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제국주의 - 누가 블록체인 패권을 거머쥘 것인가 ㅣ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40
한중섭 지음 / 스리체어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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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년 비트코인 광풍이 불었을 때 비트코인에 투자하거나 혹은 암호화폐 전반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상에서 박상기의 난으로 불린 대폭락 사태를 겪고 대다수의 불나방 같은 투자자들은 판돈만 잃고 떠났다. 나는 그 후에도 카페를 들락거리면서 추이를 지켜보았는데 비트코인 뿐 아니라 다양한 알트코인이 생겨나고 사그러지고 또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지금 같은 과도기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에서도 리브라라고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한다고 하는 뉴스를 봤다. 이런 시기에 딱 맞춰 좀 더 학문적으로 비트코인을 들여다봐도 되지 않을까 싶을 때 나온 책이 '비트코인 제국주의'다. 이 책은 비트코인으로 대변되는 암호화폐에 투자를 하냐 마냐하는 투자서가 아니다. 비트코인을 제국주의의 입장에서 풀어낸 경제/경영서이다. 현대사회는 무력이 아닌 돈으로 전쟁을 한다고 한다. 오늘도 미국과 중국은 관세문제를 놓고 한판 붙었고 우리나라와 일본도 경제 전쟁을 하는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국주의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과거의 전쟁이 땅따먹기 양상이었다면 현대의 전쟁은 무역으로 대변되는 돈으로 이뤄진다. 또한 이미 유럽은 미국에게 졌고 세계는 미국과 중국 이 두 나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있기는 하나 내가 보기에도 중국쪽에 붙기 보다는 미국쪽으로 돌아설 것 같다. 역사적으로 미국에 반기를 들고 살아남은 국가가 없다. 미국의 무역제재가 한 번 들어가면 그 나라 경제는 파탄이 난다. 그렇다면 미국은 비트코인에 대해 어떤 생각일까? 미국은 달러를 찍어내는 기축통화국이다. 이 사실만 보면 미국은 비트코인에 반대할 것 같다. 그러나 저자는 미국이 오히려 비트코인을 달러의 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금 같은 대체 자산으로 생각한다는 것이고 새로운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이미 국가 차원에서 미래 화폐가 될지도 모르는 비트코인을 선점하고 있다. 미국 유수의 기업들, 스타벅스나 페이스북, 월마트, IBM같은 곳들도 이미 암호화폐의 미래 가치에 대해 연구하고 상당한 진척을 이뤘다는 팩트가 놀랍다.

 

나는 스타벅스의 리워드 제도, 스벅의 어플 등에 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스타벅스앱에 돈을 예치한 고객들의 예치금이 12억 달러로 미국 웬만한 중소 은행보다 많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뿐만 아니라 미국내 스타벅스 모바일 페이 사용자수가 구글 페이나 삼성 페이의 두 배가 넘는다니 스타벅스가 글로벌 비트코인 은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정말 자사의 시스템을 잘 이용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전세계 17억명은 은행계좌가 없고 그 중 67퍼센트는 모바일 기기를 사용한다고 한다. 그들이 스타벅스 은행의 고객이 되기란 너무 쉬운 일 아닌가?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는 정치 경제적 낙후성 때문에 비트코인의 인기가 많은 나라인데 은행 계좌가 없어도 금융수요는 충분하므로 비트코인이 좀 더 활성화되면 가치가 없는 자국의 돈 대신 안정화된 비트코인을 이용하고도 남을 것이다. 돈다발을 수북히 가져가도 햄버거 하나 사먹을 수 없고 오늘 우유값과 내일 우유값이 다르다는 얘기는 뉴스에서도 봤다. 아.. 이 얘기는 참 가슴 아프다. 일본의 경제 침략으로 나라가 어지럽고 환율이 급등하고, 동시에 주가는 내려간 오늘만 봐도 하나의 국가가 이루는 화폐 가치란 결국 달러 대 자국 통화인데 우리나라 돈이 가만히 있어도 대외적으로 한국돈의 가치를 낮게 쳐주면 내 노동력이나 자산은 어이없이 무너질 수 있다.

