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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의 초급반 - 열두 번의 낮과 밤, 매일의 공부와 기록
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평점 :
남궁인 작가의 이전 책과는 사뭇 다른 호흡과 문체. 어떻게 보면 제법 낯설 수 있겠지만 또 다르게 보면 '남궁인 작가 책이네' 할 수도.
딱 나리타 공항에 도착할 때 부터 다시 서울로 돌아올 때까지 12일을 다루고 있다.
많은 여행 책들을 읽었지만 어학연수 책은 드물고 그 중에서도 2주간의 어학연수를 여행 책이랍시고 낸 사례는 없었다.
'설마 어학연수라고 하고 여행기'를 썼겠지라고 하면 오산. 진짜 어학원에서 공부하고 밥먹고 술먹고 이동하면서 그가 외부와의 세계로부터 느낀 내면을 느낀 게 전부다.
제일 부러웠던 것은 같은 날을 보내면서도 그냥 시간을 흘러보내지 않고 장소를 옮겨가며 밥먹고 그가 제일 좋아하는 맥주를 마시는 것을 거의 1일에 한 번씩 즐긴 것. 아마도 한국에서의 의사생활에서는 전투적인 나날을 보내는 시간이 많기에 어려우리라.
2주간 만났던 모든 사람과 모든 음식 메뉴와 모든 카페가 담겨있고 그가 공부한 모든 것도 담겨있다. 12일이라는 시간이 어찌 보면 짧기도 하거니와 평범할 수도 있는 일상인데, 단지 그가 한국에서 온 외국인이라는 입장으로 완전히 일상이 아닌 특별한 경험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런 2주 휴가 동안 일본어 공부를 하러 간 사람이 없진 않았겠지만 단순히 단기 학습 대신 여행을 즐기고자 한 사람은 있을텐데 어학원에 등록하면서 어학 자체를 목적으로 온 사람은 극히 드물 것.
나 또한 1-2달 간의 어학연수를 꿈꾼 적이 있다. 중남미에 대한 동경이 있어서 (아직 여행을 못다녀옴) 여행을 하게 되면 단순히 여행지를 다니는 것이 아니라 한 곳에 머물며 스페인어를 배우고 그걸 쓰면서 즐기겠다는 다짐을 했었지.
먹고 살다 보니 그 다짐은 조금씩 희미해졌지만 아직 잊지는 않았다. 이 책을 통해 나도 다시금 희망을 얻어본다. 그리고 그 기회를 가능한 빨리 노려보리라 다시 각오를 세워본다.
단순히 서사 대로 작가를 따라 이동했을 뿐인데, 특별한 이벤트라는 것이 발생한 게 없지만 혼자서 맛있는 음식을 시원한 맥주와 함께 즐길 수 있음을 나도 이입해서 느껴보니, 이런 식으로 글을 써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활발히 사람들을 대하는 성격은 아니었겠지만, 일본에 왔으니 진짜 일본어를 사용하고 일본인 처럼 지내보는 경험을 만들어가는 것 자체는 나도 많이 따라해봐야겠다 싶었다. 여행업에도 종사해봤고 여행을 적게 다닌 편은 아니었던 나도 그런 노력을 많이 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다음에는 꼭 동네에 뉴비는 아닌 것처럼 살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