 행복하지도 않지요. " p73
"우리의 생을 놓고 본다면 지금 우리들의 만남은 얼마나 보잘 것없는 스침인가? 우리는 이 짧은 시간을 자주 소홀히 여겨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흘려보내 지만, 이 순간들이 이어져 끝내 삶의 전부가 되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사소하고 사소한 시간들. 설령 그들에게 내가 잊힌다 해도 나에게 이미 가득해진 그들. " p139
여행 중에 작은 감동이라도 어차피 스쳐서 잊혀질 운명이라고 해도 큰 여운을 가슴에 남겨주고 간 그들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법이다. 그들은 나를 기억못하겠지만.
"헤어지려는 그대들이여 헤어지시라. 지금 당장의 불편함이 이별보다 큰 것이라면 헤어지시라. 가만히 생각해보면 결국 이별이라는 것도 어떠한 현상일 뿐이지 않겠는가? 그대들은 이미 오래전에 헤어진 연인일 수도 있는 것이다. 오늘처럼 헤어질 그대들이 어제처럼 서로의 곁에 있다고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마음 없이 존재하는 것이 어디 존재하는 것인가? 혹 그렇게라도 존재하고 싶은 그대를 왜, 상대는 멀리하려 하는지 스스로 잘 헤아려보시라. "
p150
이미 마음속에 그대가 없는데, 어찌 그것을 붙잡고 있다는 것이냐고 다그치던 작가의 목소리.
"오래전 그날도 그랬다.
내가 당신에게 결정적으로 한 실수는 그것.
처음부터 허락 없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일관한 죄.
바로 그것. 당신 마음과 상관없이 내 마음이 출발했던 것.
분명 당신은 그러라고 한 적 없는데 자꾸만 내 마음이 커져서 모든것을 사랑으로 일관한 죄. 나의 마음을 자만한 죄.
오랜만에 다시 실수를 했다.
이것도 다 너를 닮았기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 p264
"모든 것은 꿈이다. 당신이 사랑하던 일도 당신이 추억하던 일도 모든 것은 그렇게 꿈이다.
우리는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꿈같은 일들을 꿈꾸며 현재를 살기도 하지만, 꿈은 언제나 현재를 살아내고 난 다음에야 만날 수 있는 것.
사랑하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꿈같은 사랑의 실체를 알게 되는 것처럼.
꿈같이 흘러간 시간을 알게된 다음에야 그것이 소중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처럼. " p285
그랬다. 언제나 꿈과 제일 비슷한 기억을 또는 상상을 하다보면, 그것은 과거에 이미 나에게 있었던 일이거나, 내 머릿속에 남아있던 여운같은 것일 게다.
그러면서 난 무작정 앞으로 꿈같은 날을 기대하고만 걸어가지는 않았는지, 현재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을 언젠가는
추억하게 될테니.
고심끝에 기나긴 여행을 시작하며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느릿느릿 구도자의 모습으로 여행을 시작했던 그. 여행중에 많은 생각과 깨달음과 반성이 어울어 지는 가운데, 여행속에서 반성을 하게 된다는 그의 태도에 나도 감명을 받았다. 여행을 통해 세상을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찾을 수 있는 답이 있다는 것이 정답인 듯하다. 온갖 상념 끝에 마지막은 조심스럽지만 작은 희망으로 마무리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