 

그리고 비트코인 역시 강자독식이라는 제국주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먹이감이 될 거라는 게 이 책의 우울한 전망이다. 그나마 우리나라가 살아남으려면 비트코인을 투기와 암호기술로 이분화하지 말고 그 자체로 들여다보고 다른 선진국처럼 빠르게 선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모든 기술이 그렇듯이 신뢰를 얻으면 그 때부터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니 서두르라는게 저자의 조언이다. 나 역시 이제는 현금을 거의 들고 다니지 않는다. 몇 년부터는 신용카드만 지갑에 있고 그나마 신용카드도 없이 각종 페이나 어플만 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마차에서 자동차로의 변화, 현금에서 신용카드로의 변화 모두 처음에는 신뢰를 얻지 못했고 규제가 심했다.

 

투기 광풍 세력에는 단호히 대처해야겠지만 세계화폐가 될지도 모르는 암호화폐 세계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민 개개인은 물론, 국가차원에서의 투자와 연구가 더 필요해보인다. 지금 우리나라는 우버 같은 차량공유 제도를 택시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막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게 얼마나 갈까 싶다. 마치 에어비앤비나 다른 공유서비스처럼 어느날 전세계인이 거의 다 쓰는 일상 서비스가 되고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는 날 분명 규제는 바뀔 것이고 그 때는 너무 늦어 글로벌 기업에 잠식당할 위험이 크다.

 

다른 책에서도 봤는데 달러의 가치는 이미 5%정도밖에 안 남았다고 한다. 미국이 달러를 대신하는 미래의 화폐로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준비한다면 우리나라 역시 늦지 않게 대처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와 일본의 무역전쟁을 보면서 상상력이 전혀 없는 정책이 얼마나 위험한가 실감한다. 수많은 소재와 기술을 일본에 의지하고 대체재도 없이 공장과 설비를 늘리고 장미빛 미래만 생각했다면 무서운 일이 아닌가? 강대국은 언제고 우리의 뒤통수를 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미국, 중국은 미래의 화폐 패권을 놓치지 않을 것이고 국가가 신기술에 둔감하면 국민들의 재산권과 주요기업이 다 위험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은행계좌가 없는 17억명의 인구, 그 중 3분의 2는 모바일 기기를 사용한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스타벅스 및 몇몇 미국기업은 세계의 은행이 되고자 움직이는 세상이다. 나도 스타벅스 커피 마시지만 삼성을 응원하고 싶다. 빨리 뭐라도 개발해서 뒤처지지 않길 바란다. 물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도 계속 지켜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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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헤리엇이 사랑한 동물들 ㅣ 수의사 헤리엇의 이야기 7
제임스 헤리엇 지음, 김석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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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헤리엇이 사랑한 동물들'은 수의사인 주인공이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화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에세이와 소설 그 중간쯤에 있다. 영국사람인 저자는 수의대를 졸업한 후 대러비라는 시골마을에서 평생 수의사로 살았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50세부터 '수의사 헤리엇의 이야기' 시리즈를 내기 시작했는데 저자 타계 후에 아들이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모하며 엮은 게 이 '수의사 헤리엇이 사랑한 동물들'이라고 한다.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각종 애완동물을 키워봤기 때문에 저자인 수의사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지금도 18살이 된 고양이를 키우고 있고 노령묘라 동물병원에 2년째 다니고 있어서 수의사와 아픈 동물의 생활에 비교적 빠삭하다. 병원 의자에 앉아서 10분만 있어도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오래된 털실 인형같은 강아지들을 안고 들이닥치는데 한 눈에 봐도 많이 늙었고 백내장 등으로 눈동자가 하얗거나 절뚝이며 걷는 등 가여운 아이들이 많다. 하지만 재밌는 건 아무리 볼품없어도 주인에게는 한없이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이고, 개나 고양이들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다. 자신들은 부모나 다름없는 주인의 둘도 없는 귀동아이라는 것을, 병원은 가기 싫지만 왠만큼 익숙하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는 애들이라 아무리 봐도 시간가는 줄 모른다. 각자의 주인과 그 반려동물은 다 하나의 스토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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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엇이 활동하던 시절은 1930~40년대이다. 변변한 약은커녕 페니실린도 아직 안 나온 때라고 하니 그 열악함은 말할 수 없다. 게다가 그는 시골에서 일하는 수의사이다. 주로 암양이나 말, 소 등을 돌본다. 지금의 수의사들이 개와 고양이를 주요 고객으로 하는 것과 전혀 다른 환경이다. 동물이 덩치가 크고 시골이다보니 대개는 왕진이다. 밤이고 낮이고 없이 전화가 울리면 왕진을 가서 어떻게든 고쳐놔야한다. 예전에 내 과외 선생님이 수의학과라서 큰 동물을 검진했던 경험을 직접 들은 적이 있다. 선생님 말해준 방법이 헤리엇이 하는 방식과 똑같아서 흥미롭게 읽었다. 새끼를 낳아야하는 어미소나, 말, 양 등은 주로 출산과 관련된 어려움을 겪는데 헤리엇처럼 내 옛날 선생님도 팔을 동물의 몸안으로 쑥 밀어넣어서 촉진으로 알아봤다고 한다. 들을 때는 끔찍했는데 책에서 헤리엇이 하는 방식을 보니 역시 그 방법이 사실이었구나 싶었다. 또한 수의사의 섬세한 감각으로 자리를 잘못 잡은 새끼들을 어미 자궁 안에서 엉키지 않게 머리와 다리 가지런하게 해서 빼내고, 오랜 시간 추운데서 웃통을 벗고 진찰과 치료를 하는 바람에 팔에 감각조차 사라진다는 글을 읽을 때면 정말 극한직업이구나 싶었다.

