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 인 더 게임 Skin in the Game - 선택과 책임의 불균형이 가져올 위험한 미래에 대한 경고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김원호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인세르토 시리즈 마지막 책.

아직 그의 시리즈를 모두 읽어 보진 않았지만, 그의 저서를 읽으면서 책 읽기가 점점 두려워졌다는 것은 사실이다.

내가 읽은 것 중 일부 책의 내용이 사실을 근거로 쓴 주장이 아니라, 진정성이 없는 쓰레기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과,

내가 알고 있는 전문가가 진정한 전문가가 아니라, 권위의 뒤에 숨어 있는 가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게 되면 우리가 알 만한 다양한 학자들(노벨상을 수상한 사람들을 비롯하여)이 사정없이 저자에게 부실한 이론으로 까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독가는 아니지만 그렇게 회의론적인 시각이 뛰어나지 않은 나는 비판적 독서가 쉽지 않다. 그러나 꽤 다양한 책을 읽어 오면서 영 별로인 책들은 걸러내면서도 더 많은 독서를 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지만, 기준 없는 독서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중에게 인기 있는 '블링크'와 '아웃라이어'의 말콤 글래드웰과 '괴짜 경제학'의 스티븐 래빗을 까 따봉을 받았던 스티븐 핑커가 그에게 까였다는 사실을 지금에야 알게 되었으니 나는 아직 멀었다. 더 많은 독서가 필요하다.




그동안 블랙스완과 같이 불확실 한 것들과 운, 확률, 인간의 심리적인 결점, 리스크 과소평가 등 작게는 투자에서부터 많게는 인류의 역사를 바꾼 선택들에 적용되는 어려운 요소들을 명쾌하고 회의적으로 다룬 그의 책을 사이다처럼 소화했는데 이 마지막 책을 통해 그가 하고 싶은 얘기는 무엇일지 궁금했다.

'스킨 인 더 게임'은 언제였는지 생각이 나진 않지만, 영어 관용문을 공부하다 알게 된 용어인데, '자신이 책임을 안고 현실에 참여하라'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번 마지막 시리즈 책에서 다루는 주요 키워드는 바로 '책임'과 '균형'이다. 지금까지의 책의 내용을 좀 높이 올라가서 바라보는 것이랄까.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들 중 인간이 겪는 문제의 거의 모든 것들이 바로 책임의 부제와 불균형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역사가 기록되었을 때부터 가짜 지식인이 탄생하여 현대에 이르기까지 자기들이 그저 생각한 이론을 가지고 현실을 설명하려고 하고 모든 현상이 변한다는 동태적인 환경을 무시하고 모든 것이 변하는지 않는다는 가정(정태적) 하에 이론을 만들어 붙이는 것부터 잘못되었다. 나는 왜 대학 때 이런 모순된 지식에 대해서 의문을 품지 않았는지 진짜 공부 안 하고 놀았구나.

그리고 소위 전문가나 의사 결정자들이 하는 모든 주장이 그것이 잘못될 경우 책임을 지지 않고 손실이 날 경우 타인에게 전가하는 행태가 비합리적임에도 현재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아주 대중적으로 이 현상은 퍼져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투자 컨설팅부터 시작하여, 경제 전반을 다루는 경제학자들을 넘어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에 정치인들까지 가세한다. 제일 심각한 것은 사업의 최상층부의 최고경영자들이다. 2008년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책임지고 바닥에 머리를 찧어 박아도 부족할 리먼브라더스와 AIG 등의 금융사 임원들과 이사회는 자기 자산의 손실 하나도 없이 무사히(?) 넘어갔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업에서 어떤 사고가 날 때 말단 직원은 당연히 문책을 당하고 기업의 총수들은 죄송하다는 말로 끝나는 것은 기본이요, 일반인이 저지르기 힘든 배임과 횡령죄를 짓고 특사로 풀려나는 경우는 흔하다.

본인에게 책임은 없으면서 일일이 간섭하는 간섭쟁이들과 시스템 이론과 데이터로 무장했지만 실험으로 연결하지 못하는 과학자들, 책임지지 못할 것이면서 말만 앞세운 정치인들은 언제든지 자기 말을 씹어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반면에 일반인들은 대부분 자기가 한 일에 책임을 진다. 아주 극소수의 부류는 리스크를 짊어지고 자신의 목숨을 걸고 기존의 낡은 이론을 뒤엎는 혁명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렇게 책임에 대한 불균형이 누구냐에 따라 심해진다는 것을 책에서 밝혀낸다.



위에서 언급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도표와 그래프와 이해하기 힘든 이론을 설명하는 대신 역사의 사례들과 이론만을 주장한 학자들을 논파하는 반대파의 실용적인 내용들, 저자 본인과 동료들이 직접 행한 실험 결과 등을 가지고 흥미롭게 책의 내용을 풀어내었다.

이론을 설명하는 논문 스타일이 아니라, 큰 주제 안에 작은 주제로 이루어진 19가지의 에세이로 이루어졌기에, 긴 호흡을 가지고 읽지 않아도 괜찮다.

역사적인 철학자들의 잠언들과 실례 역사 기록의 사례들,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우화, 현상을 비판하는 고전들의 내용이 나와 어려운 내용을 다루기는 해도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진실과 가짜, 악보다 어쩌면 더 나쁠 수도 있는 위선, 진정한 용기와 분별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 것은 덤이다.

개인적으로 컨설팅이 업인 사람이라, 책을 통해서 나 또한 태도를 다시 고쳐서 내가 하는 일의 사명이 무엇인지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시간은 무엇이든 극복할 수 있다는 것.

책에는 '린디 이론'이라는 것이 나온다. 오랫동안 사랑받고 살아남은 책은 그만큼 앞으로도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박혀 있을 확률이 높듯이 아무리 권위를 가지고 떠들어도 기대수명이 짧은 것들은 쓰레기가 된다는 말이다.

시간이 보증하지 못한 주장을 가지고 전문가라고 떠드느니 오랜 기간 뒤에도 가치가 여전할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자는 다짐을 해본다. 참고로 저자는 25년 간 버텨서 살아남았다고 한다. 그의 논리도 아직 유효하다는 것이다.

책의 세부적인 내용은 하나하나씩 글을 통해 풀어 가려고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