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정확한 노자 도덕경
김준곤 지음 / 아우룸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렵게만 생각해서 정작 읽어본 적이 없는 책이 공자의 논어, 노자의 도덕경이었는데 여름이 되고 보니 한문으로 시처럼 써진 우아한 글이 읽고 싶어졌다. 심지어 처음에는 도덕경이라는 뜻을 몰라서 도덕적인 이야기를 묶어놨나보다 생각했는데 중간쯤 읽고나서야 1~81장까지 이뤄진 도덕경은 1~37장까지는 도경, 38~81장까지는 덕경이라고 부르고 그걸 합쳐서 도덕경이 된다는 것이었다. 경(經)이란 용어도 빼어난 현인들이 남긴 어록이나 저서를 높이는 말이라니 정말 도덕경에 대해 번짓수를 잘못 알고 있어도 한참 잘못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노자의 도덕경이라고 부르고는 있으나 정확히 말하자면 전국시대에 걸쳐 많은 노자 그룹의 사람들이 내용을 보완해서 만든게 오늘날의 도덕경이 되었다고 하니 노자 한 사람만의 저술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노자란 인물 자체에 대해서도 언제 태어나서 활동했는가에 설이 분분해서 막상 책을 읽으니 '쉽고 정확한 노자 도덕경'이라고 쉽게 나왔다고 강조하긴 하나 역시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웃어버렸다. 다만 한문에 익숙하지 않은 다수의 독자들을 위해 한글 번역을 먼저 싣고 한문을 나중에 실었다는 점, 한문 역시 해석이 가능하도록 주요 한자에 음과 훈을 달아서 원하는 독자들은 스스로 그 뜻을 읽고 헤아리게 할 수 있었다는 점은 이 책을 장점이라 할 만하다.

나는 한자를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모르는 것도 아니어서 내가 아는 문구는 읽으려고 노력하며 봤는데 중간중간 홍콩영화가 연상되는 사자성어가 나와서 재밌었다. 예를 들어 7장의 천장지구는 하늘과 땅은 영원하다는 의미이다. 노자는 하늘과 땅이 영원하다는 이유로 그것들이 자신의 이득이나 삶을 도모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다들 들어봤듯이 홍콩영화 제목으로 쓰인 '천장지구'는 영원히 변치않는 남녀간의 사랑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9장 지이영지에서도 '금옥만당'이라고 홍콩영화 제목과 똑같은 구절이 나오는데 금과 옥이 가득하다는 뜻이다. 뒤이어 나오는 막지능수가 포인트로 금과 옥이 집안에 가득해도 이를 지킬 수 없다는 뜻이다. 설명이 이치에 맞고 재미있다. 바야흐로 노자가 살던 시대는 중국의 전국시대, 헐벗고 굶주린 백성이 널렸는데 집안에 재물을 가득채워 지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도 아니고 불가능한다는 뜻이다. 이런 말은 다 도의 특성을 표현한 것으로 모든 부자연스러운 상태는 도가 아니므로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원래의 자연스러운 상태, 즉 도로 돌아간다고 했다. 그저 계속 한자로 된 시구를 읽으면 지루하지만 간간히 아는 사자성어가 나와서 연상작용을 일으키니 본 뜻이 어떻게 쓰인 것인지 아는 재미도 있고 이어서 나온 설명이 납득이 간다.

노자의 도덕경은 무려 2000년도 전에 쓰인 글이다. 저자의 말처럼 도덕경이 위대한 글이라고는 하나 무조건 숭상하기에는 현실에 다 맞지 않기에 적절한 해석이 필요하다. 저자는 노자의 도덕경을 제왕이 될 사람이 읽어야 할 책이라는 뜻의 제왕학이 아니라 오히려 백성들을 위해서 제왕의 무분별한 권력이나 힘을 억제하고, 백성들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해 쓰여진 제왕학이라고 주장한다. 노자의 도는 무위를 강조하니 당연한 결말이다. 그는 자연스러움, 억지나 지나침이 없이 순수하게 천지 자연의 이치-도에 맞게 살기를 강조하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노자의 도를 들어 지금 전범국인 일본의 반성할 줄 모르는 행태나 미국의 미국 우선주의, 중국의 영토 분쟁에 대해 그 이기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도덕경이 2천년도 전에 쓰였다고는 하나 크게 볼 때는 상황은 그닥 나아지지 않았다. 노자가 살던 전국시대의 어지러움과 지금 한국을 둘러싼 주변상황의 어지러움이 어떻게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노자는 위정자와 성인을 동일시했는데 그 이유는 그 사람 자체가 어떠하건 간에 권력을 잡은 위정자가 된 이상 그 사람 자체가 성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맞는 말이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왕이나 대통령, 고위 관리가 되었다면 그 권력자의 결정이 백성, 국민 등 불리는 이름은 다를지라도 나라를 이루는 개개인 모두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도를 중요시하고 전쟁을 필요악으로 본 노자의 지혜가 절실한 요즘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