'수의사 헤리엇이 사랑한 동물들'에는 그가 특별히 기억하는 10마리의 동물들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책은 헤리엇 시리즈 7권 중 별책의 제일 마지막권이라고 한다.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생명과 관계되어있고 경험에서 우러난 글이라 극적이고 생생하다. 마치 시트콤이나 일일 드라마 보는 느낌도 드는데 영국 BBC에서 TV시리즈로도 제작되었다고 하니 과연 그랬겠구나 싶다. 이 책에는 이야기만 실린 것이 아니고 특별한 삽화가 매 챕터마다 함께 한다. 레슬리 홈즈라는 삽화가의 그림인데 사실 세련되고 아름답다기보다 푸근하고 클래식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소설 자체가 1930년대 배경이니 당연히 요즘의 그림풍보다 이야기에는 훨씬 잘 어울린다.

동물을 사랑한 수의사 헤리엇과 그가 겪은 다양한 농부들, 주민들의 생활상은 지금과 너무 달라서 영국 시골을 경험해보지 못한 내게도 일종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농부들 중에는 너무 거칠고 무신경해서 저런 사람이 다 있을까 싶은 부류도 있지만 오래 키운 늙은 암소가 필요없어져서 팔았다가도 그 암소가 다시 집으로 도망쳐 돌아오자 도로 받아주고 키우기로 하는 사람도 있었다. 농부들은 생계를 책임지는 일로 동물을 키우지만 역시 생명인지라 키우다보면 정이 들고 마는 것이다. 도로시라는 염소가 주인 할아버지의 고무줄 팬티를 삼킨 이야기도 웃기고 경마 도박 중독인 할아버지가 뻑하면 멀쩡한 개를 아프다고 주인공을 호출하는 모습도 재미있다. 일일히 이름을 붙여서 양이나 소를 키우고, 그 동물들이 아프면 크리스마스도 없이 득달같이 달려가는 수의사가 있는 마을. 책 속에 펼쳐진 요크셔 대러비의 아름다운 풍경을 상상하는 것도 덤으로 얻은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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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짝꿍 ㅣ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50
브라이언 콜리어 지음, 이순영 옮김, 모 윌렘스 기획 / 북극곰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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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짝꿍은 모 윌렘스의 '코끼리와 꿀꿀이는 책을 좋아해' 시리즈 중 4권째에 해당한다. 처음부터 읽었으면 바로 이해가 갔겠지만 나는 이 시리즈의 가장 최신작을 제일 먼저 보게 되었으니 모 윌렘스가 누구인지 잠깐 찾아보았다. 아, 모 윌렘스도 무척 유명한 동화책 작가로 칼데콧 아너상과 에미상을 여러번 수상했다고 한다. 이 사람이 기획자가 되어서 다른 동화책 작가들과 책을 낸 것이 이 '코끼리와 꿀꿀이는 책을 좋아해' 시리즈였다. 북인북 형태로 책장을 열면 화자로 코끼리와 꿀꿀이 캐릭터가 등장한다. 둘이서 '환상의 짝꿍' 책을 펼치고 독자와 함께 책을 읽는 식이다. 어린이책인데 액자식 구성이라니 신선하다! 물론 코끼리와 꿀꿀이는 모 윌렘스 작가의 대표 캐릭터이다.

