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삶도 틀리지 않았다 -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불안한 이들을 위한 나답게 사는 법
박진희 지음 / 앤의서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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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을 받는 안정적인 직장을 놓칠 수 없지만 지금 하는 일은 계속 하기가 괴롭고 서울살이가 지겹지만 사는 곳을 쉽게 옮길 수도 없다.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나 하나만이 아니기에 요즘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에 관한 에세이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다만 이 책은 그 소재가 '제주'로 한정되어 있다. 총 9명의 인터뷰가 실린 '누구의 삶도 틀리지 않았다'는 서울 혹은 타지역에 살다가 여러 이유로 제주도로 거처를 옮긴 사람들의 사연에 집중한다. 저자 역시 10년 넘게 서울에서 에디터를 하고 잡지사 기자를 하다가 스페인 카미노 순례길에서 만난 남자와 결혼, 제주도에 정착한 케이스이다.

 

 

 

제주 한달살기 열풍이 불 때도 그랬지만 한풀 꺾인 지금도 제주도는 내 로망의 장소이다. 제주도에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딱 한 번만 가고 만족한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생각보다 넓은 섬 제주는 한 번 여행으로 샅샅이 볼 수가 없다. 제주에서 정착을 못할 지라도 좀 길게 여행하고 싶은 사람은 너무나 많을 것이다. 이 책의 인터뷰이들은 여행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서 아예 제주도에서 직장도 구하고, 프리랜서라면 일거리를 구해서 정착한 사람들이다. 당연히 서울에서 일하던 직업은 전직이 되고 대부분은 새로운 일, 새로운 경력을 시작했다. 그 점이 흥미롭다. 지금하는 일 그만두면 앞이 다 막막하고 앞으로 뭐해서 먹고 사나 걱정이 끝이 없는데 이 9명의 용기있는 사람들은 일단 저질렀다. 퇴로를 차단했다고 봐야한다. 남의 일이니까 그렇지 다 버리고 가는 그 결단에 식은땀이 난다.

저자는 이들을 '나다움을 지키기 위해 편하고 안락한 것들을 포기한 사람들, 조금 다른 길을 가고 있어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도닥이는 사람들, 하지만 절대 게으르지 않고 정직한 노동을 하는 사람들'로 소개하고 있다. 이분들이 뭐해서 먹고 사나 좀 더 직업을 살펴보면 놀랄만큼 다양하다. 제주도에서 3년째 일용직 날일을 하며 지낸다는 태호씨, 무명서점이라고 아예 자기가 서점을 차려서 주인이 된 정원경씨, 운동선수와 트레이너로 살다가 제주의 한 호텔 룸메이드로 전직한 은경씨, 여전히 직장에 다니는 로사씨 등 삶의 이력이 다른 만큼 직업도 다 다르다. 막연히 제주도 가면 카페나 빵집, 게스트하우스를 하면서 살아야 하나 생각했는데 의외로 다양한 일이 있었고 나름의 벌이가 되었다. 하지만 인터뷰이들이 다들 하는 말이 서울에서 월급받는 만큼은 절대 안된다는 것, 제주도에서도 직장을 다닐 수 있지만 서울에서 다닐 때처럼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게 싫다면 프리랜서로 혹은 스스로 사장으로 살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다만 공통점이 있다면 다들 예전에 하던 일에는 학을 떼고 있었고 더 이상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 인생을 소모하기는 싫어했다. 그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견뎌가며 새로운 일에 적응을 하고, 아마도 서울에서처럼 편하지는 않을 집에 연세로 살면서 제주에 적응하고, 다소 무뚝뚝한 제주 사람들에게도 적응하면서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퇴근후와 주말에는 완벽한 여가를 즐기는 생활로 변화된 삶을 살고 있었다.

 

 

어떤 삶을 선택해도 후회가 없을 수는 없다. 프리랜서가 되면 직장 다닐 때 일정하게 들어오는 월급이 그리울 것이고,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제주로 직장을 옮기면 대개 반쯤으로 줄어든 벌이에 우울할 수 있다. 그래도 저녁과 주말이 있는 삶을 살고 평소 배우고 싶었던 취미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책장을 넘기며 나는 주인공들이 참 부러웠고 '아, 이렇게도 살아지는구나', '인연을 이렇게 만날 수도 있구나' 신기하기까지 했다. 책의 마지막 챕터에는 저자가 소개한 제주살이 정착 tip도 나와있다. 집 구하는 법, 일자리 구하는 법, 주민과 친해지는 법, 음악이나 미술같은 예술로 먹고 사는 법 등이 깨알같이 나와있다. 모든 정보가 실제로 그렇게 해 본 사람들에게서 나온 것이라 바로 써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저자도 그렇게 얘기했지만 나도 제주도에서 사는 것만이 현재의 삶을 바꿀 방법이라 생각되지는 않는다. 장소는 어쩌면 이들에게 일종의 계기에 불과할 것이다. 주인공들도 지금 제주도에서 이런 저런 일을 하면서 살지만 그게 60, 70대까지 이어지리라고 장담하는 사람도 없다. 다만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과 이처럼 다양한 선택지를 보면서 열심히만 산다면 삶에 정해진 답은 없다는 것, 먹고사는 문제 역시 하려고만 한다면 어떻게든 헤쳐나갈 수 있다는 것에 용기를 얻었다. 결국 자신의 행복은 스스로 챙기는 수밖에 없는 것인데 하기 싫은 일을 평생 하며 건강과 정신을 갉아먹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으니 다들 빨리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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