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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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이 문명을 만들게 하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생존을 할 수 있도록 공헌한 사실은 한곳에 같이 모여 사회를 이루고 도시를 형성하였다는 것이었을 것이다. 

인간은 본인들의 지식, 문화, 기술을 심혈을 기울여 도시를 만드는 데 사용했고, 도시는 그런 인간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다시 새로운 세대가 역사를 배우고 학습하고 새로운 문명을 만드는 요람이 되도록 일조했다. 

<알쓸신잡 2>를 비롯하여 방송과 다양한 강연, 칼럼, 에세이로 유명한 건축가 유현준 씨는 전작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이런 인간과 도시의 관계, 도시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 설명했다.


https://blog.naver.com/royce249/220547072280


지난 저서가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물론 약간의 미래 도시를 그리는 부분도 일부 있지만) 금년에 나온 <어디서 살 것인가>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공간이 과연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현대의 도시를 만드는 건축이 사람을 중심으로 놓는 것보다는 효율성과 경제성, 유행의 위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건축의 다양성이 멸종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언급한다.

따라서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우리가 어떻게 건축에 대한 생각을 가지면 앞으로 좀 더 사람 중심의 도시를 만들 수 있는지를 알려주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다. 



과거 100년 전의 학교와 현재의 학교는 변한 것이 전혀 없다며 마치 이 공간은 교도소와 같은 교정 시설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공간 구조라는 문제의식이 소름 끼치는 사실임에 틀림이 없다. 


만약 우리가 사는 도시가 아름답지 않다면 그것은 어느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그 안에 사는 많은 사람의 건축적 이해와 가치관의 수준이 반영된 것이다. 좋은 도시에 살고 싶은가? 나부터 좋은 가치관을 갖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P083


한 블록 건너 공원이 위치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정주 공간 외적으로 타인과 직간접 교류가 있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여전히 최초의 신도시라고 불리는 강남마저도 충분치 못한 녹지 공간, 그것도 담벼락으로 막혀 있어, 충분히 개인이 공용 공간을 이용하는 것에 어려움을 두고 있다.

그나마 고소득층들은 넓은 사적 공간을 누리지만, 저소득층은 복잡한 가족구성원과 좁은 개인 공간으로 인해 타인의 시선을 차단해서라도 자산만의 정신 공간을 확보하고자 하는 후드티로 대표되는 힙합문화가 쉽게 확산 되었다.   

그만큼 아직 우리나라는 비록 작은 개인 공간에 거주하긴 하지만 타인과 마음 편하게 공유할 수 있는 공원, 광장과 같은 공간이 상당히 부족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과거에는 거리를 걷기만 해도 볼거리로 가득했던 다양한 이벤트가 있던 상점과 음식점이 있지만, 최근에는 임대료의 상승, 아파트의 담벼락, 점차 넓어지는 자동차 전용도로 등의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으로 점차 밖에 다니는 즐거움을 갖는 문화가 아닌 배달을 시켜 먹고 나만의 좁은 공간에서 생활을 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그러나 홍대, 경리단길, 가로수길, 요새 핫플로 뜨는 익선동 같은 경우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더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바로 사람 중심의 골목길이 좁은 소로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개인주의가 확산돼도 사람들이 부딪치며 바글 되는 공간은 충분히 가치가 유효하다는 것. 그러나 이런 공간은 점차 도시재생이라는 명분에 해체가 되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한다.



과거의 용도가 다했음에도 새로운 상업 용도로 생명이 연장되는 건축물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요새 유명한 성수동 카페 골목은 과거에 성수동 준공업 지역에 위치한 공장이나 창고를 개조한 여러 상점들이 눈에 띈다. 이렇게 특별한 이벤트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유난히 핫한 곳을 즐기는 젊은 세대들에게 환영받는다. 멀리 보면 첼시 마켓이나 테이트 모던이 원조다.

다만 저자는 다소 아쉬운 점을 꼽았다. 바로 다른 나라의 잘 된 사례를 가지고 와서 우리나라에 적용하고 모방하려는 것이다. 과거 경부고속도로를 시작으로, 각종 개발 사업은 타국의 사업을 본떠 맞춘 것이다. 

개발뿐만 아니라 이제는 관광 콘텐츠도 '코리아 세일 페스타'라고 흉내 내거나 공간 재생도 뉴욕의 하이라인 고가공원을 본 떠 서울로 7017 프로젝트를 완료하였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아쉬운 사례다. 저자는 우리나라 공간 특성상 독창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를 원하고 그런 매력 포인트가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 본다.



책에 대해서 다소 아쉬운 점도 언급하고자 한다. 미래의 도시를 바라는 독특한 저자의 시각은 당연히 존중받아야 하나, 전작에 비교해서 말하고자 하는 요지가 일부는 현실적이지 못한 부분도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저자가 이미 언급했다시피 사회적 합의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의견 피력을 고취시켰지만, 사실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정책과 시민 사회의 참여만으로는 적극적으로 개입하더라도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하게 될 것이니까. 

공간은 공용공간이지만 이미 주변 부동산을 사적 소유하는 사람들에 의해 저항을 받거나 진행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당연히 사유 재산에 해당되는 사적 부동산에 대해서는 적용하기 어렵다. 공익보다는 사익이 우선시 되는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까지 책에 반영하는 것은 상당히 책의 취지와 의도를 넘어서는 일이기에 저자도 알면서도 언급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업계에서 종사하는 나로서는 다소 희망찬가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로서도 삭막하고 획일화된 물리적인 공간을 가진 괴물 같은 도시가 만들어지는 것은 절대 반대한다. 정부는 계획을 짤 때 시민이 본인들이 낸 세금이 들어가는 일이기에 좀 더 나은 사회와 도시를 만들 수 있도록 참여하게끔 토론, 공청, 교육,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되도록 공용 공간만큼은 많은 시민들이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건드리지 못하는 부분은 어렵더라도 공익을 부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은 저자가 원하는 세상, 공간으로 인한 갈등이 줄어들고 화목하게 하는 건축이 존경받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비록 효율과 수익을 무시할 수 세상이지만 나도 내가 한 시민으로서 그렇게 할 수 있는 역할을 의무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려고 한다.


새로운 기기가 발달하면 우리 삶의 모습과 공간의 의미가 달라진다. 이 변화의 시기에는 어영부영하다가는 우리가 공간을 만들기보다는 신기술이 만들어 놓은 공간에 조종만 당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우리는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건축 공간이 만들어 내는 환경의 본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우리 스스로를 제대로 쳐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P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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