 

 

'환상의 짝꿍'은 신발을 고르는 내용이다. 신발을 의인화해서 서로 자기를 신어달라고 난리다. 주인공 어린이로 흑인이 등장하는 것도 새롭다. 배경이나 컬러링 색감도 다소 어두운 편인데 이런 색감의 동화책은 흔치 않다. 아이가 4살만 되어도 자의식이 생겨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이 뚜렷해진다. 우리 조카도 만4살인데 유치원 갈 때마다 자기가 신고 싶은 신발을 고른다고 한다. 주인공 여자 어린이도 심혈을 기울여 오늘의 신발을 고르고 있다. 바로 아빠와 데이트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왠걸 짝짝이 신발을 골라서 신고 나가네? 갑자기 이 여자아이의 남겨진 신발들은 난리가 난다. 주인이 짝짝인 줄도 모르고 신고 가는 줄 알고 말리려고 총출동이다.

주인공 여자아이는 오른쪽 하나, 왼쪽 하나 골랐으니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신발 입장에서는 짝꿍이 아닌 걸 집었으니 용납할 수 없나보다. 빨리 막아야 한다고 난리법썩이다. 이 동화책의 클라이막스다. 신발의 생각은 일반적인 상식을 대변한다. 짝이 있는 물건은 맞춰서 입거나 신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어린이의 생각은 다르다. 아이는 알면서도 일부러 짝짝이로 신고 나간 것 뿐이다. 그 이유는? 이건 스포일러가 될 거 같아 비밀로 남겨둔다. 남들을 따라가는 것, 상식적인 것은 편하지만 자라나는 아이의 창의력을 꺾을 수도 있다. 이 동화책은 꼭 남을 따라할 필요가 없이 자기의 논리대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물론 딸과 아빠의 사랑스러운 하루를 엿볼 수 있는 것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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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삶도 틀리지 않았다 -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불안한 이들을 위한 나답게 사는 법
박진희 지음 / 앤의서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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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을 받는 안정적인 직장을 놓칠 수 없지만 지금 하는 일은 계속 하기가 괴롭고 서울살이가 지겹지만 사는 곳을 쉽게 옮길 수도 없다.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나 하나만이 아니기에 요즘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에 관한 에세이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다만 이 책은 그 소재가 '제주'로 한정되어 있다. 총 9명의 인터뷰가 실린 '누구의 삶도 틀리지 않았다'는 서울 혹은 타지역에 살다가 여러 이유로 제주도로 거처를 옮긴 사람들의 사연에 집중한다. 저자 역시 10년 넘게 서울에서 에디터를 하고 잡지사 기자를 하다가 스페인 카미노 순례길에서 만난 남자와 결혼, 제주도에 정착한 케이스이다.

 

 

 

제주 한달살기 열풍이 불 때도 그랬지만 한풀 꺾인 지금도 제주도는 내 로망의 장소이다. 제주도에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딱 한 번만 가고 만족한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생각보다 넓은 섬 제주는 한 번 여행으로 샅샅이 볼 수가 없다. 제주에서 정착을 못할 지라도 좀 길게 여행하고 싶은 사람은 너무나 많을 것이다. 이 책의 인터뷰이들은 여행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서 아예 제주도에서 직장도 구하고, 프리랜서라면 일거리를 구해서 정착한 사람들이다. 당연히 서울에서 일하던 직업은 전직이 되고 대부분은 새로운 일, 새로운 경력을 시작했다. 그 점이 흥미롭다. 지금하는 일 그만두면 앞이 다 막막하고 앞으로 뭐해서 먹고 사나 걱정이 끝이 없는데 이 9명의 용기있는 사람들은 일단 저질렀다. 퇴로를 차단했다고 봐야한다. 남의 일이니까 그렇지 다 버리고 가는 그 결단에 식은땀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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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들을 '나다움을 지키기 위해 편하고 안락한 것들을 포기한 사람들, 조금 다른 길을 가고 있어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도닥이는 사람들, 하지만 절대 게으르지 않고 정직한 노동을 하는 사람들'로 소개하고 있다. 이분들이 뭐해서 먹고 사나 좀 더 직업을 살펴보면 놀랄만큼 다양하다. 제주도에서 3년째 일용직 날일을 하며 지낸다는 태호씨, 무명서점이라고 아예 자기가 서점을 차려서 주인이 된 정원경씨, 운동선수와 트레이너로 살다가 제주의 한 호텔 룸메이드로 전직한 은경씨, 여전히 직장에 다니는 로사씨 등 삶의 이력이 다른 만큼 직업도 다 다르다. 막연히 제주도 가면 카페나 빵집, 게스트하우스를 하면서 살아야 하나 생각했는데 의외로 다양한 일이 있었고 나름의 벌이가 되었다. 하지만 인터뷰이들이 다들 하는 말이 서울에서 월급받는 만큼은 절대 안된다는 것, 제주도에서도 직장을 다닐 수 있지만 서울에서 다닐 때처럼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게 싫다면 프리랜서로 혹은 스스로 사장으로 살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다만 공통점이 있다면 다들 예전에 하던 일에는 학을 떼고 있었고 더 이상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 인생을 소모하기는 싫어했다. 그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견뎌가며 새로운 일에 적응을 하고, 아마도 서울에서처럼 편하지는 않을 집에 연세로 살면서 제주에 적응하고, 다소 무뚝뚝한 제주 사람들에게도 적응하면서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퇴근후와 주말에는 완벽한 여가를 즐기는 생활로 변화된 삶을 살고 있었다.

 

 

어떤 삶을 선택해도 후회가 없을 수는 없다. 프리랜서가 되면 직장 다닐 때 일정하게 들어오는 월급이 그리울 것이고,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제주로 직장을 옮기면 대개 반쯤으로 줄어든 벌이에 우울할 수 있다. 그래도 저녁과 주말이 있는 삶을 살고 평소 배우고 싶었던 취미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책장을 넘기며 나는 주인공들이 참 부러웠고 '아, 이렇게도 살아지는구나', '인연을 이렇게 만날 수도 있구나' 신기하기까지 했다. 책의 마지막 챕터에는 저자가 소개한 제주살이 정착 tip도 나와있다. 집 구하는 법, 일자리 구하는 법, 주민과 친해지는 법, 음악이나 미술같은 예술로 먹고 사는 법 등이 깨알같이 나와있다. 모든 정보가 실제로 그렇게 해 본 사람들에게서 나온 것이라 바로 써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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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도 그렇게 얘기했지만 나도 제주도에서 사는 것만이 현재의 삶을 바꿀 방법이라 생각되지는 않는다. 장소는 어쩌면 이들에게 일종의 계기에 불과할 것이다. 주인공들도 지금 제주도에서 이런 저런 일을 하면서 살지만 그게 60, 70대까지 이어지리라고 장담하는 사람도 없다. 다만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과 이처럼 다양한 선택지를 보면서 열심히만 산다면 삶에 정해진 답은 없다는 것, 먹고사는 문제 역시 하려고만 한다면 어떻게든 헤쳐나갈 수 있다는 것에 용기를 얻었다. 결국 자신의 행복은 스스로 챙기는 수밖에 없는 것인데 하기 싫은 일을 평생 하며 건강과 정신을 갉아먹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으니 다들 빨리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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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정확한 노자 도덕경
김준곤 지음 / 아우룸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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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만 생각해서 정작 읽어본 적이 없는 책이 공자의 논어, 노자의 도덕경이었는데 여름이 되고 보니 한문으로 시처럼 써진 우아한 글이 읽고 싶어졌다. 심지어 처음에는 도덕경이라는 뜻을 몰라서 도덕적인 이야기를 묶어놨나보다 생각했는데 중간쯤 읽고나서야 1~81장까지 이뤄진 도덕경은 1~37장까지는 도경, 38~81장까지는 덕경이라고 부르고 그걸 합쳐서 도덕경이 된다는 것이었다. 경(經)이란 용어도 빼어난 현인들이 남긴 어록이나 저서를 높이는 말이라니 정말 도덕경에 대해 번짓수를 잘못 알고 있어도 한참 잘못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노자의 도덕경이라고 부르고는 있으나 정확히 말하자면 전국시대에 걸쳐 많은 노자 그룹의 사람들이 내용을 보완해서 만든게 오늘날의 도덕경이 되었다고 하니 노자 한 사람만의 저술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노자란 인물 자체에 대해서도 언제 태어나서 활동했는가에 설이 분분해서 막상 책을 읽으니 '쉽고 정확한 노자 도덕경'이라고 쉽게 나왔다고 강조하긴 하나 역시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웃어버렸다. 다만 한문에 익숙하지 않은 다수의 독자들을 위해 한글 번역을 먼저 싣고 한문을 나중에 실었다는 점, 한문 역시 해석이 가능하도록 주요 한자에 음과 훈을 달아서 원하는 독자들은 스스로 그 뜻을 읽고 헤아리게 할 수 있었다는 점은 이 책을 장점이라 할 만하다.

나는 한자를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모르는 것도 아니어서 내가 아는 문구는 읽으려고 노력하며 봤는데 중간중간 홍콩영화가 연상되는 사자성어가 나와서 재밌었다. 예를 들어 7장의 천장지구는 하늘과 땅은 영원하다는 의미이다. 노자는 하늘과 땅이 영원하다는 이유로 그것들이 자신의 이득이나 삶을 도모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다들 들어봤듯이 홍콩영화 제목으로 쓰인 '천장지구'는 영원히 변치않는 남녀간의 사랑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9장 지이영지에서도 '금옥만당'이라고 홍콩영화 제목과 똑같은 구절이 나오는데 금과 옥이 가득하다는 뜻이다. 뒤이어 나오는 막지능수가 포인트로 금과 옥이 집안에 가득해도 이를 지킬 수 없다는 뜻이다. 설명이 이치에 맞고 재미있다. 바야흐로 노자가 살던 시대는 중국의 전국시대, 헐벗고 굶주린 백성이 널렸는데 집안에 재물을 가득채워 지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도 아니고 불가능한다는 뜻이다. 이런 말은 다 도의 특성을 표현한 것으로 모든 부자연스러운 상태는 도가 아니므로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원래의 자연스러운 상태, 즉 도로 돌아간다고 했다. 그저 계속 한자로 된 시구를 읽으면 지루하지만 간간히 아는 사자성어가 나와서 연상작용을 일으키니 본 뜻이 어떻게 쓰인 것인지 아는 재미도 있고 이어서 나온 설명이 납득이 간다.

노자의 도덕경은 무려 2000년도 전에 쓰인 글이다. 저자의 말처럼 도덕경이 위대한 글이라고는 하나 무조건 숭상하기에는 현실에 다 맞지 않기에 적절한 해석이 필요하다. 저자는 노자의 도덕경을 제왕이 될 사람이 읽어야 할 책이라는 뜻의 제왕학이 아니라 오히려 백성들을 위해서 제왕의 무분별한 권력이나 힘을 억제하고, 백성들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해 쓰여진 제왕학이라고 주장한다. 노자의 도는 무위를 강조하니 당연한 결말이다. 그는 자연스러움, 억지나 지나침이 없이 순수하게 천지 자연의 이치-도에 맞게 살기를 강조하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노자의 도를 들어 지금 전범국인 일본의 반성할 줄 모르는 행태나 미국의 미국 우선주의, 중국의 영토 분쟁에 대해 그 이기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도덕경이 2천년도 전에 쓰였다고는 하나 크게 볼 때는 상황은 그닥 나아지지 않았다. 노자가 살던 전국시대의 어지러움과 지금 한국을 둘러싼 주변상황의 어지러움이 어떻게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노자는 위정자와 성인을 동일시했는데 그 이유는 그 사람 자체가 어떠하건 간에 권력을 잡은 위정자가 된 이상 그 사람 자체가 성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맞는 말이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왕이나 대통령, 고위 관리가 되었다면 그 권력자의 결정이 백성, 국민 등 불리는 이름은 다를지라도 나라를 이루는 개개인 모두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도를 중요시하고 전쟁을 필요악으로 본 노자의 지혜가 절실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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